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nder Years – The Greatest Generation (Hopeless/Universal, 2013)
2000년대 초부터 시작 된 “메이저 기획형 팝펑크 시즌 2” 가 10년을 겨우 채우고 사양길에 접어들 때… 그때부터 일거다. 진정한 의미의 팝펑크는 그 때부터 조용히, 그리고 착실하게 부활의 몸짓을 시작했다.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에 지난 현재는 Ramones, Descendents, Green Day, New Found Glory, Fall Out Boy 에 이은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팝펑크 제네레이션” 이 완벽하게 정의/정리 되었다. Set Your Goals, The Swellers, Man Overboard, The Story So Far, Four Year Strong, A Day To Remember, This Time Next Year 와 같은 밴드들의 이름만 대충 열거하면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뭐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팝펑크 하면 생각나는 캐치한 성향의 파워풀함을 근간으로, 기타팝적인 시도, 하드코어와의 접목, 심오한 시적 가사/메시지 제조능력, 그로 인한 스케잇 펑크적인 사운드부터로의 긍정적인 음악적 탈출 성공 등 수많은 혁신을 해 냈기 때문이다. 2013년에도 그 열기를 리드하는 밴드들이 신작을 너도 나도 내 놓으며 엄청난 선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상업적 고지를 점령한 The Wonder Years 는 꽤나 의미심장한, 혹은 아리까리한 친구들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The Wonder Years 는 200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결성 된 밴드로 지금까지 4장의 정규작, 1장의 컴필레이션 앨범과 EP 를 가지고 있는, 나름 중견에 접어들고 있는 밴드다. 2013년에 발표한 최근작 The Greatest Generation 은 발매 첫주에 빌보드 앨범차트 20위를 기록하며, 신예 팝펑크 세력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가장 앞서가는 존재로 치고 나갔는데, 이는 좀 의아하고도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면 The Wonder Years 는 신예 팝펑크 세력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지 않은, 심지어 “밋밋한 놈들” 로 치부 할 수 있을 정도로 도를 넘는듯한 평범함을 자랑하는 사운드와 커리어를 꽤나 과하게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팝펑크는 기타팝을 근간으로 하는 사운드다. 메이저 기타팝 꼼수를 너무 기댄 2000년대 중반의 밴드와는 달리 팝펑크적인 에너지와 스피드를 충분히 지니고 있지만 평균치에 간신히 턱걸이 하는 축에 끼며, 그렇다고 기타팝 제조 능력이 뛰어 난 것도 아니다. 딱 고만 고만한, 욕 들어 먹지는 않는, 하지만 호평을 하기엔 상당히 음악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나 은근히 부족한, 하지만 그 심각한 밋밋함 사이에서도 중간중간 마법적인 보컬과 기타의 훅을 작렬 시키는, 한마디로 호불호적인 부분으로 꽤나 평가하기 힘든 음악을 선사한다. 그런덕에 커리어도 고만고만 하다. 네임 벨류는 있지만 고만고만하기 그지 없는 레이블 No Sleep 에서 발표한 데뷔작 Get Stoked On It! (2007) 과 두번째 앨범 The Upsides (2010) 가 꽤 괜찮은 반응을 남겼고, 그로 인해 준-메이저급 레이블이자 그 준-메이저급 레이블 사이에서 고만고만한 밴드들의 집합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Hopeless Records 로 이적, 세번째 앨범 Suburbia I’ve Given You All And Now I’m Nothing (2011) 를 내 놓으며 본격적이지만 크지도, 하지만 적지도 않은 인기를 구가하며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 한 것이 전부이다. 또한 이 당시에 New Found Glory 를 비롯한 다양한 유명 팝펑크 밴드들의 오프닝 액터로 활약하며 “오프닝 전문 베테랑” 으로의 컬트한 인지도 까지 확보하게 된다. 꽤 라인을 잘 탄 편이지만 밴드는 고만고만한 음악적 색채와 캐릭터적인 임팩트 덕택에 확 뜨지는 못한 밴드가 된 것이다. 2013년 신작 The Greatest Generation 의 발매 첫주 빌보드 앨범차트 20위조차 애매모호 할 정도다. 실력에 비해서 높기도, 허나 지금까지 타 온 라인에 비해 성과가 별로이기 때문이다.
신작 The Greatest Generation 은 역시 그들만의 고만고만함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부분이다. 신작은 나름 The Wonder Years 가 승부수를 띄운, 간단히 말해서 야심작이다. 기타팝적인 부분과 팝펑크적인 에너지/스피드의 정확하고도 밋밋한 5:5 의 음악을 들려 주었던 전작과는 달리, 좀 더 기타팝적인 부분에 큰 신경을 쓴 것이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결론은 이번에도 밋밋하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정신상태의 팝펑크를 구사한다” 라고 밖에 말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기타팝에 펑크적인 러프함을 아주 잘 이어 붙이는데 성공한 것도 사실이기에 제대로 된 애티투드 하나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해 줄 수 있다. 확 잡아끄는 매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꽤 좋은 이미지로 계속 청쥐를 하게 만드는 여전한 매력이 본작에서도 살아 숨쉬는데… 놀랍게도 전작과 달리 고만고만한 인상으로만은 끝나지가 않는 분위기를 전해준다. 곡들이 하나 하나 전개되며 발겨되는 숨겨진 장점들이 이 밋밋한 밴드 The Wonder Years 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바꾸기 때문이다.
The Wonder Years 라는 밴드가 밋밋하긴 밋밋하다. 하지만 매 앨범마다 송라이팅 실력과 밋밋함과 지루함의 사이에서도 절대로 플레이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끝내주는 훅과 멜로디를 아슬 아슬한 타이밍에 그럴싸하게 작렬 시켰고, 그 재능이 매 앨범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본작은 그러한 재미가 확실히 크고도 본격적으로 느껴 질 정도로 확실히 발전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감지 할 수가 있다. 뛰어난 훅과 멜로디를 좀 더 잘 만들어서, 좀 더 자주 작렬 시킨다는 점도 이 앨범의 특징/발전상이지만, 그 능력이 새 앨범따라 더 강해진 기타팝적인 노선으로의 추구에 맞춰 더욱 더 강한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 심지어 “밴드가 변화의 국면을 맞이 했다” 라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의 범상찮은 느낌까지 꽤나 자주 전해주기도 한다. 만약 여러분이 팝펑크가 위대한 미국 싱어 송 라이팅의 영역에 도전한, 상업적으로 실패 했지만 꽤나 긍정적인 음악적 결론을 남긴 New Found Glory 의 Coming Home 을 기억 한다면, 이 앨범 The Greatest Generation 에서도 그러한 긍정적 변화상의 재미와 매력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Coming Home 의 아성에 도전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더욱 더 심오해진 미국 문학과 미국적 삶과 프라이드에 근거한 시적인 가사의 제조 능력이 (참고로 앨범이 말하는 “위대한 세대” 는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맛 본 세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허허실실한 곡 제조 능력과 맞물려 생성되는 삼삼한 매력은 쉽게 무시 할 수 없는 이들만의 오리지널리티임에 틀림이 없다.
The Greatest Generation 는 진정한 의미의 The Wonder Years 의 시작점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앨범이 아닌가 싶다. 나쁘지는 않은 정도였던 전작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장점을 확실히 내세우며 개성적으로 풀어 나가고 있고, 미국 기타팝 전통에 뿌리를 둔 양질의/펑크 애티투드 충만한 팝펑크로의 묘미의 확실한 어필은 The Wonder Years 만의 브랜드를 완성 시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니까 말이다. 화려한 묘미는 없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들만의 개성과 발전상을 계속 제시하고 있는 조용한 강자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는 앨범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싶다. 이래저래 “또 하나의 팝펑크 방법론” 이긴 하다. 살짝 어설프지만, 그래도 내실은 무시 할 수는 없는 레벨이다. 재능을 터트리는데 과감함이 없고, 서두르지 않는 모습은 조금 답답하긴 하다. 하지만 그건 좋은 판단이었다. “이런 예도 있습니다” 라는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 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음악적으로, 명성적으로 서두르다 훅 가는 팝펑크 밴드들이 한 둘이 아니던가? 어찌보면 The Wonder Years 라는 밴드가 새로운 팝펑크의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The Greatest Generation 는 그걸 느끼게 해 준다. 그것이 이 앨범의 최고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 Mike Villain
The Bastards, The Vultures, The Wolv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