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N – Grow (Sumerian, 2015)

CHON – Grow (Sumerian, 2015)

펑크/하드코어와 기타 솔리스트/비루투오조와의 관계는 “적대관계”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펑크라는 음악 자체가 하류 계층의 엔터테인먼트였던 락앤롤의 지나친 아티스트화로 인한 반감 & 원래대로 돌아가자라는 모토하에 탄생 된 배경을 지닌 장르라는 이해한다면 왜 적대관계에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3-40여년을 지내 온 펑크/하드코어는 2000년대 중반 들어서 상상치도 못한 변화를 겪게 된다. 펑크/하드코어와 매우 긴밀했던 메탈이 서로 융합하여 탄생한 서브 장르들인 크로스오버 쓰래쉬-메탈코어-매쓰코어 등등등… 그 장르에서의 기타 플레이가 점차 테크니컬하게 변화하며 “비루투오조” 를 논할 정도까지 진화 or 돌연변이화 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Unearth, Between The Buried And Me, The Dillinger Escape Plan, Psyopus, The Fall Of Troy, Reflux, Animals As Leaders, Periphery, Born Of Osiris 와 같은 밴드들의 남다른 기타 플레이 및 더욱 더 테크니컬하게 변화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빠를 것이다.

CHON 은 바로 그러한 흐름에서 나온 밴드다. 허나 지금까지의 펑크/하드코어 & 메탈코어 비루투오조와는 큰 차이가 있는, 또 한번의 새로운 변화를 기획하고 있는 반동분자(?) 이기도 하다. King Crimson 의 기타리스트 Robert Fripp 의 전통을 이어가는 기괴한 플레이, Fugazi 에서 부터 시작 된 엑스페리멘탈리즘 & 매쓰락 성향의 계승, 퓨전 재즈적 성향이 강한 메탈코어 사운드를 구사하는 Animals As Leaders 에서 메탈을 제거한 과감한 코드로 나아가는 반동분자, 고전 사이키델릭 프록 + 8-90 프로그레시브 메탈 특유의 테크니컬 플레이 + 90-2000년대 팝 이모라는 독특한 팀 컬러를 보여준 The Fall Of Troy 의 바톤을 제대로 이어받은 밴드, T-Square 와 같은 듣기 편안한 사운드 안에다 무지막지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퓨전 재즈 사운드의 2000년대 틴에이지 펑크락적인 뒤틀림을 작렬하는 발칙한 신예 등등등… 다양한 설명을 꼭 곁들여야 하기도 한, 꽤나 기분좋게 복잡미묘한 밴드라는 말도 남기고 싶다.

감성을 마구 자극하는 이쁜 멜로디를 근간으로 한 편안한 사운드 + 편안한 음색과는 어울리지 않는 현란하기 그지 없는 테크닉으로 중무장한 이들은 Newborn Sun (2013), Woohoo! (2014) 라는 두장의 EP 를 셀프로 발표하며 이모/포스트 하드코어씬에 적잖은 임팩트함을 남겼고, 펑크/하드코어 기반의 비루투오조 사운드를 리드하는 레이블 중 가장 영향력이 큰 Sumerian Records 와의 계약을 어렵지 않게 따 낸 바 있다. 그렇게 2015년에 발표 된 데뷔 풀렝스 Grow 는 나름 업계가 기대하는 앨범이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는 한장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러한 부담감을 아랑곳하지 않고 즐겨댄다. 신예라고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칠 레벨로 말이다.

CHON 의 데뷔작 Grow 는 “이모/포스트 하드코어를 연주하는 Cacophony” 로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한 앨범이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 하기에는 꽤나 청자의 음악적 소양을 시험하는듯한 다양한 매니악함이 묵직하게 담겨 있기에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는 곤란하기도 하다. Fugazi 스타일로 대표되는 펑크/하드코어의 아트록/엑스페리멘틀화가 있고, Texas Is The Reason 으로 대표되는 이모코어 + 모던락/기타팝을 통한 대중적 사운드로의 변화가 있으며, 요즘 뛰어난 기량/센스를 지닌 여러 신진 밴드들에게서 발견되는 “이모 리바이블” 의 코드들도 딥하게 감지된다. 80년대 후반부터 2015년인 지금까지의 이모코어/이모의 역사와 전통이 탄탄하게 밑받힘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화려한 기타 플레이가 첨가된다. 프록 기타의 기인이자 도인인 Robert Fripp-ism 의 계승 & 안티-싸이키델릭 노선인 크라우트락적 노선의 기괴하고 화려한 기타 플레이가 있다. Van Halen 선보인 캐치한 작곡 & 화려한 기타 첨부라는 고전적 방법론도 있고, 이를 가장 모던하게 만든 Animals As Leaders 의 방법론과 일맥상통 하면서도 탈-메탈/헤비니스로 나아가는 파격성을 선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유명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들의 이름을 되새김하게 만들 정도로 그 쪽 방면의 코드들도 매우 강하게 어필한다는 점도 쉽사리 지나치기 힘들다. 각 멤버들의 화려한 손놀림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프록, 메탈, 하드락, 퓨전재즈 등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그 어떤 장르의 음색과도 닮지 않았다. 화려한 손놀림들이 마구 날뛰지만, 그 손놀림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모/포스트 하드코어와 더 가깝다는 사실은 CHON 이 지닌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자, 오리지널리티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앨범의 가장 무서운 점은 듣기 편안함과 듣기 불편함 & 대중적 코드와 매니악한 코드와의 황금조합을 구사 해 낸다는 점이다. 이모/포스트 하드코어를 근간으로 한 감성적 멜로디의 전면배치로 음색적 난이도를 매우 파퓰러하게 만들어 놨고, 그 파퓰러함을 끝까지 내세우면서도 음악 좀 들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100%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매니악 장르 퓨전을 내세우며 청자를 시험하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기타 비루투오조 공식을 짓뭉개 버릴 정도로 개성 넘치고 화려하기 짝이없는 현란한 연주 대향연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작렬 해 내기에 “이 앨범은 정말 어렵겠구나” 생각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쉬운 곡 구조, 누구나 미소짓게 만드는 인상적인 멜로디 속에 작렬하는 화려하고도 기괴한 플레이는 어렵지 않게 듣고 즐길수 있는데, 화려한 플레이가 작렬하는 클라이맥스 부분까지 매우 쉽게 즐길 수 있는 심플한 “팝록적인 기승전결” 을 매우 정성스레 짜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연주는 거들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 최고의 뮤지션쉽을 뽐낸 Van Halen 같은 방법론으로 가득찬 물건이 CHON 의 Grow 앨범 되겠다. 화려한 플레이도 뛰어나지만, 훅이 엄청난 곡을 만들어 내는 재능 역시 이 밴드/앨범의 진정한 미덕이 아닐까나?

CHON 의 Grow 는 완벽한 앨범이다. 화려한 플레이를 모토로 하는 밴드지만, 누구나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역시 실하게 제공한다. 친근한 파퓰러함과 뛰어난 뮤지션쉽의 황금조합은 만고불변의 진리지 아니한가? 이 앨범은 그 진리가 담겨있다. 지금까지의 기타 중심 음반과는 다른 색다른 장르/스타일 조합으로 탄생되는 기괴함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고 말이다. “또 하나의 파격적 비루투오조 명반 탄생” 인 가운데, “익스프레션을 실하게 구비 해 둔 비루투오조는 최강이다” 라는 꽤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진리를 보여주는, 말 그대로 이 시대의 명반 되겠다. 다양한 방법론으로, 완벽하게, 전문 기타 플레이어들과 모든 부류의 리스너들에게 기타 비루투오조의 기준을 흥미롭게 붕괴 시키는 점은 매우 간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쉽게 즐겁게, 그 기괴함과 충격을 한번 느껴보시라. 놓치면 매우 곤란하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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