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ly Strange #03] Mötley Crüe – S/T (Elektra, 1994)

[Totally Strange #03] Mötley Crüe – S/T (Elektra, 1994)

1992년, Mötley Crüe 의 보컬리스트 Vince Neil 은 밴드를 떠났다. Mötley Crüe 의 리더 Nikki Sixx 에 의한 해고다, 아니다 Vince Neil 의 자발적 탈퇴다 라는 논란이 있었고 아직까지 진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하간 그 둘은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한채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밴드 활동 초기에 “최악의 쓰레기 밴드” 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뮤지션쉽적 깊이 보다는 대중을 사로잡는 마력” 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 멀티 플래티넘 레코드 다수 보유, 베스트 앨범 발표 이후에도 건재한 입지라는 위업을 뒤로 한 채 말이다.

Vince Neil 과 Mötley Crüe 와의 관계 결렬은 아쉬움을 크게 내포하고 있었지만 그리 놀랄만한 사건은 아닌, 꽤나 이해가 가는 사건이었다. Vince 와 Nikki 의 감정적 대립은 80년대 헤비메탈 팬만이 아닌, 월드와이드 연예계가 다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Nikki Sixx 는 앨범의 장수를 하나하나 늘려가며 그에 합당한 음악적 무게감을 Mötley Crüe 라는 밴드에 부여하고 싶어했다. 이는 Dr. Feelgood (1989) 에서 200% 구현 되었고, 대중과 평단에 의해서도 완벽하게 인정 받았다. 앨범 수익, 투어 수익 또한 모두 엄청났다. 하지만 Vince Neil 은 그러한 흐름에 있어서 완벽한 걸림돌 그 자체였다. 프로듀서의 힘으로 음반에서는 어찌저찌 무마가 되었지만, 라이브 무대에서의 Vince Neil 의 보컬 실력은 형편없던 초기 그대로였다. 나빠진 부분이 더 많았다. 뛰어난 송라이팅과 헤비한 프로덕션에 걸맞는 보컬 실력-스타일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만 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를 논할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 무대위에서 가사를 까먹고, 보컬 하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난이도가 있는 부분은 팬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레코드에서의 보컬과는 전혀 다르게 템포를 바꾸거나 허밍으로 흥얼거리며 대충 대충 부르는 등 무성의의 극치를 보여줬고, 밴드 특유의 방탕함을 즐기되 음악적 야심과 라이브 무대에서의 퀄리티 관리에 매우 엄격했던 리더 Nikki Sixx 는 Vince Neil 과 언제나처럼 충돌했다. 그러한 문제점이 계속되다 못해, “관계를 서로 끊어야 할 시기가 왔다” 라고 서로 느낀것은 신곡이 포함된 베스트 앨범 Decade Of Decadence 81-91 (1991) 이 발표 된 직후였다. 그렇게 둘은 갈라졌다.

Vince Neil 의 빈자리는 그와 정반대 스타일을 지닌, The Scream 출신의 John Corabi 가 영입 되었다. 가늘고 날카로운 보이스를 앞세운 락앤롤 파티 주동자적 이미지인 Vince Neil 과는 달리 John Corabi 는 허스키 보이스의 묵직한 보컬톤을 자랑하던 블루스맨적 이미지였다. 엄청난 스타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Nikki Sixx 가 Dr. Feelgood 앨범부터 시작한 “헤비함에 대한 파격적 증가 & 블루지한 사운드에 대한 탐구” 에는 너무나도 적격인 인물이었다. 게다가 John Corabi 는 기타도 칠 줄 알았고, 곡 제작에도 나름 기여를 할 정도로 음악적 백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부가적 장점도 있었다. Nikki Sixx 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100%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디어 맞이한 것이었다. 그리고 1994년에 이 앨범을 발표하여 음악적 한을 풀고야 만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앨범은 실패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John Corabi 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밴드와 결별했고, Nikki Sixx 는 결국 다시 “자발적으로” Vince Neil 을 Mötley Crüe 데리고 오게 된다.

1994년 셀프타이틀 앨범은 Mötley Crüe 라는 80년대 최고의 밴드를 엄청난 위기에 봉착하게 만들었던 한장이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지금까지도 “밴드 커리어에 있어 무시하기 힘든 명작” 으로 손꼽히고 있고, 적잖게 “밴드 최고의 앨범” 으로 화자되는 한장이기도 하다. “Vince Neil 이 Mötley Crüe 에 가장 잘 어울리는 멤버는 확실하지만” 라는 토를 달고서라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Vince Neil 이 주도하는 파티락 크래셔 Mötley Crüe 로의 가치는 매우 별로일 지 모르겠지만, Nikki Sixx 이 주도하는 헤비-블루스/헤비메탈로의 Mötley Crüe 의 가치는 최고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80년대 헤어메탈러들이 80년대 스타일 특유의 “쾌락적 삶을 위한 백그라운드 뮤직” 으로의 가벼움을 버리고, 자신들의 음악적 근간이 되는 정통 하드락/블루스에 대한 탐구와 9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밴드다운 파워풀한 프로덕션의 확보를 노렸었다. Mötley Crüe 는 그러한 흐름에 있어서 그 어떤 밴드보다 용감했다. Dr. Feelgood 은 완벽한 증거이자 결론 그 자체였다. 하지만 Nikki Sixx 더욱 더 앞서가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 자신감 또한 있었다. Dr. Feelgood 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완성” 이라고 평가 했지만, Nikki 에게는 “또다른 새로운 시작” 에 불과한 셈 이었다. (Vince Neil 은 그 흐름에 있어서의 걸림돌 이었고 말이다.) 이 94년 셀프타이틀 앨범은 Nikki 의 야심을 보여준다. 아쉬움없이 전부, 그 이상으로 표현 되었다. “80 헤어메탈의 극단적인 모던화-뮤지션쉽화” 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 될 정도로 모든것이 파격적인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다소 무리수적인 음악적 선빵 스퍼트임에도 불구하고 후에 등장하는 80 헤어메탈의 헤비니스-모던화의 그 어떤 작품들 보다도 음악적 깊이의 차원이 다를 정도로 음악적 결론마저도 뛰어나고 말이다.

프로듀서 Bob Rock 하면 생각나는 그 헤비튠 보다도 더욱 더 묵직하게 잡은 프로덕션, Helmet, Prong, Pantera, White Zombie 와 같은 90년대 파격 밴드들 에서만 발견되던 굵직한 미드템포 근간의 헤비 그루브의 홍수, 그 헤비 그루브에 절묘하게 구사되는 고전 블루스에 대한 탐구와 모던한 어레인지, 그러한 취지에 걸맞는 정통파적인 끈적임과 모던한 바이브의 공존들은 앞서 설명한 과감한 시도와 결론들의 실체이며 청자를 연신 놀래키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 밴드 명성에 비해 존재감이 과하게 없었던, 그로 인해 매우 짠 평가를 얻었던 기타리스트 Mick Mars 의 플레이는 이 앨범에서의 헤비함 & 블루지함을 만나자 엄청난 기량을 보여준다. 굵직하고 헤비한 리프를 다양하게 짜내는 모던한 센스 창출적인 부분, 제대로 된 블루스 탐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깊이감과 화려함을 겸비한 솔로잉에서의 정통파적인 부분 모두 굉장하다. 화려한 비트의 과거와는 거리가 먼 심플한 플레이를 지향 했지만, 새로운 팀 컬러적인 부분에서나 자신만의 연주적 페르소나적 부분 모두에서 최고의 기량이 나와 버린 Tommy Lee 또한 굉장하다. 새로 영입 된 보컬 John Corabi 는 Mötley Crüe 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에 딱 맞아 떨어지는 컬러를 지니고 있으며, 확실한 그만의 보이스 컬러와 보컬 테크닉으로 그 새로운 스타일을 멋지게 증폭 시키는 피니쉬 블로우 그 자체의 매력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모든것을 기획하고 리드하고 결론짓는 이는 누구? 바로 Nikki Sixx 다. 자신의 음악 커리어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획력과 송라이팅 센스를 들려주는 점은 이 앨범의 여러 장점 중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앞서가는, 매우 설득력 높은 90년대식 헤비메탈의 청사진이자 결론을 내려버린 이 앨범은 놀랍게도 망해 버렸다. 유난히도 이들에게 짠 점수를 부여했던 평단은 이례적으로 이 앨범에 상당한 호평을 해 주었다. 하지만 팬들의 선택은 Vince Neil 이었다. Nikki Sixx 는 음악적 실력으로 자신들의 팬들을 설득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러한 자신감은 허풍이 아님을 이 앨범을 통해서 제대로 보여줬었다. 하지만 팬들은 진지한 모던-헤비 블루스 하드락 Mötley Crüe 이 아닌, 파티 크래셔 Mötley Crüe 를 원했다. 앨범 판매고의 급격한 하락은 물론이고, 투어 장소의 규모마저 전면 수정해야 할 정도로 이 앨범의 좋지 않은 반응은 너무나도 빠르게 닥쳐왔다. 시기상으로 좋지 않았다. 이 앨범이 발표 된 1994년은 이미 그런지가 세계를 정복하다 못해 80년대의 락 음악 모두에게 상업적 사형선고를 내릴 정도로 무시무시 하지 않았는가? Mötley Crüe 도 그 사형선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Mötley Crüe 와 똑같이 80 헤비메탈의 모던한 변화를 시도했던 Skid Row 를 생각 해 보자. 그들의 두번째 앨범 Slave To The Grind 는 성공했지만 Mötley Crüe 의 셀프타이틀 앨범은 실패했다. Mötley Crüe 가 더 진취적인 시도와 더 깊은 음악적 성과를 달성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이유는 “1991년과 1994년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로 매우 간단히 설명된다. 타이밍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실패 포인트이다. 1년전인 1993년에 발표 되었던 Vince Neil 의 솔로 앨범 Exposed 가 Dr. Feelgood 앨범의 노골적 카피에도 불구하고 나름 괜찮은 성적과 평가를 거두었다는 점이 더해지면? 눈물이 날 지경까지 악화된다. 여하간 Mötley Crüe 의 야심작은 다양한 악조건들이 놀라우리만큼 펑펑 터지며 근사한 실패를 기록하게 된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최고였기에 나머지 3인에게도 매우 괜찮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던 John Corabi 는 결국 밴드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Nikki Sixx 는 결국 Vince Neil 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재결합을 제안하는 굴욕(?) 에 봉착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뛰어난 앨범의 실패는 80년대 맹위를 떨쳤던 헤어메탈의 완벽한 상업적 가치 멸망 그자체를 증명하고야 말았다는 점은 실로 엄청났다. 이 앨범 이후로 메이저 레이블들은 헤어메탈에 전혀 서포트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정말 크다.

그렇지만 이 1994년 셀프 타이틀 앨범은 분명하게 말해서 “수준 높은 쾌작” 임을 부정해서는 절대 안된다. 이 앨범은 저질 음악적 실력과 마인드로 필요 이상의 인기와 부를 갈취했다며 쉴 새 없이 공격 받았던 80년대 헤어메탈러들의 음악적 개과천선 및 명예회복에 있어서의 절대적 기준점이자 최고 위치에 존재하는 금자탑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확보하기 위해 매우 진취적이었고, 그에 걸맞게 오리지널리티와 퀄리티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각 멤버간의 화려함도 있으며, 팀웍적인 단단함도 엄청난 위용을 과시 했음을 무시 할 수 없기도 했다. 혁신적 스타일에 대한 과감한 시도, 그에 걸맞는 완벽한 음악적 결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앨범은 팬에게 버림받고, 새로운 락 음악 흐름의 대세에 킬러샷을 맞아 버렸다. 너무나도 정말 부당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글램메탈 리바이블에서 발견되는 진취적 음악성 조차 이 앨범에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팬들의 지나친 취향요구, 새로운 음악 스타일에 대해 너무 감화된 대중들에 의해 헌신짝 취급 당하며 멸망 해 버린 이 앨범이야말로 별 다섯개짜리 비운의 명작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운의 명작은 많다.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정말 아주 많이 다르다.” 라는 말이 꼭 필요할 정도로 말이다. 이 이후에 나온 괜찮은 음악적 퀄리티 앨범들이 있긴 하다. 그 앨범들이 이 94년 셀프타이틀 앨범보다 한없이 떨어지면서도 더 나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는데, 매우 속이 쓰리다. 그 정도로 아쉬운 앨범이다. 무성의한 간판맨의 존재감과 새로운 락 음악 대세라는게 그렇게 무섭고 미운적이 없더라.

- Mike Villain


Hooligan’s Hol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