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balba – Tierra Y Libertad (Southern Lord, 2015)
Earth Crisis 가 데뷔작 Destroy The Machines (1995) 를 통해서 하드코어에 데스메탈/익스트림 메탈을 이식 시킨 이후로, 메탈릭 하드코어는 매우 빠르게 극단적 헤비함을 가지기 시작했다. Earth Crisis 이후 Merauder, All Out War, State Craft, Turmoil, Hoods, Hatebreed, Terror 등 수많은 밴드들이 등장하여 각기 다른 개성을 뽐냈고, 독특한 사운드컬러는 “빗다운 하드코어” 라는 하드코어 서브장르를 정의하게 만들었다. Hatebreed 가 다방면에서 너무 많이 앞서가는 바람에 꽤나 변화/혁신을 꾸준히 보여주던 이 장르는 잠시 본의 아니게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2010년대 들어 등장한 이런저런 신예들로 인해 또 한번의 새로운 발전상을 보여주는 중이기도 하다. 그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밴드들 중 하나가 바로 Xibalba 이다.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결성,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발표한 Xibalba 는 “빗다운 하드코의 헤비함/부르탈함의 레벨을 극악한 수준으로 올린 괴물들” 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밴드다. 이들의 헤비함은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밴드들인 Earth Crisis, Hatebreed 등이 “예전에 그런 밴드가 있었는데…” 하면서 과거의 추억으로 치부해도 용서가 어느정도 될 정도로 강렬하다. 빗다운 하드코어의 특징인 올드스쿨 데스메탈에 직접적 영향을 받은 저음 튜닝의 슬로우-헤비함의 부르탈함은 한수 위이며, 그 헤비함을 기반으로 그 어떤 밴드보다 더욱 끈적하고 느릿하게 풀어 나가며 발생되는 독특한 컬트함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과거의 메탈릭/빗다운 하드코어 보다 더욱 더 묵직하고 어둡게 풀어가는 이들만의 사운드컬러는 하드코어 키즈뿐만 아니라, 둠-드론-데스메탈 애호 성향의 메탈헤드의 취향마저 직격하며 팬 베이스로 확보 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빠트릴 수 없다. 둠-슬럿지-스토너 메탈, 드론메탈, 블랙메탈, 블랙엔디드 하드코어를 릴리즈하는 독특한 팀컬러의 레이블 Southern Lord 에서 괜히 3장의 앨범이 나온게 아닌 것이다. (또한 도심의 히스패닉계 미국인이 주도하는 독특한 문화적 색채를 발휘한다는 점도 빠질수가 없다.)
밴드의 세번째 앨범인 Tierra Y Libertad 는 자신들만의 색채의 여전함을 추구하는 한편, 새 앨범이 가져야하는 덕목인 신보다운 신선함을 충분히 보여주려 노력하는 앨범이다. Xibalba 만의 사운드적인 특징은 큰 변화가 없다. 하드코어 키즈들이 올드스쿨한 데스메탈을 연주하는듯한 그 독특한 사운드는 여전하며, 하드코어 리듬안에 자신있게 표현되는 Obituary, My Dying Bride, Bolt Thrower 와 같은 사운드적 특징들과의 결합에서 오는 독특한 오리지널리티는 지난 두장에서 충분히 경험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쇼킹하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빗다운 하드코어 & 올드스쿨 데스메탈보다 더욱 더 헤비한 튠과 독종으로 보일 정도의 슬로우 그루브 일변도는 자칫 이 밴드가 사운드적 독함에 치중하고, 곡 전개/앨범 전체적 흐름/연주적 다양함에 소홀한 꼼수어린 밴드로 보일지도 모르나 신작은 그 어떤 때보다 사운드적 컬트함보다 음악적 다양/튼실함에 신경을 많이 쓴 야심작이다. 메탈릭한 코드와 하드코어한 코드와의 절묘한 조화-교차-배분은 전작들보다 뛰어나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느림-그루브/리드미컬함-부르탈한 스피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배치하며 듣는 재미와 모쉬와 해드뱅을 동시에, 뛰어난 비율로 즐길 수 있게끔 만드는 재주는 가희 경이로울 정도다. 지금까지의 하드코어와 메탈의 각각 장르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그 두가지를 합쳐서 구사 해 내는 지금까지의 경우의 수를 모두 구사하고 재미지게 만드는 능력은 예전에도 남달랐지만, 본작에서는 물이 최고조로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커리어 하이” 로 단박에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인상을 가질 정도로 완벽한 임팩트함과는 거리가 먼, 미완의 쾌작으로 평가를 남기고 싶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욱 더 굉장한것을 다음 앨범을 통해 결실을 맺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더 크게 드는,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곡 한곡에서 하드코어와 익스트림 메탈의 모든 스타일을 구사 해 내는 야심과 완벽한 결론, 그러한 다양함을 앨범 전체적인 흐름을 매우 뛰어나게 이끌어 나가며 표현 해 나가는 끈기가 굉장하기는 하지만, 아직 2%가 부족하고, 2%가 아쉬움이 아닌, 더 뛰어난, 경악 할 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라는것이 총평 되겠다. 하드코어와 올드스쿨 데스메탈의 극악한 업그레이드 퓨전의 대명사 Xibalba 가 또 한번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거창한 워밍업을 하고 있다. 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다음 앨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 기대감을 배신해도 좋다고 생각 될 정도로 이 앨범도 완벽하다는 점도 있다. 여러모로 사후처리까지 나이쓰한 앨범 되겠다.
- Mike Villain
Enem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