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jira – Magma (Roadrunner, 2016)
Gojira 는 거대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는 밴드였다. 그들은 데뷔 시절부터 Dream Theater, Suffocation, Meshuggah, Arch Enemy, Opeth 와 같이 하나의 메탈 서브 장르를 만들어 낸 거장 밴드들이 지닌 매니악한 음악적 특징의 수월하게 계승 해 나갔으며, 그러한 서브 장르들이 지닌 연주적 테크니컬함의 화려한 깊이 까지도 디테일하게 구사 해 낸 바 있었다. 앞서 설명한 밴드들을 계승 해 나가고 있는 위치에 놓여 있지만 그들과는 전혀 닮아있지 않은 그들만의 강렬한 음악적 아이덴티티의 완벽 구축도 있었으며, 그러한 아이덴티티의 구축을 위한 또 한번의 혁신적 메탈 모던화에 대한 강한 탐구와 집착 & 그에 합당한 결과물들 또한 제시했다. 매 앨범마다 엄청난 깊이의 배경지식을 동반한 “철학적 테마 탐구” 으로 탄생되는 지적 밴드 이미지의 존재감의 확보, (밴드는 각각의 앨범을 통해 생명수, 죽은 별의 부활, 윤회사상 등의 테마를 다뤘고, 그러한 여러가지 테마들의 공통 분모는 “삶과 죽음” 이었다.) 4만 5천명 남짓한 프랑스 소규모 친환경 지방 도시 바욘 출신이라는 의외적 요소 또한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 과정속에 만들어진 Gojira 의 3번째 앨범 From Mars To Sirius (2005) 는 2000년대 메탈 클래식을 넘어 올타임 메탈 클래식이 되었고, 메탈 비즈니스 최고의 레이블이라 할 수 있는 Roadrunner Records 의 로스터가 되면서 메이저 뮤직 비즈니스 계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 레벨까지 올라섰다. 그렇게 Gojira 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거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메이저 레이블 데뷔작이자 통산 5번째 앨범이 되는 L’Enfant Sauvage (2012) 에서 “음악적 정체” 를 애써 감추기 힘들었기에 그러했다. 연주의 테크니컬함, 뛰어난 프로덕션, 프록 메탈의 다양한 스타일의 응집 & 재해석은 여전히 대단했으나, From Mars To Sirius 에서 만들어 낸 자신들만의 음악 공식을 지나치게 재탕한 흔적이 역력함은 “음악적 정체” 라는 냉정한 평가를 꺼내게 만들었다. (4년이나 걸려서 만든 앨범이 보여 준 것이 고작 전작 재탕이라는 부분에서 오는 커다란 실망감도 빠트려서는 곤란 하겠고 말이다.) 자기복제가 2장 이상 계속 되면서 발생한 이런저런 단점들 중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새 앨범다운 신선함의 부재” 였다. Gojira 라는 밴드의 장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것이 “매우 신선한 자신들만의 개성확보” 였기에 그러했다. 음악적 정체 현상은 이들에게 있어 매우 위험한 수준의 자승자박임에 분명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에게 피할 수 없는 가혹한 미션을 할당하게 된다. 과거와는 다른 음악 스타일을 구사 할 것, 그러면서도 설득력 넘치는 긍정적 측면의 변화상을 보여 줘야만 할 것 이라는 미션 말이다.
2016년 신작 앨범 Magma 는 무엇보다 제작 하는데 꽤나 오래 걸린 한장이다. (이번에도 4년 걸림.) 또한 그 과정이 좀 좋지 않게 보여지던 한장이기도 하다. 메탈 언론에서의 인터뷰를 통한 “열심히 만들고 있으며 곧 나온다” 와 같은 언론 플레이는 조금 지나친 인상이었고, 밴드의 리더인 Joe Duplantier 의 명성에 비해 꽤나 시덥잖은 프로젝트였던 Cavalera Conspiracy 의 참여 (자신도 아니다 싶어서 빨리 탈퇴를 결정 한 것 만큼은 그래도 인정 해 줘야만 할 듯 싶다.) & 밴드 내에서의 음악적 기여도 제로라는 영 좋지 못한 모양새 상황이 이어졌기에 그러하다. 이들의 신작은 나올 타이밍을 넘겨 버렸고, 그렇게 신작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완만하게 바닥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4년만의 신작 Magma 는 Gojira 의 대표작 From Mars To Sirius 과 동급 위치에 놓일만한 음악적 대단함을 지니고 있는 한장이며, From Mars To Sirius 의 음악적 족쇄로부터 자유로워 지는데 있어서도 완벽함을 보여주는 한장이다. 신작 Magma 는 Gojira 가 구사하는 “모던 익스트림 프록 메탈” 이라는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기존의 음악적 팀 컬러에서는 매우 크게 벗어난 변신작이다. 새 앨범의 혁신성의 중심은 놀랍게도 이들과 거리가 먼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심플함/미니멀함” 이다. Mehuggah, Dream Theater 와 같은 프록 메탈 밴드들에서의 기묘한 폴리리듬 박자를 기반으로 한 기묘한 구성과 그에 합당한 테크니컬한 연주, 그로 인해 탄생되는 낮설지만 매력적이며 흥미진진한 긴장감은 더 이상 없다. Pantera, Helmet, Prong 과 같은 미니멀한 90년대 헤비 그루브 스탠다드가 그 대신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심플한 헤비 리듬웍에 지금까지의 Gojira 의 행보에 걸맞는 프록 메탈적인 엣모스페릭 코드를 얹어내고 있으며,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테크니컬한 연주를 소소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꽤나 파격적인 시도지만 성과는 매우 놀랄만큼 긍정적이다. 심플한 헤비 리듬웍과 프록 메탈 특유의 지적 코드의 락 음악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 및 연주 솔로 파트에서의 테크니컬함의 적절한 배치와 뛰어난 밸런싱은 신의 한수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혁신적이다. 스타일 정체를 극심히 겪던 Gojira 에게 있어 가장 확실한 변화상이며, 새로운 팀 컬러 확보를 위해 과하게 프록 메탈적 테크니컬함에서 멀어지지 않았나 싶은 우려 또한 뛰어난 밸런싱을 통해 긍정적 변화상으로 귀결 시켜내고 있다는 점 또한 놀라운 부분이다. 이러한 음악 제조 방법론은 꽤나 다양한 부가적 흥미 요소들을 낳기도 한다는 점 또한 놓쳐서는 곤란하다. Gojira 의 전작들은 지나치게 프록 메탈의 전통이 지닌 테크니컬한 연주적 요소에 “집착” 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그 집착이 때때로 과해 프록 메탈이 지닌 단점이라 할 수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먼 작위적인 느낌의 창출” 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도 Gojira 정도면 양반이라는 말 또한 필히 남기고 싶기도 하다. 이들만큼 담백한 매력을 지닌 프록 메탈 밴드도 찾기 힘들기에 그러하다.) 신보는 그러한 집착을 내려놓고 프록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지적 요소를 대거 함유한 깊이 있고 새로운 락 음악” 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공했다. 신작 Magma 가 지닌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프록이라는 음악 장르/스타일의 본질 회귀” 에서 비롯되는 존재감은 너무나도 강렬하며, 이는 Gojira 라는 밴드의 행보에 있어 또 한번의 커리어 하이인 동시에 2010년대 프록 메탈 행보 중 가장 의미있는 이정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Magma 는 Gojira 의 음악적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이상적이고도 현실적인 100점짜리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과도하게 진행된 프록 메탈 특유의 테크닉 대향연에 대한 작위성에 대한 긍정적 변화상의 제시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변화를 보여 준 밴드는 많았다. 프로그레시브 락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과거 프록 음악 스타일에 대해 벗어 나려는 파격적 노력 또한 강하게 매진했던 Opeth, Pocupine Tree 같은 밴드도 있었고, 프록 메탈 테크닉의 극을 보여 주었으며, 그러한 자신들의 결론에 대해 멀어지려는 노력과 결실을 담은 Dream Theater 멤버들의 이런저런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의 남다른 존재감도 있었다. Gojira 의 Magma 도 그러하다. 하지만 Magma 는 그들보다도 더욱 파격적이며, 신선하고 새로우며, 더욱 설득력이 강한 무언가를 들려주고 있음이 느껴진다. 왜일까? 또 그건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본인은 그러한 프록의 변화상의 음지에 음흉하게 존재하던 “변화에 대한 집착과 그와 이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작위성” 까지도 극복 해 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사여구 다 잘라 버리고 간단히 정리해서 표현 하자면 이렇다. “자연스러운 음악적 신선함과 무게감의 진수를 담은 세기의 명작, Magma”. 다들 나와 이 앨범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Magma 라는 앨범의 본질에 어울리게 말이다.
- Mike Villain
Silv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