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urgy – The Ark Work (Thrill Jockey, 2015)

Liturgy – The Ark Work (Thrill Jockey, 2015)

노르웨이-콥스페인팅-배틀 아머-안티 크라이스트/사타닉 테마의 블랙메탈은 2010년대 들어와 미국-인디 락커 비주얼-시적이며 철학적인 테마를 다루는 이미지로 급격하게 변화하게 된다. 몇 안되는 수의 밴드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 몇몇 밴드들에게 “메탈 역사상 가장 다이하드한 장르인 블랙메탈을 변질 시킨 건방진 애송이들” 이라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낙인을 찍어 줄 수 있었지만, 이들의 음악적 행보는 “블랙메탈은 이렇게 변해도 괜찮다. 아니, 오히려 정체되다 못해 썩어 버렸다라고 할 수 있는 블랙메탈을 신선한 장르로 되 살린 바 있는 긍정적 움직임이다.” 라는 평을 나오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음악적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블랙메탈은 매우 심오한 인디록-힙스터 취향의 장르로 변화 되었고, 지금도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 시작점에 있는 밴드가 바로 이제부터 이야기 할 밴드 Liturgy 이다.

Liturgy 는 2008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Hunter Hunt-Hendrix 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결성 된 1인 프로젝트였다. (현재는 멤버를 모아 완벽한 밴드 형태로 구축 되었다.) 데뷔작 Renihilation (2009) 은 간단하게 말해서 “인디록 병신 새끼가 블랙 메탈을 건방지게 자기 마음대로 매만짐” 이라는 매우 신랄한 평가가 어울렸으나, 두번째 앨범인 Aesthethica (2011) 은 그러한 비아냥들을 완벽하게 닥치게 만드는 괴력을 선사하며 “이 시대의 메탈 클래식” 으로 자리매김 한 바 있는, 화려한 과거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Mayhem, Immortal 을 연상 시키는 격렬한 블랙메탈 스탠다드를 선사하는 가운데, 그 격렬한 노이즈 태풍속에 엑스페리멘탈리즘, 노이즈락, 포스트락 등 클래식 락 특유의 스케일과 인디락 특유의 음악 탐구자적인 심오함을 심도 있게 때려 박았고, 여기에 선험적 테마/순수이성비판과 이어지는 가사가 더해져 인텔리전트함의 극치를 기록한 Aesthethica 는 한마디로 음악 평단의 호평과 골수 블랙메탈러들의 비난을 한데 받는 논란의 태풍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Deafheavn, Wolves In The Throne Room, Bosse-de-Nage, Thantifaxath 와 같이 궤를 같이하는 밴드들의 음악적 쾌진격들로 인해 음악적 논란은 서서히 줄어 들었고, 2015년 현재의 블랙메탈의 이미지는 “미국 인디 로커 아이덴티티와 그들에게 충성을 보내는 힙스터들이 중심이 되는 음악” 로 꽤나 많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이런저런 정통 블랙메탈 아이콘들의 양질의 신작들도 만만치 않았기에, 블랙메탈의 이미지가 완전히 변했다고 단정 짓기엔 무리이기도 하다.) 그러한 대격변의 불을 땡긴 Liturgy 가 꽤 오랫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궤를 같이하는 밴드들의 대거 등장 속에서도 꽤 조용히 칩거했던 이들이기에 더욱 기대되는 신작, The Ark Work 가 바로 그 물건 되겠다.

신작 The Ark Work 는 두장의 전작에서 완벽하게 만들어 진 Liturgy 만의 음악적 특징을 가능한한 최대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한장이다. 그 노력은 굉장히 진취적이며, 무리수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변화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블랙메탈 특유의 격렬한 노이즈-블라스팅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인디락/모던락 코드들을 자유자재로 그 블랙메탈에 적용 시키며 자신들만의 방대한 음악적 스펙트럼과 소화능력을 보여주려는 방법론은 그대로다. 하지만 전작보다 묵직해진 “다양한 인디락/모던락 코드의 응용” 은 우려심이 동반 된다. 블랙메탈적 격렬함의 비중보다 인디락/모던락적인 응용법이 훨씬 더 커지다 못해 중추적 요소가 되었고, 여기에 중세 시대의 전투나팔과 같은 혼섹션 위주의 오케스트레이션, 전작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고쓰-노웨이브-프로토 인더스트리얼-IDM 성향의 일렉트로닉스 사운드라는 꽤나 예상치 못한 요소들 또한 대량적으로 투입되고 있기에 그러하다. 한마디로 꽤나 깊고도 넒게 변하려는 욕망이 굉장한 한장이다.

변화하려는 노력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너무 앞서가려는, 너무 많은것을 하려는 노력은 걱정으로 이어진다. 이도저도 아닌 앨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 Aesthethica 도 그러한 위치에 있는 앨범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Liturgy 의 영광스러운 승리로 끝났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음악적 설득력” 이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작품 The Ark Work 은 그 음악적 설득력이 꽤나 부족한 편이다. 엑스페리멘탈리즘, 노이즈락, 싸이키델릭, 노웨이브, 인더스트리얼 등의 음악적 스타일을 블랙메탈적인 격렬함으로 표현 해 보려는 계획은 매우 참신하지만, 음악적 설득력이 동반 된 “좋다” 라는 의견을 쉽게 도출 해 낼 수는 없는 인상이다. 다양한 인텔리전틱 장르들과 블랙메탈은 “믹스” 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하기가 그러할 정도로 따로 겉돈다. 블랙메탈을 뼈대로 다양한 인디락 장르/스타일을 접목한 전작에서의 방법론의 역발상적인 노력도 완성되지 못했는데, 여기에 심포닉과 일렉트로닉스 장르를 과감하게 듬뿍 얹었다라… “애초에 설계부터 잘못 되었다” 라는 평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인상이다.

하지만 The Ark Work 를 망작으로 낙인 찍고 싶지는 않다. 다양한 인텔리전틱 장르들과 블랙메탈의 조화가 영 되지 않은 인상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아이디어 제시만큼은 매우 기발하기 때문이다. 심포닉 사운드의 사용을 좀 더 갈고 닦는다면 60년대 재즈락/사이키델릭 시절의 임팩트한 아트함을 이어 나갈 정도의 굉장한 것이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일렉트로닉스적 코드들 역시 잘 갈고 닦는다면 이태리 씬스락-프록의 블랙메탈적 재해석 or 블랙 메탈 Aphex Twin 이라는 무지막지한 유니크함을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역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블랙메탈을 밴드의 주 된 색채로 두지 않고, 한가지 소스로써 사용 하려는 모습을 통해 보여지는 “탈/초월적 블랙메탈 사운드적 이미지” 의 강렬함도 무시 할 수 없다. Liturgy 라는 밴드가 특히나 사운드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초월” 이라는 테마에 집착하기에 그러하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게 만드는 한장이며, “제대로 갈고만 닦는다면” 이라는 조건이 앞에 붙는다는 것, 본작이 전작과 꽤 오랜 텀을 두고 심사숙고 끝에 나온 한장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역량이 여기까지 일수도 있다” 라는 불안감 역시 따라 온다는 점이 단점이겠지만 말이다. 일단 지켜보자. Aesthethica 의 위상은 아직 식지 않은 상태지 아니한가?

- Mike Villain


Quetzalcoa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