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ames – Siren Charms (Sony, 2014)
In Flames 는 “우리는 과거의 음악을 반복하고 안주하며 만족하지 않는다” 라는 슬로건을 내 세우며 새천년/2000년을 시작했다. Clayman (2000) 부터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2011) 까지 6장의 앨범에서 그 이념을 관철했고, 호불호가 있었지만 “만장일치의 In Flames 의 판정승” 으로 계속 귀결을 내며 음악적으로 승승장구 했다. In Flames 는 멜로딕 데스메탈이라는 장르를 만든 장본인이지만 언제나 그 굴레를 벗어나려 노력했던, 다소 편집증적인 집단이였다. 이들은 매 앨범마다 전작과는 다른 멜로딕 데스메탈 탈피 방법론을 긍정적으로 제시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그릇된 의견으로 결론짓는데 있어 부족함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이며 그 편집증을 정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작이자 원년 기타리스트 Jesper Str?mblad 의 탈퇴 & 멤버교체로 인해 발표 된 10번째 앨범이었던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2011) 에서는 이들만의 음악적 여정의 설득력이 합격점에 도달하지 못하며 “드디어 무너지는구나…” 하는 인식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편집증적인 느낌이 날 정도로 매 앨범마다 스타일 변화를 감행했고, 그것을 반박불가의 음악적 센스로 메꾸던 이들이었기에 이러한 인식 변화는 위기 그 자체였다. 매 앨범마다 서서히 그 센스가 저하 되었지만 그래도 합격점은 언제나 찍어 주었지만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은 합격점에 도달하는 모습이 전혀 아니었기에 더더욱 말이다. (Jesper 의 공백에 대한 그리움은 덤이다.) 꽤 많은 부정적 의견이 있었지만 밴드는 계속 자신들의 음악적 기준을 고집했다. 이는 2014년 신작이자 11번째 풀렝스 앨범인 Siren Charms 에 그대로 이어진다.
모두가 알다시피 In Flames 는 익스트림 메탈에 영향을 받은 US 헤비니스 밴드들인 Slipknot, Killswitch Engage 과 같은 밴드들의 사운드 방법론을 적극 참고하고 자기화를 행했었다. 그러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 밴드들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준 장본인들이 말이다. 앨범이 거듭 발표되면서 2000년대 US 메탈/하드코어적 방법론의 도입은 강화 되었고, 밴드는 익스트림 메탈 밴드라기 보다는 2000년대 모던 헤비니스/유러피언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로 불리워야 되지 않는가 할 정도로 의문 어린 사운드의 변화상은 점점 증가 해 갔다. 가장 최근에 발표 된 두장의 앨범인 A Sense Of Purpose (2008),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2011) 이 그 의문감의 원동력이었다. 2014년 신작인 Siren Charms 은 그러한 의문감에 대한 결정타적인 앨범이다. 이 앨범 Siren Charms 은 더 이상 In Flames 라는 밴드를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로 부를 수 없다. 이제부터 In Flames 는 “유러피언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가 되었다. 의문감 따위는 없다. 변화 완료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 체인징에 대한 논쟁은 중요치 않다. In Flames 는 언제나 청자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변화를 늘 원하던 밴드였으니까 말이다. 논쟁의 요지는 “In Flames 다운 음악적 설득력의 회복이 되었냐 안 되었느냐?” 가 되어야 한다. 자, 그러면… 과연 이 앨범은 좋은 앨범으로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In Flames 의 신보는 확실히 부정적이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망작이다” 라고 결정을 쉽게 내릴수가 없는 앨범이다. 부정적으로 들린다는 이유의 근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In Flames 만의 과감한 변화상에 비례하는 변신의 정당성 확보의 실패” 가 또 한번 나타났다는 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작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합격점 달성에 실패라 하더라도 In Flames 만의 뛰어난 곡 제조 센스는 여전히 번뜩임” 역시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러피언 메탈의 센스를 지닌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 로의 변화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리프 제조 센스, 보컬 라인 제조, 이 두가지를 잘 조화 시키는 발군의 멜로디 센스는 여전하며, 전작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보다 나은 부분도 많다. 하지만 In Flames 답지 않게 업템포의 비중 저하, 너무 과도한 슬로우템포/파워 발라드성 넘버의 과비중은 그러한 얼터너티브 밴드로의 괜찮은 변화상적인 매력을 자진적으로 깎아먹고 있기에 “좋다” 라고 이 앨범을 시원스레 결론 짓기엔 확실히 역부족이다. 고딕 성향 & 메탈-클래식 퓨전적 성향을 제거한 Within Temptation, Amaranthe 와 같은 밴드로의 변화를 노렸나 싶기도 하고, 아예 여성 보컬을 탑재 했다면 좀 더 좋은 평가를 얻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여성 보컬이 피쳐링을 한 곡 When The World Explodes 을 들어보면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꽤 다양한 호불호 요소들이 동시에 판친다. 하나하나 열거하는게 의미 없을 정도로 리프, 솔로, 멜로디라인, 보컬파트, 일렉트로닉스 샘플링, 장르 퓨전 & 자기화 등 모든 부분이 그러하다. 분석하고 평하기 매우 골치 아프고 불쾌 하기까지 하다. 그러한 점은 또 재밌기도 하다.
한마디로 신작 Siren Charms 은 호불호를 쉽게 내릴 수가 없는 앨범이다. 생각보다 사운드적 특징의 변화는 괜찮은 편이다. 곡 제조 퀄리티는 여전히 강렬하다.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은 “역대 최악” 이라는 수식어를 쓰기에 주저함이 없기도 하다. 변화의 강도에 비해 그 변화상을 정당하게 만드는 앨범 전체적인 퀄리티/설득력 역시 별로이며, 커리어 전체를 따져서 최악의 1-2위를 다투기도 한다. 좋다고 할 수 없으며, 최악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 반대로 변신 합격작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역대 최악의 앨범이라고 단정 지어도 그리 틀린말은 아니다. In Flames 의 지금까지 커리어에서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극단적으로 행한, 꽤 듣고 즐기고 평하기 혼란스러운 앨범 되겠다. (과감한 변화에 대한 혼란감을 즐기는 삐뚫어진 관점의 리스너라면 이 앨범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코멘트를 따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더 나아가 몰락이냐, 재도약이냐에 대한 평가도 내리기 힘들 정도다. “보류” 라는 단어의 존재감에 대해 큰 감사를 느끼게 만드는 앨범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차후에 나올 1장이 중요하며, 그것을 기대하고 있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예전에도 이러한 위기가 있었고, 그 위기를 보란듯이 박살 내 버렸기 때문이다. Soundtrack To Your Escape (2004) 에서의 위기일발과 Come Clarity (2006) 에서의 놀라운 극복의 임팩트를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좋은 기억을 부정 할 수는 없더라. 그게 나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다음 앨범을 기대한다. 그 앨범이 이 앨범의 호불호를 명확하게 짚어 줄 것이다. 일단 이 앨범의 혼란감을 즐겨보도록 하자. (싫음 말고.) 아직 이들은 “우리는 남들이 뭐라 하건간에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할 것이다” 라고 뻣댈 정도는 되더라.
아, 그리고 하나 잊은게 있다. Jesper Str?mblad 는 정말 필요하더라.
Rusted Nail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