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throne – The Cult Is Alive (Peaceville, 2006)

Darkthrone – The Cult Is Alive (Peaceville, 2006)

Darkthrone 은 동년배 밴드들이었던 Mayhem 과 Burzum 의 음악적/사상적 아이덴티티에 직접적인 자극을 받아 데스메탈 밴드에서 블랙메탈로 노선 선회를 한 이후로 변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그 변함없는 모습은 본능적으로 이 밴드가 뭔가 대단한 길을 걷고 있는 장인스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들은 블랙메탈이 대중적으로 먹히게 변하던, 대중이 과격하고 불경스러운 아이덴티티에 적응하여 많은 호응을 보내 주건간에 자기 갈 길을 너무나도 외롭게, 그리고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기에 그러하다. 메탈팬/평론가/음악언론/대중들이 바라보는 블랙메탈에 대한 시선이 우호적으로써 크게 변화 하였지만, 이들은 그러한 흐름에 대해 손가락 하나 움찔하는 리액션 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노르웨이의 그래미라 할 수 있는 Alarm Awards 의 메탈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수상자가 가려지기 전에 “상은 커녕 노미네이트 부터 필요없고 불쾌하다” 라며 전면적인 거부의사를 보였다는 사건은 그에 대한 간략한 예라고 할 수 있을거다. Darkthrone 은 여전히 블랙메탈 태동기의 그 모습, 그 마인드 그대로 그들만의 늑대굴에서 “Left Hand Path” 를 매우 충실하다 못해 독실하게 지켜가는 거의 유일무이한 밴드라 할 수 있다. 괜히 이들이 블랙메탈 파이오니어 밴드들 사이에서도 유독 두려운 아웃사이더로써 악명 높은건 아닐 것이다.

Darhthrone 의 이러한 Left Hand Path 적인 행보의 극단적인 모습은 음악에 그대로 반영 되는건 불보듯 뻔했다. 별 다른 설명 없이 A Blaze In The Northern Sky (1992), Under A Funeral Moon (1993), Transilvanian Hunger (1994) 와 같은 이들의 대표작이자 블랙메탈 클래식들의 타이틀 명만 거론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만의 충실한 사악한 행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적 약점을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르고야 만다. 이들이 구사하는 로우한 프로덕션의 사악한 사운드는 매우 강한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지만, Darkthrone 만의 즉흥적이고 빠른 텀의 앨범 제작 본능과 잦은 앨범 발표는 결국 “독한대로 금방 음악적으로 지치는 재미의 유통기한이 짦은 밴드” 라는 인상으로 메탈팬들에게 서서히 인식하게 만든것이 바로 그 위기다. 똑같은 스타일로 10장이나 발표하면서도 약점이 있어도 좋은 밴드라는 호평을 어거지라도 끌어 내는게 오히려 놀라웠다! (어찌보면 그것이 이들 최고의 재능일수도…?) 그리고 결국 밴드는 11번째 (!!!) 앨범에 들어와 매우 과감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이들의 11번째 앨범인 The Cult Is Alive 는 지금까지도 블랙메탈 역사상 매우 충격적인 변화를 담은 이정표로써 자주 거론되는 과감한 변신작이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밴드는 이들만의 전형적인 로우한 프로덕션을 기반으로한 블랙메탈에서 벗어나 하드코어 펑크/크러스트 펑크/Motorhead 로 대표적인 직선적인 하드락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많은 블랙메탈 파이오니어들이 프로젝트 밴드로 펑크/하드코어에 대한 애정표현을 하곤 하지만, Darkthrone 의 경우 처럼 바로 자신의 밴드에 접목하는건 처음이면서도 꽤나 무모한 결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는 전혀 무모하지 않은 변화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A Blaze In The Northern Sky 때부터 존재한 직선적 추진력의 원동력은 누가봐도 펑크/하드코어적인 그것이었고, 드러머인 Fenriz 는 스쾃 (Squart) 과 같은곳에서 살던 매우 펑크 커뮤니티적인 인물이지 않았던가? 여하간 이들의 과감한 시도에 의한 음악적 결과물과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까지 나아 가고야 만다. 지글거리는 사악한 리프와 멜로디를 송두리채 들어 낸 그 자리는 D-비트로 대표되는 심플하고 단단한 펑크 미학이 자리잡고 있다. 심플한 비트와 리프의 전개는 당연하게 엄청난 당혹함을 전해준다. 하지만 그위에 얹어진 사악한 기타 애드립과 보컬과의 조화는 굉장한 퀄리티와 설득력을 자랑하고는 결과물을 내 놓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매우 심플하고 단순한 연주 패턴 (D-비트) 로 창출되는 단단함과 비타협적 태도, 그와 이어지는 묵시록적인 분위기의 창출로 인해 펑크/하드코어 역사상 가장 어둡고 거칠고 반골적인 크러스트 펑크의 색채는 아직까지 어울릴 계기가 없었을 뿐이지, 블랙메탈의 비타협적 태도, 더 정확하게 말해서 Darkthrone 만의 Left Hand Path 의 행보와 파장이 일치하는 그것이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조화이기에 당혹할 뿐, 크러스트와 블랙메탈의 만남은 매우 색다르고 설득력 높은 새로운 형태의 사악한 공식의 시도인 동시에 완성이라 밖에 말 할 수 없는 대단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러한 변화는 Darkthrone 만의 사악함과 강인함이 전혀 죽지 않는 다이하드한 변화였다. The Cult Is Alive 는 Darktrone 만의 외롭고도 사악한 행보에 있어 전혀 반향전환이 안 된 뚝심어린 행보였다.

이러한 음악적 영악함은 당연하게도 블랙메탈 골수론자들의 비아냥을 빠르게 이끌어 냈다. 하지만 좀 강인하고 비타협적인 코드의 펑크/하드코어를 조금이나마 알거나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이들의 예상치 못한 블랙메탈의 크러스트 펑크화에 꽤나 호평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 결과 The Cult Is Alive 의 과감한 시도는 호평쪽으로 기울어지고야 만다. 그리고 이 앨범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음악적 파급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 분이 꽤나 중요하다!) 트 펑크적 접근법은 놀랍게도 많은 크러스트 펑크 애호가들의 구미를 당기는데 성공했고, 그들로 하여금 블랙메탈을 듣게끔, 그리고 이런저런 크러스트 펑크 밴드들이 블랙메탈적인 어프로치를 시도하기에 이르르게 했다는 점이 바로 그 파급효과다. 눈치가 빠른 펑크 애호가는 알고들 있을 것이다. 근 몇년 사이에 크러스티들이 Darkthrone 를 비롯하여 사악하고 빠른 블랙메탈 패치를 꽤나 붙여대고 다녔던 점, 블랙메탈 자켓의 사악함을 많이 빌어 온 아트웍이 꽤나 늘어났던 점 말이다. 블랙메탈 커뮤니티쪽의 반응도 있었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하드코어 펑크적 스타일의 블랙메탈의 등장이 꽤나 잦았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펑크/하드코어와 블랙메탈 커뮤니티의 암묵적인 교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언홀리 하드코어 세력과 펑크적/메탈적 코드를 습득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공격성을 시도하던 둠/스토너/드론 메탈 세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일으켰고, 크러스트-언홀리 하드코어-둠/스토너/드론-블랙메탈 아티스트들이 꽤나 자주 같이 공연 및 투어를 다니고, 스플릿을 내고, 하드코어 레이블이 블랙메탈 아티스트를 픽업하거나 익스트림 메탈 레이블이 하드코어 밴드를 픽업 하는등의 괴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Craft, Hellshock, Pisschirst, All Pigs Must Die, Deafheaven, Tombs, Oathbreaker, The Secret 과 같은 밴드들의 행보와 이들을 픽업한 Southern Lord Records 와 Deathwish INC 의 놀랄만한 아티스트 픽업과 기존 로스터와의 합동투어 플랜과 같은 흐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블랙메탈-하드코어-둠/스토너/드론 커뮤니티의 음악적 장벽을 붕괴 시켜 버리고야 말았다. 2012년인 지금 이러한 장르 붕괴는 극에 달해 있다. “이게 다 Darkthrone 의 The Cult Is Alive 때문인거 아시죠?!” 라고 외치고 싶을 뿐이다. 물론 과장이 보태졌다. 하지만 분명 한 것은 The Cult Is Alive 의 등장 이전과 등장 후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다르다. 이를 쉽게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와 문화 붕괴는 메탈과 하드코어 역사에 이미 큰 한 획으로 그어져 버렸다. 결론은 간단하다. “Darkthrone 이 또 하나의 전설을 쓰는데 성공했다” 라는 말로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 뿐이다.

- Mike Villain


Too Old Too C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