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lia – About That Life (Artery, 2013)
Descendents 가 등장 했을때도 그랬고, Green Day 가 등장 했을때도 그랬으며, The Promise Ring 이 등장 했을때고 그랬던 데다가, Finch 가 등장 했을때도, My Chemical Romance 가 등장 했을때도, 또한 As I Lay Dying 이 등장 했을때도 그랬다. 무슨 말인고 하니, 펑크/하드코어의 스탠다드에 벗어나는 밴드들은 음악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논하기 전부터 “유죄” 딱지가 붙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딱지가 붙는 이유는 황당하기도 하면서, 나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이기도 했다. 별 거 없다. “펑크/하드코어 같지 않아서” 이다. 모두가 다들 잘 알다시피 특정 장르, 특히 인디음악 장르, 더욱이 강한 사운드의 음악, 결정적으로 펑크-메탈-하드코어 같은건 바로 이러한 행동강령적/애티투드적 기준이 꽤나 중요하고 엄하지 않던가. 여하간 그러한 개념이 있다고 대충 이해를 해 두자. 이런건 너무도 낡은 떡밥이기에 물고 늘어질 가치도 없으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까임의 기준이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는 점이고, 까임의 기준이 더욱 혹독 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만드는 어그로 강도가 남다르다 못해 펑크/하드코어 & 메탈 역사상 가장 무서운 병신(?) 밴드들이 마구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팝펑크, 이모, 메탈코어 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골수 팬들에게는 진짜 이건 아니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사운드” 라는 마지노선적인 것이 있었지만, 데스코어/일렉트로코어로 “비난받는 헤비니스” 의 세대교체가 되자 “누가봐도 이건 진짜 병신 새끼들이다!” 라던지 “이놈들 지금 미국식 개그 특유의 장난질 하는거지?” 라는 반응을 단번에 튀어 나오게 만드는 밴드들이 마구 등장 했다는 말이다. 뭐… 긴말은 하지 않겠다. Attack Attack! 의 Stick Sticky 비디오클립이 전해준 엄청난 충격과 논란의 후폭풍이라는 것만 간단히 언급하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의외적인 면모도 있다. 지금까지 비난받던 장르들은 음악적으로 실력/센스가 애초에 없다는 점을 매우 기본적인 비난의 근거가 되었었다. 허나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의 흐름은 꽤나 다르다. 데뷔 초기에는 저질 밴드 주제에 지나치게 인기에 편승하고, 지나친 이미지 메이킹과 앨범 판매 기획에 매진하여 10-20대를 세뇌 & 그걸로 덩치를 불리기를 하는 협잡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앨범이 거듭 발표 되면서 “스타일이 병신 같다는 점, 펑크/하드코어-메탈 특유의 장르가 해야하는 음악적 스타일과 애티투드에 크게 벗어나 있고 계속 욕을 먹어야 하겠지만은… 음악적 퀄리티의 놀라운 업그레이드가 행해지고 있다” 라는것을 차근차근 보여주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밴드의 탄생부터 해산까지 욕설과 비난과 함께 할 밴드들이 음악적 레벨업을 차근차근 해 냈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러한 놀라운 발전상은 펑크-하드코어/메탈적인 마이너 문화적 고정관념 및 음악적/애티투드적 호불호의 기준선이 매우 애매모호 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그러한 부분이야 말로 진정 놀라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Attack Attack!, Asking Alexandria, Periphery, Born Of Osirus, Emmure 와 같은 밴드들의 최근작들의 퀄리티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헤비 음악씬의 시선 변화상을 생각 해 보도록 하자. 그렇다. 이제는 “병신 같지만 멋있는데?” 하는 설득력의 밴드들이 50여년의 펑크/하드코어-메탈 평가기준을 서서히 박살내기 시작하며 오랜 언더그라운드 뮤직/문화 특유의 평가 기준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음악적으로 뛰어나지 못한 병신 밴드들의 숫자는 여전히 많다는 점도 중요하다. 케바케 그 자체라는 말이지.)
여하간 개념잡이는 이 정도까지 해 두자. 이제부터 본편으로 들어가보자. 본편은 바로 병신같음의 지존급 오오라를 여전히 풍기는 밴드이자, 그와 동시에 놀라운 음악적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성공한, 그와 동시에 2013년 한해에 가장 화끈한 어그로를 끈 밴드 Attila 의 신작이자 5번째 앨범인 About That Life 이다.
Atilla 의 커리어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Attack Attack!, Emmure 가 총알받이 해 줘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상 최악의 메탈코어/데스코어 밴드” 라고 말 할 수 있겠다. 팝펑크, 이모, 메탈코어, 데스코어, 일렉트로코어의 모든 공통분모는 “언더그라운드 컬쳐/라이프적인 아이덴티티가 버젓히 살아있는 펑크/하드코어-메탈을 10-20대 애새끼 마인드로 맘대로 재해석하기” 였는데, Atilla 는 그 중에서도 최악인 밴드였다. 데스코어를 구사한다는 목표성은 있었지만, 90년대 중후반 애새끼들 이모 & 2000년대 저질 애송이 메탈코어적인 뻔한 구성과 뜬금없는 이모셔널 멜로디/캐치 파트의 어레인지를 여기저기 남발 해 댔고 자연스레 “멍청한 이모 애새끼들이 데스코어 코스프레 하기” 로 굳어졌으며, 데스코어 애호 10-20대의 오용 애호 사례의 대명사로 굳어졌다. 여기에 얼토당토 하지 않은 파티 타령으로 점철 된 것을 추가하면 진짜 최악의 밴드로 최종 진화한다는 점도 빠트리지 않고 거론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한 고정관념은 4번째 앨범인 Outlawed (2011) 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Attack Attack! 로 대표되는 모든 2010년대 병신코어 밴드들의 놀라운 “음악적 갱생과 그로 인한 인식의 후폭풍 현상” 을 책임 진 프로듀서인 Joey Sturgis 를 만나며 Attila 는 놀라운 발전을 기록하며 “병신같지만 꽤 멋진” 데스코어/메탈코어를 꽤 괜찮게 완성 시키면서 말이다. 물론 여전히 병신이라고 열라 까이고 혹평 받았다. 허나 이에 대해 밴드 역시 “지랄 할 새끼들은 계속 지랄 하겠지. 우리는 이대로 간다!” 라며 어그로를 제대로 끄는 초강경 노선(?) 으로 응수하기도 하기도 했고, 당연히 안티 세력의 수를 차곡차곡 쌓는데 성공 하기까지 했다. 여하간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이들은 다시 Joey Sturgis 팀업을 했고, 2013년에 신작 About That Life 을 발표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의 “뭔가 잘못 된 하드코어-메탈” 을 논하는데 첫번째로 손꼽힐 만한 경지까지 오르게 된다.
About That Life 는 “하드코어-메탈은 이래서는 안된다” 라는 점과 “그래서는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꽤나 뛰어난 음악적 레벨로 앞세워 뜯어 고치는데 일가견이 있다” 라는 점을 동시에 발휘하는, 말 그대로 “논란의 앨범” 그 자체 되겠다. 2000년대의 모든 헤비니스를 따져서도 랭킹 1-2위를 다투는 레벨의 논란성을 자랑한다. About That Life 의 음악적 근간은 빗다운 메탈릭 하드코어 + 데스코어이다. 여기에 Bling-Bling 하고도 Swag 한 힙합 양아치 애티투드, 그런 인간에 걸맞는 질펀한 알콜-썅년 콜라보레이션 파티 라이프 추구 타령, 그런 분위기에 걸맞는 비트박스, 래핑, 갱스터-허슬러적인 욕설 남발, 이러한 음악적(?) 애티투드에 걸맞는 스트릿 패셔니스타적인 요란 뻑적지근한 비주얼 추구까지… 첫단추 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제대로 채워져있고, “야이 개새끼들아! 내가 존나 킹왕짱이다!” 라는 근거없는 양아치/마초 애티투드 대발산까지 행하며 어이를 우주 저편 저멀리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공식은 Lil Wayne 이 하드코어-메탈에 빠지고, Michael Jackson 급의 성형수술을 하고서 기타를 다시 잡지 않는 한 나타 날 수 없는 사운드일 정도로 얼토당토 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허나 놀라운 점은 이 앨범이 꽤나 멋나게, 평균점 이상은 충분히 따내는 당상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이다.
메탈코어 70 % + 데스코어 30% + 잡스런 파티 허슬러-스웨거 코드의 악용 + ??? = About That Life… 한마디로 잘 마무리 될 모양새의 프로세스는 절대 아니다. 희대의 헤비니스 사운드 개그가 터질 것이라 예상되나, 꽤 놀랍게도 저 잡스런 코드들의 정리가 놀라울 정도로 잘 행해지고 있다. 좀 패셔너블하게 어레인지는 되긴 했지만 이들이 구사하는 빗다운 헤비니스는 꽤나 양질이며, 패셔너블한 어레인지를 행한 Emmure, Bury Your Dead 에 비해서 실력/센스는 한 수 위라고 평가해야 할 정도로 괜찮다. 예전 앨범에서 행하던 뭔가 음악적으로 할 것 없으면 바로 이모 or 메탈코어 특유의 클린파트성 요소로 때우던 모습과는 다르게 꽤나 끈덕지게 헤비한 메탈코어/데스코어적인 사운드로 귀결 하려는 끈덕진 대견함도 보여준다. 그때문인가? 중간중간 웃음보 터지게 만드는 비트박스, 어설픈 스웨거 래핑 주저림, 랩/락 적인 리드미컬한 입놀림 등의 요소들마저도 제대로 된 메탈코어/데스코어 콤비네이션 덕택에 꽤 긍정적인 스타일 넘치는 사운드로 귀에 걸리게 될 정도다. 여기에 많은 병신코어 밴드들을 음악적으로 갱생 시킨 Joey Sturgis 특유의 장르/스타일 난잡함 정리 가이드라인의 발휘, 2010년대 들어 최고라 할 수 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엄청난 사운드 프로듀스가 더해지며 “뭔가 잘못 된 하드코어” 는 “병신 같지만 꽤 괜찮은 하드코어” 로 자연스레 변화된다. 그것도 엄청난 설득력과 “여지껏 나온 잘못된 하드코어의 갱생사례보다 더욱 강한 매력” 으로 승화 되면서 말이다. 결국 이 앨범은 기분 나쁘고 어이 없지만, 그와 동시에 꽤나 재미지고 즐거웁게 즐기게 되는 앨범으로 귀결되고야 만다.
이 앨범 발매 직전에 밴드의 보컬리스트 Chris “Fronz” Fronzak 는 “여하간 우리는 현존하는, 그리고 존재하는 가장 논란어린 메탈 레코드를 만들었다. 그러니 어서 증오를 퍼붓기 바란다.” 라고 발언 했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으니 깔려면 까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라 라는 식이었고, 당연히 앨범 발매전부터 다양한 메탈 언론/팬들의 평가는 악의적으로 따 논 당상이었다. 그리고 예상되로 악평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의 어이없는 정체성과 과도한 자신감 표출에 대해 엄청난 비난을 가했다. 물론 그럴만한 요소는 많았다. 나 역시 그러한 부분에 동참하고 싶다. 허나 이 앨범은 비난만 가해서는 안되는 앨범이다. 소위 “병신코어” 일 지언정, 이러한 “병신” 들이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음악적 업그레이드를 해 내고 있으며, About That Life 는 그러한 세력들의 2013년을 대표하는 물건이자, 또 한번의 차세대 변화상이기도 하기에 그러하다. 하드코어/메탈적 아이덴티티적 입장으로 보자면 빵점이다. 허나 이 앨범의 음악적/스타일적인 깊이와 개성만을 놓고 본다면 이 앨범은 아무리 패널티를 받아도 70점 이상은 나오는 앨범이기도 하다. “병신들의 역습” 은 날로 치밀해지고 있으며, 강한 설득력을 하나 둘 가지게 되었다. 특정 장르의 기준이 오염되고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이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여하간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이다. 뭔가 잘못 된 사운드의 악평적 근간은 음악적인 부분의 엄청난 부재였다. 그것이 없는 앨범이 About That Life 이란 말이다. 또 다른 시대가 열린 것인가? 그건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좋은 일이건 간에 나쁜 일이건 간에 “일났다” 라는 점은 분명하겠다. 병신 밴드들을 우습게 보아도 상관없지만, 덮어놓고 무시하기엔 무리인 시대가 도래 했다는 말이다. 좋게 바뀔지, 더욱 아니올시다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나 분명한 것은 골수론자들은 이래저래 위기(?) 라는 점이다.
- Mike Villain
About That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