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che – Harmonicraft (Volcom Entertainment, 2012)

Torche – Harmonicraft (Volcom Entertainment, 2012)

Torche 는 스토너/슬럿지 하면 생각나는 다이하드한 앰프-퍼즈-약물쇼의 전통을 이어 나가는 밴드면서도, 그와 별개로 꽤나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그들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꽤나 열심이었던 힙스터적 노선추구도 강했던 괴짜 밴드다. 거대한 공간감의 덩치를 자아내는 퍼즈톤, 계속해서 반복되는 끈적한 하드락 리프를 통해 피어오르는 약물연기,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를 넘어 초현실적 음향 체험과 같은 아우라의 창출과 같은 스토너/슬럿지 특유의 카리스마 창조에는 당연히 도가 튼 모습을 보여줬으며, 그러한 메탈 언더그라운드 카리스마와는 다르게 클래식 락/기타팝 스타일의 싱어송 라이터적인 집착 또한 야심차게 시도한 밴드가 Torche 였다. 단번에 두각을 보여 주지는 못했으나 2장의 정규작과 여러장의 EP 와 스플릿을 통해 서서히 기타팝 적인 재능을 발전 및 폭발 시키는데 성공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성공 했는데 (이와 별개로 가사/앨범 아트웍/뮤직 비디오 클립을 통해 여기저기에 만만찮게 유머러스한 이미지도 선보였다는 점도 중요하고 말이다.) 이는 2번째 풀렝스 Meanderthal (2008) 에서 완벽하게 표현 되었다. 스토너/슬럿지 특유의 독한 헤비-퍼즈 카타르시스는 물론이거니와, 그 위에 담백하게 양념으로 얹어진 기타팝적인 코드는 힙스터쪽 리스너들의 주목과 호평을 얻는데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Juan Montoya 는 나머지 멤버들과 음악적인 견해차를 보이며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갔고, 결국 멤버들과 한판 시원하게 뜨고(?) 밴드를 탈퇴하게 되는데, 그 시점에서 밴드는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Juan 을 제외한 3인조로 발표한 EP 앨범 Songs For Singles (2010) 에서 빠른 템포와 짧은 러닝타임으로 휘몰아치는 스피디한 공격성으로 들이대는 한편, 기타팝과 별 반 다를 바 없는 멜로디 라인 위주의 구성을 지금까지의 스토너/슬럿지 공식에 바로 적용 시키면서 격변의 소용돌이에 자신들을 밀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퍼즈한 기타톤 대충 잡아두고서 1-2분대의 짧은 러닝타임에 어울리는 펑크적인 스트레이트함을 마구 갈겨 대는데도, 어거지로 아기자기한 구성과 멜로디를 끼워 넣고서 근사하게 적용 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뛰어난 기타팝 센스에 비해 기승전결 중 기승 밖에 안 나오는 단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전해져 온 위협감 넘치는 음악적 예고편은 2012년에 거대한 실체로 들어나게 된다. 신작 Harmonicraft 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Harmonicraft 는 표면적으로는 갱생 및 타협 불가적 색채의 헤비-퍼즈쇼가 여전히 우렁차게 울부 짖으며 독기 어린 전통을 이어 나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뛰어난 클래식 락/기타팝/파워팝/모던락/인디락 사운드가 그런 침투하고 융합하여 충격적 장르개조로 진화 하는데 있어서 전혀 주저함이 없는 파격적 방법론을 거침없이 행하는 앨범이다. 일단 스트레이트한 구성을 저질러 놓고 수습에 들어가던, 일종의 인죠이 or 워밍업적인 Songs For Singles 와는 다르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겠다. 완벽한 형태의 기승전결, 세련된 기타 리프와 멜로디, 화음을 강조한 보컬 라인, 백보컬과의 하모니의 구비 및 조화와 같은 클래식 락 코드들을 세련되게 진행 시켜 나간다는 점도 놀라운데, 스토너/슬럿지 특유의 초자연적 퍼즈톤의 독기에 그런 매끈한 세련미를 자연스럽고도 완벽한 레벨로 적용 시킨다는 점은 상식을 넘는 충격적인 음악적 시도이자 결론이라 할 수 있겠다. 기타팝적인 특징이 본격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다이하드한 스토너/슬럿지 사운드 특징에 별다른 마이너스 효과가 없다는 점은 놀라웁다. 이러한 노선은 일전에 Queens Of The Stone Age 가 제시하고, 결론짓고, 지지고 볶고 재탕도 여러번 하여 쉬어 빠지기 까지한 떡밥이다. 하지만 Torche 역시 그런 방법론을 답습하나 첫 경험과도 같은 신선한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은 가희 놀랍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게다가 QOTSA 의 힙스터적인 어필과는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 Torche 는 예전부터 입맛 까다로운 힙스터들을 어르고 달래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합리적인 음악성으로 그들을 윽박 질러 호평을 끌어 낸 Meanderthal 의 그것과 마찬가지의 음향적 카리스마를 또 한번 보여주며 청자를 따라오게끔 만든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게 말이다. 또한 아기자기한 기타팝적인 노선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는 하드코어 펑크적인 스피디함도 자주 선보이고 있고, 이런 박진감과 결합 된 쉴 새 없는 퍼즈톤 폭발은 High On Fire, Black Tusk 와는 분명 다른 컬러의 획기적인 방법의 스피디한 슬럿지 공식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역시 인상 깊으며, 많이는 보여주지 않지만 Meanderthal 앨범에서 보여준 캐치한 스토너/슬럿지 퍼즈 카리스마 역시 구비 해 두며 강한 전통적인 맛 역시 꿋꿋히 보여 준다는 점 역시 이 앨범의 체크포인트이기도 하다.

Torche 는 이미 한건 기록 한 바 있다. Meanderthal 에서 말이다. 타협점 없는 스토너/슬럿지의 참맛과 캐치한 구성의 시도로 인한 새로운 방법론의 발명, 그로 인한 Isis, Pelican 과 같은 포스트 메탈 카데고리에 대한 침투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 한 건 말이다. 그리고 Harmonicraft 을 통해 또 한건을 기록한다. 새로운 방법론을 가지고 말이다. 이번에 들고 나온 새로운 방법론은 기발함에 있어서는 경악에 가까운 참신함이다. 스토너/슬럿지 사운드 효과와 클래식 락/기타팝 페르소나와의 조화는 스토너/슬럿지 음악 역사에 있어서 길이 남은 역사의 한 페이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너/슬럿지 사운드의 근사한 대중적 변화는 이미 많이들 겪었을 것이다. 그런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감각들이 무디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무디어진 감각을 Harmonicraft 이 다시 끌어 올린다. 90년대 들어와 수 많은 진보적 변화를 보여준 수 많은 히어로 밴드들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으리라 결론을 내렸는가? 그건 틀렸다. Harmonicraft 에서 또 다른 방법론이 제시 되었다. 완벽에 가까운 결론도 내리는데 성공했다는 점도 존재한다. 또 한번의 진화를 해 낸 스토너/슬럿지 사운드의 흐름을 반드시 체크해야만 옳을 것이다. 헤비함과 끈적함을 약간 만이라도 안다면, 좋아한다면 말이다.

- Mike Villain


Kic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