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6] New Found Glory – S/T (Drive-Thru/Geffen, 2000)
Green Day, The Offspring 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대박을 쳤고, 그와 동시에 펑크는 돈이 되는 장르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메이저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선배 밴드들 조차 덩달에 상업적 성공을 맛 볼 정도였었다. 이러한 돈 냄새를 메이저 레이블들이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메이저 레이블은 먹힐만한 신예 및 베테랑들을 쉴 새 없이 메이저 필드로 올려댔다. 이러한 붐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팝펑크가 지닌 꽤 러프 하면서도, 강한 대중성을 지녔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메이저 필드에 올라온 팝펑크 들은 결국 “대중적 어프로치가 가미 되기는 했지만, 메이저에서 모두 성공하기에는 절대로 무리인 확실한 언더그라운드 음악” 이었고, 결과적으로 메이저 레이블이 원하는 상업적 성과를 내는데에는 실패하고야 만다. 하지만 메이저는 펑크 장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들어서 80년대 부터 서서히 만들어진 각 지역의 펑크 레이블들의 완벽한 유통망 구축, 인터넷을 이용한 빠르고도 확실한 홍보전략, 차근차근 성장을 해 오며 만들어진 만만치 않은 레이블의 자본을 바탕으로 메이저 레이블 못지 않은 성과를 남기는데 성공한 준-메이저급 펑크/하드코어 레이블들의 존재들이 더욱 더 메이저 레이블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메이저 레이블은 음악적인 레벨이나 펑크라는 장르색에 얼마나 걸맞는 사운드와 애티투드를 잘 구사하느냐 보다는 어느 밴드가 10-20대에 어필할 요소가 더 많은지, 그것을 바탕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스타 밴드를 만들어 내느냐에 매진했고 결국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밴드들을 만들어 냈고, 만들어 내는 방식을 제대로 구축하며 오랜 숙원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메이저 레이블측의 상업적 포커스에 대한 집착은 분명 선을 넘어 버린 그릇된 행위었다. “대중적 미학이 있는 파풀러한 펑크” 라는 팝펑크는 10-20대만이 소비하는 그들만의 저질 엔터테인먼트로 오해를 받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버리기도 했다. Simple Plan, Sum 41 을 좋아하는 어린팬과, Bad Religion, NOFX 를 알던 올드비들과의 세력 다툼으로도 이어졌다. 바로 그러한 문제가 심화 될 즈음에 New Found Glory 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팝펑크가 지닌 음악적, 비즈니스적, 애티투드적 문제 모두를 말이다.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는데에는 전혀 어렵지 않다. 이들의 두번째 풀렝스 앨범은 New Found Glory (이하 NFG) 한장을 좀 심도있게 들어보면 될 뿐이니까 말이다.
NFG 는 1997년 미국 플로리다 코랄 스프링스에서 순수한 목적의 밴드, 한마디로 재미를 위한 고등학교 밴드로 결성 되었었다. 밴드 이름도 The Get Up Kids 의 곡에서 따올 정도였다. 자작곡도 만들기도 했지만 프로패셔널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하지만 밴드 결성 막판에 들어 온 인물이 무려 메탈릭 하드코어의 새 장을 연 아이콘적인 밴드 Shai Hulud 의 초기 보컬리스트로 활약했던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가이 Chad Gilbert 가 기타리스트/메인 송라이터라는 점은 비범한 미래상을 제시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성년도와 같은 해에 나온 데뷔 EP It’s All About The Girls 는 펑크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메탈릭 하드코어 레이블로 시작하여 그 당시에 팝펑크와 이모 발매에 서서히 열을 올리던 Eulogy Recordings 와 빠르게 계약을 했고, 그 이후에 낸 첫번째 풀렝스 앨범인 Nothing Gold Can Stay (1999) 은 애송이 밴드치고는 대단히 놀랄만한 결과물인 3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NFG 의 덩치는 너무 커져 인디 레이블 Eulogy 가 감당 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결국 5000달러에 10-20대 성향의 이모/팝펑크 레이블이자, 메이저레이블 Geffen 산하의 레이블로써 지원을 받고 있던 다크호스 레이블 Drive-Thru 로 이적하게 된다. 그리고 2000년에 셀프 타이틀 앨범이자 2번째 풀렝스 앨범인 New Found Glory 가 발매된다. 이 앨범인 발매되던 2000년은 본격적으로 메이저 레이블의 팝펑크 락스타 만들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던 때였고, NFG 가 이적한 Drive-Thru 레이블은 인디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10-20대 팝펑크 특화 레이블이라는 이유로 Geffen 이 과감하게 매입하고 상업적 결과를 내리기 위해서 전반적으로 굉장히 신경쓰던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그런고로 NFG 의 Drive-Thru 데뷔는 그릇된 음악적 결론의 메이저 레이블 튜닝형 기획상품 팝펑크가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렇게 메이저 기획이 왕창 첨부 되었지만, 그와 동등한 제대로 된 팝펑크 사운드/애티투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이들의 음악적 재능과 센스가 제대로 첨부되고 발휘 되었다는 점이다.
New Found Glory 는 2000년이라는 시기의 팝펑크가 가진 모든것을 부정하지 않는, 한마디로 이상적인것과 현실적인 면, 혹은 팝펑크의 양지와 음지 모두를 구사하는, 생각보다 영악하고 무모한 앨범이다. “팝펑크가 파퓰러 하지만 결국 펑크다” 라고? NFG 는 이 앨범을 통해 스피드를 앞세운 펑크적인 에너지를 내세우며 8-90년대의 팝펑크의 진수를 보여준다. 메이저 필드에서 어필해서 상업적 결과를 내야 한다고? NFG 는 메이저 레이블이 원하는 기획적 요소를 알아서 잘 구축 해 놓았다. 대중적으로 어필해도 그래도 10-20대 펑크가 지닌 풋풋한 감성과 애티투드를 고집해야 한다고? NFG 는 그러한 코드 만들기는 식은죽 먹기라며 적절히 10대 감성의 열의와 로맨스, 찌질함과 멍청함을 숨기지 않고, 꾸미지 않고 소신껏 표현 해 내며 좋은 인상을 만들어 냈다. 그러한 10-20대적인 가사는 틀린거고, 누가 뭐래도 8-90년대의 팝펑크 특유의 바이브를 이어가야 한다고? 10대 감성으로 좀 과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찌질함과 멍청함에서 툭툭 튀어 나오듯 표현되는 살짝 거친 면모를 선보이며 원조 팝펑크적인 요소를 잘 구사 해 내기도 했다. 그렇다. 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을 거쳐, 2000년대의 팝펑크의 사운드와 애티투드를 모두 정의 해 냈다. 매우 이상적인 결론이었다. 음악적으로 뛰어났고, 펑크적으로 뛰어났고, 상업적으로 뛰어났다. 흠 잡을 데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앨범이 그저 음악적으로 성공했고,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뻔한 해피엔딩적인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 앨범은 부가적으로 남긴것이 참 많기도 하다. 이 앨범의 타겟은 10-20대의 어린 팬들이었지만, 밴드의 기타리스트 Chad Gilbert 의 존재덕에 메이저 데뷔 이전부터 하드코어씬의 관심이 꽤나 남달랐는데, 풋풋한 면모와 올드비한 진지함이 음악적/메시지적으로 완벽하게 발휘 된 이 앨범은 그런 다이하드 성향의 리스너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받는데 성공했고, 팬이라는 하드코어 밴드의 멤버들의 등장도 꽤나 있으며 더욱 더 이들을 제대로 된 밴드로 인식하는데 이르렀다. (특히 Madball 과 같은 NYHC 아이콘이 이들의 팬이라고 직접 언급 하는건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2000년대 메이저 팝펑크가 펑크/하드코어쪽의 진정한 인정을 받은 첫번째 경우였기에 더욱 더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펑크/하드코어 그라운드쪽에서 이뤄진 NFG 에 대한 인정과 호평은 좀 더 그러한 밴드가 없는 것일까 하는 긍정적 측면의 10-20대 밴드에 대한 탐구로도 이어졌고, 이를 눈치 챈 10-20대측의 펑크/하드코어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탐구의 피드백도 있었다. New Found Glory 앨범은 갈라져 버렸던 펑크/하드코어의 골을 이어주는 대단한 역활을 했음도 무시 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이 지닌 펑크 이외의 재능도 빠트리지 않고 언급 해야만 한다. NFG 가 팝펑크 밴드로의 인식이 너무나 완벽한 탓에, 이들이 지닌 뛰어난 작곡 능력에 대해 간과하기가 쉬운 편이다. 하지만 NFG 는 팝펑크 밴드인 동시에 뛰어난 파워팝/기타팝 밴드로도 이야기 해야만 한다. 다양한 곡 스타일, 한곡 한곡에서의 유연한 기승전결, 보컬 라인/기타 리프/멜로디 애드립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발휘되는 캐치한 감각의 완벽한 표현력 등 펑크 밴드 이상의 실력과 센스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데뷔작에서의 그러한 요소는 가장 적다. 하지만 타 밴드들 보다 남다른 센스를 보여준다는 점, 2000년대 메이저 펑크 밴드들의 특유의 음악적 허세와는 다르게 매우 소신껏 표현 해 내며 좋은 인상을 남긴다는 점은 깎아 내리기 힘들다. New Found Glory 앨범은 러프하고, 서투르지만 기타팝 밴드로의 비범한 재능의 포석을 제대로 깔아 두었고, 이는 기타팝 성향의 팝펑크를 논하는데 언제나 거론되는 앨범 Sticks And Stones (2002), The Who 스타일의 클래식 락에 대한 팝펑크의 완벽한 응답이라 할 수 있는 Catalyst (2004), 아예 싱어송 라이터 밴드로의 도전을 감행하여 상업적으로 실패 했으나 꽤 괜찮은 음악적 성과를 담은 Coming Home (2006) 까지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려내기까지 이르르기에 간과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기타팝 센스의 강렬함은 최근 앨범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셀프 타이틀 앨범 New Found Glory 가 나온지도 13년째다. 이들이 만들어 낸 2000년대 팝펑크의 완벽한 이상형은 지금까지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그 당시에는 “10-20대용 팝펑크 밴드로는 유일하게 제대로 된 음악과 애티투드를 보여주는 밴드” 정도였지만, 이제는 “2000년대 팝펑크의 깨어지지 않는 금자탑” 으로 남아 버렸다. 아예 롤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훗날 등장하는 Fall Out Boy, Paramore 와 같은 밴드뿐 아니라 Fearless Records, Fueled By Ramen, Hopeless Records 와 같은 레이블 전체의 롤모델이라는 사실은 가희 충격적이기도 하다. 인기 많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지닌 특정 장르 음악색의 필요 이상의 할당량 달성 & 상업적 성공이라는 미션 도전 모두를 해 낸 유일무이한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악하기만 한가? 소박한 형태지만, 그 안에 번뜩임을 발휘 하는것에 천재성을 논하는 미국 기타팝의 전통을 잇는 2000년대의 아이콘으로 논할 수도 있는 음악적 재능도 굉장했다. 이상적이자 현실적이며, 마이너리티 하면서도 대중적인 이 밴드의 이 앨범은 클래식이 되기에 충분하다. 단언 할 수 있는 명작중의 명작이다. 2000년대 팝펑크, 아니 펑크 역사의 길이 남는 앨범이다. Green Day 이후 최고의 팝펑크 락스타이며, 음악적 재능 및 애티투드/마이너리티의 할당치 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 어떤 밴드들을 능가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장 뛰어난 팝펑크 밴드로 간단하게 말해도 무리가 없다. 그 중 가장 뛰어난 앨범은 풋풋하다 못해 풋내기적 형태지만, 가장 야심차고 순수하고 결론도 상상 이상 이었던 이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서 발매 당시에 겨우 빌보드 앨범차트 107위에 올라갔지만, 각각 앨범차트 4위와 3위를 담당한 후속 앨범 Sticks And Stones 와 Catalyst 와 마찬가지로 골드 레코드를 기록 했다는 점, 그리고 2009년에 미발표곡 7곡을 추가하여 20 트랙 + 이 앨범 발매 당시에 발표 되었던 밴드 다큐멘터리 DVD The Story So Far 를 포함하여 10주년 기념 디럭스 에디션으로 재발매 되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추가하고 싶다. 팝펑크라는 장르가 “디럭스 앨범” 형태로 나온 유일무이한 작품 아닌가? 그만큼 이 앨범은 전설,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럴만 하다.
- Mike Villain
Dressed To K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