[Hometown Killer #05] Noizegarden – …But Not Least (Pony Canyon Korea, 1999)
Noizegarden 의 데뷔 앨범은 한국 음악사 안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 당시 가장 앞서 나가던 음악인 그런지/얼터너티브 사운드” 를 일말의 아쉬움 없이 완벽하게 구사 해 낸 것 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겠다. 다양한 부가적 사항들이 더해지면 앞서 행한 다소 무리수적인 주장은 매우 타당한 레벨까지 발전한다.
그런지/얼터너티브라는 장르가 Nirvana 로 인해 폭발하며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1992년에 결성 되었다는 점 (이는 그런지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리더급 멤버 윤병주가 이미 이 장르에 대해 많은것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첫 데모가 1994년/첫 풀렝스가 1996년에 발표 되어 시기적으로도 그렇게까지 뒤쳐지지 않았다는 점, 1994년에 있었던 락 콘테스트 대상을 거머쥐며 부상으로 딸려오던 “풀렝스 앨범 무상 제작지원” 을 “제작진이 밴드의 음악에 대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면 의미 없음” 을 내세우며 화끈하게 거절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음악 하나만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음반사를 설득/밴드가 그 어떤 주변상황에도 간섭받지 않은 앨범을 만들어 냈다는 점, 1996년에 발표한 셀프타이틀 풀렝스를 통해 한국에서 그런지/얼터너티브의 역사를 새롭게/완벽하게 써 내렸다는 점, 단 한장의 앨범에서 그런지/얼터너티브의 흉내가 아닌 미국 본토의 그런지/얼터너티브 사운드와는 꽤나 많이 다른 색다른 개성/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이 바로 그 이유다. 이들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은 그 시대에 매우 충실했고, 한편으로는 매우 앞서 나갔다. 여러가지로 말이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지금까지도 받고 있으며, 수많은 음악 평론계의 단골 추앙품목으로 각광 받았으며, 지겹게 추앙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선함이 떨어지지가 않는 위력까지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의문감도 적잖게 생긴다. 바로 “Noizegarden 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은 너무 과도하게 추앙받은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 말이다. 이러한 의문이 “데뷔작의 음악적 퀄리티에 대한 의문” 은 절대 아니다. 그 의문의 근간은 바로 두번째 앨범 …But Not Least 의 뛰어난 퀄리티이다. 그리고 그 의문의 최종 진화형은 “데뷔작이 매우 대단하고, 2번째 앨범 보다도 더 뛰어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데뷔작만 계속 추앙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인가? 2번째 앨범인 …But Not Least 도 꽤나 뛰어난데 말이지?” 가 된다. 그렇다. 그 앨범을 들여다보고 그 앨범만이 지닌 강렬한 묘미에 대해 이야기 해야만이 옳은 것이다.
두번째 앨범은 셀프타이틀 …But Not Least 는 1998년 초에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고, 1999년 2월에 발표 되었다. 데뷔작 발표 – 활동 – 새 앨범 구상 – 녹음과 마스터링이 꽤나 순조롭게 이루어진 인상이다. 이러한 순조로움은 데뷔작의 방법론을 그대로 이어가는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 예상은 맞아 떨어지면서도, 결국에는 매우 멋지게 빗겨간다. …But Not Least 는 데뷔작이 지닌 바이브의 연장을 어떻게 잘 해느냐와 그와 동시에 얼머나 근사하고 자연스레 멀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소포모어 징크스인척 하는 쾌작이라는 말로도 설명 할 수 있다. “많이 달라지려 했지만 결국 비슷하다” 가 아닌, “비슷한척 하지만 많은 새로움을, 적잖은 음악적 새로움의 야심을 음흉하게 숨겨둔” 앨범인 것이다.
“그런지/얼터너티브 + 알파, 그리고 그 알파의 엄청난 깊이” 는 데뷔작과 궤를 같이하는 요소다. Led Zeppelin 의 방법론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반-커머셜 락앤롤 마인드로 최종 결론을 짓는 Soundgarden 과 같은 헤비-빅 록 사운드적인 방법론, 그리고 Black Sabbath 로부터 시작되고 다양하게 변화/변종화 된 메탈 서브장르들 (둠, 스토너, 슬럿지 메탈) 것들의 절제와 과감을 오가는 사용, 그 두가지의 뛰어나고도 다양한 공존방식의 나열등이 바로 데뷔작과 이어지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90 초중반 그런지/얼터너티브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멜로디어스한 면모의 증가는 …But Not Least 만의 독창적인 매력의 원동력이 된다. 멜로디어스한 면모는 90 얼터너티브적이지만 60년대 블루스/사이키델릭/하드락과도 이어지며 기묘한 매력의 타임 트립을 선사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생성되는 이중 장르적인 특징은 데뷔작에서 보여준 “그런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음악” 으로의 팀 컬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여기에 다양하고도 이질적이면서도 매우 독창적인 부가요소들이 더해진다. 헤비하기는 하지만 데뷔작의 묵직함과는 거리가 먼 내츄럴한 프로덕션이 지닌 6-70년대적인 빈티지한 바이브의 제공, 그 빈티지함을 한껏 살리는 리프-멜로디 라인-사이키함과 화려함을 겸비한 솔로잉, 펑크/헤비메탈적인 스트레이트하고 굵직한 구성과는 거리가 먼 / 천천히 그리고 세밀하게 만들어 나가는 스케일 빌드업, 그렇게 만들어진 발화점 높지만 쉽게 식지 않는 여운, 이러한 방법론과 이어지는 앨범 전체적인 커다른 흐름과 그림의 만만찮은 위용과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매우 뛰어나게 만들어 나가는 보컬리스트 박건과 기타리스트 윤병주의 남다른 센스와 테크니컬함의 완벽한 조화와 극치 어린 표현력 이라는 장점도 빠질수가 없다.
어찌보면 이들의 두번째 앨범인 …But Not Least 은 Noizegarden 이 지닌 “그런지/얼터너티브 + 헤비메탈 서브 장르적 특징 + 6-70년대 빈티지 락 전반” 이라는 밴드 색채에 더욱 더 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등장 시기적인 의미, 앨범 퀄리티로의 절대평가로는 데뷔작이 앞서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앨범을 만들어 가는 방법론에 대한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던지, 밴드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부분, 과감한 변화에 대한 시도와 그에 합당한 결론을 내리는 부분에서는 확실히 데뷔작보다 앞서 나가는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멋진 변화상은 매우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밴드가 점점 즐기는 차원에서 멀어지는 상황에 대해 탐탁치 않았던 기타리스트인 윤병주가 밴드를 떠나며 밴드는 해산 했으며, 또 다른 밴드의 핵인 보컬리스트 박건이 새 밴드 Yoho 를 결성하며 이를 꽤 긍정적으로 이어 나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을 떠나며 Noizegarden 의 다음 레벨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사살 시켰기 때문이었다. 만약 Noizegarden 이 한장의 앨범을 더 했다면? 그 앨범은 Noizegarden 의 최고작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으며, …But Not Least 가 지지는 가치가 더 커졌을 것이며, 그러한 이유로 인해 …But Not Least 는 더욱 더 컬트 클래식이 될 수도 (혹은 컬트팬들에 의해 최고의 앨범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But Not Least 는 한마디로 잊혀 질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명작인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너무 할 정도로 재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연 정당한가? 아니다. 이 앨범은 반드시 관에서 끄집어 내어 흑마술을 써서라도 부활 시켜서 호평을 억지로라도 먹여야만 하는 앨범이다. 윤병주의 새 밴드인 Lowdown 30 이 이 앨범이 지닌 다양한 빈티지한 락 음악에 대한 집착과 탐구, 그리고 모던한 재해석을 끝내 완성 시키며 새로운 한국락의 (혹은 그만의) 커리어를 이어 나갔다는 점에서 더더욱 말이다.
그렇게 비극으로 끝나는가? 아닐것이다. …But Not Least 의 명성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절판 상태였고, 수많은 재발매 리퀘스트를 받아 온 Noizegarden 의 두장의 앨범은 데모와 미발표 트랙, 부트랙을 담은 보너스 디스크와 함께 2014년 4월 29일에 박스셋으로 곧 재발매 된다. 여기에 보컬리스트 박건이 오랫만에 귀국, 재발매 기념 1회성 재결성도 가진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But Not Least 의 진가를 확인 할 좋은 시기인 것이다. Noizegarden 은 위대한 밴드다. 두장 모두 위대함이 발견된다. 허나 하나는 그렇게까지 칭송받지 못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바로 지금이다. 제대로 평가를 받을만한, 그 여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 기회를 세상이 제대로 꿰차기를 바랄 뿐이다.
- Mike Villain
여명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