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pilot – Silvervine (Latstrum Ent., 2008)

Afterpilot – Silvervine (Latstrum Ent., 2008)

우리는 동경외대출신의 멜트바나나를 기억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치기어린 실험으로 여기기에는 그 당시 과감한 노이즈록을 구사하였고 해외에서의 호평, 실험적인 유명 뮤지션들과 많은 작업도 하였다. 음악과 사회적 지위는 관계없어야 하지만 그렇게 새삼스럽게 조명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에도 병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음악하는 사람들에 사회적 지위와 학력에 대한 부가적 평가는 상당히 불쾌하고 오히려 순수한 음악적 평가를 방해하는 요소중에 하나이다. 아무래도 음악이라는 카테고리가 사회와는 조금 외적인 부분으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애초부터 선을 긋고 가고싶다. 음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채널이며 좋아한다면 누구나 접근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기술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의 미묘한 균형을 팽팽히 이뤄가면서 평가의 잣대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인 부분까지 반영시키게 되면 누가봐도 엉성한 리뷰가 될 것이다.

4년이나 지나서 케케묵은 이젠 활동도 잘 안하는 Afterpilot 을 소개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한술 더 떠서 의사인데다가 프로 세션 드러머라는 경력자체는 음악이 상당히 별볼일 없어 보일 것이다(왠지 니트를 빼입고 나르시즘에 빠진 포크장르를 할 것 같다). 하지만 파워 팝장르를 기반으로 영어가사로 곡을 쓰면서 외향적 세련미까지 더하는 기본적인 골격은 오히려 그런 편입견 때문에 플러스요인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Silvervine 은 두 번째 풀렝스 앨범으로 그들의 음악적 경력에서도 중요한 앨범이다. 여태까지는 고양이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아저씨들의 흔한 파워팝으로 시작하는 모습이었다면, 사운드적 질감은 프로세션 드러머라는 탄탄한 기반이 있기 때문에 안정된 사운드가 잡혀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미있다고 느낄만한 요소는 그다지 없다. 고급취미생활의 영유의 측면에서 보면 흘려듣기에는 잘빠져 있는 좋은 기록물이 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당시 hmv의 각종 상위 챠트 기록 등은 사실은 취미밴드가 올라갈 수 있는 정점이니 하는 그런 말들이 있었겠지만, 이성을 차리고 다시 한번 이 앨범을 보자.

음악적 고민은 사실 파워팝에서 편곡적인 면에서 많은 고민은 필요가 없다. 직선적인것과 좋은 멜로디의 조화를 능력껏 뽑아 내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고 만들 수는 있지만 사람들에게 기억될 만한 것을 만들어내기에는 참 힘든 장르이다. 그런면에서 사회적경력이 조금은 도움이 되는 걸 수도 있다. 기본적 틀은 초기 Weezer 의 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안에서 멜로코어를 양념으로 뿌리고 싶지만, 자제하는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서 프로뮤지션이라고 불리는 밴드들과의 차이점이 나타난다. 물론 Afterpilot 도 프로 뮤지션이 소속되어 있지만 청자를 뒤흔들만한 꽂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장르적 단점인 단순함으로 조금 기울어져있다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는 뮤지션이 상당히 고심하는 부분이고, 결정을 내려야되는 힘든 부분이다. 사람들에게 귀에 남길만한 멜로디를 위해서 조금 복잡한 연주를 선택하게 되었을 때, 음악적 일관성의 부재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각자 바쁜 일이 있음에도 이를 쪼개서 2장의 풀렝쓰를 냈다는 점은 박수쳐줄 일이지만, 좀 더 많은 공백을 가지고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큰 숨을 들이쉬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미니 앨범, 스플릿, 1집, 2집까지 단 4년의 시간으로 달려온 것을 보면 음악적 영감의 폭발보다는 열정을 몰아부친 결과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간으로 계산적 평가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말이다.

- Luie Villain


Seat Of Thou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