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eral For A Friend – Conduit (Distiller/The End, 2013)

Funeral For A Friend – Conduit (Distiller/The End, 2013)

Finch, The Used 와 같은 메이저형 이모 사운드의 성공에 대한 UK 의 가장 그럴싸한 카운터라고 할 수 있는 Funeral For A Friend 는 메이저형 이모가 가진 “지나친 메이저 기획상품 코드” 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밴드라며 특별 취급을 할 수 밖에 없는 밴드가 아닐까 싶다. 이들의 첫 풀렝스 앨범이자 메이저 데뷔작 Casually Dressed And Deep In Conversation (2003) 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메이저 기획상품 앨범이기에 이런 주장은 어찌보면 꽤나 아니올시다로 보이겠지만… 진짜란 말이다. 메이저 데뷔전에 낸 싱글과 EP 들은 메이저 이모뿐만 아니라, 메탈코어적 사운드 머금고 있었던 (메탈 브레이크다운 리프, 더블 베이스 드러밍, 과격한 스크리밍까지) 제대로 된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의 오오라를 제대로 보여주었으며, 첫번째 앨범에서는 다들 알법한 이유인 “메이저 레이블의 소속” 덕분에 그런 좋은 요소들을 모두 거세 시킨 음악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두번째 앨범인 Hours (2005) 에서는 초창기의 터프한 요소를 적절히 부활 시키고 메이저 스타일과의 공존을 기가 막히게 해 내면서 매우 좋은 음악적/상업적 결과를 낳는데 성공했기에 그러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지 않던가. 하지만 이러한 두가지 노선의 공존은 오래가지 못했다. My Chemical Romance, The Used 와 같은 스토리 컨셉트을 가지고 만든 3번째 앨범인 Tales Don’t Tell Themselves (2007) 는 이들의 상업적/음악적 아성을 시원하게 무너트린 결정적인 실수였고, 메이저 레이블과의 결별로 이어지고야 만다. 그 후 밴드는 Hours 시절을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을 담은 앨범들인 Memory And Humanity (2008), Welcome Home Armageddon (2011) 을 냈지만 나날히 저하되는 실력과 상업적 성공과 음악적 욕구달성에 대한 미련의 경계선에서 여전히 헤메고 있음을 감추지 못했다. 2013년에 발표 된 Conduit 도 그러한 편이다.

솔직히 Conduit 은 밴드 커리어에 절벽에 놓인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두 전작 Memory And Humanity 와 Welcome Home Armageddon 은 메이저 레이블과 결별 했지만 Victory, Roadrunner UK, Good Fight Music 과 같은 만만치 않은 파워를 지닌 준-메이저급 인디레이블에서 발표 된 앨범이었고, 레이블측의 홍보 푸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결국 고만고만한 평가와 상업적 결과만을 남기고 말았고, 그러한 준-메이저급 레이블에서도 버티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Finch, The Used 에 대한 UK 의 가장 멋진 카운터이자, 그들보다 한수위의 음악적 레벨을 지녔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나름 선전 한 바 있는 이들의 추락은 갈때까지 갔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Hours 앨범에서 보여준 상업적 이모와 이들의 원래 모습인 강력하고 대중적인 코드의 메탈릭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로의 멋진 공존에서 비롯되는 음악적 본질미가 살아있다는 점이었다. 과연? 이번에는?

아쉽게도 이들의 2013년작 Coduit 은 또 한번의 어중간한 모습만을 남기며 이제 밴드가 시한부에 들어가 버렸음을 알리고야 마는 아쉽기 그지 없는 작품이 되고야 말았다. 이 앨범은 Hours 의 아성에 버금가는, 아니 능가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Conduit 은 Funeral For A Friend 라는 밴드가 가진 정체성인 대중적인 메이저 스타일의 이모 밴드 & 대중적 센스가 탑재 된 강력한 메탈릭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 두가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메이저와의 결별 이후 보여졌던 메이저 스타일도 아니고,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로 충실하는 모습도 아니고 하던 갈팡질팡함은 더 이상 없다. 터프한 메탈-하드코어 헤비리프와 스피드의 전면부각 및 집중배치, 그에 걸맞는 터프한 연주 테크닉 구비, 멜로디컬한 멜로딕 애드립의 적재적소 배치, 깔끔하고 캐치한 클린보컬과 거친 스크리밍 보이스의 공존 및 현명한 교차적 표현 등 이들의 아이덴티티에 한치의 아쉬움 없는 사운드적 특징을 모두 시도하고 아주 뛰어난 밸런싱 감각으로 배치 및 조율 하는데 성공했다. 사운드 프로덕션은 지금까지 발표 된 이들의 음반들 중 최고이자, 이들의 아이덴티티에 있어서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정체성을 제대로 깨닮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한 계획은 대단했지만, 재미없음으로 일관되는 곡들로 인해 그 장대한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야 말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서의 작곡 레벨은 형편없다고 단언 할 정도로 무미건조 그 자체의 진수를 보여준다. 음악적 스타일에 있어서 갈팡질팡 했지만, 그래도 평균점 이상의 작곡력을 발휘하던 밴드가 이들의 장점중에 하나였는데도 말이다. 2-3년 주기로 쉬지않고 앨범을 냈고, 이번 앨범이 6번째 앨범이며, 정규작 사이사이에 낸 EP 앨범의 갯수가 상상외로 만만치 않게 많다는 현실을 들여다 본다면… 곡 퀄리티가 제대로 나올리가 없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작곡 능력과 센스를 이미 있는대로 쥐어 짜 바닥이 난 상태라는 점을 알아 차릴 수 밖에 없다. 결국 Funeral For A Friend 는 부활의 타이밍을 놓치고야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번 앨범도 평균점 턱걸이는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달리 말해서 완만한 각도의 경사길로 서서히 내려오며 확실한 음악적 커리어 종결에 한 발자욱 더 나아가고야 말았다는 말이다. 이제 힘들듯 하다. Hours 앨범 뿐만 아니라, 다른 앨범들도 좋아했던 나름 다이하드한 팬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자. 그런데 이런말 필요도 없을듯 하다. 다들 알고 있을 테니까. 이들의 완만한 커리어 하강은 6년째 계속 되었다. 다들 알아 차리고도 남았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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