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Throne – Harvest Of Darkness (Roadrunner, 2015)

Wild Throne – Harvest Of Darkness (Roadrunner, 2015)

차원이 다른 안목을 바탕으로 한 아티스트 픽업, 회사의 뛰어난 프로모션 서포팅으로 인해 메이저 레이블 부럽지 않은 상업적 성공과 그로 인한 스타 밴드들의 탄생, 30여년 넘게 그 페이스를 유지하며 하나의 믿고 찾는 명품 브랜드가 되었던 Roadrunner Records 특유의 그 위용은 (그 전설을 만들어 나간 A&R 치프) Monte Conner 의 퇴사와 완전히 사라졌다. Roadrunner 가 날이 갈 수록 메이저에서 안되는 이런저런 록 뮤지션들 (메탈/하드코어도 아니다!) 의 계약 짬통용 레이블로 대전락 해 가고 있는 가운데, 이 레이블과 계약을 맺은 뉴커머인 Wild Throne 의 존재감은 꽤나 놀랍기 그지 없다. 왜냐면 이들은 “Roadrunner 하면 생각나는 혁신적 헤비니스 사운드” 적인 신선한 음악적 아우라를 다시금 부활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점은 Roadrunner 를 데뷔 이전의 마이너 경력이 “3곡짜리 EP 앨범 한장 발표가 전부” 라는 점이다.

2013년 미국 워싱턴 벨링햄에서 3인조로 결성, 2014년 인디 레이블 Brutal Panda 를 통해서 3곡짜리 EP Blood Maker 로 데뷔, Roadrunner Records 와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에 데뷔 풀렝스 Harvest Of Darkness 발표. 이게 Wild Throne 의 경력의 전부다. 매우 빠른 메이저 필드 데뷔인데, 이러한 쾌속 성장은 “음악이 정말 독특하고 대단하던지” 아니면 “음악이 지독할 정도로 팔릴만한 코드들로만 이뤄져 있던지”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최근 Roadrunner 의 행보를 보면 후자의 경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 되겠지만, 답은 전자다. 데뷔 EP Blood Maker 부터 이 밴드의 음악적 개성은 너무나도 굉장하다. The Mars Volta 와 같은 포스트 하드코어 중심의 프로그레시브록 재해석, Every Time I Die 와 같은 케이오틱 하드코어 특유의 테크니컬한 연주적 기괴함과 US 하드록 특유의 친근한 전통의 복합체, The Grateful Dead 와 The Dillinger Escape Plan 이 동시에 떠오르는 독특함… 단 3곡을 담은 Blood Maker 에서 그러한 대단한 것을 보여주었고, Roadrunner 와이 계약은 의외가 아닌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Harvest Of Darkness 는 데뷔작이긴 하지만, 실제 기대치는 굉장히 높은 한장 일 수 밖에 없는 앨범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만큼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Wild Throne, Harvest Of Darkness 의 음악적 특색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모던 헤비니스 + 고전 프록/사이키델릭”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그렇게 간단히 설명하게 넘어 갈 수 없는,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는 펑크/하드코어 & 헤비니스 음악을 중심으로 한 고전 프로그레시브 락 재해석의 다양한 방법론들이 마구 날뛰고 있다. 더 나아가 프록에 대한 재해석/자기화에서 엄청난 위용을 뽐내며 청자의 그동안의 헤비니스 음악 리스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깐깐하게 시험하는듯한 건방진 재미 또한 묵직한 존재감을 어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장르적/음악 구사의 방법론적으로 꽤 센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듣고 즐기는 차원에서는 굉장히 쉽게 흘러가는 한장이며 물론 이는 장점으로 작용된다. The Mars Volta, The Fall Of Troy, The Dillinger Escape Plan, Between The Buried And Me, Every Time I Die, Thrice 등의 밴드들의 “포스트 하드코어적 관점의 프록 구사” 의 방법론을 다양히 참고하고 십분 활용하고 있으며, 복잡하고 장황한 스케일 메이킹 보다는 Alexisonfire 와 같이 캐치한 리프와 멜로디를 가진 200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 or 뉴메탈/모던 헤비니스트 특유의 대중적 헤비니스적 심플함으로 청자로 하여금 빠르게 자신들의 사운드를 즐기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자신들의 딥한 음악 세계를 펼쳐 나간다.

캐치한 리프와 멜로디/보컬라인을 탑재한 스피디한 포스트 하드코어 펑크 & 그루비한 뉴메탈, 얼핏 들으면 그게 전부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솔로잉 타임이 한번 시작되면 이 밴드가 굉장히 딥한 밴드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기타 솔로에서 타임이 오마자마 사운드는 2000년대 모던 헤비니스에서 6-70년대 고전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급변하며, 분위기의 차용 정도가 아닌, 70년대 사운드 그 자체적인 음악적 깊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고전 사이키델릭 그 특유의 솔로잉 손놀림의 맛 뿐만 아니라, 이팩터/앰프를 통해 구현되는 사운드적 질감 역시 고전 사이키델릭의 진수를 들려주기에 더더욱 놀라웁다. 그 사운드톤은 고전 사운드에 대한 심도있는 디깅뿐만 아니라, 2000년대 헤비니스 사운드와의 공존을 노린 독특한 톤이기에 놀라움은 가중된다. 솔로타임이 끝나고 다시 2000년대 하드코어 & 프록 콤비네이션의 방법론으로 돌아가며 또 한번 다른 느낌으로 발생되는 고전 정통 프록과 2000년대 새로운 프록 사조와의 공존미의 임팩트 또한 굉장하다. 한곡 한곡 진행되며 그 존재감이 묵직 해 진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00년대 프록 재해석 밴드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인 익스트림 메탈/포스트 하드코어적 관점” 을 강하게 추구하지만, Wild Throne 은 70년대 고전 사이키델릭 뿌리의 프록과 2000년대 새로운 프록 사조의 장점을 모두 제대로 아쉬움 없이 구사하며 진정한 공존을 이끌어 낸다. 곡 전개, 리프/멜로디 라인 하나하나, 앰프-이펙터-프로듀스에 의해 탄생되는 각각의 사운드적 질감 하나 하나 모두 70년대와 2000년대를 오고간다. 단 3곡의 EP 만을 낸 밴드가, 첫 풀렝스에서 굉장한 대통합 센스를 발휘 하다니… 놀랍기 그지 없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세기의 명작이나, 올해 최고의 앨범급으로 단정 짓기에는 의문감이 크게 들기도 하다. 음악적 특징과 그 깊이가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기는 하지만, 앨범이라는 포맷에 걸맞는 재미는 신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꽤나 많은 곡 전개 스타일이 반복되며, 트랙 리스트가 하나 하나 증가하며 지루함을 낳으며, 꽤 많은 템포-스타일-리프/멜로디라인을 지닌 곡들이 충돌을 일으키며 앨범 전체적이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을 절대로 그냥 넘어 갈 수가 없는 지경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데뷔 EP Blood Maker 에서의 3곡 모두를 다시 사용하였고, 그러한 과거 곡들이 답답한 앨범 흐름과 어우러지며 좋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이끌어 낸다는 점 역시 무시 할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워낙에 음악적 특색이 뛰어나고, 청자로 하여금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매우 다른 두 장르 (사이키델릭 프록 & 모던 헤비니스) 의 음악적 요소들을 단 한방울의 아쉬움 없이 자유자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과감히 익스큐즈 할 수 있다고도 생각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하나의 미션은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던가? Wild Throne 이라는 밴드명에 어울리는 독특함을 청자의 귀와 뇌리에 얼얼하게 각인 시킨것 말이다. “90-2010년대 헤비니스 관점에서의 프록 사운드 재해석” 을 많이 경험 한 사람이더라도 매우 놀랄 수 밖에 없는 Wild Throne 만의 그것 말이다.

- Mike Villain


Harvest Of Dark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