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Mothers – Don’t Forget What Your Mother Said (Townhall, 2014)

Seoul Mothers – Don’t Forget What Your Mother Said (Townhall, 2014)

90년대 중후반, 신촌/홍대를 중심으로 얼터너티브, 모던락, 펑크, 하드코어 등 다양한 90년대 음악 전용 클럽/공연장이 생성되며 한국에서도 “인디 음악” 이라는 것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인 클럽 하드코어는 펑크/하드코어 및 각종 헤비 뮤직만을 올리던 매니악한 코드의 클럽이었으며, 이곳에서 뛰던 밴드들을 모아서 두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낼 정도로 기획적인 측면에서도 뭔가 앞서 나가던 모습을 보여 주었던 곳이었다. 이 클럽/컴필레이션을 통해서 첫 선을 보였던 밴드들인 삼청, Vassline, Rux 가 이제는 한국 펑크/하드코어의 레전드가 되었다는 사실을 뒤돌아 본다면 클럽 하드코어의 위상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굳이 필요가 없을듯 싶다.

이러한 업적을 남긴 클럽 하드코어의 오너였던 최종철은 경영/기획뿐만 아니라, 밴드 활동 역시 행하고 있었다. Seoul Mothers 라는 밴드였다. 3000 Punk (1998), (클럽 하드코어의 두번째 기획 컴필레이션 이었던) 클럽 하드코아, 아싸 오방 둘째 앨범 (1999) 과 같은 컴필레이션에 참가했고, 2000년에 셀프 타이틀 데뷔 풀렝스도 낸 바 있던 그 밴드 말이다. 뉴욕 하드코어/메탈릭 하드코어로 대표되는 육중한 헤비함과 역동적인 그루브가 되는 사운드를 추구 했으며, Madball, Earth Crisis, Strife 와 같은 90년대의 새로운 하드코어 흐름에 대한것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유일무이한 한국 밴드라는 놀라운 점도 있었던 밴드였다. 하지만 Seoul Mothers 는 멤버들의 군입대, 클럽 하드코어의 경영난으로 인한 폐점, 가장으로써 가정에 충실 해야만 하는 “현실” 에 부딫혔다. 그렇게 그들은 조용히 사라져 갔다. 그렇게 끝이 날것만 같았던 Seoul Mothers 의 스토리는 그로부터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2012년부터 다시 시작된다.

사회인과 가장이라는 위치에서 열심이었던 Seoul Mothers 의 멤버들은 2012년에 재결성을 타진한다. 원년 멤버는 보컬리스트 최종철, 기타리스트 김대경만이 남게 되었으나, 또 다른 원년 보컬리스트 박성훈, 투견 출신의 베이시스트 엄광현, 드러머 김남욱, R4-19 의 기타리스트 정용성등이 차례로 새 멤버로 가세하며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었고, 라이브 횟수를 서서히 늘려가기 시작한다. 3-40대 나이, 한국 펑크/하드코어 1세대적 위치라는 짬밥은 뒤로 한 채 할 수만 있다면, 불러만 준다면 언제 어디서나 라이브를 펼쳤다. Seoul Mothers 는 그렇게 초심을 가지고 어린 펑크/하드코어 후배 밴드들과 공연했고, 더 나아가 펑크/하드코어씬과 꽤 거리가 있던 메탈씬에서도 활약하며 성실히 세력을 넒혀갔다. 양쪽 세력에서 꽤 얼굴을 알린 이들은 “밴드를 다시 한다” 라는 차원을 넘어선, 또 하나의 도전을 행한다. 바로 레코딩이었다. 밴드는 2013년 말부터 신곡 작업에 들어갔고, 2014년에 본격적인 녹음을 행했고, 그렇게 2번째 앨범이자 14년만의 신작인 Don’t Forget What Your Mother Said 가 발표된다.

Don’t Forget What Your Mother Said 는 “2번째 풀렝스” 라고 부르기에는 조금은 거시기한 물건이다. 총 8곡, 러닝타임 28분, 신곡은 4곡, 나머지 4곡은 2007년에 활동을 재개하며 발표 하려다가 사정상 하지 못했던 컴백 EP 의 그당시 녹음분 리마스터링이다. 시원스레 말해서 모양새가 나오지 않는 구성이다. 하지만 겉모양만 보고서 판단 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생각보다 꽤나 음악적으로 속이 꽉찬, 알짜배기 그 자체인 굉장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재결성 활동 1년만에 새 레코딩을 했다” 라는 점은 새 앨범은 예전이 이들이 구사했던 Madball, Earth Crisis, Strife 와 같은 9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 스타일을 서둘러 행한 재탕한 것임을 대충 예상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이 앨범은 “왕년에 자신들의 모습 컴백” 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로의 도전” 을 행하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들 사운드의 기반은 여전히 메탈릭 하드코어다. 허나 단지 90년대 스타일 구사로만 멈추지 않는다. 이들의 공백기에 있었던 수많은 메탈릭 하드코어의 변화상도 함께 구사하려 노력한다. 소위 “메탈코어” 라 불리우는 200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 2000년대 이전의 수많은 메탈 & 하드코어의 믹스쳐를 보여주며 미국 헤비니스 사운드의 한 획을 그었던 NWOAH 의 그 사운드에 도전 한다는 의미다. Madball, Hatebreed, Lamb Of God, Killswitch Engage, God Forbid 와 같은 밴드들의 사운드적 특징들이 대융합 하고 있고, 최종 결론들 역시 좋은 형태를 보여준다. 여기에 올드 헤비메탈 사운드까지 가세한다. 양질의 최첨단 메탈 & 하드코어 믹스쳐를 보여주며 임팩트한 한방을 날려주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작렬 해 대는 Loudness, Dio 등을 연상 시키는 멜로디라인, 기타 애드립, 화려한 솔로는 더욱 더 Seoul Mothers 의 음악적 특징을 빛나게 해 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밴드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임을 자신만만 하게 뽐내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기도 하다. 최첨단 메탈/하드코어 믹스쳐 사운드와 고전 메탈 특유의 빈티지한 매력의 조화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기에 꽤나 임팩트 하게 다가온다는 점 역시 이 앨범의 장점 되겠다. 그리고 두가지 스타일이 Seoul Mothers 라는 하나의 팀으로 귀결/융합 될 수 있게끔 한 원동력인 두 기타리스트의 치열한 경쟁과 배려심 넘치는 서로간의 이해/백업은 너무나도 멋지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이 앨범의 베스트라 사료 될 정도다.

한마디로 아주 멋진 컴백작이다. 신곡 4곡, 미발표곡 4곡, 딱 봐도 구색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내실 하나만큼은 굉장하다. 오리지널리티가 엄청나며, 퀄리티가 엄청나다. 컴백에 의미가 두는 작품이 아닌, 음악적 발전상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부분이 엄청난 앨범이라는 말이다. 햇수로 14년만이며, 준비 기간은 고작 1년 반만에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내 논 것이다. 단 4곡으로 말이다. 2007년에 발표 하려다가 말았던 4곡의 음원 역시 셀프 타이틀 데뷔작보다 월등한 발전상을 보여주며 흥미로운 여운을 남긴다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장점이다. 2007년 당시에 그것이 발표되고, 계속 활동을 이어 나갔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허나 그러한 아쉬움은 빨리 버리는것이 좋다. Seoul Mother 는 이제 시동을 제대로 걸고서 미래를 향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Seoul Mothers 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곰팡내 풀풀나는 90년대 초중반의 인디 야사를 더 이상 거론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금 바로 이 순간의 Seoul Mothers 를 이야기 해야만이 옳을 것이다. 메탈릭 하드코어의 모든 발전상, 그 다음으로 가는 대안, 그리고 서양 친구들이 생각치도 못한 독특한 오리지널리티 제시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까 말이다. 컴백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발전이라고 말해야만 옳다. 그리고 이들 Seoul Mothers 를 논하는데 절대 기준은 본작 Don’t Forget What Your Mother Said 가 되어야만 옳을 것이다. 아닐수도 있다. 이들은 그 어떤 때보다 열정적인 활동을 해 나가고 있고, 더 멋진 것들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위대한 첫 발자욱으로 생각하고 차후를 활동을 기대 하련다. 그게 옳을 것이다. 이 앨범이 제대로 깨우쳐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 Mike Villain


Don’t Forget What Your Mother S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