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yrd?d – Elddop (Southern Lord, 2014)
변화가 없는 컬트한 코드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크러스트 펑크의 필수 행동강령이고, 지금도 그것이 매우 잘 지켜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이 장르는 혁신적 변화상을 꽤 의미심장하게 보여주고 있는 특이함 역시 자랑하는 장르다. 크러스트의 파이오니어급 국가인 동시에, 계속해서 맥이 끊어지지 않게 신예들을 연신 배출 해 내고 있는 스웨덴씬은 그 혁신의 가장 확실한 증거물이 된다. 이곳에서 배출된 유명 밴드들 이름만 거론해도 그 혁신성이 바로 느껴질 정도로 임팩트 하기 때문이다. Diller Killer, Wolfbrigade, Skitsystem, Disfear, Krigshot, Victims 등등을 생각 해 보면 답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Mob 47 으로 대충 정의되는 스웨디시 크러스트 스탠다드에 매우 충실하다가, 음악적 혁신을 노리는 음악적 터닝 포인트 제시와 완성, 그러면서도 크러스트 펑크라는 장르 특유의 컬트함에 매우 충실한 모습을 보이며 반대 의견을 자연스레 묵살 해 버릴 정도의 그것 말이다.
Martyrd?d 는 바로 그러한 스웨덴 크러스트 펑크의 혁신성의 선봉장에 있는 밴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존재다. 2003년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장의 풀렝스 앨범을 발표 한 바 있으며, 메이저급 인기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매 앨범마다 언제나처럼 다양한 음악 언론의 매우 호평을 받아 온 밴드로 꽤나 유명한 밴드다. 특히 4번째 앨범인 Paranoia (2012) 는 하드코어/메탈 커뮤니티를 넘어서는 호평을 얻은 인기작으로, 이들을 Deafheaven, YOB, Tombs, OFF!, Earth, Sunn O))) 와 더불어 힙스터 애호 헤비니스 아이콘 밴드로 만들기도 하였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2014년 신작이자 5번째 정규작인 Elddop 으로 이어간다.
Martyrd?d 이 추구하는 크러스트는 “스웨디스 크러스트 전통 추구, 그 전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멜랑콜리한 멜로디라인 홍수와의 결합” 이라는, 꽤나 도전적인 코드를 추구한다. 꽤 터프한 컬트함을 추구하던 초기 음반에도 멜로디라인 삽입에 대한 집착은 만만치 않게 존재 했었고, 이는 앨범의 장수가 하나둘 쌓이며 비중에서나, 음악적 깊이에서나 모두 본격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음악적 성과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뛰어났다. 그 정점을 찍다못해 은근 슬쩍 크러스트 펑크의 전통 및 음악적 이미지의 기본축을 뒤틀어 놓았던 것이 전작인 Paranoia (2012) 였다. 신작 Elddop 는 본의 아니게 기대감과 동시에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허나 Elddop 는 꽤나 영악하고도 현실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Martyrd?d 은 혁신성을 추구하되, 그 목표치를 크게 잡지 않았고, 매 앨범마다 꾸준하게 하나하나 쌓아오며 완전체가 된 팀이다. 다르게 말하면 정통 스타일 추구에 변함없이 충실하면서, 혁신적 코드를 현실적으로 소소하게 제대로 & 꾸준히 떄려 박으며 완전체가 된 밴드라는 말이다. Elddop 의 감상 포인트는 얼마나 스웨덴 크러스트에 충실하며, 얼마나 스웨덴 크러스트에 현실적으로 멀어지느냐에 달려있다.
Martyrd?d 은 전작 Paranoia 를 통해 스웨덴 크러스트 특유의 러프함과 그와 정 반대되는 멜랑콜리한 코드를 얼마나 근사하게 때려 박느냐에 대한 집착을 자신들만의 뛰어난 오리지널리티로 증명 한 바 있다. 신작 Elddop 역시 그러하며, 조금 더 멜로디라인 구축에 있어서 본격적이다. 크러스트 특유의 심플한 연주 패턴 (D-비트라 불리우는 그것) 에 매우 충실하고, 스웨덴 크러스트 답게 메탈적 코드가 진하며, 그 두가지와 매우 어울리지 않는 멜랑콜리한 멜로디의 대거 삽입이 행해진다. 곡 구성과 연주 패턴은 크러스트답게 매우 심플하고 스트레이트하다. 크러스트함의 컬트함이 잘 살아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 정도다. 그와 동시에 밴드는 쉴 새 없이 멜로디라인적 애드립을 멈추지 않는다. Scorpions, Iron Maiden 등과 같은 고전 헤비메탈/하드락이 연상 될 정도다. 더 나아가 바이킹 메탈, 블랙메탈, 익스트림 메탈 근간의 포크 음악들 까지 연상 될 정도로 스칸디나비아 익스트림 메탈적 코드의 근사한 구축 역시 무시 할 수 없다. 크러스트 펑크 특유의 메탈릭한 헤비 하울링은 멜랑콜리함과 만나 오묘한 북유럽 엣모스페릭/엑스페리멘탈리즘적 분위기도 일으키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앨범의 독특한 점으로 반드시 거론해야 할 정도로 오리지널리티 넘치기도 하다. 신작의 멜로디어스함의 비중은 더욱 커졌기에, 이러한 다양한 감상평들의 자연스러운 생성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신선하고도 기묘한 감정 유발의 강도 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흥미로울수 밖에 없으며, 꽤 괜찮은 오리지널리티로 귀결 되기도 한다.
크러스트를 좀 들었던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잠깐? 예전에 Tragedy, From Ashes Rise 같은 밴드들이 했던것들 아냐?” 라고 딴지를 걸 수도 있다. 틀린말은 아니다. Martyrd?d 의 음악 스타일은 Tragedy 와 같은 밴드들로 부터 시작된 스케일/멜로디/구성미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모던한 크러스트 펑크 변화상의 그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Martyrd?d 이 구사하는 스타일은 Tragedy 시대의 재탕이 아닌,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발전상” 으로 이야기 해야만 할 정도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것도 사실이다. Tragedy 의 등장 시기만큼의 음악적 충격성은 없지만, 분명한것은 Martyrd?d 이 전작 Paranoia 부터 보여 준 멜로디어스함을 가미한 스웨덴 크러스트 전통미의 계승은 분명 크러스트의 또 한번의 변화와 발전이라고 (적절히) 설레발 쳐야 할 그것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Tragedy, From Ashes Rise, Hellshock, Severed Head Of State 와 같은 새로운 크러스트 파이오니어들이 몇년전부터 활동중단 및 새 앨범에서의 최악의 음악적 결론으로 인해 급격한 몰락을 가져왔다는 점을 상기 해 보자. Martyrd?d 의 근 몇년간의 발전상은 일종의 구세주의 등장과도 같다. Tragedy 의 배턴을 이어 받아 새로운 발전상을 제시하고 완성 시켰다고 할 만큼 멜로디어스함을 근간으로 한 부분도 강하지만, 그와 동시에 Wolfbrigade, Victims, Disfear 와 같은 메탈릭 성향의 가미 & 이를 통한 새로운 크러스트 공식 제시 역시 빠트려서는 안되기도 하다. 멜로디어스한 부분이 강해져 전작보다 강력한 맛은 조금 덜하지만, 분명한것은 스웨덴 크러스트 변화상의 배턴을 이어가는 메탈릭한 파워풀함 역시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Martyrd?d 의 신작 Elddop 의 총평을 하면 이러하다. 미국 크러스트 모던화 & 스웨덴 크러스트 모던화의 완벽한 퓨전, 혹은 모던 크러스트 토탈 패키지라고 말이다. 명반이냐고? 반박불가의 변화상 제시와 완성이 있고, 다소 주춤하다 못해 급격하게 몰락하던 크러스트 모던화의 열풍을 다시금 살려 냈는데 명반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당장 클래식으로 단정짓기엔 어불성설 하지만, (이유를 댄다면 전작 Paranoia 가 너무나 강적이라는 점과 훗날 이들이 더 좋은 앨범을 낼 가능성이 짙기에 정도?) 후보군에는 올릴만 하다는 점도 빠트리지 않고 언급하고 싶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