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Oath #17] Hank Williams III – Straight To Hell (Bruc/Curb, 2006)

[Break The Oath #17] Hank Williams III – Straight To Hell (Bruc/Curb, 2006)

컨트리라는 장르가 미국의 농촌 백인들의 보통의 삶을 다룬 음악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그 장르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욕설적인 단어와 음주, 폭력, 불륜과 같은 반 사회적 코드들의 자신만만한 구사를 일삼는 Hank Williams III 의 존재는 충격을 넘어서 일종의 사회문제(?) 급의 이슈 그 자체라 평가 할 수 있다. 컨트리 음악 역사에 있어서 아티스트적인 측면과 쇼 비즈니스적인 측면 모두 시조급인 Hank Williams Sr. 가 그의 할아버지이며, 컨트리/블루스 음악의 일렉트릭 기타록적인 변화를 거친 서던락의 조류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며 컨트리의 변화와 성장에 큰 기여를 한 Hank Williams Jr. 가 그의 아버지라는 초특급 가문빨 면죄부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의 존재는 컨트리 음악계를 넘어서 컨트리를 소비하는 지극히 보수적인 미국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는, 그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범죄자적인 인물이라 할 수도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반응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에게 존재한다. 그는 7-80년대에 행해진 컨트리의 팝 음악 특유의 상업적 변화에 대해 굉장한 염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이 팔아먹기 위해 컨트리는 음악적으로 내쉬빌 특유의 강렬한 홍키통크 사운드의 전통을 잃었고, 그와 동시에 컨트리의 한 축을 차지했던 무법자들의 거침없는 삶에 대한 거친 면모 역시 동시에 잃었다. 그는 그러한 흐름에 매우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여기에 10대 시절 경험한 펑크/하드코어와 메탈,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비행들을 겪으며 (특히 마약) 얻은 멘탈리티로 인해 그는 더욱 더 그만의 와일드한 컨트리 아이덴티티를 구축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이 에스컬레이트하게 진행 될 무렵에 컨트리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Straight To Hell 앨범의 발표” 가 행해진다.

Hank Williams III 는 이 앨범 발표 이전에 Risin’ Outlaw (1999), Lovesick, Broke And Driftin’ (2002) 이라는 두장의 앨범을 발표 했었다. 그는 할아버지인 Hank Williams Sr. 가 구사하던 정통 홍키통크 컨트리를 뿌리로 했고, 그의 10대 시절의 펑크/메탈씬에서 겪으며 깨닮은 위험천만한 아웃사이더 기질을 적절히 조화하며 꽤나 임팩트한 개성을 만들어 냈다. 강력한 상업적 파워는 없었지만 컨트리 음악계에서 꽤나 호평을 얻어냈고, 독특한 그만의 공격성은 컨트리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펑크/메탈 애호가들의 적절한 호응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그가 소속한 레이블인 컨트리계의 빅네임 Curb Records 는 그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달가워 하지 않았다. Hank 가의 대단한 네임벨류에 비해 상업적인 포인트가 적었다는것도 문제이지만, 매우 보수적인 컨트리 소비자들에게 불건전 하다며 매우 좋지않은 시선을 얻어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뮤지션과 레이블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는 2003년에 발표하기로 했던 3번재 앨범인 This Ain’t Country 를 레이블측에서 발매하지 않겠다라고 Hank III 에게 통보하자 대폭발 하고야 만다. (이 앨범은 2011년에 Hillbilly Joker 라는 이름의 앨범으로 결국 빛을 보게된다.) Hank III 는 바로 Fuck Curb 티셔츠를 제작해서 이런저런 공연에서 입고 다니며 시위를 했고, 그것을 또 앨범 제작으로 승화 시키려는 노력까지 행했다. 그는 싸구려 녹음 장비 대충 하나 사서는 시골 오두막을 빌려서 자신이 행하는 애티투드 넘치는 컨트리와 똑같은 길을 걷던 또 다른 뮤지션이자 일전에 Damn Band 라는 프로젝트도 같이 한 바 있는 Joe Buck 과 Andy Gibson 을 불러서 앨범 한장을 뚝딱 만들어 버렸다. 레이블의 금전적 지원이나 전문 프로듀서 고용없이 시원하게 100% DIY 로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행한 Straight To Hell 은 그렇게 2006년에 “컨트리 음악 역사상 첫 Parental Advisory 딱지 부착” 이라는 영광스러운(?) 훈장과 함께 발표 되었고, 이 앨범은 컨트리 음악이 지닌 이미지를 다양하게 재고 해 보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모멘트를 만들어 내고야 만다.

Straight To Hell 은 컨트리라는 음악이 얼마나 본질적인 것에 극단적으로 행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음악이 되는지, 그리고 그에 걸맞는 후폭풍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최고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의 할아버지 Hank Williams 가 1930년대 후반부터 보여 주었던 흥겨웁고 스피드한 홍키통크 스타일의 고전 컨트리에 대한 깊이 있는 디깅이 이 앨범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 바이올린, 슬라이드 기타, 콘트라베이스, 드럼만의 매우 올드스쿨한 음색과 친근한 시골적 천박함(?) 이 존재하며 그에 걸맞는 라이브한 사운드 질감의 프로덕션 역시 Hank III 가 원하는 고전으로의 정당한 회귀에 큰 힘을 실어준다. 이러한 사운드적 특징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컨트리의 팝 뮤직화를 겪으며 사라졌던 거친 이야기들이 되살아나며 마구 날뛰어 댄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팝 컨트리 시대의 도래와 함께 사라졌던 음주/흡연/폭력/섹스/범죄행각 등 온갖 비행과 범죄를 무법자들의 무절제한 삶에 대한 유쾌한 묘사와 그에 합당한 막장 인생다운 말로에 대한 후회, 그로 인해 탄생되는 파괴적 쾌락과 인생의 묘한 여운의 공존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꽤나 보기 힘든 고전 컨트리의 한가지 스타일인 아웃로 컨트리 스타일의 진면목을 100% 끌어내고 있기에 그러하다. 여기에 그가 10대 시절 펑크/하드코어와 메탈씬을 경험하며 구축한 도심 빈민가적인 애티투드 역시 음악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 적절히 가미되며 이 앨범이 지닌 서민적인 쾌락적 묘미를 더욱 더 멋지게 증폭 시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의 색채를 한번에 체크 할 수 있는 곡이자 난 술 마시고 싸우고 보안관 아내랑 불륜이다 저지르고 지옥에나 갈테니 다 덤벼 보라는 투의 오프닝 넘버 Straight To Hell 이라던지, 자신이 구사하는 공격적 컨트리에 대한 자존심 표출과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비난하는 컨트리의 고향 내쉬빌 특유의 보수적 마인드에 거시기를 쑤셔 박아 버릴거라는 정당하고 유쾌한 천박함을 담은 Dick In Dixie 는 따로 언급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자랑한다.

Straight To Hell 은 레이블측의 처사에 대한 Hank III 의 화끈한 보복행위적인 부분이 좀 과하긴 했지만 (재밌는점은 그와 트러블이 있던 레이블 Curb 와 한판하고 나온 앨범이지만, 발매는 Curb 레이블의 산하 레이블 Bruc 에서 발매 되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컨트리에 대한 수많은 음악 부류들의 고정관념을 재미지게 바꿔 놓는데 성공했다. 고전 컨트리 애호가들은 음악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이제는 보기 힘든 고전적 묘미가 부활 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 앨범에 들어있는 펑크/하드코어 & 메탈헤드적 애티투드는 컨트리를 그저 시골동네 꼰대들이나 즐기는 음악에서 밑바닥 인생들의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음악으로 도심 청년들에게도 꽤나 큰 호응을 얻어내는 의외의 결과도 남겼다. 또한 이 앨범의 남다른 호평과 관심이 시작 될 때 즈음에 Hank III 가 자신의 컨트리 음악 커리어와 동시대적으로 행했던 수많은 펑크/하드코어, 메탈 음악 커리어 역시 제대로 발동이 걸렸고 이 역시 이 앨범에 감흥받은 수많은 도심 펑크/메탈 청년들에게 큰 주목을 받으며 더더욱 Hank III 의 위상이 커졌다는 점도 중요했다. 그의 1인 메탈 프로젝트 Assjack, 예전부터 있었던 EYEHATEGOD 과 Phil Anselmo (Pantera 와 기타등등의 그 양반) 와의 친분 재발견, 그들의 메탈 & 하드코어 믹스쳐 프로젝트였던 Superjoint Ritual 의 베이시스트로의 활약과 그들과의 또 다른 하드코어 펑크 프로젝트 Arson Anthem 활동등이 이어지며 더더욱 Hank III 의 위치는 컬트 히어로로 나아갔다. 또한 이 앨범을 기점으로 그의 모든 음악적 프로젝트가 레이블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작과 발매 모두 DIY 형태를 취하며 더더욱 긍정적 측면의 음악적 성과와 그만의 독한 개성을 발전 시켜 나갔다는 점도 있다. Straight To Hell 은 Hank III 의 컬트한 행보의 시작이자 하일라이트였다. 그는 이 앨범 한장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이어 나가면서, 완벽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과 영광을 완벽히 만들었다.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꽤 멀지만, 이러한 행보는 음악 아이콘의 2-3세대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기에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앨범이다. Hank III 는 꽤 천박 할 지 몰라도, 컨트리라는 음악이 지닌 “서민적 미덕” 을 밀레니엄 시대에 걸맞게 다시금 제대로 살려 낸 진정한 컨트리 히어로인 것이다. 이는 온갖 러프한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꼭 한번 경험 해 봄직 하다. 그리고 빠져들 것이다.

- Mike Villain


Straight To H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