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tones – Gore (Reprise, 2016)
Deftones 라는 밴드가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절대적 기준점은 그들의 3번째 앨범인 White Pony (2000) 일 것이다. “단기간에 왕창 팔아 치우는 것” 이외에는 전혀 대단한 바가 없었던 장르인 뉴메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독특한 개성과 아티스트리가 충만한 앨범이었던 White Pony 는 밴드에게 성공이라는 달콤함을 안겨 주었지만, 그 달콤함은 지금까지도 음악적 족쇄로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White Pony 에서의 음악적 특징 고수 & 음악적 무게감의 여전한 보유와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계속 변하려고 하는 진취적 밴드 분위기와의 조율은 절대 쉬워 보이지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스타 밴드/메이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로의 위치에 걸맞는 높은 판매고 할당량이라는 패널티도 더해져 있다. White Pony 이후 나올 앨범들은 “다양한 종류의 소포모어 징크스” 가 패널티로 붙은 상황이며, 이는 결코 Deftones 의 음악적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eftones 는 계속 좋은 앨범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White Pony 의 명성을 극복 해 낸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꽤나 묵직한 소포모어 징크스를 업고서 발표 된 앨범치고는 괜찮았던 셀프 타이틀 앨범 Deftones (2003) 로 급한불을 끈 이들은, 3연작 Saturday Night Wrist (2006), Diamond Eyes (2010), Koi No Yokan (2012) 를 통해 “White Pony 의 음악적 스타일을 이어감 / 하지만 과거 스타일에 대한 뻔뻔한 답습은 없음 / 언제나 처럼 신작다운 새로움을 예상범위 보다 더욱 묵직하게 부여” 를 추구하며 음악적 위기를 매우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 3연작의 행보는 앞서 말한 “White Pony 딜레마” 를 극단적으로 부여한다 하더라도, 굉장한 앨범으로 결론 지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음악적 무게감과 각 앨범들의 개성이 실로 대단한 작품이었다. 2010년에 들어와서는 Deftones 라는 밴드의 대단함의 기준이 White Pony 가 아닌, “White Pony 의 영향력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를 보여주는 연타석 쾌작 앨범” 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통산 8번째 앨범인 Gore 는 White Pony 이후 이들이 보여준 “탈-White Pony 방법론” 에서 탈피 하려는, 또 한번의 굵직한 음악적 패러다임 시프트에 나서는 앨범이다. Saturday Night Wrist (2006), Diamond Eyes (2010), Koi No Yokan (2012) 세장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세 앨범 모두 서로가 일맥상통하는 코드를 지니고 있었다. White Pony 에서의 일렉트로닉스 성향의 멜랑콜리함과 90년대 헤비그루브 그 두가지의 개성적 믹스쳐,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매 앨범마다 서서히 늘려 나가는 프록/포스트락/포스트 메탈적인 스케일 메이킹, 그러한 음악적 시도속에 발생되는 묵직한 뮤지션 쉽 & 뉴메탈 뿌리에서 나온 밴드다운 엔터테인먼트적 노선이라는 두가지 이질적 요소의 조화력이라는 것들 말이다. 신작 Gore 는 그러한 특징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다. 무언가 새로운것들이 시도 되고 있다는 말이다.
Gore 라는 앨범만의 새로운 요소의 핵심은 기타리스트 Stephen Carpenter 의 기타의 확연한 부각이다. Deftones 의 팀 컬러 메이킹에 매우 헌신하여 기타 플레이어로써의 개성이 전무한 그가 신작 앨범에서 자신만의 헤비 그루브 리프 센스를 꽤나 다양하게 뿜어 낸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 앨범의 개성은 꽤나 확연하다. (꽤나 오랜 시간동안 팀 컬러를 위해 자신만의 기타 플레이적 개성 표출을 자제 해 온 그가 Gore 앨범 발표 전후로 1-2집 당시에나 행햇던 ‘본인은 꽤 괜찮은 개성을 지닌 메탈 기타리스트’ 라는 발언을 다시금 신나게 해 대는건 꽤 작위적인 언플이라 좀 우습긴 하지만 말이다.) 나름 봉인이 풀린 Stephen Carpenter 의 화끈한 기타 플레이로 인해 신작은 생각보다 매우 헤비한 특징을 지니고 있고, 둠메탈과 같은 컬트 노선의 헤비함의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다. 데뷔 시절부터 “난 Deftones 를 메탈 밴드로 생각하고 있다.” 임을 감추지 않았던 Stephen Carpenter 의 기타 플레이어로의 봉인이 풀려 날뛰면서 Deftones 가 지닌 지금까지의 멜랑콜리한 오리지널리티에 큰 타격을 줄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좋은 결과들이 다양하게 도출 된다.
전작들에 비해 꽤나 헤비 해졌고 기타 플레이가 꽤 튀는 느낌이지만, Deftones 가 매 앨범마다 늘 보여줬던 각 멤버들간의 음악적 노선의 절충의 근사함은 변함이 없다. 그 뛰어난 절충주의는 꽤나 헤비하게 튀는 기타 플레이와 만나 매우 개성 넘치면서도 Deftones 의 전통적 팀 컬러에 전혀 위해가 되지 않는 결과물을 내 놓고 있다는 의외의 면모를 자랑한다. 멜랑콜리함, 일렉트로닉스함은 여전히 건재한 “과거 모습의 Deftones 적 트랙” 들의 비중도 여전하며, 헤비한 기타 플레이의 추가를 통해 그 매력이 더욱 상승되는 의외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 헤비함이 크게 부각되는 트랙들은 탈-White Pony 3연작에서 만들어진 아트락/포스트락적인 추상적 스케일의 노선을 이어가며, 전작들의 음악적 결론들보다도 좀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음악적 설득력의 무게감 마저 창출 해 버린다. 탈-White Pony 3연작에서의 거대 스케일 메이킹은 꽤나 괜찮았지만, 2000-2010년대 포스트 메탈 / 슬럿지-프록 하이브리드의 음악적 무게감에는 미치지 못한것도 어느정도 사실이었지 아니한가? 하지만 Gore 앨범의 헤비함 증대로 인한 스케일 메이킹의 플러스 효과는 과거와는 다른, 꽤나 실한 음악적 무게감의 부여와 그에 합당한 음악적 설득력을 자랑한다. 신작 Gore 는 그동안 좀 과대평가가 아니었나 싶었던 “포스트 메탈 거장들과 궤를 같이 하는 밴드” 로의 평가가 비로소 제대로 이뤄지는 한장이기도 하며, 이는 이 앨범 및 밴드 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작은 꽤나 성과가 다양하기 그지 없는 한장이다. Stephen Carpenter 는 그동안 억누르고만 있었던 기타 플레이어로의 욕망을 풀며 음악적 자유를 만끽했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멤버들은 헌신적으로 Stephen 의 플레이를 기가 막히게 서포트 해 내며 새 앨범만의 개성을 자연스레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언론의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설득력이 은근 부족했던 포스트 메탈/힙스터 헤비니스 밴드로의 완벽한 음악적 설득력의 확보까지 해 내며 언제나 1% 부족했던 진정한 거장의 면모를 기어코 달성 해 내고 마는 모습까지도 보여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멋진 한방, “언제나처럼 한결 같음과 신작 앨범다운 새로움의 완벽조화” 가 있다. “왜 Deftones 라는 밴드는 신보마다 대단한가?” 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의 핵심이 되는 그것이 여전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음악적 행보의 상승곡선을 계속 이어 나가는 앨범이며, 그와 동시에 음악적 스타일에 있어서 정체를 용납하지 않는 앨범이다. 한마디로 Deftones 다운 한장이다. 무엇을 기대하던지 만족감만이 남게 될, 멋지디 멋진 밴드의 한장 되겠다.
- Mike Villain
Prayers/Triang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