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11] American Football – S/T (Polyvinyl, 1999)

[The Blackest #11] American Football – S/T (Polyvinyl, 1999)

American Football 은 이모, 포스트 하드코어, 매쓰코어, 펑크/하드코어 인스트루멘탈리즘, 펑크/하드코어 싱어 송 라이터리즘을 논하는데 가장 중요한 밴드인 Cap’n Jazz 의 Mike Kinsella 를 중심으로 3인조 밴드로 1997년에 결성, 2000년까지 3년간 활동하며 한장의 EP, 한장의 풀렝스를 내고 사라졌다. 설명 끝.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끝나는 밴드다. 오래 갈 이유? 그런거 없었다. 애초에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한정 짓고서 시작한 밴드였고, 당연히 멤버들 역시 American Football 로 승부를 걸고 싶거나 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모여서 적당히 활동하고 적당 할 때 해산한 밴드였다고나 할까. 애초에 “오래하지 않을거임” 를 전제로 애초에 깔고 시작했던 밴드였다. 그리고 2014년 5월, 이들의 유일무이한 앨범은 있을리 없었던 꽤 많은 팬들의 등쌀에 밀려 재발매 되기에 이르른다. 어느 순간부터 이 앨범은 “숨겨진, 미쳐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2000년대 클래식” 으로 서서히 대접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서서히 고조 된 분위기는 앨범의 재발매, (뒤늦긴 했지만) 다양한 음악 평단의 호평을 얻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 셀프타이틀 앨범은 조용하고 차분하고 정적인, 이모와 인디락의 특징을 고루 갖춘 특징을 지니고 있는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그러한 “차분한 감수성” 은 이 앨범의 진정한 감상 포인트가 아니다. 이 앨범의 진정한 진가는 편안한 무드 보다는 (물론 매우 뛰어나기에 감상 포인트의 핵심임을 애써 부정하긴 힘들긴 하다), 그 편안함에 숨겨진 음악적 기괴함, 복잡함, 그리고 정밀함이다. 심플한 연주, 감성코드의 극대화를 통해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기는 한다. 하지만 플레이 타임이 늘어 날 때마다 서서히 강화되는 인스트루멘탈리즘의 혁명성은 이 밴드가 그저 “감상용 밴드” 가 아님을 강하게 어필하며 청자의 음악적 소화체계를 혼란에 빠트린다. 이러한 편안함 속의 충격전파는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American Football 의 리더가 Cap’n Jazz 의 핵심 멤버 출신이 아니던가.

80 하드코어 펑크는 80년대 말 – 90년대 초에 들어와 특유의 직선적인 사운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행했다. 특히 컨트리/블루스/락앤롤, 즉 락 음악 역사에 공통분모로 존재하던 사운드적 스타일을 의식적으로 배제하며 만들어져 나갔던 포스트락/엑스페리멘탈 락 사운드를 많이 참고를 했다. 그렇게 탄생 된 밴드인 포스트 하드코어 중 하나가 이모코어였고, 90년대 들어와 고전 락앤롤/기타팝이 지닌 & The Smiths 와 같은 프로토 모던/인디락이 지닌 “작곡 스타일” 을 십분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모코어에서 코어라는 단어가 떨어지게 되며 이모 (Emo) 가 되었고, 더욱 더 정의하기 힘든 버라이어티한 사운드로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 변화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유니크한 밴드가 바로 Cap’n Jazz 였다.

포스트 하드코어 특유의 미니멀/추상적인 포스트 모더니즘 코드를 Cap’n Jazz 역시 적극적으로 시도 했었다. 하지만 Cap’n Jazz 는 고전 기타팝/락앤롤이 지닌 캐치한 곡 구성 역시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Cap’n Jazz 는 매니악한 현대 예술적인 코드만큼이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도 역시 엄청 강한 독특한 팀 컬러를 확보했다. 여기에 초기 포스트락의 한 일파인 크라우트락의 계보를 잇는 기괴하고 복잡하며 치말한 연주 패턴의 구축 방법 역시 과감히 시도했고, 캐치한 곡 구성과도 조화 시키는 노력, 그리고 뛰어난 결과물을 내 놓으며 언더그라운드의 꽤 많은 음악 전문가들을 놀래켰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타/앰프 사용 역시 깔끔한 클린톤과 노이즈한 퍼즈톤 역시 자유자재로 오고가며 사운드 출력적인 특징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한마디로 Cap’n Jazz 는 락앤롤 역사의 전통과 그에 대한 안티 아젠다의 30여년간의 역사를 펑크/하드코어라는 장르를 도구 삼아서 재미지게 가지고 놀던 괴물과도 같은 밴드였다. 그렇게 그들은 포스트 하드코어, 이모코어/이모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이들이 지닌 크라우트 락/고전 프록의 펑크적 뒤틀음은 매쓰락 (Math Rock) 이라는 90년대 서브 장르를 탄생 시킨 주역으로 거론 될 정도였으며, 클린과 퍼즈를 오고가는 독특한 기타톤과 앰프 사용법은 노이즈 락 (Noise Rock) 이라는 컬트한 장르의 90년대 대명사로도 평가 받았다.

한마디로 Cap’n Jazz 는 정의 할 수 없는 다중적 특징/장점을 지닌 밴드였다. 펑크/하드코어, 프록, 인디락, 모던락, 노이즈락, 매쓰락 등 다양한 장르색을 지녔고, 한 장르에 귀결 시킬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융합체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Cap’n Jazz 의 음악적 기괴함을 어쿠스틱하게 바꾸면? 그렇다. American Football 이 된다. American Football 은 바로 그러한 멀티플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포스트 하드코어의 연장선에 존재한다. 다만 어쿠스틱으로, 그리고 그 어쿠스틱이라는 구성에 얼마나 맞게 곡 구성과 연주 패턴을 잘 맞춰 나가느냐에 포커스를 맞췄을 뿐이다.

American Football 의 셀프 타이틀 앨범은 캐치한 흐름을 지닌 락앤롤 엔터테인먼트와 그 락앤롤 아젠다에 대해 반기를 드는 다양한 실험주의의 공존, 혹은 포스트 락 – 포스트 펑크 – 포스트 하드코어 펑크의 계보의 기괴한 실험주의를 얼마나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구사 해 내느냐에 매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꽤나 차분하고 캐치하게 흘러가기에 접근은 쉽지만, 지금까지의 록 음악 특유의 기승전결과는 거리가 꽤 멀기에 조금 깊게 이 앨범을 접근한다면 꽤 복잡하게 짜여진 곡 구성 & 연주에 대해 놀라게 되고, 골치 아프게 될 것이다. 그렇게 교묘함과 과감함을 번갈아 가며 표출되는 숨김맛은 매우 강렬하다. 후렴부에 강렬한 훅을 넣으며 임팩트함을 부여하던 전통적인 록 밴드 곡 전개 방식과는 다르다. 겉보기에는 심플한 리프와 멜로디들의 나열로 이뤄져 있는듯 보이지만, 그 심플한 것들이 매우 많은수로 구비되고 매우 치밀하게 변화와 교차를 해 대며 테크닉 위주의 프록이나 재즈 퓨전과 같은 장르와 일맥상통하는 테크니션적 기발함을 보여주며 편안함과는 먼, 뒤틀린 재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크라우트락-매쓰락-포스트 하드코어의 다중 복합적 탐구과제를 어쿠스틱 이모/모던락으로 교묘하게(?), 혹은 근사하게 어레인지 한 기발한 작품이라 이해해야 옳은 앨범 되겠다. Cap’n Jazz 때와 마찬가지로 하나로 정의 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적 특징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어쿠스틱 셋에 걸맞게 곡과 연주를 배치하다 보니 역동성 보다는 감성코드 추구가 커져 이모/모던락적인 색채가 좀 더 크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 어쿠스틱 셋에 걸맞게 전개되는 기타 플레이와 작곡 방법론은 이모나 모던락의 범주를 벗어난 음악이라 할 수 밖에 없다. 고전 프록 & 프록의 혁신화, 그리고 그 혁신화와 펑크/하드코어의 만남, 그 20여년의 실험정신이 응축되고 어쿠스틱 셋에 걸맞게 어레인지 하며 생성된 혁신적이고도 정의 할 수 없는, 혹은 정의하기 매우 힘든 이모 음악이 바로 American Football 이라 할 수 있다.

이들만의 독창적이고도 다소 편집증적인 음악 여정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었다. 98년에 발표한 3곡짜리 셀프 타이틀 EP 에서 이미 완벽하게 자신들만의 이모-엑스페리멘탈리즘-매쓰락 콤비네이션을 완벽하게 만들었고, 1년뒤인 99년엔 그것을 진정한 의미의 하나의 작품집인 “앨범” 으로 확대 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으며, 성공했다. 그리고 1년뒤인 2000년에 해산했다. 그 시기의 이모 음악은 Finch, The Used 와 같은 락앤롤 틴에이저들을 위한 메이저 레이블의 기획 상품으로써 안좋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였고, 90년대 초중반까지 있었던 다양한 실험주의는 자연스레 도태 되었다. American Football 은 그 중에서도 워낙에 매니악하고 조용한 프로젝트였기에 기억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모의 상품화가 한계에 봉착한 200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의 진짜배기 이모 음악이 지닌 수준 사운드 탐구자적인 코드에 감화 된 새로운 신예 밴드들이 등장하며 예상치 못한 쾌작을 남기며 “이모 리바이블” 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르자, 재밌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모 리바이블을 만든 신예들과 그 신예들을 호평한 평론가들이 American Football 에 대해 언급하며 꽤 놀랄만한 피드백이 생성 된 것이다. 이모 리바이블 신예들은 자신들의 롤 모델로, 평론가들은 이모 리바이블 신예들이 지닌 모던/미니멀한 펑크 엑스페리멘탈리즘에 대해 찬사를 날리며 American Football 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이렇게 재 주목을 받은 밴드는 참 많았지만, American Football 이 지닌 독특한 개성과 음악적 깊이는 더욱 더 특출 났기에 타 밴드들의 피드백 보다도 우위를 점하는 기현상을 보여줬다. 예전에 이들을 먼저 알고 있었던, 이쪽 음악에 대해 디깅을 하다가 자연히 알게 되었던, 이모 리바이블의 신예들의 뛰어난 음악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여하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American Football 에 대해 언급했고, 오랜 시간동안 절판 상태 일 수 밖에 없던 앨범은 만만찮은 러브콜을 받게 된다. 이 앨범을 일전에 냈던 Polyvinyl Records 는 아직 건재 했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재발매 요구는 빠르게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다. 유일무이한 셀프타이틀 풀렝스 앨범은 2014년 5월 20일에 디럭스 버전으로 발매 되었고, 생각보다 꽤 많은 음악 언론들이 다시금 그 재발매 판에 대해 호평 어린 리뷰를 행했다. 그 당시에 얻지 못한 “세기의 명반” 이라는 평가를 정당하게 얻어내게 된 것이다.

1999년에 발표 된 유일무이한 셀프 타이틀 앨범이 상당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던것은 힙스터라는 종자들 특유의 강력한 디깅 능력과 너희들은 이거 아느냐는 식의 자기 과시를 뼈대로 하는 “강제 발굴력” 덕이 크다. 그리고 그러한 앨범들은 대체적으로 그들 사이에서 좀 과하게 과대평가 받았던지, 혹은 취향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던지 한다. American Football 도 그러한 요소가 좀 있는 앨범이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꼭 들어봐야 하는” 이라는 강력하고도 광범위한 설득력이 매우 남다르다는 점이다. 이모라는 음악은 2000년대 초중반의 대중화로 인해 그 음악적 가치가 엄청나게 망가진 장르다. 매우 다양한 부류들로부터 옳지 않은 오해와 비난을 받는 장르의 대명사였던 이모는 2010년대 들어서 매우 다양한 90 이모 추종 & 개선자들이 이끄는 신예 밴드들의 쾌작으로 인해 매우 탐구적이고 혁신적인 록 음악 사조로써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American Football 은 그 시작점이자, 정점에 위치한다. 그 어떤 앨범보다 강력한 설득력과 개성을 지닌, 이모라던지 엑스페리멘탈리즘이라던지 하는 장르나 스타일을 넘어선 또 하나의 새로운 혁신성을 지닌 사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신적인 밴드가 존재하지 않던가? American Football 는 그런 밴드다. 이모, 엑스페리멘탈리즘, 프록, 펑크/하드코어, 얼터너티브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신이 될 정도로 말이다. 또한 이 앨범을 기점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그리고 혁신적인 락 사조 (=이모 리바이블) 가 시작되고 완성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 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하나의 새로운 큰 흐름의 시작이오, 그리고 정점 되겠다.

- Mike Villain


Honest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