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rge – Jane Doe (Equal Vision, 2001)

Converge – Jane Doe (Equal Vision, 2001)

보스턴 지역의 하드코어는 타 지역의 하드코어와는 다른 광기가 있었다. 이 지역의 스트레이트 엣지는 갱이나 사이비 종교집단적인 느낌을 받을 정도로 엄격한 규율과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사운드 역시 다른 지역들에 비해 스피드와 헤비함, 그리고 노이즈에 상당한 집착을 보였으며, 몇몇 밴드들은 크로스오버 쓰래쉬 탄생에 영향을 준 밴드이자, 그 장르의 오리지널로도 평가 받기도 했다. 처음부터 그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했다. 보스턴 하드코어의 원조들인 Negative FX, Gang Green, Jerry’s Kid, DYS, SS Decontrol, The F.U.’s, The Freeze 의 음악성과 캐릭터성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통은 그대로, 혹은 적절한 변화를 거치며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역시 Blood For Blood, Slapshot, Ten Yard Fight, Death Before Dishonor, The Hope Conspiracy, Give Up The Ghost, Have Heart 와 같은 밴드들에서 그러한 점들이 발견된다. 이러한 보스턴 하드코어 특유의 강한 캐릭터 창출의 역사에서 절대로 빠트릴 수 없는, 그 누구도 쉽게 범접 할 수 없는 최고의 위치의 밴드가 하나 있다. 보스턴 하드코어 역사 뿐만이 아니라, 하드코어 역사 및 헤비 음악 역사 전반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진화를 보여 준 바 있는 밴드, Converge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Converge 는 보스턴 하드코어 하면 생각나는 과격한 페르소나를 극단적으로 표출한 밴드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보스턴 하드코어의 자양분은 물론이거니와 데스메탈, 그라인드코어, 패스트코어, 파워바이올런스, 쓰래쉬코어, 노이즈락, 둠/스토너, 엑스페리멘탈 등 다양한 코드의 과격성 까지 섭취하였으며,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하드코어나 익스트림 메탈과도 매우 닮지 않은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불가사의한 색채의 사운드를 자랑하는 밴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매 앨범마다 계속해서 청자의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뛰어난 음악성을 선보이며 이제는 “90-2000년대 헤비니스 클래식” 으로 완벽한 자리를 잡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밴드로도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세간의 호평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자, Converge 커리어에 있어서 중심에 있는 최고의 작품이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 할 Jane Doe 이다.

Converge 의 Jane Doe 는 밴드의 역사에 있어서 최고의 앨범인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시작을 알린 앨범이며, 간단하게 말해서 “밴드 역사의 이정표” 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현재의 대단한 명성에 비해서 Converge 의 초창기는 의외로 우왕좌왕한 역사를 보냈다. 밴드는 하드코어 펑크의 역사를 이어 나가는 한편, 다양한 메탈 사운드와의 결합을 원했고, 지금까지의 융합공식들인 NYHC 스타일이나 크로스오버 쓰래쉬와는 매우 차별되는 결론 또한 원했다. 하드코어/메탈 크로스오버이긴 하지만, 그런 사운드의 쾌감이 전혀 나지 않았던 괴상한 데뷔작 Halo In A Haystack (1994) 는 완벽히 잊혀 질 수 밖에 없는 어두운 과거라는 말로 밖에 설명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고, 2-3번째 풀렝스인 Petitioning The Empty Sky (1996) 와 When Forever Comes Crashing (1998) 역시 아리까리 한 레벨이었다. 하드코어와 메탈을 크로스오버 하는 가운데, 크로스오버 쓰래쉬나 모쉬코어 스타일과는 다른 스타일을 하고 싶어했던 그들이지만, 영향력을 받았다는 점 + 자기 스타일로 완성 시키지 못했다는 점으로 인해 그저 그런 믹스쳐의 결론이 나와 버렸으며, 자신의 또 다른 취향인 동시에 다른 밴드들과의 차별성을 두고 싶어서 추가했던 엑스페리멘탈/둠-스토너 사운드는 그들만의 메탈코어와의 믹스와의 부조화를 일으키며 “기발한 믹스쳐” 보다는 “이게 무슨 음악이지?” 하는 혼란감을 증폭 시켰었다. 하지만 Petitioning The Empty Sky, When Forever Comes Crashing 두장의 앨범은 단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분명 설득력이 있는 새로운 하드코어-메탈 크로스오버의 시도임에 분명 했으며, 앨범이 거듭 발표 되면서 큰 상승폭은 아니지만 분명 성장세를 그렸다는 점은 틀림이 없었다. 최종 결론들이 괴상했지만 분명 밴드는 진화하고 있었다. 남은것은 지금까지의 시도를 중간결선 하는 한편으로 시도와 경험을 통해 포텐셜이 터지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터지게 된다. 2001년에 세번째 앨범 Jane Doe 가 발표 되면서 말이다.

Jane Doe 는 Converge 가 노렸던 진정한 자신들만의 장르 믹스쳐가 완성 된 앨범이다. 보스턴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좀 더 격렬한 레벨의 올드스쿨함, 다양한 메탈 사운드, 더욱 더 격렬하게 발전 된 하드코어 펑크/메탈의 서브 장르들의 격렬한 요소의 도입, 빠르고 격렬한 음악과는 반대되는 느리고 무겁고 헤비한 음악 장르적 색채의 사운드의 적절한 첨가, 그리고 그 다양한 것들을 잘 정리하여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확실한 목표, Converge 는 그러한 것들을 예전 작품들에서 노렸었다. 그리고 Jane Doe 는 그러한 시도를 한차원 높히는 가운데 완성형으로 보여주려 노력한 앨범이다. 간단하게 보면 하드코어 펑크와 메탈 사운드의 믹스이다. 하지만 다음 단계의 하드코어 펑크 (= 패스트코어/쓰래쉬코어/메탈코어) 와 다음 단계의 익스트림 메탈 (그라인드코어/데스메탈/둠-스토너) 의 격렬한 충돌과 돌연변이화, 그리고 그런 장르외의 모든 헤비 장르의 다음 단계 (포스트 하드코어/헤비 엑스페리멘탈) 의 적절한 난입과 조화가 이 앨범 진정한 키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직선적인 하드코어 펑크 리프는 Venom, Slayer 와 같은 사악함이 깃들어져 있으며, 그와 동시에 더욱 더 격렬하고 사악하게 타오른다. 메탈의 헤비함과 질주감 역시 하드코어의 극단적 형태인 패스트코어/쓰래쉬코어의 추진력을 얻어 지금까지 느꼈던 스피드적인 쾌감을 넘어서는 파괴와 혼돈을 선사한다. 중간중간 시도되는 느릿한 헤비 사운드 (포스트 하드코어/둠-스토너적 코드의 그것) 역시 앞서 설명한 한단계 이상의 헤비한 코드를 발판으로 더욱 더 암흑적인 덩어리의 페르소나를 내 뿜는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 모든것이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80년대의 빠르고 헤비한 하드코어 펑크와 메탈, 그보다 더 격렬 해 진 90-2000년대 하드코어 펑크와 메탈의 각종 서브장르들, 그런것들의 대충돌과 흠 잡을데 없는 완벽한 조화, 그 조화를 통해 탄생 된 완벽한 자신들만의 음악색, 극단적 격렬함에 가려 지기는 했지만 절대로 무시 해서는 안되는 의외이고도 완벽한 형태의 캐치한 연주/보컬파트의 구성 등 모든 부분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다양한 하드코어 펑크와 다양한 메탈 장르의 극단적이고도 완벽한 충돌이다. 하지만 앨범의 믹스쳐는 예상 범위를 한참 넘어서는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앨범의 사악한 사운드들의 대충돌은 예상을 넘어선다. 그 사실은 Jane Doe 의 위용을 더욱 더 높여준다. 각 멤버들이 행하는 “좀 더 격렬하게” 의 집착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며, 이 앨범을 더욱 더 멋지고도 기발하게 만들어준다. 좀 더 헤비하게, 좀 더 빠르게, 좀 더 사악하게 표현하는데 있어서 집착하다 못해 정신줄을 놓아버린 각 파트의 파괴적인 연주, 소리를 지른다는 느낌을 넘어서 사악함을 구토해 낸다는 느낌이 정확한 보컬리스트 Jacob Bannon 의 극단적 성대혹사, 녹음 장비로 표현 할 수 있는 깔끔함과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소리가 파괴되고 왜곡되고 뭉개지는 노이즈함의 조화를 이루는 부담스럽지만 매력적인 프로듀스 (이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Kurt Ballou 의 또 다른 재능이기도 하다) 가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좀 더 극단적으로” 의 집착은 라이브 무대에서도 극단적인 표현되었고, 그들만의 컬트팜을 단숨에 생성하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격렬한 사운드 충돌에 의한 혼돈성을 “케이오틱 하드코어” 라는 서브 장르/스타일로도 정의하기도 했고, Converge 와 비슷한 노선을 추구한 동료 밴드들과 뒤를 따라는 밴드들이 속속 등장하며 또 하나의 씬을 만들기도 했다. 좀 더 과격하게 표현하려 한 이들의 집착성은 사운드의 격렬성, 밴드 자신의 개성, 앞으로의 헤비 장르로의 발전에 엄청난 충격파를 낳게 된 것이다. 예상 범위 그 이상의 격렬한 표현의 몸부림은 이 앨범의 기발한 믹스쳐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Jane Doe 라는 앨범은 극단적인 격렬함의 믹스쳐, 그리고 그 이상의 결론을 내려는 집착어린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 집착은 성공을 거두었다. 다음 단계의 격렬함을 지닌 하드코어, 다음 단계의 격렬함을 지닌 메탈, 이 두가지의 정면충돌, 예상을 넘어선 몇단계 이상의 사운드적인 충격성, 사운드만의 충격성에 버금가는 각종 마이너/익스트림 장르들의 완벽한 믹스와 조화, 격렬함 만큼이나 체계적이며 캐치한 곡 전개와 연주와 그 어떤 밴드와도 닮지 않은 개성 확보 등 많은 장점을 확립 하는데 성공을 해 내고야 말았다. 익스트림 스포츠로의 격렬함 뿐만 아니라 뮤지션쉽적인 뛰어남의 완성, 하드코어와 메탈 믹스쳐의 완벽한 신 공정의 탄생과 새 장르로의 시발점 생성, 자신들만의 팜까지 만들어 낸 (이 앨범 이후 보컬리스트 Jacob Bannon 이 경영하는 레이블인 Deathwish INC. 와 기타리스트 Kurt Ballou 가 경영하는 레코딩 스튜디오 God City 의 위용 정도로 설명하면 다들 알 것이다.) 파급효과는 어마어마 했다. 무슨말이 더 필요하단 말이더냐. 이 앨범은 새로운 국가의 역사를 탄생 시킨것과 같은 파급효과를 낳은 것이라 말 할 수 있겠다. Jane Doe 는 지금까지의 헤비 사운드 역사에 있어서 가장 격렬하고 사악하며, 새로운 사운드적 특징을 완벽하게 정의 하는데 성공했다. 완벽하게 새로운 인류의 탄생과도 같은 것이다. Jane Doe 는 2000년대 가장 중요한 헤비 사운드를 앨범을 논한다면 이 앨범을 빠트려서는 아니되는 레벨에 이미 도달 했었다. 그것도 1순위를 다투는 레벨로 말이다.

- Mike Villain


Fault And Fra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