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yss – Enemy Inside (Mirrorball Music, 2015)

Abyss – Enemy Inside (Mirrorball Music, 2015)

Abyss 라는 밴드는 “한국 메탈 역사의 미싱링크” 라고 할 수 있는, 아쉬운 측면이 큰 밴드다. Crash, Turbo, Naty 와 더불어 한국 쓰래쉬의 명맥을 이을 명 밴드로도 크게 각광 받았으며, 엄청난 실력의 라이브 무대를 통해서 얻은, 레코드 레이블 & 라이브 클럽 오너등의 “관계자” 사이에서의 호평은 엄청 났었다. 하지만 이들의 유명세는 그것이 전부였다. 실력이 굉장하기는 했지만 지방 밴드였기에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은 적었으며,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결국 밴드는 90년대 중반에 낸 데모 테입 하나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뒷편으로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뉴메탈/그루브메탈 기획 컴필레이션 Hardcore 2001 (2001) 에서 한곡을 제공하며 컴백을 타진 하기도 했지만, “한곡 참여” 로 끝나 버렸다는 씁쓸한 에필로그가 있기도 했다.)

꽤나 놀랍고도 흥미로운 점은 90년대 초중반, 2000년대 초반 살짝 존재했던 그 이름 Abyss 가 2010년대 들어와서 다시금 등장하기 시작 했다는 점이다. 2010년에 국내 메탈 컴필레이션 앨범 History Of Revolution 에 한곡 참여하며 다시 시동을 다시 걸은 이들은 라이브 활동에 매진하며 90년대에 얻었던 “엄청난 실력파” 라는 명성을 다시 부활 시켰으며, 자신들의 이름으로 발매되는 레코딩 결과물 제작까지 도전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밴드 역사상 첫 작품이자, 데뷔 EP 인 Enemy Inside 이다.

Enemy Inside 는 왕년의 실력파 한국 메탈러의 한풀이로만 바라 봐서는 안되는 작품이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메탈의 변화상을 받아 들이고 자기화 시키는데 있어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그러한 방법론의 “하나의 텍스쳐이자 롤모델” 로써 제대로 평가 받아야만 하는 굉장한 작품이다. Abyss 가 언더그라운드에 명성을 날리던 시대에 구사했던 음악은 쓰래쉬 메탈이었다. Hardcore 2001 에서는 그루브 메탈과 뉴메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었고, 이는 Abyss 가 얼마나 유연한 사고의 메탈러들인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Enemy Inside 는 쓰래쉬 메탈이 지닌 “스피디하고 헤비한 메탈 사운드” 를 뼈대로 하여, 90-2010년대까지의 다양한 메탈 모던화의 요소들을 담아 내려 노력한 작품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NWOAH 무브먼트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한 “멜로딕 메탈코어” 를 시도하는 작품 되겠다. 하지만 이 앨범을 그저 멜로딕 메탈코어로 치부하고 대충 넘어 갈 수는 없다. 쓰래쉬 – 메탈릭 하드코어 – 멜로딕 데스메탈의 결합이라는 신선함을 지니고 있지만, 스피디하고 헤비한 음악이 지닌 로우한 질감의 매력과 컬트한 코드의 음악적 개성/연주력은 꽤나 딸렸던 장르가 멜로딕 메탈코어였지 아니한가? (그 음악적 약점은 빠른 인기 확보, 그로 인한 앨범 발매 텀의 짦아짐 & 곡 제조/연주 테크닉 퀄리티 저하 현상 연속 발생으로 더욱 심해 졌었기도 했고 말이다.) Abyss 의 Enemy Inside 에는 그런 단점이 없으며, 오히려 멜로딕 메탈코어가 지닌 이런저런 연주적/송라이팅적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답안 까지의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Slipknot, Mudvayne 과 같은 밴드들이 추구하는 헤비한 사운드에 비해 부족한 메탈적 컬트함과 테크니컬함의 해결방안” 으로도 볼 수 있기도 하고, “다양한 모던함을 섭취한 쓰래쉬 완전체” 로 볼 수 있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Enemy Inside 는 Abyss 라는 밴드가 지닌 20여년의 음악 여정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하지만 그것을 그저 “한풀이” 로 바라 봐서는 곤란하다. 이들의 20년안에 존재한 큰 메탈 흐름인 쓰래쉬, 뉴메탈, 멜로딕 하드코어를 담았고, 각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기가 막히게 보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드한 메탈 장르를 구사하는 팀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새로운 메탈 조류를 과감하게 받아 들이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완벽하게 구사하다 못해 보완까지 해 내는 이 엄청남은 감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경이로운 퀄리티에는 “이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 끈을 놓을수가 없었다” 라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진정한 하일라이트 할 수 있다. 과거 사운드에 집착하지 않는 오픈 마인드, 늘 노력하는 자세, 즐기는 마음가짐, 최고의 결론을 내리겠다는 집념 모두 최고이며, 그에 합당한 음악적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5곡/16분 뿐이지만, 그 강렬함은 그 어떤 명작 앨범에 뒤쳐지지 않는다. 본인은 절대로 최고의 컴백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한국 메탈 역사의 새로운 흐름의 이정표라 말하고 싶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