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listed – When People Grow, People Go (Deathwish INC., 2015)

Blacklisted – When People Grow, People Go (Deathwish INC., 2015)

Blacklisted 는 Hatebreed, Terror, Throwdown, Walls Of Jericho, Sworn Enemy, 100 Demons, Full Blown Chaos, Stick To Your Guns 와 더불어 200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고, Hatebreed, Terror 만큼 대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어렵지않게 예상되던 차원이 다른 밴드였다. Hatebreed, Terror 가 만들어 둔 범접 할 수 없는 음악적/카리스마적 격차를 단숨에 좁혀 나가던 멋지기 이를데 없던 데뷔 풀렝스 …The Beat Goes On (2005) 이 있었고, 이 장르 특유의 “하드코어 터프가이 캐릭터적 사운드” 를 구사하되 어느정도 거리를 두며 남다른 지적 캐릭터성을 확보한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그리하여 올타임 하드코어 클래식이 되었던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2008) 이 있었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이들은 상업적 파워를 지닌 스타 밴드도, 컬트한 음악적 색채의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밴드도 되지 못했다. 메탈릭 하드코어의 새로운 방향성을 완벽하게 제시한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뒤이어 나온 앨범인 No One Deserves To Be Here More Than Me (2009) 는 무려 탈-하드코어 & 얼터너티브/노이즈락 뿌리의 엑스페리멘탈 록/아트한 성향의 포스트 하드코어로의 변화를 꾀했다. 결과는 매우 참담한 편이었다. 메탈릭 하드코어 사운드에서 아트한 성향의 포스트 하드코어로의 갭은 누가봐도 너무나도 컸고, Blacklisted 는 급격한 변화상만큼 뛰어난 음악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당한 변신이다” 라고 느끼게 만들 음악적 설득력이 너무나도 희박했다.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에서의 엄청난 신선함은 주제를 모르는 건방진 음악적 에고 표현으로 귀결 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뒤이어 발표 된 Eccentrichine (2010), So, You Are A Magician? (2012) 에서 발전하기는 했지만, 아트한 코드의 펑크/하드코어 밴드로의 모습은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다시금 뼈 아프게 재확인 시켰을 뿐이었다.

2015년작 When People Grow, People Go 는 철지부심을 보여주는 한장이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아트한 성향의 하드코어 밴드로의 야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은 좋게 보여지지는 않기는 하다. 하지만 신작은 Blacklisted 의 절대가치의 기준점인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와 같은 강력한 사운드와 지적인 음악성을 지닌 “메탈릭 하드코어” 를 다시금 제대로 구사하며 단숨에 왕년의 기량을 회복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모습에서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고야 만다. 데뷔작 때부터 메이저 스타급 메탈릭 하드코어 밴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드는 강렬한 사운드와 카리스마가 다시금 불을 뿜고 있으며, 그동안의 아쉬움이 시원스레 해결되고 있다는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 여기에 밴드의 최근작에서 선보였던 엑스페리멘탈 록 성향의 코드의 여전하고도 적절한 가미가 행해진다. 아직까지 그러한 방향성에 대한 집착은 못마땅 해 보일지 모르지만 의외로 Blacklisted 의 파워풀한 사운드와의 근사한 조화를 이루며 (좀 늦긴 했지만) 설득력 있는 변화상으로의 좋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에서의 아성을 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적절한 변화상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이상론에 취해 너무 오랜 시간 돌아 왔다는 점에서 적절히 점수가 깎인다는 점 역시 부정하긴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6년이나 걸렸긴 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3집” 으로써의 가치는 충분하다. 과거처럼 과하게 음악적 에고에 취하지만 않는다면, 너무 늦어버려 이제는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Blacklisted 만의 오리지널리티 확보 & 음악적 금자탑 확보로의 골인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워낙에 전과(?) 가 화려한 이들이기에 기대와 불안감은 함께 하겠지만… 그래도 이들은 아직도 “메탈릭 하드코어의 영광을 차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진정한 실력파” 로써의 가치는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듯 하다. 신작 When People Grow, People Go 은 6년간 보이지 않았던 “음악적 설득력” 이 매우 효과적으로 발휘 되기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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