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eggers – Jazz Master (The Valiant/Mirrorball, 2015)

The Veggers – Jazz Master (The Valiant/Mirrorball, 2015)

한국 펑크에 있어서 여러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던 Skunk Hell 이 사라지자 (최근에 문래동에 다시 부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펑크는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이었다. 양적인 부분에서 쇠퇴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말로 펑크를 좋아하는 사람들” 만 남게 되었고,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밴드들과 팬들은 더욱 단단해졌다. “수는 적어졌어도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졌다” 라고 할 수 있는 변화였고, 이러한 주장은 양질의 밴드들과 앨범들의 등장들로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을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거론 되어야만 밴드는 바로 The Veggers 가 아닌가 싶다.

The Veggers 는 영 블러드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던 한국 펑크/하드코어씬에서 등장한 20대 초반의 밴드였고, 비-서울/경기 지역의 밴드였다. 어린 나이와 지방밴드, 이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은 전혀 없음을 의미했고 The Veggers 라는 밴드는 자연스레 주목받기 매우 힘든 상황에 봉착 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장르에 상관없이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던지 가서 공연을 했고, 자신들의 오리지널 곡들을 서서히 늘려 나갔다. 그리고 이들은 레이블 없이 자신들이 DIY 로 제작한 데뷔작 Survival Of The Fittest (2013) 을 발표 했는데, 이는 자연스레 “한국 펑크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 그 자체를 알리는 작품이 되었다. 고전 개러지 록앤롤의 딥한 뮤지션쉽, 80 하드코어 펑크의 격렬한 애티투드를 지닌 이 앨범은 한마디로 완벽했다. 이 앨범의 발표 이후 밴드는 더욱 더 라이브 활동에 매진했고, 그 무렵 여기저기서 행해진 수많은 인디 밴드 컴페티션에 참가하여 상위권에 빠지지 않고 랭크 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레이블과 미디어의 프로모션 버프가 매우 중요하게 된 현재 한국 인디씬의 상황에서 소속 레이블/매니지먼트 회사 없이 DIY 로 상위권에 랭크 된 The Veggers 의 존재감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온갖 이슈 메이킹 꼼수가 판치는 현재 한국 인디 바닥에서 딥한 락큰롤 뮤지션쉽과 거친 펑크락 애티투드 두가지로만 호평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었다. 열기가 꽤나 지속 되었던 화제의 데뷔작인 Survival Of The Fittest 으로부터 2년뒤인 2015년 9월, 밴드는 두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Jazz Master 라는 앨범이다.

Jazz Master 를 논하기에 앞서, Survival Of The Fittest 를 뒤돌아 보자. 뛰어난 작곡력, 다양한 흥미로움의 근간이 되는 리프/멜로디 제조 센스, 그와 바로 이어지는 고전 락앤롤의 음악적 정수, 음악적인 구상이고 뭐고 일단 짦고 스피디하게 달려대면서 수습해 나가는 패기어린 하드코어 펑크적 매력, 그 두가지의 완벽한 조합과 조율, 각각의 장르/스타일에 대한 완벽한 디깅 등등… 그것이 Survival Of The Fittest 의 매력이었다. 워낙에 남달랐기에 후한 음악 언론측의 인정/호평도 있었다. The Veggers 는 하드코어 펑크적 격렬함이 멋진 밴드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락앤롤 탐구자로써의 음악적 깊이 역시 강렬 했었다. 많은 밴드들이 메인스트림적 성공에 대한 촉이 오면 거친 면모를 감소 시키고, 대중에게 어필 할 만한 코드 or 평론가들이 좋아 할 만한 음악적 품위성을 증가 시키지 않던가? Jazz Master 는 그러한 지금까지의 통념과는 정 반대의 길로 역행하는 곤조를 제대로 보여준다. 우렁찬 괴성과 천박한 욕설, 그것을 바탕으로 한 거친 카타르시스를 동반하고서 말이다. Jazz Master 는 그 의미와는 다른 반어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앨범으로, 간단히 말해 미쳐 날뛰는 앨범이다. 뭔가 청자들을 위해 알랑방구 껴 주질 바랬다면, 당신의 패배다. 하지만 이 앨범 Jazz Master 는 당신의 새로운 페이보릿이 될 수 밖에 없는 한장이다. 이들의 음악이 너무 거칠고 천박해도, 그 안에 담긴 설득력은 너무나도 근사하기 때문이다.

고전 로큰롤의 음악적 무게감과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파괴감의 나이스한 밸런스라는 The Veggers 특유의 팀 컬러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신작은 더욱 더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파괴감이 증가하고 있으며, 하드코어 펑크의 레벨을 넘어 펑크의 가장 익스트림한 변화상인 패스트코어 or 그라인드코어적 파괴감 까지 지니고 있다. (괜히 28곡이 아니다!) 하지만 The Veggers 답게 락앤롤과 하드코어 펑크의 음악적 밸런싱은 여전히 뛰어나다. 데뷔작 Survival Of The Fittest 과 이어지는 락앤롤 & 하드코어 펑크의 뛰어난 만남으로 시작, 중반부에 이르러서 패스트코어/그라인드코어적인 짦고 굵고 헤비-스피드 일변도의 흉악한 페이스를 서서히 올려 최고조를 찍어 버린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고전 락앤롤 탐구에 올인하는 넘버들을 삽입, Jazz Master 를 결코 심플한 앨범으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데뷔작에 비해 더욱 레벨업 된 연주 테크닉-센스의 발휘 역시 이 앨범의 백미이다. The Veggers 는 하드코어 펑크 밴드의 평균보다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했으며, 그러한 레벨을 넘어 “고전 록앤롤 디깅 영스터” 라는 평이 어울릴 정도의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 준 바 있었다. 그러한 면모의 여전한 강렬함 역시 Jazz Master 의 묘미이며, 패스트코어/그라인드코어적인 초강력 사운드를 펼쳐 나갈때에도 그러한 음악적-테크니컬적 깊이감이 잘 표현 된다는 점 역시 이 앨범의 핵심요소로써 맹활약 하고 있기도 하다는 점, 빠트려서는 곤란하겠다. 극렬한 사운드만큼 브레이크 없는, 극단적 가사 센스 역시 이 앨범의 백미라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 과격함이 극을 향해가는 가사의 표현수위는 급격하게 올라갔는데, 파괴적인 사운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극단적인 재미를 창출하기도 한다. 좀 많이 과하게 간 흔적이 있어 음악적 비위가 약하다면 부담을 느낄만도 하겠지만, 워낙에 재치가 있기에 & 이런저런 음악 스타일과 매치가 참으로 잘 되고 있기에 이 역시 이 앨범의 장점으로 판단 해야만 옳을 것이다.

The Veggers 는 꽤나 흥미로운 결과를 내 놓았다. 평단과 대중에게 반응이 오자마자 당연하지만, 다소 의외인 선택인 “매니악한 장르 음악적 결과” 로만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인디/메이저 할 것 없이, 한국에서의 장르 음악 역사에 있어서 이러한 독한 정공법은 매우 보기 드물었기에 더욱 더 흥미롭다. 과연 이것은 무리수일까? 아닐것이다. Jazz Master 라는 앨범은 대중적으로 많은 어필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런 꼼수를 행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대신 패기와 실력이 있으며, 그 두가지를 기반으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음악적 설득력이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자칭 “입맛 까다로운 리스너” 라는 거짓 부렁자들을 음악적으로 두들겨 패서 팬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더 놀라운점은 이제 2번째 앨범인데 매우 완벽하다는 점, 앞으로 더 많은것을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본능적으로 해 주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국 펑크의 새로운 역사를 새로히 써 내려가는 밴드와 쾌작들은 참 많다. 그리고 The Veggers 와 Jazz Master 는 가장 선두에 위치한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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