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ssue #01] Slayer, 메이저 떠나다

[The Issue #01] Slayer, 메이저 떠나다

Slayer 가 Nuclear Blast 와 계약을 마쳤다. 이는 Slayer 가 마이너 레이블로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위기” 와 “기회” 를 모두 보여주는 오묘한 위치라는것을 내포 하기도 한다.

Slayer 는 3번째 앨범 Reign In Blood (1986) 부터 10번째 앨범 World Painted Blood (2009) 까지 8장의 앨범을 American Recordings 와 함께 했다. American Recordings 는 프로듀서 Rick Rubin 이 경영하는 레이블이자, 발매작은 적지만 그래도 그가 지닌 음악계의 위상과 메이저 레이블의 유통망을 통한 공조 체계를 가지고 있는 엄연한 메이저 레이블이었으며, Slayer 역시 과격한 음악 치고는 꽤나 괜찮은 메이저 필드에서의 상업적 성과를 기록 한 바 있다. 하지만 World Painted Blood 를 마지막으로 Slayer 와 American Recordings 와의 계약은 끝났고, 현재 제작중에 있는 신작 앨범에 Rick Rubin 이 프로듀서로 활약해도 연장 계약을 행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한 소식 바로 직전에는 이메일로 원년 드러머 Dave Lombardo 를 무례하게 해고하며 이미지를 크게 깎아 먹은적도 있었다. 좀 더 과거로 가보면 Jeff Hannaman 의 사망도 있었고, Tom Araya 의 암투병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와 그로 인한 투어 활동 빈도수 저하 & 건강 때문에 예전만큼 파워가 나오지 않는 Tom 의 퍼포먼스라는 악재도 있었다.”Slayer 가 금전적으로 안되는구나” 라는 걸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그래도 메이저 레이블급은 되는 Slayer 였기에 Nuclear Blast 로의 이적은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는 슬프지만, 어찌보면 당연히 일어 날 일이 아닌가 싶다. 얼터너티브 태풍에 메탈 밴드들이 다 나가 떨어지던 90년대에 “생존” 이 아닌 “수익” 을 냈고, 그 뒤에 불어닥친 뉴메탈 시대, 메탈코어 시대에서도 어느정도 성과는 냈다. (말년엔 빌보드 앨범차트 10위권도 뚫었고, 내셔날 텔레비전 토크쇼에서 라이브 무대도 가졌다!) 다만 그 성과의 수치가 서서히 줄었고, 메이저 필드 바깥으로 떨여졌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Jeff 의 사망과 Tom 의 건강문제로 투어를 자주 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지먼트가 다른 고용인 신분의 Dave 에게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악재가 생겼고, 결국 Slayer 는 메이저 필드에서 “할만큼 했다” 가 되어 버렸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Slayer 는 Metallica 를 제외하면 과격한 음악으로 메이저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제대로 버틴 밴드였다. Anthrax 는 애초에 아웃이었고, Megadeth 도 Slayer 보다 10년은 먼저 나가 떨어졌었다는 점을 한번 생각 해 보면, Slayer 의 남다른 위상을 다시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Nuclear Blast 로의 이적을 너무 안좋게 볼 수도 없다. NB 이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유럽에서 메이저 레이블급의 위력을 자랑하는 레이블” 로의 위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Slayer 가 갈 수 있는 레이블로는 최상이라는 점도 있다. NB 보다 큰 Roadrunner 가 있기는 하지만, “최고의 메탈 레이블” 에서 “메이저에서 안되는 록 밴드들의 유배지” 로 전락 했다는 점, NB 와 동년배였던 레이블들인 Century Media 등등은 NB 와의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을 보면은 이번 이적은 그다지 나쁜 계약은 아니다. NB 이 미국 시장 프로모션이 조금 약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유럽 메탈 시장 전체를 책임지는 레이블이라는 점과, 그 유럽안에서 음반 배포 뿐만 아니라 투어 기획에 대한 도움, 페스티벌에 꽃아주는 능력, 아티스트를 프로모션 하는 능력은 최강이라는 점 역시 무시 할 수 없다. 또한 현재 Slayer 에서 Jeff 의 빈자리를 메꿔주고 있는 Gary Holt 가 NB 소속 밴드 Exodus 의 리더라는 점, NB 에 Exodus 와 더불어서 투어 매치업을 짤 수 있는 원년 쓰래셔가 굉장히 많다는 점 (Sepultura, Soulfly, Machine Head, Death Angel) 역시 무시 할 수 없다. 또한 Roadrunner 의 황금기를 이끈 Monte Corner 가 Roadrunner 퇴사 후 NB 와의 50:50 지분으로 인해 탄생한 서브 레이블이자, 하나의 독립적 매니지먼트 회사인 Nuclear Blast Entertainment 의 무서운 행보 (Machine Head, Soulfly, Satyricon, Suicide Silence 등 A급 메탈 밴드들을 마구 영입하고 있다는 점) 와의 연계도 기대가 된다. NB 역시 Slayer 와의 계약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반응을 오피셜 뉴스로 계속 쏟아내고 있다는 점 역시 좋은 행보로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다. NB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가 아니던가?

한마디로 그거다. Slayer 는 위기고,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최고의 선택을 했으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메이저에선 멀어진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마이너에서는 어마어마한 밴드가 Slayer 다. 그리고 현실을 매우 빨리 파악하고 빠르게 현실적으로 대처 했다는 점에서 아니 잘 될 이유가 없다. 제2막을 기대한다는 말 까지는 나오진 않지만, 엄청난 기대가 되기는 된다. 거대 메탈러의 하락세를 어찌 이상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돌파 해야되는가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