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 Destroyer – Book Burner (Relapse, 2012)

Pig Destroyer – Book Burner (Relapse, 2012)

Pig Destroyer 는 그라인드코어 역사에 있어서 대반전인 동시에 금자탑인 밴드다. Enemy Soil 출신의 보컬리스트 J. R. Hayes 는 그렇다쳐도, 밴드의 음악을 담당하던 Scott Hull 은 Anal Cunt 와Agoraphobic Nosebleed 라는 그라인드코어를 가장한 병신(?) (조크니까 너무 발끈하지 말도록!) 집단 출신이었기에 절대로 음악적인 부분에 기대를 할 수 없었지만은… 이게 왠걸! 두번째 앨범 Prowler In The Yard (2001) 에서 만만찮은 센스를 보여주더니만, 2000년대 들어서 등장한 그라인드코어의 모던화/펑크화/테크니컬 메탈화/송라이팅 중요화의 대명사급 앨범으로 Terrifyer (2004) 으로 그라인드코어/익스트림 메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버리고 말았다. 그라인드코어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하는 앨범의 대명사로 평가 받으며 대단한 대반전을 선사했고, 차기작인 Phantom Limb (2007) 역시 굉장했다. 수많은 메탈 언론들이 “올해의 앨범” 으로 평가 할 정도로 완벽한 것을 보여주며 그라인드코어 역사의 위대한 금자탑을 세우는데 성공 해 버렸다는 점도 중요했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악명이 자자했던 Scott Hull 이 2000년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송라이터, 심지어 프로듀서로의 명성까지 차지 해 버렸다는 점은… 뭐 더 할 말이 없다.

2012년 신작 Book Burner 는 그러한 영광스러운 페이스를 스무쓰하게 이어가는 쾌작이다. 허나 전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앨범으로, 밴드의 그럴싸한 터닝포인트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2000년대의 거의 모든 모던 그라인드코어 밴드들이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쓰래쉬코어, 파워파이올런스와 같은 익스트림 펑크에 많은 음악적 영감을 받았고, Pig Destroyer 역시 그러했는데 본작은 그러한 펑크적 색채가 한층 더 강해진 앨범이다. 극한까지 몰라 붙였던 브루탈함은 조금 파워 다운 되었다. 이에 대해서 실망한 사람도 많겠지만, 펑크 특유의 심플한 질주감이 적절하게 그 자리를 메꿔 주는건 분명한 사실. 그와 더불어 많이 도입 된 새로운 점은 헤비-그루브다. 그루브 메탈을 연상케 하는 끈적하고 묵직한 미드템포 역시 만만찮게 많이 시도 되었고, 이 역시도 조금 많이 당혹스럽기도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Pig Destroyer 만의 초과격 그라인드코어적 사운드와 펑크적인 심플한 직선미, 그라인드코어지만 익스트림 메탈이기도 한 밴드다운 메탈적인 헤비함과 그에 걸맞는 헤비 그루브의 적당한 구비, 이 세가지 요소들의 뛰어난 융합은 분명 합격점이다. 과감한 변화의 폭에 비해 과격함의 감소가 상당히 적은, 매우 이상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밴드의 이미지를 손상 시키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음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입지를 제대로 다진 멋진 앨범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부가적인 장점이기도 하고 말이다. 앞으로 Pig Destroyer 의 2막을 기대 해 보자! 뭐 굳이 이런 말 안해도 될 것이다. Book Burner 는 자연스럽게 더욱 새로운 Pig Destroyer 를 기대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또한 이 앨범의 디럭스 버전에는 Black Flag, Misfits, Angry Samoans, Negative Approach, Circle Jerks, Minor Threat, Void 와 같은 80 하드코어 펑크 아이콘들의 앤썸들을 커버한 7곡의 EP 앨범인 Blind, Deaf, And Bleeding 이 포함 되었는데, 이는 Book Burner 의 색채를 강화 시키기도 하고, 밴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이해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Pig Destroyer 같은 2000년대의 모던 그라인드코어 거장들이 다양한 하드코어 펑크로부터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큰 영감을 받았기에 그러하다. 중요하지 않은듯한 보너스 기획이지만, 신보의 새로운 터닝포인트와 오묘한 콤비네이션을 이루는 커버 EP 이라는 점이기에 이 역시 귀 귀울일만 하겠다.

- Mike Villain


Burning Pa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