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Oath #14] Mos Def – The New Danger (Rawkus/Geffen, 2004)
힙합이라는 단어가 갱스터랩이라는 단어와 완전히 일치 되었던 90년말에 꽤나 의아한 작품 하나가 관심을 모으며 등장하게 된다. Talib Kweli, Mos Def 라는 흑인 듀오가 발표한 Black Star (1998) 이라는 앨범이었다. 갱스터 스타일이 아니면 상업적 성공은 커녕 주목의 씨알도 안 먹히던 그 시기에 무려 흑인으로써의 뿌리, 삶, 정신, 문화에 대한 지식인적인 캐릭터를 추구했고, 그에 합당한 흑인이 남긴 위대한 음악적 유산인 고전 재즈에 대한 힙합적 탐구에 대해 매진하던 앨범이었다. 게다가 이 두 래퍼의 캐릭터는 그동안의 힙합의 특징인 “내가 이렇게 잘난 놈이다 쉴 새 떠들어 제끼는” 허세의 노선이 아닌, 쉴 새 없이 자아와 뿌리에 대한 탐구와 이를 바탕으로 더욱 내면적/학문적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던 흑인 지식인/인권운동가로써의 모습을 바탕으로 한 “진실된 모습” 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2Pac 과 Notorious B.I.G. 의 죽음과 힙합에 과도하게 낀 폭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스무스한 어조지만 강한 비판을 담았던 싱글 RE: DEFinition 은 90년대말을 대표하던 동서부 힙합의 투쟁 이후에 대한 비판과 화합에 대한 가장 멋진 앤썸으로써 적잖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둘은 단 한장의 앨범으로 지금까지의 흑인의 삶과 문화, 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 이상적이고도 강경한 비판을 가했고,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의 흑인의 삶과 문화,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것들을 총집합 하는 가운데 다가오는 새천년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타일로 발전 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법, 이 둘은 Black Star 의 활동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둘 다 의미심장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Mos Def 의 행보는 꽤나 대단했다. 그는 지식인으로써의 아이덴티티를 넘어, 예능인으로의 야심이 만만 찮았던 가진 양반이었다. 그는 래퍼로써의 커리와 동급으로 연기자로써의 행보에도 꽤나 심혈을 기울였고, 크게 유명하지는 않아도 안정된 연기력과 지적인 흑인 캐릭터를 대표하는 배우로 서서히 대중들에게 인식 되는데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캐릭터 구축에 가장 확실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솔로 앨범 활동이었다. 그는 솔로 래퍼 활동을 통해 Black Star 시절에서 얻은 흑인 지식인으로써의 모습과 그것을 좀 더 대중적으로 풀어 나가는 엔터테이너로써의 모습을 동시에 추구했고, 첫 솔로작 Black On Both Sides (1999) 는 그가 원하는 모든것을 담는데 성공한 명반이었다.
Mos Def 는 Black On Both Sides 로 멋진 핸섬가이, 지식인, 연기자, 엔터테이너로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독창적인 캐릭터를 뇌리에 안착 시키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그는 연기자 활동에 매진했다. 그래서 두번째 앨범은 5년이라는 다소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발표가 되었다. 그리고 발표와 동시에 적잖은 충격을 대중과 평론가들에게 선사하고야 만다. 그의 두번째 앨범 The New Danger 는 굉장히 파격적이다 못해 다소 무리수적인 코드, 바로 락 음악과 힙합을 접목 시키려는 야심의 끗발을 올린 앨범이었기 때문이었다. “락과 힙합의 접목이 뭐가 달라? Run-DMC, Beastie Boys 도 있었고, 심지어 Limp Bizkit 같은 것도 있는데 뭐가 새롭고 무리수냐고?” 라는투의 무식한 질문은 삼가하기 바란다. Black Star 에서 지금까지의 인텔리전트 흑인의 끝을 보여준 Mos Def 가 그런 뻔한것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가 두장의 앨범에서 보여준 지금까지의 흑인 음악, 문화, 사상에 긍정적인 총괄편 및 그것을 바탕으로 한 미래상에 대한 제시를 락 음악으로 시도하기에 파격적이라는 말을 꺼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흑인 음악과 락 하면 빠지지 않는 인플런스 장르들인 블루스, 부기, 재즈, 소울을 쉴 새 없이 래핑을 할 수 있는 비트, 혹은 연주를 통해 사운드 배경을 만들고서 쉴 새 없이 랩을 해댄다. 정말 놀라운 점은 앞서서 말한 흑인과 락 하면 생각나는 수많은 장르들이 굉장한 레트로함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50년 부터 70년대 까지의 흑인 고전 음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리고 그 시대 안의 다양한 장르들 모두는 날것 그대로의 냄새가 풀풀 날 정도로 태동기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더 이상 첨가하지 않는다. 상업적인 변화가 존재 할 수 없는 장르 탄생 순간의 순수함을 거의 그대로 추구한다. 과도하게 샘플링 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랩 파트 마저 흑인 음악의 고전 사운드의 텍스쳐의 위대함을 표현하기 위한 보조도구의 수준까지 꽤나 자세를 낮추고 있다는 점도 놀라우며 이색적이다. 고전 흑인 음악 그대로의 텍스쳐에 멋들어진 랩을 얹기도 하지만. 자신의 랩 스킬을 돋보이는 부분을 적당히 줄이고 그 자리에 다양한 고전 흑인 음악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보컬리스트로써의 모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의아하며, 그와 동시에 재밌으며 기발하다. (그가 쉴 새 없이 랩 or 보컬 부분에서 스킷으로 주절 거리는 단어 “부기맨” 을 캐치 해 낸다면 그의 캐릭터가 래퍼에 국한되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The New Danger 는 랩-힙합 앨범이라는 아이덴티티 뿐만, 고전 흑인음악에 대한 심오한 탐구와 재창조라는 그다운, 그리고 그가 언젠가 해야만 하던 미션을 자신감 넘치게 해치워 버리는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60년대 소울/가스펠 신화 Shuggie Otis 가 참여한 Blue Black Jack 한곡을 들어보라. 그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락 음악의 뿌리가 되었던 다양한 흑인 음악의 깊은 탐구를 그저 고전의 재탕이라는 행위를 통해서만 끝내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 앨범 The New Danger 의 대단한 점이다. 블루스, 부기, 소울, 재즈등을 그 시대의 관점으로 탐구하는것 만큼이나 90-2000년대의 락 사운드 관점으로 고전을 재해석 하려는 야심 역시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히 음악적 결과물 역시 멋지다. 60년대 소울과 부기가 헤비한 그루브의 샘플 & 루핑으로 쿨하게 탄생 된 첫 싱글 Ghetto Rock 을 들어보면 바로 감흥이 올 것이다. Raphael Saadiq, Kayne West, Warryn Campbell (DJ Quik 과 함께한 프로듀서), Psycho Les (인스트로멘탈 힙합/프로덕션 팀 The Beatnuts 의 멤버), The Alchemist (래퍼이자 Dilated Peoples, Mobb Deep 과 작업한 인물) 과 같이 과거 흑인 음악의 지독한 디깅 애호가들인 동시에 현대적인 재해석가들의 적재적소의 참여는 더더욱 Mos Def 의 흑인 음악의 역사에 대한 애정의 혁신화에 깊이를 더해간다. 이런 흑인 음악의 현대적 재해석의 끗발은 이 앨범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참여한 부분에서는 파격의 극을 달리는 밴드 Black Jack Johnson 이라는 밴드의 존재다. Dr. Know (Bad Brains 기타), Bernie Worrell (Parliament, Funkadelic, Taking Heads), Doug Wimbish (Living Colour 베이스), Will Calhoun (Living Colour 드럼) 의 흑인 락 뮤지션/연주대가들의 슈퍼팀인 Black Jack Johnson 은 그저 “다양한 락 음악의 인플런스였던 고전 흑인 음악의 구사” 를 넘어서 “흑인이 진짜 락 음악의 주체다” 를 보여주는 굉장한 파격성의 음악을 Mos Def 와 함께 만들어 제끼고 있다. Bad Brains 와 Living Colour 가 보여 준 바 있는 펑크/하드락/헤비메탈 총집결 사운드의 혁신성을 Mos Def 라는 래퍼를 통해 완성 시킨 Zimzallabim 라는 트랙은 최고의 파격성을 들려준다. Mos Def 는 이렇게 현대에 있었던 흑인 음악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것 역시 집요하게 도전하고 있다. 좋은 모습이다.
The New Danger 라는 앨범은 한마디로 Mos Def 라는 인물이 지닌 캐릭터를 가장 크게 폭발 시킨 앨범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쉴 새 없이 수많은 흑인 음악 고전들에 대한 애정과 탐구와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고 알려 주려는 블랙 프라이드를 추구하며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뛰어난 밸런싱은 더더욱 좋은 인상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과거의 유산을 발판으로 한 새로운 방법론의 사운드 추구 역시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The New Danger 는 가장 용감한 앨범이다. 너무 용감하게 이것저것 시도해서 발표 당시에 평이 매우 극심하게 엇갈릴 정도로 장르 혼선적인 & 시대상의 혼선적인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VillainsSound 는 그러한 점이 너무나도 멋진 행보였다고 말하고 싶다. 50-70년대의 모든 흑인 사운드의 핵심을 꿰뚫으면서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 하며 “자신의 뿌리에 대해 자긍심과 애정을 가지는 동시에 자기 자신 역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흑인 음악 명인으로써 매우 노력하는 인물” 이라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The New Danger 는 Mos Def 라는 인물이 지닌 자아에 대해 가장 충실한 순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VillainsSound 를 찾는 수많은 락 음악 팬들은 이 앨범에 관심을 특히나 한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엔 그들이 사랑하는 락 음악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던 수많은 흑인 락 음악에 대한 텍스쳐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한번 멋지게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Little Richard, John Lee Hooker, Bo Diddly, Sly And The Family Stone, Jimi Hendrix, Parliament, Funkadelic, Bad Brains, Living Colour 의 그것들 말이다. 락 팬이라면 꼭 한번 경험 해 볼 법한, 멋진 특식이 될 것이다.
- Mike Villains
Ghetto R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