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Oath #19] Johnny Cash – At Folsom Prison (Columbia, 1968)
Johnny Cash 는 간단히 말해서 “Elvis 시대” 라 불리우는 락앤롤 태동기/황금기를 대표하는 뮤지션들 중 하나였다. Elvis Presley, Buddy Holly, Jerry Lewis 와 같은 시대에 활동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락앤롤 태동기/황금기 시대의 넘버원 레이블이라 할 수 있는 Sun Records 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 시대의 뮤지션과는 분명 달랐다. 그의 음악적 뿌리가 흑인 음악인 리듬 앤 블루스 기반이 아닌, 컨트리 기반이라서? 그럴싸 하겠지만 정답은 아니다. 그는 스타가 될 만한 대중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의 내면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외롭고, 어둡고, 반항적이고, 폭력적인 페르소나가 그를 확실히 다르게 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타당한 이유일 것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복역하며 자유로운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Folsom Prison Blues 가 그의 데뷔곡이라는 점 하나로 이야기는 끝난다. 더 놀라운점은 이러한 그의 어두운 페르소나는 너무나도 그 당시 미국의 보수적 사회 정서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매우 크게 인정 받았다는 점이다.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했다. 그가 묵직한 목소리로 불러 제끼는 어두운 이야기들은 미국 내 모든 부류의 사람들의 이야기 싶지 않은 어두운 일면을 아프게 후벼파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마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컨트리 음악계에서 이혼과 재혼, 약물중독, 약물 유통으로 인한 체포등을 겪어도 그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수적인 시대에 교도소에 가서 라이브를 행하고, 그것을 라이브 앨범으로 발매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Johnny Cash 는 1968년 1월 13일에 악명높은 캘리포니아 교도소 Folsom State Prison (미국에서 2번째로 오래 된 감옥이자, 많은 병력을 투입해서 가장 높은 등급의 경비를 하도록 하는 감옥으로도 악명 높다. 재밌는점은 Cash 가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감옥인 San Quentin 에서도 라이브를 가지고 앨범을 발표하며 그 곳 역시 접수 했다는 점이다.) 에서 2번의 라이브를 가졌고, 그 실황은 한장의 디스크에 간추려져 같은 해 5월에 발표했다. 그리고 그해 대박을 기록했으며, Johnny Cash 의 풀 커리어를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앨범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그 당시 관점으로 본다면 다소 의아한 것이기도 했다. 1968년은 The Beatles 를 비롯한 새로운 락앤롤 신예들이 음악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뜯어 고치는 중이라 이러한 컨트리 음악은 구시대의 유물로 서서히 도태되던 시기였고,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컨트리 음악의 아이콘 중 하나인 Johnny Cash 가 사회 부적격자들인 제소자들을 위한 공연을 가진다는 점은 도덕적으로 큰 리스크를 지니고 있음을 내표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ash 는 이 기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제소자들로부터 당신의 음악이 힘겨운 투옥 생활을 버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고마움의 팬래터를 오래 전부터 꾸준히 받아왔고, 그 역시 마약 중독/유통/소지 혐의로 기소되어 옥살이를 한 경험이 있기에 그들의 편지들이 남 이야기처럼 다가오지 않았기에 그러했다. 그는 그들을 위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여하간 앨범을 살펴 본다면 앨범의 내용은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나 깜짝 놀랄만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이 앨범은 “형식적인 위문공연” 이 아니다. 이 앨범은 현 시대의 관점으로 바라봐도 사회, 정부, 교도소측, 제소자들 등 그 장소에 관련된 모든 것들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그 장소의 진정한 주인공들인 제소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편에서며 진정한 의미의 “위문” 을 행하는, 꽤나 도전적인 측면의 작품이다. 첫 곡부터 (Cash 의 데뷔곡이자 그 장소의 주제곡이기도 한) Folsom Prison Blues 다. 한 남자를 총으로 죽이고 그 댓가로 Folsom Prison 에서 복역하며 자유로이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을 담은 어두운 그 곡 말이다. 자신의 곡은 아니지만, 마약 문제로 감방 생활을 한 자신의 처지 그대로의 곡인 Cocain Blues, 사형수가 사형대에 오르기 전의 25분을 묘사한 블랙코메디 성향의 곡 25 Minutes To Go 같은 도발적인 트랙들 역시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킨다. 여기에 미국 사회의 모든 부류들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는 모든이들의 묵직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Cash 특유의 서정미가 담긴 Dark As A Dungeon, I Still Miss Someone 와 같은 진지함도 더해진다. 첫번째 결혼을 실패로 마감했지만, Cash 의 남은 평생을 함께하는 영원한 파트너 June Carter 와의 만남/듀엣송을 통해 락앤롤 태동기의 라디오쇼 특유의 재미를 선사하며 올드스쿨 엔터테인먼트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완벽한 앨범이다. “교도소라는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브 공연” 으로의 가치, “그것을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있어서 자연스레 묻어나는 진정한 음악” 으로의 가치 모두 완벽하다는 말이다. Cash 는 도발적인 선곡과 보편타당한 선곡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위문공연이라는 하나의 목표점을 기획했고, 뛰어난 완급조절 (라이브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던지는 멘트/농담 역시 굉장하다) 토탈 패키지 쇼를 완성 시키며 현실화 하는데에도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Cash 만의 캐릭터는 굉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수많은 락앤롤 통념이 바뀌었던 격동의 70년대에도 강렬한 위상을 유지 할 수 있었고, (결국 무리이긴 했지만) 팝 컨트리 흐름에서도 뚝심을 지키는 대명사로 괜찮은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교도소에서의 라이브” 는 Cash 와 동일시 되었고, 그는 위문공연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으며, 하위문화적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뮤지션들 역시 그의 뒤를 잇기도 했다는 점도 있다.
이 앨범은 수많은 파급효과를 낳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언더그라운드 컬쳐/음악/애티투드 확보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 라는 점은 너무나도 중요하다라고 할 수 있다. 하위 문화였던 컨트리는 쇼 비즈니스계의 성장으로 인해 인기를 얻었고, 그 하위 문화가 대중문화가 되며 생기는 “인기의 주축은 보수 중산층” 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법칙 때문에 컨트리는 보수화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서 Cash 역시 자유롭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앨범 At Folsom Prison 이 등장하여 하위-소위 계층/문화에 크게 어필했고, 이는 훗날 등장하는 수많은 하위-소위 계층 락앤롤의 애티투드 생성에 있어 엄청났다. 그와 이 앨범의 위상은 격동의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효하다. LA 펑크씬의 시조 Social Distortion 은 그의 팬임을 자청하고 그의 곡을 커버하기도 했고, 7-80년대의 팝 컨트리 흐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던 신/구 컨트리 골수론자들 역시 그를 지지 했으며, 8-90-2000-2010년대의 수많은 얼트/컨트리 세력들 역시 “Cash 의 모던화” 임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로 그와 닮아 있고 이 앨범이 그들의 레퍼런스가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기도 하다. 또한 Cash 본인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쓸쓸히 은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때 그에게 컴백을 할 수 있게 손을 내밀었던 Rick Rubin 의 신의 한수급 영입을 생각 해 보자. Rick 은 그가 지닌 어둡고 거북하지만, 그가 불러 제끼는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고, 그에게 신작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 한 바 있지 않던가? 그러한 아우라의 정점이 어느 때였을 것 같은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미국 하위-소위 계층 문화의 원점이 어디인가를 거슬러 올라 가다보면 여러 이정표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앨범 At Folsom Prison 이야말로 정수중의 정수라는 말이다. 그보다 인간 본성의 어둡고 공격적인 부분을 누구보다도 설득력 있게, 반박을 할 수 없게, 너무나도 근사한 퍼포먼스로 구사하는 뮤지션은 존재해도 이보다 뛰어나진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보다 더 과거에서도 말이다. At Folsom Prison 은 하나의 기획이었지만, 그러한 Cash 만의 미덕이 가장 진실되게 표현되는 순간이었고, 그의 커리어 역사상 최고라고 할 수 있으며, 하위-소회 계층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담은 앨범 중 가장 최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다. 하위 문화를 다루는 장르는 많다. 포크, 컨트리, 블루스, 펑크/하드코어, 메탈, 힙합 등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장르의 중심축을 꿰뚫는 “특정 하위 부류들을 대변하고 만족 시키는 무언가” 의 원점에 그가 있고, 이 앨범이 있다. 나는 그가 2003년 9월 12일에 운명을 달리 했을때를 기억한다. 컨트리와는 상관이 없는 음악들, 펑크, 하드코어, 메탈 등등, 그러한 것들만이 다뤄지는 전문 사이트에 전혀 관계가 없었던 그의 별세 뉴스가 나오며 그를 추모하던 분위기가 자연스레 나왔던 것 말이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이 앨범을 기억하는 나로써 이 앨범을 어찌 아니 찬양 할 수 있을 것인가? 간단하다. At Folsom Prison 은 최고의 작품인 것이다. 당신이 어떤 음악을 듣던지간에, 특정 하위 부류를 대변하는 이야기와 태도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최고라는 말이다. 물론 최초라는 의미로도 굉장하다는 점 역시 중요하겠다.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말하겠다. 이 물건은 최초이자 최고다.
- Mike Villain
Folsom Prison Bl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