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al Apathy – The Upper Hand (Dope Records, 2017)
2016년 3월에 조용히 결성. 1년간 밴드만의 오리지널 곡들을 연주하며 기틀을 다짐.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10회가 넘지 않는 몇번의 공연. 2017년 9월에 4곡짜리 데뷔 EP The Upper Hand 의 발표. 이것이 Formal Apathy 라는 밴드의 활동 내역의 전부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메탈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확실한 임팩트를 남긴 초특급 데스메탈 괴물 신예”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무서운 밴드다. 데뷔 라이브 무대에서부터 Morbid Angel 의 대표곡 중 하나인 Rapture 를 완벽히 구사하고 그에 맞먹는 아우라를 지닌 밴드만의 오리지널 곡을 선보인 밴드, 그 단 한번의 공연으로 것을 바탕으로 무려 “Krisiun 내한공연 오프닝 액터” 로 전격 기용 된 밴드, 그렇게 한국 메탈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이 서서히 알리기 시작과 동시에 데뷔 EP 를 이미 완성 시키고 마무리 단계/발매일 공표를 내린 바 있는 전력을 지니고 때문이다. 이렇게 빠른 페이스와 완벽에 가까운 팀 컬러를 확보한 팀이 있었을까? 본인은 이들을 능가할 그 누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완벽하고도 빠른 페이스의 안정적 데뷔의 이유는 따로 있다. Formal Apathy 는 나름 슈퍼팀이기 때문이다. 밴드의 창립자인 드러머 왕명호는 김경호 밴드에서 활약하고 있고 그와는 또 별개로 드럼 테크니션으로 유명한 인물이며, 기타리스트 정중곤은 Dark Mirror ov Tragedy 와 Metamorphosis 출신의 베테랑, 베이시스트 신재호 또한 김경호 밴드 출신이다. 보컬리스트 정영섭만 첫 프로 밴드로의 도전인데 그 역시 드러머 왕명호의 오랜 친구로 그와 예전에 밴드를 함께 한 적이 있었기에 그 또한 예사 멤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그냥 보통의 신예가 아니다. 연주/퍼포먼스 기량이 결성과 동시에 완성 된 매우 보기 드문 밴드이며, 슈퍼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있어 전혀 생소 하지가 않은 밴드다.
애초에 기량적으로 완벽히 준비가 된 밴드라 그런지, 데뷔 EP The Upper Hand 의 준비 및 발표까지는 1년 남짓한 시간만이 걸렸다. 단 4곡을 담고 있지만, 이 앨범의 충격도와 만족도는 몇년간 열과성을 다해 준비한 풀렝스 앨범만큼 강렬하다. 거의 대부분의 한국 인디 밴드들이 “데뷔작으로 밴드 유명세 확보에 대한 승패에 올인” 을 하기에 데뷔 EP/앨범 제작에 지지부진 한 경항이 있는것과는 달리 아주 빠른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뭐 그리 재고 있나. 기량 충만이 차 올라 와 있으면 그냥 시원하게 하는거지” 하는 투의 과감한 선택은 매우 매우 인상적이다.
그래도 그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데스메탈의 모든것을 담은 완벽하기 그지 없는 뛰어난 음악성이다. The Upper Hand 는 “데스메탈 토탈팩” 이라는 말로 매우 간단하고도 완벽하게 설명된다. 본작은 데스메탈의 과거 현재 미래, 컬트한 스타일 및 모던한 스타일까지 전부 다 들어 있다. Morbid Angel, Nile 로 대표되는 극단적 과격성과 편집증적 테크닉 대방출이라는 매니악한 면모가 기본틀로 잡혀져 있고, 여기에 캐치함과 리드믹/그루브함으로 듣는 재미를 극대화 한 바 있는 Vader, 그러한 스타일을 기반으로 모던한 센스로 어레인지 하며 적잖은 음악적 임팩트를 남긴 바 있는 Misery Index, Exhumed 같은 밴드가 생각나는 유연한 뮤지션쉽 또한 적재적소에서 치고 들어오며 듣고 즐기는 흥미진진함과 음악적 스타일의 폭넒음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던함은 Animosity 와 같은 “제대로 된 데스코어” 가 생각날 정도라는 부가적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는 점 또한 빠트릴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이드디쉬적 음악 요소를 선보이나, 최종적 결론은 과격 테크닉 중심의 90년대의 데스메탈로 철저하게 내리며 한가지 본질에 젼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다는 점, 그것이야말로 이 EP The Upper Hand 의 진면목이다. 드러머 왕명호의 아낌없는 드럼 테크닉 대방출,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구현되는 각 멤버들의 테크닉 발휘를 통한 개개인의 퍼포머로써의 존재감 발휘, 보컬을 제외한 모든 파트가 멤버 직접 DIY 로 녹음 및 믹싱 하였으며 매우 기름진 프로덕션을 자랑한다는 점 등등은 적잖은 것들이 이 앨범의 플러스 요소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 또한 빠트려서는 곤란한 이 앨범의 숨겨진 장점들이다. 이 역시 놓쳐 버려선 곤란하다.
The Upper Hand 는 정말 대단한 한장이다. 데스메탈 역사의 상하 계보 및 그 역사속에 존재했던 다양한 옆가지 스타일 또한 욕심있게, 그와 동시에 매우 깊고 자연스레 모두 구사 해 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멤버 개개인의 뛰어난 퍼포먼스와 강렬한 개성발휘 만큼이나 잘 어우러진 멤버간의 조화와 팀웍, DIY 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뛰어난 레코딩/프로덕션 사운드 등 하나하나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매우 완성도 높다못해 완벽하다는 점, 인상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완벽 그 이상” 이라는 식상한 문구가 어울리다 못해 한참 모자랄 정도이며, 한국 익스트림 메탈 역사상 이렇게 음악적으로 깊은 한장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냉정하게 음악성으로 놓고 보면 이 EP 는 단숨에 넘버원을 차지하고도 남는다!) “음악은 정말 타고 나야만 하는 것인듯…” 하는 자괴감 마저 유쾌하게 살짝 전해주는 괴물스러움 또한 재미지다. 단 4곡에서 그러한 위대함이 보여지다니… 더 이상의 자세한 미사여구는 필요가 없을듯 하다. 완벽 그 자체다. 4곡뿐이지만 완벽하며 위대하다. 너무 완벽해서 “더 많은 곡을 듣고 싶지만 4곡뿐임” 이 단점이라는 단점일 뿐이다. 이들 및 데스메탈을 아는 사람들 에게는 풀렝스가 필요하다. 그것도 당장 말이다. 그리고 당장에서라도 완벽에 가까운 풀렝스를 턱 하고 던져 줄 것 같다. 그런 느낌까지 전해주는 데뷔 EP 가 바로 본작 되겠다. 최고의 EP 을 넘어선, 최고의 밴드의 등장을 알리는 물건 되겠다. 최고다.
- Mike Villain
Divine Of 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