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phets Of Rage – S/T (Fantasy/Caroline, 2017)
Public Enemy 의 래퍼 Chuck D 와 DJ Lord, Rage Against The Machine 의 기타 Tom Morello 와 드러머 Brad Wilk 와 베이시스트 Tim Commerford, Cypress Hill 의 래퍼 B-Real 라는 어마무시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슈퍼팀 Prophets Of Rage 의 결성은 “필연” 이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현재 대통령으로 당선 된 논란의 인물 도날드 트럼프의 도가 지나친 인종갈등 유발, 그 중심이 되는 일종의 먹잇감인 좌파 백인 / 흑인 / 히스패닉의 분노, 그리고 그 각 문화를 대표하는 폴리티션이자 컬쳐 아이콘들의 결합과 즉각적 음악적/정치적 대응은 필연 그 자체라는 말이다. 이 밴드는 결성과 동시에 현 정부에 대한 음악적/정치적 대응을 라이브 무대로 보여 주었고, The Party’s Over (2016) 라는 EP 를 통해 앨범 활동으로도 보여 주었다. (모양새는 괜찮은 편이지만, 솔직히 EP The Party’s Over 는 개 쓰레기였다. 밴드의 이미지를 제대로 잡기 위한 급조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됐었지…) 그리고 그 다음은? 뭐긴 뭐겠는가? 풀렝스 앨범이지. 2017년 9월, 밴드는 셀프 타이틀 데뷔작을 내 놓았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 앨범은 반쪽짜리 앨범이며, 쾌작과 망작 중 하나만 고르라면 그래도 쾌작에 속하는 앨범이. “밴드 결성의 취지의 좋음과 음반의 퀄리티는 별개. 냉정하게 봐야한다.” 라는 점에서 말이다. 단점부터 말해보자. 본 앨범은 새로운게 전혀 없다. 너무 없다. 음악적 뻔뻔함에 한숨이 시원하게 내 뱉아질 정도다. “Rage Against The Machine 1집 스타일의 프로덕션과 반주에 Public Enemy 와 Cypress Hill 래퍼들이 랩함.” 으로 모든게 설명되는, 음악적으로 매우 빈약한 한장이다. 이게 한 뮤지션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담은 앨범이란 말인가? 그냥 라이브 무대에서 짦막하게 한두곡 같이 하면 딱인 이벤트를 굳이 앨범이라는 나름 의미 심장한 포맷에 담을 정도의 의미있는 음악적 커리어란 말인가? 본인의 대답은 NO 되겠다. 매우 빠른 페이스로 앨범을 만들었기에, 현 미국 정부 규탄에 포커스가 좀 더 맞춰져 있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너그럽게 생각하려 해도 이건 해도 너무 했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신곡 뭐하러 만들고 스튜디오는 왜 들어가고 그랬냐? Zack de la Rocha 의 보컬을 삭제한 RATM 1집에다가 걍 PE 랑 Cypress Hill 이 랩하는게 더 싸게 먹히는데? 이라는 막말이 시원스레 나올 정도다. 존나 한심하다. 현 정부 규탄 어쩌고 하면서 자신들의 부실한 현 음악 커리어를 다시 한번 끌어 올리려는 추억팔이 꼼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 정도로 심각히 음악적 신선도가 좋지 못해 트럼프 대통령 언행만큼 구릿하다.
음악적 유니크함이 전혀 없지만, 또 놀랍고도 황당하게도 각 멤버들의 실력 및 센스는 아주 죽여주며 그걸로 호평을 억지로지만 꽤나 실한 양으로 쥐어 짜 내고 있는것도 이 앨범의 특징이다. 각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아주 죽여준다. 2017년 9월 현재 상황으로는 완전 쉬어 빠진 사골국 위치에 놓여져 있지만 그래도 Tom Morello 의 기타는 간만에 번뜩이는 재치의 리프와 솔로잉을 예상외로 실하게 내 뿜고 있고 Audioslave 와 연동되는 멜로디 제조 센스 또한 아주 신선하다. RATM 1집 이후 최고 기량 이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RATM 1집의 실함이 제대로 살아나는, 그 이후에 현저히 줄어버런 그만의 슬로우/그루브 감각도 (오랫만에 레코딩 활동을 하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상대로 전개되지만 막상 들어보면 꽤나 신선하게 다가오기에 고개를 기분좋게 갸웃 거리게 된다. 래퍼들의 백업도 기가 막힌다. 락 비트 중심의 힙합 사운드를 주구장창 해 온 Public Enemy, 아예 랩락 앨범을 하나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Cypress Hill 이기에 락 비트를 제대로 타면서 자신의 랩 스킬을 발휘하는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확실하게 보장 된 실력과 센스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Audioslave 풍의 멜로디어스한 전개에도 싱얼롱 스타일의 래핑을 적절하게 작렬하며 의외의 재능을 보여준다는 점도 흥미진진한 구석이기도 하다. 급조 된 앨범치고 새로운건 없지만, 팀웍 하나만큼은 몇년 같이 한 밴드처럼 서로간의 이해와 조화가 예상외로 기막히다. 그걸로 앞서 설명한 단점을 완벽히 커버한다. 아쉬움의 폭풍속에서도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를 보여 주기에 본작은 아쉬워도 쾌작으로 결론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나아간다.
Prophets Of Rage 의 셀프타이틀 앨범은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한장이다. 지나칠 정도로 새로운 음악적 껀수 없음이 극에 달해있다는 점, 그와 별개로 각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그들의 전성기인 8-90년대만큼 제대로라는 점, 최근 작품들에서 현저히 떨어진 음악적 재능표출을 보여 준 그룹/밴드들의 멤버들이 (사골국이란 점을 절대 무시 할 수 없지) 왕년 페이스를 보여 주었다는 점, 원래 RATM 의 재결성 앨범으로 귀결 되어야 했지만 Zack de la Rocha 의 변함없는 “RATM 나는 안함” 사인에 대한 대안으로 이 앨범이 탄생 되었음을 무시 할 수 없다는 점, 그와 연동되는 것으로 RATM 의 고질적 단점인 “정치 선동으로 부를 축척하는 아이러니” 가 다시 한번 발생하며 이 팀의 존재의미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 등 장단점이 마구 충돌 한다. 여하튼 재미는 확실한 한장이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앨범도 나올수도 있는거 아니겠는가? 이 팀과 앨범에 대한 평가는 각자 알아서들 내리시길. 본인은 “합격은 아니지만 좋음” 으로 결정 내리도록 하겠다.
- Mike Villain
Unfuck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