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 The Grave #03] Thrice – The Artist In The Ambulance (Island, 2003)

[Diggin’ The Grave #03] Thrice – The Artist In The Ambulance (Island, 2003)

헤어메탈, 그런지, 뉴메탈에 이어서 메이저가 돈 냄새를 맡은 “뜨는 장르” 는 이모 (Emo) 였다. 펑크/하드코어의 어쿠스틱화, 모던락화, 기타팝화를 통해서 매우 긍정적인 음악적/애티투드적 터닝포인트를 90년대에 기록한 이모는 2000년대 들어서 서서히 10대가 꼬여들며 그들 특유의 “제멋대로 해석과 시도” 로 인해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이저 레이블의 로스터가 아니더라도 전국구적인 인기와 상업적 흥행파워를 지니는 밴드들의 완벽한 입지구축 역시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돈냄새를 맡은 메이저 레이블들은 상업적 어필이 강한 뭔가 잘못 된 이모 밴드들에게 접근해서 계약서를 디밀었고, 그 결과 빠르게 인스턴트 락스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안봐도 뻔할 정도의 레벨로 빠르게 버려졌다…) 안 좋은 케이스만 있지는 않았다. 그와 동시에 제대로 된 이모 밴드들 역시 많은 데뷔를 이루었으니까 말이다. 잘 된 케이스도 있었고, 안 된 케이스도 있었지만, 워낙에 세일링 파워가 남달랐기에 대체적으로 레이블의 음악적 간섭이 적은 수준의 조건으로의 영입과 활동이 이루어졌다. Thrice 역시 그러한 밴드였다. 그들은 제대로 된 밴드였고, 인기도 꽤 강했고, 레이블과 밴드 모두 서로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고 비즈니스 활동을 시작했다.

재미난 점은 Thrice 라는 밴드는 정확하게 “이모” 밴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해서 그들은 “이모의 멜로디어스한 요소를 가진 강력한 파워와 추진력의 멜로딕 하드코어 펑크 밴드” 였다는 점이다. 보컬파트의 멜로디어스함과 감성적인 코드가 강조되고, 그에 걸맞는 이모 멜로디가 들어 있고, 하드코어 펑크의 구성미 보다는 헤비-기타팝 or 얼트/그런지적인 곡 구조와 전개를 구축하고, 적절히 하드코어 펑크 뼈대에서 구사하던 밴드였다. 이들은 지글거리며 달려대는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전형적인 진행을 거의 취하지는 않지만, 꽤나 놀라울 정도로 헤비했고 꽤나 놀라울 정도로 헤비했다. 뛰어난 기타팝적인 재능과 감정선 터지는 멜로디라인 제조능력, 분위기 창출능력이 너무 강해서 그러한 터프한 특징이 가려졌으며, 그 시대에 워낙에 10대 이모 스타일이 강세라 같히 싸잡혀서 화제를 얻었기에 그러한 부분은 더욱 간과 되었다. 여하간 이들의 두장의 앨범 Identity Crisis (2001) 와 The Illusion Of Safety (2002) 는 공존의 언더그라운드 힛트를 기록했고, 이들을 발굴한 소규모 펑크 레이블 Subcity 는 순식간에 그 바닥의 대세 레이블이 되기도 했다. Thrice 는 Subcity 가 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고, 결국 밴드는 메이저 레이블 Island 로 이적하게 된다. 그리고 나온 첫 메이저데뷔 작품이 The Artist In The Ambulance 앨범이다.

The Artist In The Ambulance 는 고개가 갸우뚱 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앨범이다. 메이저로 이적하며 밴드와 레이블의 의논을 통한 상업적 어필의 강화로 인해 음악이 변해서 갸우뚱 거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갸우뚱의 원동력은 그런것 보다 “메이저 레이블이 왜 굳이 이 친구들을 픽업 했을까나?” 하는 의문감이다. Thrice 는 이모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밴드지, 결코 이모 밴드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대중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강력한 존재감의 스트레이트한 펑크/하드코어 사운드로의 밴드, 그루브 메탈적인 느낌까지 자아내는 밴드, Anthrax 와 같은 스타일의 젊은 펑크 밴드 아이덴티티로의 어레인지라고 부를 수 있는 예상 이상의 엄청난 헤비함의 아우라 역시 강하게 어필 되는 밴드이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브레이킹 힛트 앨범 The Illusion Of Safety 에서 그것이 부족함 없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굳이 이렇게 상업적 포커스가 적잖게 떨어지는 밴드를 영입 했다는 점, 별다른 음악에 대한 터치없이 밴드가 하고픈대로 놔두었다는 점은 의아하게 생각 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갸우뚱함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The Artist In The Ambulance 는 밴드가 원하는 대로 다 하면서도, 메이저 레이블측의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꽤나 고용주의 입맛을 맞춰주는 부분에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과 이 앨범은 “그 시대의 이모” 라는 다소 논란적인 코드를 지니고 있지만, 이들이 행하는 감성적 코드의 추구는 90년대 초중반의 제대로 된 이모 사운드의 긍정적인 사운드의 그것이며, 그러한 것을 추구 하면서도 좀 더 멋지게 다듬는 개선적 노력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모적 요소를 담을 그릇이라 할 수 있는 송라이팅적인 부분 역시 발전과 개선에 대한 노력 역시 행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송라이팅의 레벨뿐만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이고 캐치하게 귀에 얹혀지게 만들려는 노력은 전작들에서 빛났지만 이 앨범에서는 궁극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레벨로 발전되어 있다. 이는 메이저 필드에서 먹힐만한 포커스를 완벽하게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 할 수 있기도 하다. 거기에 자신들이 늘 해오던 하드코어 펑크적인 스트레이트함과 90 메탈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매우 강력한 헤비함 역시 추구하고 있으며, 이모 사운드의 긍정적인 발전상과 송라이팅 레벨과 센스의 발전만큼이나 심도 있는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놀라운 레벨로 조화되고 있다. 하드코어 펑크/메탈릭 하드코어적인 관점에서 부족함이 없고, 이모-기타팝적인 부분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강력한 사운드에 추가 된 대중적 코드” 로 바라봐도 긍정적이며, “대중적 펑크팝에 얹혀진 강력 헤비니스 사운드와의 조화” 로의 관점 역시 매우 놀랍다고 말 할 수 있다. 여러 관점에서 바라 보아도 “성공” 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음악적 발전상을 구축한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만들어 진 사운드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Finch, The Used, My Chemical Romance 와 같이 이모 사운드를 질적으로 망친 함량미달 헤비니스 코드를 지닌 이모 밴드들이 남긴 죄목을 씻어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발끈하지 말고 현실을 들여다 보자. 펑크라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10대 아이돌적인 부류로의 상업적 성공,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사이에서 이뤄진 음악적 과대평가, 이를 바탕으로 한 “이모는 무조건 죄다 쓰레기야” 라고 싸잡아 평가절하게 만든 계기의 탄생만으로도 그들의 죄는 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메이저 필드에 진출한 모든 밴드가 그런것은 아니었고, 이모라는 음악이 꽤나 음악적으로나 애티투드 적으로나 제대로 된 음악임을 보여준 이정표들은 꽤나 많았다. 그 중 Thrice 와 이 앨범 The Artist In The Ambulance 의 메이저 필드에서의 음악적 성공은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사운드의 코드를 지닌 이모 계열 중에서는 최고의 퀄리티와 개성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말은 틀린 것이기도 하다. 왜냐면 Lifetime 부터 시작 된 멜로딕 하드코어의 계보에서 “Lifetime 의 등장 이후 최고” 라고 말 할 수 있으며, “Lifetime 다음의 뉴 제네레이션의 탄생과 완벽한 완성” 을 알려주는 앨범이라는 평가 또한 엄청난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 정도로 이 앨범은 여러 방면에서 강하게, 아주 강하게 어필하는 한 장르와 시대를 대표하는 마스터피스급 앨범인 것이다.

The Artist In The Ambulance 는 외외라면 의외이고, 그럴싸하면 그럴싸 하다고 할 수 있는 메이저 데뷔였다. 실패 할 수도, 성공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이래저래 밴드와 레이블 모두 만족 할 만한 수준으로 귀결되게 된다. 빌보드 앨범차트 16위로 데뷔하며 좋은 시작을 알렸고, 메이저 데뷔에서 어울리는 적절한 롱런까지 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메이저 무대에 신고식을 알린 밴드이자, 제대로 된 이모 사운드를 구사하던 동료들인 Thursday, Coheed And Cambria 와의 투어도 성공적이었다. 이 앨범의 발표 1년 뒤에는 메이저 데뷔 시절의 미발표 세션과 영상물을 합친 CD/DVD 콤보의 팬 서비스형 컴필 앨범 If We Could Only See Us Now (2004) 가 급조 될 정도로 메이저 필드에서 좋은 반응이 오기도 했다. 두번째 메이저 데뷔작이자 4번째 풀렝스 앨범 Vheissu (2005) 에서는 무려 멜로딕 하드코어로 “프록” 을 구사하는 대변신을 꾀했고, 많은 팬들과 평단이 당혹 해 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메이저가 납득 할 만한 성과를 내리는데 성공하기에 이르르기도 했다. 너무 과한 음악적 행보에 대해 메이저 레이블 Island 는 난색을 표했고, 밴드와 레이블은 조용히 회의를 거쳐 결별 하였다. 정말 놀라운 점은 이 과정 역시 앨범 제작과 발표처럼 법적인 트러블 및 SNS 나 미디어를 통한 불만표출 한줄도 없이 너무나도 스무쓰하게 처리 되었다는 점이다. 그 후 Thrice 는 준-메이저급의 인디레이블 Vagrant 에서 “프록 멜로딕 하드코어” 밴드로의 활동을 더욱 심화했고, 2장의 EP 와 2장의 정규작을 통해 여전히 대단한 음악적 야심과 결과 도출을 해 내는데 성공했고, 작년에 자진으로 해산했다. (정확히는 무기한 활동중단) The Artist In The Ambulance 는 그러한 프록 하드코어적인 노선의 음악적 성과에 가려지는 편이 강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앨범은 정말 제대로라는 점이다. 즐기는 차원의 대중적 코드의 팝락에서도 100점 이었고, 펑크/하드코어적인 컬트함의 시선으로 세세히 따져도 100점 이었다. 이러한 앨범은 흔치 않다. 특히 이모, 팝펑크, 멜로딕 하드코어 할 것 없이 너무나도 메이저 레이블의 기획 상품성 락앤롤 마수가 과하게 심했던, 그로 인해서 너무 많은 아이돌 밴드들의 성공과 과대평가로 인해 한 장르 자체가 무서울 정도로 비난 받았던 그 시기에 이렇게 마인드적으로나, 음악적 퀄리티적으로나 뛰어난 작품의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지니기에 그러하다.

문제는 이 앨범이 국내에서 극단적인 찬밥 신세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모라는 장르의 메이저 필드에서의 성공은 국내 메이저 레이블 담당자들의 발매 욕구를 자극 할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고, 상당히 많은 앨범들이 국내에 소개 되었다. 그중 하나가 이 앨범 The Artist In The Ambulance 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정식으로 발매 되면서 그 흔한 “속지” 조차 없었고, 심지어 온라인 음반 판매 사이트에 올릴 프로모션용 글귀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 존재하던 이런저런 음악 전문지 역시 이 앨범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저 “이런게 나왔었다” 하고 끝내버린 것이다. 이는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Thrice 의 메이저 데뷔는 의아하기는 했지만, 분명 본토 미국에서 언더그라운드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통해 메이저로 거의 강제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화제는 펑크/하드코어와 같은 다소 매니악한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락 비지니스 전반이 주목하던 것이기도 했다. 이정도 까지 무시한 것은 “시말서” 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였던것 같다. 한국의 음악 관계자들이 참으로 본토쪽의 현재의 대세가 무엇인지 꽤나 눈치채지 못하게 된 시발점 말이다. The Artist In The Ambulance 은 한국의 전문가들의 무지함을 일깨워 주는 한장이기도 하다. 특히 그 시대부터 지금까지 그런 숨겨진 쾌작 라이센스 앨범이 많았다, The Artist In The Ambulance 는 그중에서 1-2위를 다투는 마스터피스급 앨범이었다. 철저하게 국내에서 무시 당했지만, 이러한 명작을 쉽게 매우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하고 싶지만 그게 안되는구만? 여하간 The Artist In The Ambulance 은 2000년대 펑크를 이야기 하는데 빠질수가 없는 그러한 작품이다. 국내 상황이 거지같건 말건, 이 앨범을 구하는게 멋진 음악생활 추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Mike Vill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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