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isem – Blossoming Decay (A389 Recordings, 2015)
규모는 작지만 블랙엔디드 하드코어, 둠/슬럿지, 패스트코어, 그라인드코어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한편, 그러한 각 장르들의 전형적 스타일을 깨 부수는 혁신적 밴드들이 즐비한 레이블 A389 Recordings. 그곳에서 단 한장의 앨범을 발표한 뿐인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 출신의 영건 Noisem 은 “쓰래쉬 메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괴물 신예” 로 간단하게 설명이 되는 무시무시한 밴드다. 2013년에 발표한 데뷔작 Agony Defined 한장으로 그 이유가 간단하게 설명된다. (원래 이 앨범은 2012년에 Necropsy 라는 밴드명으로 발표 된 바 있지만, 동명의 밴드의 존재로 인해 밴드명 교체를 통해서 + 좀 더 나은 레이블을 잡았기에 2013년 발매라고 말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Agony Defined 는 Possessed 의 Seven Churches, Sepultura 의 Beneath The Remains, Kreator 의 Pleasure To Kill 과 같은 초과격 올드스쿨 쓰래쉬 클래식 명반들이 바로 머리속에 떠오를 만큼 편집증적 스피드와 헤비함의 쓰래쉬를 들려줬으며, 더 나아가 Master, Repulsion, Terrorizer 와 같은 메탈 기반의 그라인드코어 태동기의 초과격한 바이브의 부활까지도 덤으로 행해줬다. 매우 정밀한 곡 제조와 그에 합당한 탄탄한 연주력 표출은 전성기의 Metallica, Megadeth 못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는 점도 꽤나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Agony Defined 는 발표와 동시에 찬사가 쏟아졌고, 너무 잦은 앨범 릴리즈들을 통해 음악적 기량을 빠르게 잃어갔던 쓰래쉬 리바이블을 다시금 살려내는 역활도 멋지게 해 냈으며, 더 나아가 “쓰래쉬 메탈 역사를 논하는데 절대로 빠져서 안되는 마스터피스 레코드” 의 경지까지 나아간 바 있다. 다시 말하지만 “단 한장의 앨범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 이들이 2년만의 신작 Blossoming Decay 을 들고 돌아왔다. 업계 초긴장 상황이다.
Blossoming Decay 는 Agony Defined 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과격함에 도전하는데 있어서 거침이 없는 앨범이다. 전작/데뷔작 Agony Defined 가 Possessed, Sepultura, Kreator 레벨이었다면, 본작은 Terrorizer, Napalm Death, Morbid Angel 과 같은 익스트림 메탈/그라인드코어의 로우함-헤비함-브루탈함 수치에 대해 과감하게 도전한다. 그라인드코어로의 본격 변신은 아니지만, 그라인드코어와 동일한 선상에 있는 “프로토 그라인드코어 노선” 의 쓰래쉬 메탈적 과격함을 선보인다. 좀 더 로우한 & 라이브 질감의 프로덕션, 멜로디라인의 과감한 배제, 그라인드코어에 가까운 리프 위주 & 브루탈리즘적인 구성/연주 추구 등으로 상상 할 수 있는 과격함 보다도 더욱 과격한 느낌을 전해 줄 수 있도록 쉴 새 없이 달려대고 박살을 낸다. Terrorizer 의 World Downfall, Napalm Death 의 Harmony Corruption 과 같은 앨범이 바로 떠오르며, “프로토 데스-그라인드 부터 완성형 데스-그라인드 까지의 모든것, 그리고 그 전통을 모던하게 한번 더 갱신하려는 눈부신 노력과 뛰어난 결과물” 이라는 평을 낼 수 있게끔 만드는 탄탄한 뮤지션쉽 역시 튼실하게 구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쓰래쉬메탈 & 그라인드코어의 오랜 역사속의 명반의 평균점을 넘어가는 곡 제조 능력, 연주 테크닉, 그러한 것들의 배분 센스에서 비춰지는 뮤지션쉽적 부분은 매우 놀랍다. 극단적인 과격함을 추구하면 언제나처럼 뭉개지던 작곡과 연주 파트의 건재함을 살리는것은 너무나도 어렵지 않던가? 그것이 살아있다. 경이로운 부분이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지 X발아” 라는 욕설 첨부한 호평적 일갈을 날리고 싶을 정도다.
Noisem 의 신작 Blossoming Decay 는 또 하나의 클래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작/데뷔작 Agony Defined 가 Possessed 의 Seven Churches, Sepultura 의 Beneath The Remains, Kreator 의 Pleasure To Kill 에 대한 2010년대 쓰래쉬 키즈들의 완벽한 트리뷰트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자신만만한 출사표였다면, Blossoming Decay 는 Terrorizer 의 World Downfall, Napalm Death 의 Harmony Corruption, Morbid Angel 의 Altars Of Madness 에 대한 존경과 도전을 100% 레벨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더욱 더 과격한 사운드로메탈헤드들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가운데, 완벽에 가까운 곡 제조 능력 / 연주력 표출 / 과격함 – 송라이팅 – 연주력 선보이기에 대한 완벽한 별런싱을 통해 평론가들 마저도 돌아버리게 만드는, 한마디로 괴물과도 같은 한장 되겠다. 2010년대 메탈 마스터피스 그 자체인 앨범이라는 소리다. 놓치면 바보 취급 당할 레벨이니 알아서들 듣고 챙기길 당부 드린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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