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14] Faith No More – The Real Thing (Slash, 1989)

[The Blackest #14] Faith No More – The Real Thing (Slash, 1989)

80년대에는 돈과 여자를 갈퀴로 긁어 모으던 글램메탈이 있었고, 끼리끼리 놀며 세상에 대해 법규를 날리던 하드코어 펑크가 있었으며, 스피드에 집착 해 오던 메탈 언더그라운드의 분위기와 하드코어 펑크씬의 신세대적 감각을 재미지게 뭉쳐대던 쓰래쉬메탈이 있었으며, 하드코어 펑크판에서 진상을 떨며 놀았던 과거가 있었지만 고전 기타팝에 감흥받아 음악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하던 칼리지 록 세력이 있었고, 신디사이저와 핸섬한 패션/외모를 덧댄 신스팝/뉴로맨틱스 밴드들이 있었고, 흑인 밴드 음악과 백인 밴드 음악의 장점을 결합한 훵크 메탈이 있었다. 그리고 변두리에 Faith No More 라는 밴드가 등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부터 있었었다. 돋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2장의 앨범 We Care A Lot (1985), Introduce Yourself (1987) 을 발표하며 괜찮은 주목을 받았긴 했지만, 음악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먼, 훵크 메탈이라는 장르의 좋은 반응에 기대 한철 장사나 하는 밴드로만 비춰져 음악적 존재감은 거의 제로였다. 하지만 보컬리스트 교체와 함께 등장한 3번째 앨범 The Real Thing 은 장난이 아니었다. 두번째 싱글 Epic 이 1990년의 MTV 를 강타했고, 이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매우 빠르게 “이 밴드가 구사하는 락 음악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한 당혹한 화두제시를 통해 시작 된 이들의 진짜배기 커리어는 결국 전설이 되었다.

Faith No More 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신스팝과 하드락/헤비메탈을 믹스 해 보려는 취지는 좋았지만, 음악적 견해차로 인해 계속 멤버는 바뀌었고, 제대로 라인업을 구축하고 두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커리어를 시작하나 싶었더니 보컬리스트인 Chuck Mosley 는 과도한 음주를 바탕으로 한 각종 기행 & 멤버들과의 트러블을 일으켜 결국 그를 해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펼쳐질 멋진 커리어 이전의 마지막 시련 이었다. 보컬리스트 모집 공고에 응모하여 뽑힌 Mike Patton 이 새 보컬리스트로 가세하자 밴드는 놀라우리만큼 안정되기 시작한다. 그는 뛰어난 보컬 실력과 그만의 인상적인 보컬 톤/스타일, 그리고 무대 위에서 흥을 한껏 돋구는 퍼포머로써의 재능 모두 엄청났던 초거물 신성이었고, 그와 함께한 첫 앨범이자 밴드의 3번째 앨범인 본작 The Real Thing 은 자신들조차 예상치 못한 80 하드락/헤비메탈의 미래를 그려내고야 말았다.

The Real Thing 은 간단히 정의되는 앨범은 아니다. 20여년의 하드락/헤비메탈 총정리, 앞으로 좀 더 어떻게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다소 건방지게 보일 정도의 자유분방한 형태의 록앤롤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한 깐죽거림 뒤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뛰어나게 구사되는 혁신적 음악행보가 다중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한 앨범” 이다. “70년대 클래식 하드락/헤비메탈 천재가 80년대 후반으로 타입슬립 후 다양한 스트릿 컬쳐를 경험 한 후 만든 사운드” 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나? 이러한 표현이 다소 무리수적이라는 것을 본인도 알지만 싱글컷/힛트곡들을 살펴 본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될 것이다. 밴드의 넘버원 빅힛트 싱글 Epic 은 Ozzy Osbourne 이 80년대 말에 20대의 나이로 타임슬립하여 Mr. Crowlely 를 랩/힙합과 웅장한 프록/오케스트라 협연을 덧대어 표현한 곡이라 표현이 가능하며 (고전 헤비메탈에 대한 신세대의 자신만만한 능욕과 존경심 표출의 동시 작렬 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Epic 이전에 발표 된 싱글인 From Out of Nowhere 는 이들이 지닌 깐죽돌이 해드뱅어 아이덴티티를 극단적으로 증폭한 파티 앤썸 이었으며, 세번째 싱글인 Falling To Pieces 는 고전 헤비메탈/하드락의 중후함에 흑인적 훵키함을 더한 곡으로 그 당시 혁신적 사운드를 들려줬던 흑백 퓨전 록밴드 Fishbone, Red Hot Chilli Peppers 들에게 “너희들의 시대는 애초에 갔어”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듯한 착각을 부여할 정도로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들려줬다. 일단 싱글컷 부터 하나같이 패기와 실력이 넘쳤다.

싱글컷들이 만만찮은 임팩트함을 남기지만, 매니악함이 좀 강해서 푸쉬 할 넘버는 아니지만, FNM 의 엄청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타 트랙들 역시 무시무시 하다. 하드코어 펑크/쓰래쉬 메탈 영역에 까지 도전하는 공격적인 트랙이자, Mike Patton 의 앞으로의 “미치광이 캐릭터” 적 커리어의 진정한 스타트라인이 된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이는 Surprise! You’re Dead! 가 있고, 신스팝/뉴로멘틱스를 근간으로 한 훵키한 헤비 사운드를 들려주는 Underwater Love, 아랍/유로 전통 음악 – 훵크 – 스피드 메탈 – 연주 테크닉 대향연이라는 골때리지만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인스트루멘탈 퍼레이드를 들려주는 Woodpecker From Mars, 라운지 성향을 지닌 진지한 올드팝을 이들 특유의 깐죽돌이 메탈가이 마인드로 재미지게 해치우는 Edge Of The World 와 같은 곡들 모두 엄청난 음악적 센스와 패기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곡은 천재적 음악 실력의 고전 클래식 하드락/메탈적 스케일과 음악성, 그리고 이들 특유의 유쾌함-건방짐-뛰어난 실력으로 만들어 내는 엄청난 스케일의 Zombie Eaters 와 The Real Thing 일 것이다. Black Sabbath 의 곡 War Pigs 도 슬쩍 하나 커버 했는데, 이는 “우리가 만든 Zombie Eaters, The Real Thing 랑 비교하며 함 들어봐” 라 하는듯한 자신감 표출로도 느껴 질 정도로 그 두곡의 임팩트는 어마어마 하다.

싱글로 발표 된 곡들에서 보여지는 왠지 남다른 팀 컬러, 자신만만한 객기와 확실한 실력의 동시 폭발, 그러한 느낌을 한장의 앨범이라는 포맷에 자연스럽게 꽉 채운 모습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The Real Things 은 호평이 안 나올리가 없었고, 힛트가 안 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밴드는 이 한장의 앨범으로 89-90년을 활동, 80년대의 대미를 장식하고 새로운 90년대를 여는 하드락/헤비메탈의 선봉장으로 평가 받았다. 2년 뒤 등장한 Nirvana 라는 초절정 밴드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러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며 FNM 은 본의 아니게 계획 차질(?) 을 빚지만 말이다. 하지만 Nirvana 의 베이시스트 Krist Novoselic 은 FNM 에 대해 자신들의 성공의 길을 미리 닦아놓은 고마운 밴드라는 언급을 하였고, 소위 “얼터너티브 록” 으로 불리우는 수많은 90년대 혁신적 사운드의 밴드들의 멤버들 역시 FNM 의 앞선 혁신성에 대해 인정하는 코멘트를 꽤나 남기기도 했다. 음악 언론들 역시 FNM 에 대해서 “얼터너티브 붐 이전의 얼터너티브 넘버원 밴드” 로 꽤 많이 지칭하기도 했다.

The Real Things 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각기 다른 시대적 관점으로 바라봐도 이 앨범은 획기적이며, 훗날 수많은 획기적 락/메탈 & 헤비니스 음악이 등장해도 이 앨범의 신선함은 줄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완벽 했으니까 말이다. 다양한 하드락/메탈을 완벽하게 이해했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진지한 음악적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매우 재밌는 놀이로써 가지고 놀 수 있는 용기와 센스 역시 가지고 있었다. 모든 멤버들이 퍼포밍 실력과 음악적 센스 발휘 모두 발군이었다. 각 플레이어들이 추구하는 음악적/장르적 컬러도 매우 달랐지만, 서로 잘 이해 해 주고 백업 해 주면서도 모든 멤버들이 자신이 주연이 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이들은 완전체였다. 실력이 있고, 패기도 있었고, 팀으로써로 서로를 배려 하면서도, 개개인이 주인공급 역활을 하는 타이밍의 이익은 확실히 챙기는, 한마디로 매우 이상적인 팀이었다. 상업적 성공, 음악적 호평 모두 제대로 거둔것도 놀라운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들만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이 앨범에서 보여 준 패기 넘치고 수도 다양한 하드락/헤비메탈의 패러다임 시프트적 노력, 자신들의 음악 여정과 일맥상통하던 아니던간에 관심이 있는 이런저런 장르들에 대한 과감한 도입/적응과 놀라운 결과도출은 수많은 락밴드 꿈나무 들에게 교과서가 되었다. Epic 이라는 곡에서 비롯되는 “헤어메탈 이후 가장 거대했던 락 엔터테인먼트 시장경제 체제인 뉴메탈의 불씨” 라는 점만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획기적인 사운드로의 도전과 양질의 음악적 결과 도출” 이라는 양질의 교과서와도 같은 텍스쳐로써의 위용이 90년대의 수많은 밴드들에 의해서 구현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지금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이것은 앨범 타이틀명 대로 “진정한 물건” 인 것이다. 이런 저런 특징들을 수치로 적어 놓고, 그래프를 그려서 각 분야의 점수, 그리고 평균점을 내서 평가를 해 본다면, 이 앨범을 능가하는 앨범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더 많은 그리고 더 큰 찬양이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부분에서 과소한 평가를 받지 않는가 싶기도 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 Mike Villain


Ep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