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sh Talk – No Peace (Trash Talk Collective/Odd Future, 2014)
80 하드코어 리바이블 신예로 등장, EP 와 앨범을 거듭 발표하면서 패스트코어/파워바이올런스와 같은 “8-90년대에 있었던 하드코어 펑크의 극단화” 를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색채로 어레인지 하며 큰 개성을 확보한 밴드. 그리고 파괴적인 사운드보다 더욱 더 파괴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통한 엄청난 카리스마 배출,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면서 (이런쪽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더 나아가 음악팬이 아닌 타-하위문화 구성원들도 팬으로 끌어들일 정도로 엄청났다는 점도 중요하다) 자신들의 홈타운인 캘리포니아 지역의 언더그라운드 제왕으로 올라선 밴드. 그렇게 한 지역 문화의 아이콘이 되면서 Suicidal Tendencies 이후 최고의 “하드코어 펑크의 브랜드” 로의 위용마저 뽐내게 된 밴드. Trash Talk 를 설명하자면 대충 그러 할 것이다.
2014년 5월말에 발표 된 5번째 정규작 No Peace 는 자타가 공인하는 “올해의 기대 신작” 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앨범들에서 보여준 하드코어 펑크의 극단적 사운드와 지금까지의 펑크-하드코어의 카타르시스 & 카리스마의 최고 기록을 갱신 해 버린 어마어마한 지금까지의 활동을 되새겨 본다면 이 앨범에 대한 다양한 부류의 관심은 매우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대가 집중되면 앨범의 기대는 높아지고, 그에 걸맞게 평가 기준들은 까다로워진다. 과연 No Peace 는 높아진 허들을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일까?
놀랍게도 No Peace 는 변신작이다. 변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변신의 핵심이 “스피디한 구성과의 결별” 이라는 점은 충격과 우려를 동시에 안겨준다. Trash Talk 가 지닌 명성의 원동력은 뭐니해도 과격한 스피드 레이스다. 짦은 러닝타임 안에 풀 스피드로 분노를 토해내며 하드코어 펑크의 극중의 극을 향해가는, 일종의 “기인열전” 과도 같은 팀 컬러가 이들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 두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규작과 EP 의 러닝타임을 다 합쳐도 (도합 7매) 2시간이 안된다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지독한 스피드광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들의 음악에서 스피드를 제외하면 음악적인 특징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는점,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더해지며 신작 No Peace 라는 앨범이 그렇게 좋은 형태는 아닐 것임을 예상하게 만든다.
신작 No Peace 는 미드-슬로우 템포, 그리고 적절한 리듬/그루브만으로 승부를 본 앨범이다. 그와 동시에 그런 non-스피드 트랙들에 얼마나 지금까지의 Trash Talk 만의 분노어린 카리스마를 작렬 할 것인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대성공 까지는 아니겠지만, 예상보다는 꽤 괜찮은 곡들을 선보이며 Trash Talk 만의 커리어에 누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앨범 전체의 흐름 역시 꽤 괜찮게 흘러가며 나름 변화의 정담함에 대해 힘을 보태는 인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곡 하나하나는 “완성품” 과는 거리가 좀 멀다. 밴드의 색채에 변화를 주기 위해 행하던 데모잉, 혹은 리허설의 앨범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스타일의 변화를 행하되, 자신들의 능력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음악적으로 폭주하며 앨범을 망작으로 만들기 보다는, 변화의 욕구와 자신들의 음악적 한계 모두를 참고하고 행동하는 신중함을 보여준다. 전작들에서의 확실한 카타르시스가 터져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이 앨범의 약점이자, Trash Talk 의 커리어에 있어서 마이너스 포인트지만, 일단 앞으로 더 한단계 위의 무언가를 제대로 완성하기 위한 절제감은 Trash Talk 의 새로운, 그리고 숨겨져있던 장점으로 꽤 괜찮은 인상을 발휘하기도 한다. No Peace 는 한마디로 적절한 실망, 그리고 적절한 만족, 그리고 꽤 실한 기대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변화상은 조금 미덥진 않지만 호불호를 가린다면 “성공작” 에 놓아야만 한다. 80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이 짦고 격렬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곡 스타일의 제조와 연주 패턴을 시도 하였었다. Trash Talk 는 그러한 전통을 이어 나간다고 할 수 있기에 이러한 변화를 나쁘게 봐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한 No Peace 의 변화상은 80년대 하드코어 펑크의 변화상들의 음악적 실패 사례에 비하면 꽤나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점도 있다. 많은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변화의 욕구에 매진하다가 망작에 가까운 앨범들을 꽤 많이 (혹은 대부분?) 만들어 냈던 사례들과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2010년대라는 시간대에 걸맞는 음악적 특징/스타일로, 변화를 행해도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파괴적 카타르시스 제공에 부족함이 없게 만드는 밸런싱 역시 꽤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어찌보면 그게 이 앨범의 최대 강점이기도?) 인트로/아웃트로에서 보여지는 래퍼이자 힙합 프로듀서 The Alchemist 가 참여한 하드코어 펑크와 힙합의 콜라보레이션적 트랙을 통해 보여지는 “2010년대 헤비뮤직 & 힙합의 새로운 스타일의 믹스쳐” 역시 빠트릴 수 없는 이 앨범의 긍정적인 면모 역시 언급 해야만 할 정도로 뭔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No Peace 는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이다. 80 하드코어 펑크의 역사를 재현하고 갱신하는 밴드로 Trash Talk 는 늘 1-2순위로 거론되었다. 신작 No Peace 를 통해서 80 하드코어 펑크의 다소 좋지 않았던 음악적 변화상 역시 시도하고 괜찮게 마무리 하며 더욱 더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컬트 순례자 다운 아우라를 보여주었고, 80년대 하드코어 방법론을 채택하되 사운드의 귀결 만큼은 2010년대에 걸맞는 혁신성을 보여주며 더욱 더 그 컬트한 매력을 강하게 만들었다. 이는 쉽게 무시하거나 비난하기 힘들게 만든다. No Peace 는 Trash Talk 라는 밴드의 기준에서는 좀 떨어지지만, 80 하드코어 펑크의 리바이블 & 갱신을 시도하는 밴드로는 최고의 결론을 내리고 있는 작품 되겠다. Trash Talk 라는 밴드의 기준에서는 좀 떨어지는 완성도 역시 걱정되지 않는다. 양은 적지만, 예전과는 형태가 좀 많이 다르지만 Trash Talk 의 핵심을 꿰뚫는 거친 면모도 분명 존재하기 따름이다. 또 다른 1집과도 같은 앨범이라 좋게 생각하고 싶다. 꽤 만족하며, 다음 행보를 매우 기대 해 보자.
- Mike Villains
The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