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i Hulud – Reach Beyond The Sun (Metal Blade, 2013)

Shai Hulud – Reach Beyond The Sun (Metal Blade, 2013)

Shai Hulud 는 하드코어의 메탈릭한 발전의 정점을 찍는 밴드인 동시에, 다음 세대로의 교체를 알리는 음악적인 획기성을 지닌 밴드다. 그렇게 멋진 시작을 했고, 쉴 새 없이 획기적인 사운드로의 발전과 돌연변이화를 해 나가던 2000년대 하드코어씬에서도 좋은 음악적 결과를 남겼고, 지금도 좋은 음악적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하드코어의 메탈릭화, 격정적이고도 강인한 감정을 잘 살리는 멜로디어스한 감각, 감성과 공격성의 조화, 그에 어울리는 공격적이면서도 내면탐구적인 철학적 메시지의 추구, 이러한 것들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하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적인 요소의 연주 테크닉의 구사와 그에 걸맞는 복잡하고 치밀한 구성 등이 바로 Shai Hulud 라는 밴드의 독창성과 대단함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간단하게 거론해야 하는 것들이다.

Shai Hulud 는 매우 대단한 헤비니스 음악을 들려주며 빠르고도 수월하게 하드코어 레전드가 된 케이스지만, 생각보다 꽤나 골치 아픈 내부적 커리어로 악명이 높은 밴드이기도 하다. 기타 Matt Fox 만이 1995년부터 활동 해 오고 있는 오리지널 멤버이고, 오리지널 멤버급으로 평가받는 베이시스트 Matt Fletcher 도 2002년에 가입한 멤버다. 여기에 지금까지 이 밴드에 몸 담은 인물이 28명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면 이 밴드가 얼마나 힘든 커리어를 이끌어 왔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컬리스트였다. 지금까지 이 밴드에서 마이크를 잡은 인물은 총 7명… 불화도 있었고, 자신만의 음악활동을 위해 탈퇴한 케이스도 있었다. 무엇보다 앨범 녹음 때마다, 앨범 발표 후의 투어 때마다 보컬리스트 부재가 발생하여 이래저래 금전적 손실이 장난 아니었다는 점은 일종의 사형선고와도 같았고, 2005년엔 해산 결정도 한번 내리기도 했다. 2006년에 재결성 해서 대단한 앨범을 내며 화려하게 컴백 했지만, 컴백 마저도 보컬리스트의 탈퇴로 인하여 원하는 만큼의 활동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등 악재는 이어졌다. 그 악재는 2013년 새 앨범 Reach Beyond The Sun 까지 이어졌다.

통산 4번째 정규작인 Reach Beyond The Sun 은 제작 전부터 골머리를 앓은 앨범이었다. 보컬리스트는 없고, 오디션 해도 충분한 인재가 나오지 않고, 레이블과의 계약으로 앨범을 내야만 시기는 다가오는 등 진퇴양난이 행해졌다. 결국 밴드는 초기 보컬리스트로 활약했고, New Found Glory 라는 팝펑크 밴드로 대변신을 시도하고 성공한, 그리고 최근에 프로듀스로 활약하며 좋은 결과를 남기고 있는, 그와 동시에 새 앨범의 프로듀서로 기용하기도 한 Chad Gilbert 를 레코딩을 위한 보컬리스트로 영입하며 급한 불은 껐다. (잠시나마 투어 보컬리스트로 초빙하여 일정을 치루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상당한 입소문을 탄 것도 중요했고 말이다.) 여하간 Shai Hulud 의 신보는 (언제나처럼)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극단적인 내부적 문제를 지니고 있지만, 신작 Reach Beyond The Sun 는 Shai Hulud 의 전통인 “내부적인 문제가 심해도 대단한 앨범을 여하간 내 놓고야 만다” 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데 문제가 없는 쾌작이다. 메탈릭 하드코어의 모든것이라 할 수 있는 날카로운 스트레이트함과 헤비한 리듬과의 완벽한 조화, 보통 메탈릭 하드코어 밴드의 기준을 넘는 슬로우-미드-패스트 템포의 자유자재적 구사,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느낌으로 적재적소에 뿌려대는 감성적인 기타 애드립, 터프한 헤비함과 감성적인 코드의 조화에 어울리는 심오한 메시지 추구, 이러한 특징들을 극단적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복잡한 구조의 곡 전개와 그에 어울리는 테크니컬한 연주 추구 등 Shai Hulud 하면 생각나는 요소가 아쉬움 없이 다양하게, 그리고 뛰어나게 구사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매 앨범마다 적절한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는것도 Shai Hulud 의 특징인데, 이 앨범에서도 그러한 것이 보여지고 있다. 전작 Misanthropy Pure 에서 (2008) 에서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시작한 캐치한 흐름은 본 앨범에서 더욱 더 강조되고 있고, 심지어 Shai Hulud 만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 복잡한 구성미가 매우 많이 사라져 있다. 하지만 프록 메탈적인 구성과의 결별은 아니다. 변화무쌍한 구조를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지금까지의 Shai Hulud 라는 밴드의 음악적 여정과 이어지게끔 그들만의 프록/테크니컬 메탈적 구성과 연주를 적재적소에 작렬 시키냐에 대해 쉴 새 없이 매진하기 때문이다. 곡 구조가 간략해진 만큼 러닝타임 역시 꽤나 짦아졌다. 그러하 Shai Hulud 만의 변화무쌍한 구조와 그에 걸맞는 다양한 감정선의 난입 및 충돌의 치밀함의 제작 난이도는 더더욱 증가했다. 허나 음악적 결과물은 경이로울 정도로 멋지게 귀결 되었다. 전작들보다 좀 더 직선적이고 터프한 파괴감이 증가했고, 그러면서도 이들만의 치밀한 구조와 테크닉/감정표현의 변화무쌍함 역시 증가했다. 초기 앨범보다 더욱 다이나믹 하며, 메탈릭 하드코어 역사상 구성/연주적 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최고의 혼돈미를 보여 준 바 있는 3번째 앨범 That Within Blood Ill-Tempered (2003) 보다도 더욱 치밀한 앨범이 바로 본작이다. 듣고 즐기는 느낌상으로는 매우 심플하게 보여지지만, 제작과정을 조금만 생각 해 본다면 그 어떤 앨범보다 더욱 복잡하고 치밀한, 한마디로 Shai Hulud 의 음악적 색채에 가장 극단적으로 편집증적이며 충실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여전함과 새로움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청자의 예상을 좀 더 뛰어넘는 재미진 충격을 주는 쾌작이 되겠다. 2000년대 하드코어의 특징 중 하나인 획기적인 변화무쌍함을 리드하던 밴드이자, 지금도 수많은 신예들에 지지않고 대단한 영감을 발산하는 Shai Hulud 의 존재가치의 재확인을 보여주는 앨범으로도 가치가 높다는 말 역시 남기고 싶다.

- Mike Villain


Reach Beyond The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