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ever That Means – Sixty-Eight, Twenty-Two (World Domination INC, 2014)

…Whatever That Means – Sixty-Eight, Twenty-Two (World Domination INC, 2014)

…Whatever That Means 는 BB Luckytown 의 베이시스트로 활약 한 바 있는 쓰렉, 미국에서 온 사나이 Jeff Moss 는 뜨거운(?) 사랑끝에 결혼을 하게되고, 결혼식 뒷풀이 피로연을 위한 1회성 팝펑크 프로젝트 밴드로 시작 되었다는 독특한 시작점을 가지고 있는 밴드다. 이러한 1회성 이벤트가 꽤나 재밌게 돌아가자, 원래 게스트 멤버였던 쓰렉이 정식 멤버로 가입되고 라인업을 정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자신들만의 곡을 만들고, 홍대씬에서 많은 공연을 가지고, 지방 공연도 자주 다니고, 자비를 털어서 EP 와 앨범을 제작하고, 해외에 앨범을 유통하고, 이를 계기로 말레이지아와 미국 투어도 다녀오는 등, 매우 거침없는 활동을 보여주었고, 이는 자연스레 전국구 펑크락 유명인사 & 한국을 대표하는 팝펑크 밴드로 자연스레 등극하게 된다. (특히 거침없고도 활발한 라이브 활동/교류를 통한 WTM 만의 월드와이드 인맥 네트워크는 그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데뷔 EP The Newest Hope (2010), 첫 풀렝스 Sounds From The Explosion (2011), 이렇게 EP 하나/풀렝스 하나로 만들어 진 것이라는 부분도 놀랍다. 한마디로 WTM 는 한국 펑크락씬에서 가장 부지런하게 활동하는 밴드이자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내리고 있는 모범답안적 밴드라고 할 수 있는 밴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 EP 와 풀렝스를 연달아 발표하며 밴드 커리어의 첫번째 고지를 점령한 이들은 휴식기를 가지며 밴드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고, 그것이 끝나자마자 새 앨범 제작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이 3년만의 신작인 Sixty-Eight, Twenty-Two 이다. Jeff & 쓰렉 부부의 집에 노는 방 하나에 컴퓨터와 전자 드럼을 구비하고 “100% 골방 DIY” 로 만든, WTM 만의 거침없는 활동력이 앨범 퀄리티의 호불호를 가리기 전부터 작렬하며 꽤 괜찮은 인상을 남기는 앨범이기도 한 작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작은?

Sixty-Eight, Twenty-Two 는 간단하게 말해서 “변함없는 앨범” 이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이들만의 팝펑크는 여전히 좋은 느낌을 자아 내기에 충분하다. Green Day, Blink-182 의 대성공으로 인한 팝펑크의 메이저 기획화와는 거리를 확실히 두는,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까지의 “파퓰러한 감각을 지닌 러프한 펑크 사운드” 라는 팝펑크의 음악적/사상적 황금기의 그 모습에 충실한 근본은 바로 그 좋은 느낌의 근간이 된다. 대중성과 공격성, 스피드와 멜로디의 매우 이상적인 공존, 그리고 그러한 팝펑크 스탠다드에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간 기타팝/싱어 송 라이터적 노선으로의 시도와 꽤 괜찮은 결론들은 좋은 인상을 자아 내기에 충분하다. 신작에서는 팝펑크와 기타팝의 조화가 좀 더 잘 되고 있는것도 귀 귀울여야 할 장점이다. 그 두가지의 공존은 곡 안에서 잘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앨범 전체적인 흐름에서 조화가 잘 되는 모양새도 보여주면서 WTM 라는 밴드가 데뷔작부터 노렸던 바를 더욱 확고하게 현실로 하나 하나 옳겨가고 있음은 앨범내의 여러가지 장점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새 앨범은 여러가지 장점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미완성” 인 부분을 애써 부정하기는 힘든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왠지 뼈대 혹은 스케치만 잘 만들어진/그려진 앨범같다. 좀 더 곡에 살을 붙였으면 어떨가 생각하게 만들 정도. 구성, 멜로디, 연주, 보컬 흐름과 훅 모두가 멋지게 발휘 될 곡들이 그렇지 못하게 된 인상이다. 이러한 아쉬움은 “앨범 전체의 흐름이 매우 좋다” 와 맞물리기도 하면서 더 큰 아쉬움을 낳기도 한다. 시간을 좀 더 들여서 각각의 곡들과 앨범 전체 흐름을 좋게 만들었다면 아마도 “한국 펑크 역사에 길이남을 명작” 이 탄생 했을것이라 사료 될 정도이기도 해서 더욱 더 그러하다. 정말 완벽한 앨범이 탄생 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앨범 마지막을 장식하는 The Goodbye Note 는 정말 대단한 곡이다. 이 앨범은 앨범의 아쉬움을 어느정도 시원하게 날려 줄 만한, “완벽한” 곡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그렇게까지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아쉬움이 크기는 하지만, 훌륭한 앨범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줘야만 옳기도 하니깐 말이다. 팝펑크라는 특정 장르의 매력을 끌어 내는데 있어서 매우 완벽하다는 점, (전작과 조금 많이 비슷하긴 하지만) 확실히 변화와 발전상을 하나 하나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좋은 평가를 내려 줄 수 밖에 없다. 그 원동력이 WTM 가 지금껏 행해온 커리어에서 보여지는 “성실함” 과 “부지런함”, 그리고 “과감함” 이기에 더욱 더 좋은 평가를 해 줄 수 밖에 없다. 능력은 조금 부족했지만, WTM 라는 밴드가 펑크락씬에서 보여준 활동력과 기여도를 보면 더더욱 말이다. 다들 아시지 않는가? 열심히 하는 밴드는 언젠가 대박인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 말이다. WTM 는 그 타이밍을 이번 앨범이 아닌, 다음 앨범으로 미룬것 뿐이다. 혹은 음악적인 완벽한 완성품 제작만을 다음 기회로 넘긴것 뿐이다. 나쁘게 생각 할 수는 없더라. 이 앨범엔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지만, 음악적인 부분에 큰 기여를 하는 “열심히” 가 충분히 살아있다. 그음악적인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그러한 부분을 배제해야 함이 옳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무력화 할 정도로 이 앨범의 “열심히” 는 남다르다. 그리고 솔직히 음악도 괜찮다. 너무 판을 크게(?) 벌려서 “아쉽다” 가 클 뿐이다. 기다려보자. WTM 는 성실하다. 명작이 나오는건 시간문제고, 그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 Mike Villain


Sixty-Eight, Twenty-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