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gn Supreme – Sky Burial (Mediaskare, 2013)
Reign Supreme 이라는 밴드를 설명하기에 앞서서 Blacklisted 라는 밴드를 아니 언급 할 수가 없다. Blacklisted 의 멤버였던 Jay Pepito 가 밴드를 떠나서 만든 밴드가 Reign Supreme 이라는 밴드이라는 점에서?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Blacklisted 라는 밴드를 언급 하는것은 좀 많이 그렇다. 왜냐면 Jay Pepito 가 밴드를 떠난것은 Blacklisted 라는 밴드의 초기 시절이었고, Blackisted 라는 밴드가 앨범을 거듭 내면서 보여 준 매우 급진적인 음악적 변화와는 상관이 거의 없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는 두 밴드 중 하나만을 언급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르고 말았다.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음악적 행보가 놀라울 정도로 닮은 형태로 평행선을 그리며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Blacklisted 는 무엇보다도 메탈릭 하드코어의 음악적 변화에 극단적이었던 팀으로 기억에 남는 팀이었다. Hatebreed 와 Terror 가 인기가도의 자리를 아주 크게 잡아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 두 팀이 200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 전체에서 최고의 아이콘으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자, 수많은 동료/후배 밴드들은 과감한 음악적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고, Blacklisted 는 그러한 변화의 선봉장이자 최고봉이있다. 또한 거물들의 확고한 위치 확보 이전에도 파격적인 음악적 변화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던 팀이기도 했다는 점도 중요했다. 두번째 풀렝스 앨범인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2008) 은 타 장르 및 유연한 음악적 아이디어가 발휘 될 수 없는 메탈릭 하드코어가 얼마나 독창적인 사운드로 변화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시대의 하드코어/헤비니스 클래식이었고, 차기 앨범인 No One Deserves To Be Here More Than Me (2009) 에서는 예전 사운드에 그런지, 인디락, 노이즈락, 포스트락, 둠/슬럿지, 포스트 하드코어를 기괴하게 적용 시키며 탈-메탈릭 하드코어 사운드를 완성, 말로 형용 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로 컬트한 행보를 걸어가며 범상찮은 아이덴티티를 청자들에게 남기는데 성공했었다.
이제는 거의 남남인 Blacklisted 의 음악 이야기를 Reign Supreme 리뷰에 끌어 오느냐 하면은 그들의 2013년 신작 EP Sky Burial 이 바로 Blacklisted 의 음악적 변화와 일맥상통, 아니 거의 똑같은 행보를 본격적으로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Reign Supreme 은 두장의 EP, 한장의 풀렝스를 통해서 전형적인 메탈릭 하드코어보다는 좀 색다르지만, 그래도 전형적인 메탈릭 하드코어라 결론 지을 수 밖에 없는 음악을 선보였고, 막말로 Blacklisted 의 파격적인 음악적 변화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의 최고의 대안으로 평가받은 음악을 구사했다. 그러나 Sky Burial 은 다르다. 확실히 Blacklisted 와 똑같은 파장의 행보를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그저 “흉내내기” 로 치부 할 수가 없기도 하다. 이 EP 에는 그들만의 범상찮음이 분명하게 굵직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Sky Burial 은 메탈릭 하드코어의 터프/마쵸한 매력과, 포스트 하드코어 및 타 장르와의 믹스쳐를 통한 탈-메탈릭 하드코어의 매력이 공존하고 있는 앨범이다. Quicksand 로 대표되는 헤비-미드템포-이모셔널한 코드의 포스트 하드코어 사운드, Isis 로 대표되는 포스트 메탈/모던 슬럿지와 같은 사운드가 메탈릭 하드코어에 첨부되며 새로운 Reign Supreme 만의 컬러를 써 나아가고 있는것이 주된 변화 스타일이다. 메탈릭 하드코어를 신선하게 뒤틀되 난해한 사운드로의 세계까지는 가지 않은, 파괴적 사운드의 매력과 독특한 사운드의 매력의 선을 매우 잘 지킨 사운드라는 점이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포스트락적인 스케일의 멜로디 제조 방식과 모쉬한 바이브 헤비-그루브 리프의 공존 및 교차, 거대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포스트 메탈적인 덩치에 얹혀진 메탈릭 하드코어 특유의 떼창의 강렬한 직선미의 공존 등 추상적/예술적인 부분과 직선적/언더그라운드 헤비니스적 부분의 공존과 밸런싱을 매우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우며, 두가지 특징을 재미적인 측면 및 음악적 분석적인 측면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최고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 하드코어, 포스트 메탈, 둠/슬럿지가 첨부되어 있기는 하지만, 메탈릭 하드코어 특유의 파괴적인 스피드와 모쉬한 감각을 좀 더 우선한 파괴적 카타르시스의 트랙들도 중간중간 큰 존재감을 비추며 좀 더 하드코어 친화적인 모습으로 살짝 무게감을 주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파격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다량 함유한 메탈릭 하드코어로 귀결하고야 마는 “하드코어 앨범” 인 것이다.
Sky Burial 은 Blacklisted 가 남긴 명작이자 메탈릭 하드코어 역사에 길이 남는 장르 스타일-패러다임 시프트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의 아성에 버금가는 작품이다. 그 앨범보다 좀 더 음악적으로 급진적이라는 점, 그러면서도 하드코어라는 장르에 머무르며 어쨌거나 저쨌거나 Reign Supreme 이라는 밴드가 있어야야만 하는 모쉬핏적인 아이덴티티에 매우 충실한, 한마디로 영악한 장르 처세술이 매우 돋보이는 앨범이다. Blacklisted 의 컬트적인 행보가 스타일 변화적으로나, 변화에 걸맞는 퀄리티 및 음악적 설득력이 꽤 부족했음을 비추어 볼 때 Sky Burial 은 매우 의미심장한 한장이 될 것이다. Heavier Than Heaven, Lonelier Than God 에 버금가면서, No One Deserves To Be Here More Than Me 보다 현명한 음악적 결론을 내린다는 평을 남기고 싶다. Blacklisted 를 계속 거론하는건 좀 많이 실례라고? 그렇다면 다른 결론을 내려보도록 하자. “메탈릭 하드코어의 파격적 변화의 긍정성에 가려진 음악적 설득력의 부실함을 해결 해 주는 한장” 정도면 어떨까? 그럴싸 하다고 생각된다. 아님말고. 여하간 이번 EP 는 “Future is now” 의 텍스쳐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 Mike Villain
Stuck Pig, Bled D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