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lime With Rome – Yours Truly (Fueled By Ramen, 2011)

Sublime With Rome – Yours Truly (Fueled By Ramen, 2011)

Sublime 이라는 밴드는 90년대 스카라 할 수 있는 써드 웨이브 스카 파이오니어인 동시에 그 어떤 밴드들보다 뛰어났던, 뛰어 날 수 밖에 없었던 대단한 밴드였다. 하드코어 펑크의 본산지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공격성에 레게/덥/스카/락스테디를 그 어떤 밴드들 보다 맛나게 버무렸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이 구사하는 음악에 어울릴법한 랩/힙합, 포크, 다양한 남미음악을 쉴 새 없이 집어 넣었고, 제대로 용해 시켜내는데도 성공했다. 메이저 데뷔작이자 3번째 앨범이자, 90년대 스카를 넘어서 아예 90년대 명반으로 평가받는 Sublime (1996) 이 바로 그 증거였다. 하지만 밴드는 본격적인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박살이 나고야 만다. 밴드의 브레인인 보컬/기타리스트 Bradley Nowell 이 성공적인 메이저 데뷔를 시작하자 마자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었다. 음악적인 브레인을 잃었다는 현실과 그가 없으면 Sublime 이 존재 할 수 없다는 우정으로 인해 밴드는 바로 해산했다. 그렇게 끝나는듯 싶었다.

밴드의 베이시스트 Eric Wilson 과 드러머 Bud Gaugh 는 Sublime 의 이름으로 다시금 2009년에 활동을 시작했다. Noel 의 빈자리에는 Rome Ramirez 라는 새 보컬/기타리스트를 기용했고 말이다. 이런저런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나름 괜찮을 반응을 얻었고, 이에 탄력을 받은 밴드는 새 앨범 녹음에 과감하게 돌입한다. 그와 동시에 밴드는 고소를 당했다. 리더였던 Bradley Nowell 의 가족들이 Sublime 이라는 이름을 상의없이 사용하며 돈벌이 나섰기 때문이었다. 법정 절차를 통해 내려진 결론은 나머지 두 멤버가 Sublime 의 이름을 사용 할 수 없다는 현실이었고, 결국 그들은 밴드명을 Sublime With Rome 으로 개명하게 되었다. 그리고 준-메이저 펑크 레이블 Fueled By Ramen 을 통해서 2011년에 Yours Truly 를 발표하게 된다.

음악적 리더가 없는 밴드의 과도한 추억팔이 재결성과 그에 합당한 고소와 법원에서의 패배라는 좋지 않은 모습을 통해 발표 되었지만 Yours Truly 는 나름 꽤 괜찮은 앨범임에 틀림은 없다. 매우 뛰어나고도 유별난 음악적 센스의 Bradley Nowell 의 존재가 Sublime 그 자체라는 엄연하고도 냉정한 잣대를 들이 대고서라도 말이다. 첫 싱글 Panic 을 비롯한 3-4곡 정도가 파워풀한 펑크적 스카/하이브리드 락 사운드를 보여 줄 뿐, 나머지는 기타팝 노선의 레게/스카/덥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생각보다 뛰어난 작곡력과 훅을 앞세우며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새 보컬리스트 Rome Ramirez 는 Bradley Nowell 의 모창가수라고 할 정도로 괜찮은 보이스를 들려주며 제법 청자를 놀래키는데 부족함이 없는 선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추억팔이 레벨을 절대 벗어나지는 못한다” 라는 결과도 낳고야 만다. 괜찮은 송라이팅과 각 곡의 후렴부마다 터져 나오는 굉장한 매력의 훅은 굉장히 인상적이지만, Sublime 이라는 브랜드에 걸맞는 다양한 장르/스타일 믹스까지는 절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그러한 대단한 음악적 유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귀에 걸리는 흥겨움과 달큰함은 매우 괜찮지만, Sublime 이라는 간판을 잣대로 들어 이것저것 따지면 불합격 그 자체인 앨범이다. 말 그대로 딱 “추억팔이” 레벨이다. 하지만 괜찮게 만든 곡 까지는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곡 능력은 확실히 예상 이상이니까 말이다. 듣고 즐기는데에는 괜찮지만, 음악적인 부분을 따진다면 Sublime 이라는 간판에 어울리지 않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앨범이라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Sublime 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던것 자체가 좀 오버인 동시에, 그들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대단하긴 대단한 물건이었다 라는 사실만 각인 시키고야 마는듯… 차라리 밴드명을 새롭게 지었으면 굉장히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꽤나 머릿속을 맴돈다. 게다가 밴드의 드러머였던 Bud Gaugh 가 “재결성 초기엔 좋았지만, 큰 무대에서 공연을 거듭하며 이건 아니라고 느꼈다” 라느 양심고백에 이은 탈퇴로 인해 밴드 오리지널 멤버가 Eric Wilson 홀로 남았다는 최근 행보를 보면 더더욱 이 밴드와 이 앨범은 아니올시다로 나아가도야 만다. 이래저래 아쉬운 앨범이다. Sublime 이라는 간판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라는 점, Sublime 이라는 간판에 어울리지 않는 멤버 구성이 되어 버렸다는 점, 그래도 나름 괜찮긴 한데 말이지 하는 생각을 되새김 하게 만드는 점에서 말이다. 악담은 꽤 날렸지만, Sublime 과 함께 매우 즐거운 90년대를 보냈던 나름 다이하드 팬이라면 기분 좋게 즐겨 줄 만 하다. 그건 사실이다. 몇번을 말해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한마디로 애매모호한 물건이다.

- Mike Villain


Pa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