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15] Killing Joke – S/T (E.G. Records, 1980)
Killing Joke 는 70 UK 펑크를 논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 장르와 매우 차별화 된 것들로 가득했던, 아웃사이더 그 자체인 밴드였다. 원시부족 음악에서나 찾아 볼 법한 트라이벌 드럼 비트를 내세웠고, 펑크의 근간이 되는 블루스/락앤롤/레게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기타 리프/멜로디 라인 역시 밴드의 특징 중 하나였으며, 당시에 너무나 생소했던 키보드/신디사이저 역시 밴드 음악에 과감하게 사용했다. 1차원적인 체제저항/분노적 태도와 거리가 먼, 정치 전문가의 날서린 평론을 듣는듯한 인텔리전트한 가사 또한 밴드의 매력적 특징이었고, “차원이 다른 제대로 미친놈” 라는 느낌이 팍 오는 가공 할 만한 프론트맨을 중심으로 한 어마어마한 광기의 라이브 퍼포먼스는 Killing Joke 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 주기도 했다. 펑크라는 하위 문화의 컬트함에서도 완벽했고, 혁신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는 앞서가는 뮤지션으로도, 엄청난 라이브를 선사하는 퍼모먼서로도 완벽한 밴드. 한마디로 Killing Joke 는 차원이 다른 밴드였다. 그 어떤 펑크 무뢰배들 보다도 독했고, 펑크 음악에 대해 음악적 품위가 없다는 입만 산 녀석들도 완벽히 박살내던 음악적 천재집단 이기도 했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완전체였고, 그렇게 밴드는 락 음악을 논하는데 있어서 빠질수 없는 “전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적인 남다름” 은 전설이 된 여러가지 이유들 중 가장 중요하다. 이들의 음악은 애초부터 색다름 그 자체였고, 매 앨범마다 그 색다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과감히 추진 했으며, 밴드조차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영역에 음악적 영향력을 행사 한 바 있다. 트라이벌 리듬/비트의 강조와 미니멀한 리프/멜로디의 강조, 정치적 이슈메이킹 만들어 진 묵직한 사운드와 팀 이미지는 펑크의 음악적 변화를 대변하느 사조인 포스트 펑크의 청사진을 제공했고, 더욱 더 강렬한 헤비함을 원하던 이런저런 밴드들 (의외로 쓰래쉬 메탈러, 노이즈락/그런지-얼터너티브 아이콘들이 Killing Joke 의 광팬임을 자처하는 사례가 많았다.) 역시 이들의 음반들에서 해답을 찾곤 했다. 신디사이저를 사운드를 강화하며 메탈 서브장르를 하나 만들어 냈다는 점도 빠질수가 없다. 신디사이저 파트를 강화하며 대중적 코드의 뉴웨이브 사운드로 변화하며 상업적 성공에 신경쓰던 모습은 좀 그러했지만, 그래도 매 앨범마다 잊지 않았던 펑크적/정치적 메시지에서 비롯되는 공격성과의 조합은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탄생에 가장 큰 힌트를 주기도 했다. (Fear Factory 같은 밴드들은 Killing Joke 에게 직접적 영향을 받았음을 시인 한 바 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탄생 된 후배들의 사운드인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고, 인더스트리얼 메탈붐의 거품이 걷힌 90년대 후반에 발표한 앨범들을 통해 “인더스트리얼 메탈 탄생에 큰 영향을 준 밴드” 에서 “원조 인더스트리얼 메탈러” 로 불릴 수 밖에 없는 사운드로의까지 진화 하기도 했다. 엄청난 음악적 깊이, 과격하기 이를 데 없는 사운드와 라이브로 점철 된 Killing Joke 의 음악적 피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70년대와 더불어 90-2000년대가 되어 버리기도 했다.
그러한 Killign Joke 의 음악적 영광의 중심지이자 근원지는 어디일까? 답은 매우 간단하다. 셀프타이틀 앨범이다. 그렇다. 이들은 데뷔작부터 “전설” 이었다. 물론 그들이 세기의 밴드가 되기 위해서, 훗날 수많은 장르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노리고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 앨범은 “데뷔작부터 전설이다” 라는 말이 튀어 나오게 만든다. 유명곡 몇개만 살펴보면 게임 셋이다. 심도 있게 분석해서 이렇다 저렇다 분석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강렬한 충격을 남기는 그 유명곡들 말이다. 클래식 락의 스케일, 고딕락의 암울함, 펑크락 특유의 공격적 사운드와 비판적 메시지가 한데 어우러진 오프닝 트랙 Requiem. Killing Joke 특유의 트라이벌 비트를 가장 강하게 어필하는 곡이자, 신디사이저를 팝적인 것과 거리가 멀게, 펑크적인 공격성을 강하게 어필하는, 그 두가지의 믹스쳐를 통해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탄생을 알리는, 포스트 펑크 특유의 “탈-락앤롤 사조” 적인 리프 운영을 보여주는, 짦게 끊어치는 리프의 반복을 통해 수많은 종류의 메탈/하드코어 및 헤비니스 음악의 근간이 되는 브레이크다운의 원형을 제공하는 Wardance. 그 브레이크다운 리프 운영을 기본으로 박진감 넘치는 구성을 통해 Metallica 를 비롯한 수많은 거대 스케일 추구 헤비니스 밴드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The Wait. (실제로 Metallica 가 커버하기도 했다.) 이렇게 몇곡만 살펴보면 이 앨범이 얼마나 대단한지 견적이 나온다.
“이 한장에 온갖 장르의 청사진이 다 들어있다” 라고 할 수 있다. 신디사이저 사용 – 트라이벌한 비트의 사용 – 미니멀한 리프의 사용 – 펑크적인 공격성과 비-펑크적인 지성 확보 & 정치적 메시지 추구로 만들어지는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청사진. 클래식 락의 스케일을 빌려 온 곡 구조/흐름과 펑크적인 공격성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스케일의 헤비 사운드” 추구를 통해 만들엊는 이런저런 아트한 성향의 헤비니스 밴드들 (=Metallica) 에 대한 청사진. 펑크의 공격성을 잇되 탈-락앤롤 사조에서 만들어지는 포스트 펑크에 대한 청사진. (실제적으로는 주인공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탈-락앤롤 사조의 중심이 되는 무미건조한 리프의 심플한 반복 & 트라이벌 비트와의 매칭으로 인해 탄생되는 헤비 기타 사운드의 영원한 텍스쳐인 브레이크다운 리프의 청사진 등등 말이다.
Killing Joke 는 Black Sabbath 나 Ramones 와 같이 한 장르의 텍스쳐가 될 정도로 기준이 되는 사운드를 구사하던 밴드는 아니었다. 될 수도 없었다. 매 앨범마다 과거의 자신들의 음악관과 자신들이 구사하는 음악 장르에 대한 정형성에 탈피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던 밴드이기에 그러했다. 이들의 이런저런 앨범들은 수많은 장르들에 영향을 끼쳤다. 포스트 펑크, 쓰래쉬 메탈, 인더스티리얼 메탈, 메탈릭 하드코어 & 그루브 메탈, 얼터너티브/그런지, 뉴메탈 등등 수많은 장르에 말이다. 수많은 락 음악들이 예전 전통을 이어가되,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성을 추구한다. Killing Joke 의 이런저런 앨범들은 그러한 혁신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료/재료로 가장 많이 참고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이 데뷔작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데뷔작이라 이래저래 부족하지만, “타고난 밴드는 확실히 다르다” 와 “노력하는 밴드는 확실히 다르다” 를 모두 제대로 보여준다. 그렇게 이 밴드는 수많은 장르들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금도 더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어 노력하고 있으며, 결과 역시 멋지게 내 놓으며 계속 후배 밴드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과거의 락 음악과 현재의 락 음악의 차이점/새로움을 발견하고, 그 차이점/새로움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Killing Joke 의 데뷔작은 그의 음악 역사에 어마어마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이 앨범은 색다른 관점의 전설인 것이다. 모든 헤비 음악의 혁신성을 논하는데 있어서 이 앨범은 랭킹 1위가 될 수 밖에 없다.
War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