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ure – The Heart Is A Monster (INgrooves Music Group, 2015)

Failure – The Heart Is A Monster (INgrooves Music Group, 2015)

시애틀 빅4 밴드들이 너도나도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먹어 버리고, 차트에서 먹힐법한 밴드들을 메이저 레이블들이 기획하여 그런지/얼터너티브가 양적/질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던 90년대 중반, Failure 라는 밴드가 있었다. 얼트/그런지가 80 헤비메탈 상업주의의 대안에서 그 80 헤비메탈 상업주의와 별 반 다를 바 없는 “뻔뻔한 비즈니스 상업록” 으로 변질되던 90년대 중반에 그들은 용감한 행동을 실행한다. 밴드의 3번째 앨범인 Fantastic Planet (1996) 을 통해서 말이다. Fantastic Planet 는 헤비-퍼즈한 고전 하드록에 대한 모던한 변화라는 얼트/그런지의 기본 아젠다에 노이즈락, 포스트 펑크, 스페이스/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스타일을 믹스쳐 하려 노력했던 앨범이었다. 그리고 이 앨범은 매우 당연한듯이 참패를 기록한다. 듣고 즐기는 “힛트송” 적인 얼터너티브가 아닌, “새로운 코드의 사운드를 만드는 제작과정” 에 과하게 심오한 앨범이었고 아무리 얼터너티브가 익숙한 대중이라도 그 심오한 뜻을 이해 해 줄리는 없었다. 제작과정에 있어서의 장르적 매니악함, 녹음과정에서의 세세한 장르-사운드적 디테일함은 “변태적이다” 라고 할 정도로 딥했다. 점점 더 어른들을 위한 대중 음악, 즉 상업적으로 변하가던 얼트락 음악의 변화상은 더욱 더 이들을 옥죄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평 하나만큼은 좋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Fantastic Planet 은 결국 실패를 기록했고 이 앨범의 발표 1년후인 1997년, Failure 는 해산을 선언한다.

하지만 Fantastic Planet 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서히 맹위를 떨치더니만, 2010년대 들어와서는 “숨겨진, 비운의, 얼트/그런지 클래식” 으로 완벽히 자리매김을 하고야 말았다. 모던 퍼즈-헤비록이 얼마나 매니악하고도 아티스트리 화 될 수 있는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표본이라는 평이 매니악한 음악 평단에 의해 하나 둘 등장했고, 그 명성이 서서히 덩치를 불려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얼트/그런지 클래식” 까지 발전했다. 밴드 해산이 한참 되었는데도 미발표곡 모음집 Golden (2004), 베스트 앨범이자 7인치 B-사이드 및 데모곡들을 죄다 모은 2CD 컬렉션 Essentials (2006) 이 나올 정도로 그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적잖게 컴백에 대한 문의가 음악 팬들과 언론들에 의해 발생했고, 결국 밴드는 오리지널 라인업으로 2014년에 재결성을 타진한다. 활발한 투어 활동을 펼치며 자신들의 못다 푼 음악적 한을 풀어 나갔으며, 음악광들 또한 이 비운의 90년대 명 밴드에게 큰 호응을 보냈다. 이에 힘입은 밴드는 1년 뒤인 2015년, 9년만의 신작 The Heart Is A Monster 를 발표한다.

The Heart Is A Monster 은 Fantastic Planet 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한장이다. 얼트/그런지를 바탕으로 파워팝, 포스트 펑크, 노이즈락, 싸이키델릭, 스페이스록, 엑스페리멘탈리즘이 다양하게 구사된다. 그 구색력에 걸맞는 헤비-퍼즈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 프로덕션의 임팩트함이 존재하며, “아티스트” 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음악적 깊이의 강렬함도 존재한다. 그리고 Fantastic Planet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섬세하게, 매우 절제감 있게, 다소 변태적일 정도의” 곡 제조/팀 컬러 구축이 행해진다. 앞서 열거한 장르/스타일이 뒤섞였음을 외형적으로 표현하며 과시하는 스타일이 아닌, 얼트/그런지라는 장르에 작은 틀안에 얼마나 속박 시킬 수 있느냐에 도전하는, 다소의 변태성을 통해서 말이다. Fantastic Planet 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음악적 속박감은 Failure 라는 팀 만의 독특한 믹스쳐 감각을 탄생 시키고 있다. 얼트/그런지 특유의 헤비-퍼즈록 속에 꽁꽁 숨겨진 다양한 락 장르/스타일을 찾아내는 묘미, 그 숨기는 방법론에서 발견되는 매우 디테일한 면모는 새로운 믹스쳐 방법론으로 굉장한 임팩트를 남긴다는 점은 Fantastic Planet 때와 마찬가지로 이 팀 최고의 오리지널리티 이기도 하다. 얼트/그런지 특유의 헤비-퍼즈한 톤의 묘미, 그 톤의 사이키델릭/스페이스록적인 응용, 둠 메탈 특유의 오버페이스 된 헤비 하울링, 고전 파워팝적인 어쿠스틱 기타 프레이즈 등 사운드 질감적인 다양함, 그리고 그러한 질감마저 속박 시키며 Failure 만의 재미를 극대화 시킨다는 점 역시 빠질 수 없는 이 앨범의 특징이기도 하다.

The Heart Is A Monster 앨범은 Fantastic Planet 2 라고 불리워도 무방하지 않나 싶은 앨범이다. 얼트/그런지 제작에 대한 기괴한 관점의 방법론의 임팩트함은 다시 한번 최고조로 발휘된다. Fantastic Planet 만큼 엔터테인터적 재미 (=듣고 흥얼거리는 재미) 는 없다는 점 역시 과해서 약간은 거슬리기도 하지만, Failure 가 원하는 종착점은 “얼트/그런지의 수수께끼적인 오리지널리티적 추구” 였지, 상업적 성공은 아니지 않은가? 1년이라는 짦은 사이에 9년만의 공백을 단숨에 메꾸는 것 또한 인상 깊다. 매우 매니악한 사운드를 추구해도 그걸 다 알아 먹고 호평을 해 줄 다양한 인터넷 중심 음악 언론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홍보, 그리고 음악광들의 소화가 이뤄지는 2010년대에 컴백한 것은 신의 한수가 아닌가 싶다. The Heart Is A Monster 는 컴백 앨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고 있다. 그들의 커리어로나, 이 시대의 뮤직 비즈니스적으로나 모두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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