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 Limp.Gasp.Collapse. (Prosthetic, 2014)

SSS – Limp.Gasp.Collapse. (Prosthetic, 2014)

초인기-메이저 밴드가 없다 뿐이지, 영국 역시 “쓰래쉬 메탈의 본고장” 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질의 밴드를 가지고 있는 지역/나라임에는 분명하다. Onslaught, Xentrix, Sabbat, Hellbastard, Slammer, Acid Reign 와 같은 컬트한 네임드 밴드가 한 획을 그은 바 있고, Motorhead 나 Raven 과 같이 쓰래쉬 메탈의 탄생에 있어서 큰 자양분이 되었던 밴드들 또한 존재 하기에 그러하다. 그리고 이러한 독특함은 200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쓰래쉬 메탈 리바이블 신예들에 의해 이어지기도 한다. 2000년대 쓰래쉬 영건들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 이름을 모를리가 없는 요크서 출신의 Evile, 리버풀 출신의 SSS 가 대표적 밴드 아니던가? 오늘 이야기 좀 해 볼 밴드는 SSS 이다.

Municipal Waste 의 엄청난 등장으로 인해 2000년대 쓰래쉬 영건들은 다양하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 꽤 남다른 주목을 받았던건 Earache Records 의 영건들이었던 Evile 과 SSS 였다. SSS 는 2005년에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 데모 한장 & EP 한장으로 Earache Recrods 와의 계약을 바로 따 낸 바 있는 다소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고, 지금까지 Short Sharp Shock (2007), The Dividing Line (2008), Problems To The Answer (2011) 의 3장의 앨범을 발표 한 바 있는 나름 짬 좀 찬 밴드 되겠다. 음악적 스타일은 하드코어 펑크를 베이스로 하여 스피드 메탈을 도입한 “크로스오버 쓰래쉬” 를 추구했고, D.R.I, Suicidal Tendencies, Gang Green, Aganostic Front, Crumsuckers 와 같은 “초기 크로스오버 쓰래쉬 특유의” 심플하고 러프하며 올드스쿨한 무식/통쾌함을 매우 강조하는 컬트함을 지니고 있었다. (혹은 2장의 앨범을 내고 사라졌지만, UK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이정표를 세운 Acid Reign 에 대한 트리뷰트적 부활이라고 해도 옳을 것이다.) 데뷔작 Short Sharp Shock 는 80년대 중후반-90년대 초반의 쓰래쉬 황금시대에 맞춰진 쓰래쉬 리바이블에 대한 안티테제적 재미를 지닌 역방향성 리바이블을 선보이며 상당한 강렬함을 남기며 멋진 데뷔를 성공했고, 앞으로 크게 될 쓰래쉬 리바이블 신예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다. 뒤이어 나온 앨범들과 EP 들은 초기 크로스오버 쓰래쉬 메탈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보여지지 않았고, 이는 퇴보로 이어졌다. 밴드는 데뷔작 Short Sharp Shock 의 영광을 셀프 카피하는 안이함으로 일관했다. 작곡과 연주 모두 함량 미달이었고, Short Sharp Shock 이후의 앨범들과 EP 들은 당연히 데뷔작의 퀄리티에 비해 매우 떨어졌으며, 밴드의 음악적 위상 역시 당연히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렇게까지 메이저가 아닌 Earache Records 와의 계약만료 뒤에 새로운 레이블로 (메탈코어 대박치던 시절엔 굉장했지만, 지금은 영 아닌) Prosthetic Records 를 잡았고, 2014년에 신작 Limp.Gasp.Collapse. 를 발표했다. 그렇다. 영 좋은 그림으로 나오는 신작은 아닌 셈이다. 당연히 기대치는 바닥이다.

그러나 Limp.Gasp.Collapse. 는 강렬했던 데뷔작 Short Sharp Shock 의 뒤를 잇는 앨범이자, 4번째 앨범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2번째 앨범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쾌작 되겠다. 이 앨범을 통해서 SSS 는 밀린 음악적 숙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자신들만의 심플하고 격렬한 올드스쿨 하드코어-메탈 퓨전 노선의 고수, 그러면서도 앨범수가 찬 밴드다운 변화/발전상의 제시, 그리고 그것을 무엇보다 “듣고 즐기는 재미가 꽉 찬 앨범으로 만들어 내기” 에 대해 매우 노력 했다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으며, 완벽치는 않으나 노력만큼의 좋은 성과를 내리고 있다. “부활의 신호탄” 으로 단정 지을수 있을 정도로 좋은 모습이다. SSS 특유의 초기 메탈 & 하드코어 퓨전/크로스오버 쓰래쉬적인 심플한 (혹은 무식한) 묘미는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그러한 심플/무식한 스타일이 지닌 지루함과 뮤지션쉽 결여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패턴의 곡 구성과 연주가 행해지고 있다. Metallica 의 블랙앨범으로 대변되는 캐치한 코드의 헤비락 쓰래쉬 정도는 당연히 아니지겠만, 쓰래쉬 네임드들의 2-3번째 앨범에서 보이는 초기 공격성/무식함의 통쾌함이 주가 되지만 음악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그러한 앨범들의 묘미를 제대로 담는데 성공한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Suicidal Tendencies 의 Join The Army, Gang Green 의 You Got It, D.R.I. 의 4 Of A Kind, Corrosion Of Conformity 의 Animosity 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빠를것이다. 그러한 초기 크로스오버 쓰래셔들의 화끈한 객기 표출의 여전함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음악적 부분의 노력, 그리고 그 두가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상적/현실적 결론을 순간을 담은것이 Limp.Gasp.Collapse. 의 특징이자, 매력 되겠다.

Limp.Gasp.Collapse. 는 전설의 데뷔작 Short Sharp Shock 에 비하면 확실히 떨어지는 앨범이다. 파괴적인 강렬함도 부족하고, 초기의 객기어린 모습에서 탈피 해 음악적으로 발전 해 나가겠다는 포부에 비해 달성 된 음악적 결과물의 퀄리티 및 설득력 역시 부족하다. 특히 쓰래쉬 메탈이라는 장르의 명반들이 초기의 객기 어린 통쾌함의 극치 or 대중적 코드를 대거 가미하면서도 특유의 강렬함이 살아있는 영악함의 극치로 양분화 되어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과도기형 앨범들은 훗날 크게 거론이 안된다는 과거의 사례들로 인해 확실히 그 가치가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크로스오버 쓰래쉬 계열은 그게 더 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쓰래쉬는 분명 객기와 뮤지션쉽이 뛰어난 밸런스를 보여야만 하는 장르라는 점, 그 궁극적 진리를 향한 발자욱 한걸음을 SSS 라는 밴드가 떼었다는 점에서 좋은 시선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발표 당시에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쓰래쉬라는 장르를 디깅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알고보면 꽤 노력했고, 좋은 결론을 내린 앨범이다” 라는 평을 얻는 크로스오버 쓰래쉬 앨범들이 참 많았다라는 점을 상기 해 본다면 이 앨범에 대한 가치가 약간 더 올라 간다는 점 역시 무시 할 수 없다. 더불어서 SSS 는 영국 쓰래셔 아닌가? 영국 쓰래셔는 언제나 컬트한 길을 걸어왔고, 그에 합당한 컬트한 관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미 SSS 는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도 말 할 수 있겠다. 여기에 그 컬트함을 살짝 더해주는 Limp.Gasp.Collapse. 가 등장 했다라? 이야기는 끝인거 같다. Acid Reign, Gang Green, Excel, Crumsuckers 의 뒤를 잇는, 그리고 그러한 컬트함까지 리바이블 해 내는 앨범 되겠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의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음악적 좌충우돌과 나름 괜찮았지만 크게 반향을 얻지 못했던 아쉬움을 안다면, 이 앨범 Limp.Gasp.Collapse. 은 매우 반가울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쓰래셔 애호가라면 절대로 좋지 않다고 말 할 수가 없는 앨범 되겠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괜찮다. 그것이 B급 쓰래쉬의 대명사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묘미 아니던가. 그리고 SSS 가 그런거 하나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던가? 괜찮은 앨범 되겠다. 앨범 자체의 괜찮음 뿐만 아니라, SSS 라는 밴드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 정도라는 점 역시 빠트리지 않고 거론하고 싶다. 진정한 의미의 2집이다. 한풀 거하게 꺾였다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상승중인 쓰래쉬 리바이블러 중견들의 거침없는 행보에도 동참하기도 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좋은 앨범” 으로 충분히 설명이 되니까 말이다.

- Mike Villain


Dead 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