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amegi – Conviction (Realize/GMC, 2014)
Hell This Time, 골즙, Dextro Delta-9, 사형집행단 등 부산/대구씬의 명 밴드들이 모인 슈퍼팀으로 시작, 8-90년대 데스메탈부터 2000-2010년대의 메탈코어/데스코어까지 섭렵한 광범위한 사운드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주목을 받았던 밴드. 엄청난 실력과 카리스마의 라이브 퍼포먼스, 홈타운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대구 등 전국을 누비는 왕성한 활동력을 통해 “서울을 제외하면 씬을 만들기란 사실적으로 불가능” 라는 통념을 시원스레 개박살 내 버렸던 밴드. 그러한 음악적 강인함과 성실함의 강렬한 어필은 비-헤비니스 애호 음악 평단조차 인정하게 만들며 “헤비한 음악은 국내에서 인정받기 힘들다” 라는 또 다른 통념까지 해치워 버렸던 밴드. 부산이라는 지역을 한국 헤비니스씬의 새로운 메카로 만들어 버린 밴드. 현재 한국 헤비니스 씬에서 가장 활발한, 그리고 가장 뛰어난 밴드. 그리고 이러한 호평을 단 한장의 앨범으로 만들어 낸 초신성이기도 한 밴드. 아마 익히 들어서들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부산의 호랑이, 과매기이다.
과매기의 데뷔작 This Is Not Hardcore (2011) 은 “한국 락음악 & 헤비니스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 이었다. 모든것이 완벽했기에 그러하다. 데스메탈과 메탈릭 하드코어의 시작과 변화상의 모든것, 그 두가지의 근사한 믹스쳐, 그리고 자신들만의 개성발휘를 단 한장에 완벽하게 담아 냈으며, 자신들의 홈타운에서의 왕성한 라이브 활동, 더 나아가 다양한 로컬씬 원정 & 교류를 통해 릴리즈 활동과 라이브 활동 모두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었다. 그러한 성과는 3년후의 시간이 지난 2014년 5월에 발표 된 2번째 정규작 Conviction 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데뷔작에서의 성과가 너무나도 뛰어났기에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은 부담감과 걱정거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연?
Conviction 한마디로 “흠잡을데가 없는 앨범” 되겠다. (사운드상의 약간의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 있겠지만 말이다.) 장르를 막론하고 새 앨범 이라는 물건은 과거의 특징을 이어 나가면서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것들을 충분히 시도하고 음악적인 결론을 내려야만 하는, 생각보다 만들기 까다로운 물건이다. 과매기의 새 앨범 Conviction 은 그러한 잣대에 매우 충실하며, 충실하다 못해 그 잣대를 농락하는 정도의 수준을 가진 앨범이다. 과매기다운 메탈과 하드코어의 극단적 만남이 여전히 살아있고, 그리고 그러한 것을 보여준 데뷔 앨범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시도하고, 매우 괜찮게, 아니 놀라웁게 마무리를 시키고 있다.
새 앨범다운 새로운 음악적 포인트는 바로 “캐치함” 이다. 새 앨범 Conviction 은 다양한 멜로디, 리듬/그루브, 후렴부나 갱보컬 파트의 강조로 인한 보컬 훅이 추가 되었으며, 노렸던 것이던 아닌 것이던 간에 캐치함은 생성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과매기를 아는 사람 누구라도 그들만의 음악 스타일에 해가 될 것이라 예상하게 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과매기는 올드스쿨 데스메탈의 브루탈함을 주로 하드코어의 심플/스트레이트한 구성과 리듬웍을 이용하는, 메탈과 하드코어의 극단적 코드만을 적극 이용/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밴드로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캐치함의 시도는 무리수가 아닌, 신의 한수로 결론 지어진다. 다양한 멜로디, 그루브, 보컬 훅을 가미 한 것이 과매기 특유의 과격성과의 단절을 의미하는것이 아닌, 과매기의 과격한 맛을 더해주는 스파이스로의 완벽한 역활을 해 낸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새 앨범에서의 캐치함은 일종의 함정이다. 과매기의 과격성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형태와 방법론의 캐치함이 나올 뿐, 그것을 제외하면 과매기다운 과격무쌍한 메탈-하드코어 믹스쳐 일직선 행보는 여전히 불을 내 뿜는다. 캐치한 코드의 적재적소의 삽입은 과매기의 과격한 재미를 서서히 고조 시키고 극단적인 카타르시스로 폭발 시키는 촉매제로 맹활약 하고 있으며, 과매기라는 밴드가 음악적인 발전을 해 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변화상에 너무 치중한 작품이라는 점으로만 받아 들여서도 안된다. 앨범의 절반 정도의 비율로,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데뷔작에서의 100% 과격노선의 과감한 난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변화의 과감함 우리들만의 여전함도 만만치 않다” 라는 듯한 강렬한 인상 역시 이 앨범의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로 큰 지분을 차지한다. 데뷔작만큼 충분히 일직선 스타일로 과격하다. 다시 한번 또 말하지만, 새 앨범 Conviction 의 장점은 변화상과 여전함의 완벽한 구사와 공존/밸런싱이다.
또한 캐치함과 과격함을 잘 어우러트리는, 그리고 그 두가지를 왔다갔다 하는 장르/스타일 체인징 능력과 센스는 이 앨범의 숨겨진, 어찌보면 진정한 진가라고 할 수 있다. 캐치한 코드의 메탈-하드코어, 그리고 과격 일변도의 메탈-하드코어 믹스쳐를 동시에 구사하는 팀은 해외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As I Lay Dying 처럼 멜로디의 극단화로 가던지, Heaven Shall Burn 과 같은 극단적 메탈화로 가던지 둘 중 하나다. (이는 각 밴드들의 앨범의 장수가 거듭 쌓이면서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과매기에게는 그런게 없다. 캐치한 코드의 스타일과 과격한 코드의 스타일을 매우 자유 자재로 오고 가며, 그 두가지를 오고가며 발생하는 장르-스타일적 이질감을 없애는 그들만의 능력/센스는 너무나도 탁월하다. 메탈과 하드코어를 동시에 구사하되, 그 두가지가 매우 잘 어우러지고, 그 두가지 특징을 오고 갈 때 생성되는 이질감을 잘 무마 시키는 밴드는 생각보다 찾기 힘든 편이다. 과매기는 그것을 놀라우리만큼 매우 잘 해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던 데스메탈, 데스코어, 메탈코어의 예와는 다른 그들만의 믹스쳐 개성이 덧대어지며 그 장점적 가치는 극단적으로 이어진다. 이 점 역시 무시 할 수 없는 새 앨범 Conviction 의 강한 개성이오, 장점 되겠다.
한마디로 과매기의 2번째 정규작 Conviction 은 가희 놀라운 앨범이다. 데스메탈과 하드코어의 극단적인 만남이라는 밴드의 뿌리를 그대로 이어갔고, 그 음악적 아젠다와 매우 이질적인 캐치한 스타일로의 시도를 했으며, 경이로울 정도로 그 상반되고 대립하는 두가지를 매우 자유자재로, 이상적으로 구사 해 냈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말을 꺼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유연한 사고방식, 확고한 고집을 공존력이 너무나도 돋보이는, 생각보다 보기 드문, 만나기 힘든, 황송한 느낌의 앨범 되겠다. 더 나아가 “이들이 차후에 음악적으로 무슨짓을 하던지간에, 결론은 무조건 좋을 것이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그러한 앨범이다. 이제 갓 두번째 앨범이 나온 상태지만, 앞으로 어떤 스타일로 변화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앨범이다. “이들이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헤비니스 밴드구나” 라는 말도 내뱉게 만든다. 그러한 앨범이다. 많은말을 하게 만든다. 그러한 앨범이다. 최고다.
- Mike Villain
Convi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