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dust – Time Travelers & Bonfires (7Bros/Asylum, 2014)
Sevendust 는 락 음악 역사상 가장 상업적인 전략이 강했던 장르인 뉴메탈을 책임지던 간판 뮤지션이었고, 뉴메탈이 지닌 단점 중 가장 큰 문제점인 “대중의 인지도에 비해 과하게 딸린 음악성, 그리고 과한 상업적 전략” 와 거리가 먼, “실력” 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던 몇 안되던 밴드였다. 초기 3장의 앨범이 상업적인 부분과 음악 비평적인 부분 모두에서 좋은 결과를 내리자 (연주적인 측면에서도 큰 인정을 받았다는 점도 있다.), 밴드는 상업적인 면모를 강하게 어필한 노선으로 변화를 꾀했고, 그렇게 탄생한 Seasons (2003) 는 밴드의 기대와는 달리 처절한 실패를 기록하며 밴드를 위기의 구렁텅이 빠지게 만들었다. 하드한 면모를 사랑했던 올드비들의 이탈은 생각보다 심했고, 대중적인 부분이 강한 앨범을 레이블의 강력 푸쉬와 그것을 등에 업은 투어활동으로 과감하게 새 팬을 늘리려는 작전은 투어 버스 화재 등 다양한 악재로 충분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결정타였다. 그 와중에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음악적 핵심인 Clint Lowery 는 밴드를 떠났고, 소속 레이블은 바로 그들과 계약 해지를 행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헤비 음악의 판도는 변해갔다. 뉴메탈이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을 하고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대박을 노렸지만, 그 시기를 시점으로 메탈코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락 음악 소비의 헤게모니 자체가 뒤집어져 버렸다. 뉴메탈 밴드들의 상업적 성공 전략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거의 모든 밴드들이 Sevendust 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고, 거의 모든 밴드들이 회생불능 판정을 받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10년이 넘은, 케케묵은 이야기이다.
Sevendust 는 그 10여년의 암흑기를 버텨왔다. 엄밀히 말하면 버틴 정도가 아니다. 뉴메탈이 피크치던 90년대 중후반 만큼은 아니지만, 가희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Warner Bros 산하의 인디 레이블 Asylum 에 둥지를 텄고, Seasons 앨범의 대실패 이후 6장의 정규작을 냈으며, 자신들이 직접 투어를 기획하고 헤드라이너를 서고 동료 밴드들과의 무대도 가지고 비슷한 성향의 메탈/하드코어 밴드들과의 공연도 행했으며, 계속해서 좋은 음악적 평가와 발매 첫주에 빌보드 앨범차트 20위권의 상위 순위를 늘 기록하는 것이 바로 그 행보다. 이 다양하고도 출중한 성과들은 무려 “뉴메탈 = 질 떨어지는 헤비니스 음악” 이라는 좋지 않은 시선속에서 거둔 성과였다. 그리고 Sevendust 는 이러한 좋은 성과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매 앨범마다 예전의 사운드보다 더욱 더 하드해졌으며, 연주력 역시 매우 출중 했으며, 이를 라이브 무대에서 십분 발휘하며 티겟값을 하는 밴드로 명성을 떨쳤기 때문이었다. 이와 동시에 중년 락 팬들의 취향을 직격하는 하드락/올드락적인 멜로디어스함의 강조와 발전 역시 있었다. 다소 꼼수(?) 를 부린점은 그렇지만, Sevendust 만큼 슬기롭고 터프하게 뉴메탈의 음악적/상업적 한계를 극복한 밴드도 없었기에 이러한 성과는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신작 앨범이자 팬 서비스 측면이 강한 앨범인 Time Travelers & Bonfires 가 2014년 4월에 발표 되었다. 종종 선보이던 어쿠스틱 사운드를 앨범 사이즈로 확대하여 만든 앨범이며, 신곡과 예전 곡들의 재녹음이 50 대 50 의 비율로 존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음악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할 껀수는 별로 없다. Angel’s Son 같은 힛트곡을 통해서 Sevendust 라는 밴드가 충분히 어쿠스틱 계열 락 음악에 재능과 센스가 강하다는 점을 이미 충분히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Angel’s Son 의 음악적 스케일의 적당한 증폭 정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가 되지만, 기타 한대의 심플한 포커스와는 다른 밴드셋 특유의 꽉 찬 사운드와 멜랑콜리함을 강조하되 적당히 업비트를 때려대며 “헤비 음악을 하는 밴드다운 어쿠스틱 컨셉” 을 만들어 가는 “어레인지” 정도가 이 앨범의 특징이자 새로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구사되는 음악은 간단하게 말해서 “미국 블루스/하드락 전통의 조금 과한 재사용” 이며, “한 특정 헤비니스 장르가 음악적/상업적 위기를 겪을때 행하는 대중적인 보편 타당함의 이용” 의 아슬아슬한 악용이기에 음악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할 꺼리조차 되지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귀감이 된다. 바로 전략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본작은 밴드/레이블이 제작 자금을 전부 댄 앨범이 아니다. 밴드는 이 이색 어쿠스틱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했다. “무엇무엇을 할테니 팬들 여러분의 금전적 도움을 주세요” 라고 부탁을 해서 만든 것이다. Indigogo, Kickstater, Pledgemusic 과 같은 크라우드 펀딩 전문 사이트를 통해서 모금을 하여 앨범 재발매, 큰 규모의 기획 투어, 신작 앨범 제작에 십분 활용하는 밴드가 요즘따라 참 많은데, Sevendust 는 그러한 행보 중에서도 모범이 되는 모습을 이 앨범 Time Travelers & Bonfires 에서 보여 주었다. 그저 “도와 주세요” 라고만 말하지 않고,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부는 날에도 밴드명을 연호하며 공연을 보러 와준 팬들을 조명하고, 멋진 라이브로 감사하는 모습을 담으며 팬들의 충성도에 대한 감사와 더 큰 호응을 새 앨범 제작에서도 부탁 드린다는 비디오를 동시에 공개 했으며, 이러한 전략은 단 3일만에 밴드가 원하는 모금액을 달성했고, 기간 종료가 되자 목표 금액의 2배 이상의 금액을 모았다. 그리고 2천달러에 밴드와의 미팅 & 저녁식사, 1만 달러에 직접 찾아가서 라이브 해주는 서비스도 걸었고, 이런 고가의 옵션 말고도 티셔츠, 피크와 같은 적당한 가격의 다양한 한정판 머천다이즈 판매, 예전 투어에서 쓰던 현수막이나 멤버들이 쓰던 장비 판매를 통한 모금도 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무엇보다 그 어떤 밴드의 예보다도 빠르게 캠페인이 성공 했다는 점은 상당한 이슈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세계의 음반 시장이 거의 붕괴 된 현실을 맞이하는 뮤지션들의 수많은 돌파구들 중 가장 모범이 되는 사례였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 극복은 그저 “해외 팬들은 충성적이니까” 로 치부 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밴드는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기 이전에 뛰어난 앨범과 라이브 무대를 충분이 선보였다. 도와달라는 말 앞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테니” 와 “그동안의 팬들의 성원에 매우 감사 드립니다” 가 누구나 알아 볼 수 있게 숨겨져 있었다. 팬들은 흥쾌히 화답 했으며, 그렇게 Time Travelers & Bonfires 라는 앨범이 발표 되었다. 밴드는 앨범 제작-발표-발표 이후에도 스페셜 어쿠스틱 투어 공연을 선보이며 이번 활동이 밴드에게나 팬들에게나 특별하고 소중한 것임을 재차 강조 하기도 했다. 이 역시 피드백이 좋았다. 그렇다. 이 앨범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음반 사업 불황이라는 위기에서 밴드가 어떻게 상업적 돌파구를 이상적으로 마련 했는가” 에 대한 모범 답안인 것이다. 밴드는 금전적인 야심을 숨기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 또한 숨기지 않았다. 팬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밴드에 대한 충성” 을 아주 멋지게 행해줬다. Time Travelers & Bonfires 는 밴드와 팬들이 원하는 바를 모두 거머쥐게 된 “전략의 승리”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의미가 굉장한 앨범 되겠다. 예전에도 이런 쾌거를 달성한 앨범은 꽤 많았다. 하지만 Sevendust 만큼 “한물간 음악” 으로 현실적이고도 이상적인 성공을 더 멋지게 달성한 밴드는 없었다. 이 점 역시 보고 배울만 하다. 특히 거대 자본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위기를 돌파하려는 노력이나 전략 하나 없는 꼰대 노장 뮤지션들이 존재하는 어느 나라에서는 더욱 더 말이다. 이에 대해서 신나게 쓰고 싶지만, 칼럼으로 돌리려고 아껴 두겠다. 여하간 이 앨범은 귀감이 된다. 위기는 극복해야 제맛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명분 (= 뛰어난 음악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팬 베이스 구축) 이 있어야 한다는 점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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