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n Townsend Project ? Addicted (HevyDevy/Inside Out, 2009)
2012년 현재, Devin Townsend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을 청중들에게 제대로 알렸던 Strapping Young Lad(이하 SYL)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그의 음악 세계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그는 음악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Steve Vai의 보컬리스트 활동과(Sex & Religion (1993)) 당시 투어의 오프닝 밴드였던 The Wildhearts의 교류 이후로 그가 만들어낸 솔로 앨범은 Ocean Machin : Biomech를 시작으로 15개에 가까워졌다.
SYL의 해산과 더불어 부인의 출산으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솔로 앨범 Ziltoid The Omniscent를 발표하고, SYL이나 Devin Townsend Band로 활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투어와 곡 작업, 인터뷰로 받는 스트레스 없이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은 Metalocalypse에 등장하는 드러머 Pickles의 모습, 주변머리만 남긴 괴팍한 음악 천재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기간에 60여곡을 썼다는 Devin Townsend는, 각 주제에 맞춰서 서로 다른 4개의 앨범을 서로다른 4개의 라인업으로 제작하고 머리를 싹 밀어 Joe Satriani와 흡사한 모습으로 Devin Townsend Project라는 이름으로 다시 투어에 돌입한다. 어둡지만 진중한 느낌의 Ki를 필두로, 간혹 그가 보였던 팝적인 면모를 끌어 모은 Addicted, Devin Townsend가 해왔던 음악 중 청중에게 가장 친숙한 음악이며 그의 파괴적인 면모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Deconstruction, 더 이상 그가 소음만으로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미려한 Ambient 음반 Ghost까지 당장 이것만 갖고도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 중 오늘 이야기할 앨범은 Addicted (2009)가 되겠다.
왜 하필 Addicted인가? 이 음반은 Deconstruction과 더불어 Devin Townsend가 자주 쓰는 ‘소리의 벽’과도 같은 사운드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기타 사운드를 여러 번 덧대어 공간감과 함께 신비감까지 전하고 있으며, 따라서 Devin이 해왔던 음악 중 기타 사운드만 듣고서도 ‘이건 Devin Townsend 노래지’ 할 수 있을 사운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 ‘다른 점’은 Devin Townsend의 솔로 앨범 (Devin Townsend, Devin Townsend Band, Devin Townsend Project)과 SYL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에 선을 긋는 역할을 했다. 다른 점은 한 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 하나가 자리 잡히게 된 Accelerated Evolution이나 Synchestra를 참고하면, SYL과 똑같이 곡 중에 개그 코드를 내포하고 있으나 풀어 나가는 방법이 과격한 메틀 사운드인가, 아니면 팝적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차이였다. Slow Me Down (Accelerated Evolution)이나 Vampira (Synchestra)가 그러했고, Ziltoid의 경우 드럼을 아예 MIDI로 찍어 SYL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으나 이러한 부분에서 청중들이 받아들이는 부분이 달랐다 할 수 있다.
Addicted와 Deconstruction은 서로 양날의 검과 같으며, 같은 사람의 음악인데도 서로 다른 점을 극단적으로 담고 있다. Deconstruction이 과격하고 헤비한 가운데 대곡 위주의 사운드로 SYL과 Devin Townsend의 솔로 앨범을 한 데 규합하고 있다면, Addicted는 그의 솔로 앨범을 들으며 한 번씩 생각해보는 ‘만약 Devin이 작정하고 팝 사운드를 내면 어떨까?’ 라는 전제에 대해 훌륭한 해답을 던지고 있다.
시작은 여타 Devin Townsend의 곡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덧칠된 기타 사운드는 무거운 공간감을 주며 Devin Townsend Band와 라인업이 크게 바뀌지 않은 고로, Dave Young의 키보드 사운드와 Ryan Van Poederooyen의 기계적인 드러밍 또한 친숙하다. Devin의 보컬 또한 힘을 조금 뺀 것 같지만 멜로딕한 부분과 거친 부분이 공존하는 것 또한 같다. 전체적으로 곡이 짧고 대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9분대의 Awake 제외) Devin 특유의 기괴함으로 뻔하지 않은, 좀 나쁘게 말하면 생각한 것보다는 덜 대중적인 사운드를 보인다.
그러나 여기 이 앨범에 화룡점정을 찍는 인물이 한 명 있다. 네덜란드산 Doom/Death 혹은 Gothic Metal 밴드 The Gathering의 보컬리스트였던 Anneke van Giersbergen으로, Devin Townsend와 앨범 내내 대비되거나 서로 화음을 이루면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소녀 혹은 여인의 목소리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그녀는 Ziltoid에도 실린 Hyperdrive에서 원판(?)을 압도하고 있으며 Bend It like bender에서 Anneke의 목소리가 없었더라면 발랄함이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보컬은 Supercrush나 Numbered와 같이 코러스에서 Devin의 보컬을 보조할 때 더욱 빛난다. 만약 이 부분에서 Devin Townsend 혼자 불렀더라면 곡이 밋밋해졌거나 여타 Devin Townsend의 곡과 마찬가지였을 텐데, Anneke의 기용은 그야 말로 신의 한 수라고 말 할 수 있다.
곡 배치도 괜찮은 편이라, Supercrush! 이후의 Hyperdrive! 라던가 Numbered! 이후의 Awake!는 마치 한 곡인 양 부드럽게 이어져 있다. Anneke의 보컬 비중이 점점 커졌다가 Devin과 하모니를 이루면서 끝나는 앨범 구성은 흥미롭게 듣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비록, 9분대인 Awake를 포함하여 모든 곡들이 일직선적인 구성을 갖는 것은 확연하며 처음 리프를 들으면 곡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꼬지 않고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Devin Townsend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The Wildhearts에 크게 영향받았다는 Resolve! (The Wildhearts의 Vanilla Radio와 매우 유사하다!)가 이 앨범의 성격을 대변해 주듯이, The Wildhearts와 깊은 교류를 나누던 Devin Townsend가 자신의 사운드로 Wildehearts와 비슷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여튼 Devin의 4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서, 그 동안 살짝살짝 보여왔던 팝 사운드를 총망라한 Addicted는 Devin Townsend 그 자신의 새로운 시도이자 또 다른 전환점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2012년 9월에 공개된 신보 Epicloud에서의 사운드도 공개된 곡만 들어보자면 Addicted의 기조를 상당 부분 차용하고 Anneke van Giersbergen을 포함한 라인업까지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을 보면, Deconstuction못지 않게 Addicted 또한 Devin Townsend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음반이다.
- Matt Villain
By A Thread – Supercr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