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S – Noise (Avex Trax/Sargent House, 2014)

BORIS – Noise (Avex Trax/Sargent House, 2014)

“Black Sabbath 의 여러가지 특징 중에서 묵직한 저음 헤비 기타 & 그에 걸맞는 숫적/양적 앰프 사용에 이은 헤비함 증폭이라는 공식을 극단적으로 악용(?), 엄청난 헤비함이 계속 느리게 웅웅 거리는 특징을 지닌 메탈장르, 아니 오히려 노이즈락과 같은 반-락앤롤/하드락 정서의 실험주의 음악의 계보의 한 축이기도 한 컬트 장르 드론 메탈 (Drone Metal) 을 만들어 낸 유이한 파이오니어 중 하나.” 뭐 대충 이렇게 Boris 는 정의가 가능 했었다. 하지만 밴드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10번째 풀렝스 앨범인 Pink (2005) 를 포함한 그 이후의 행보는 그렇게만 정의 할 수 없는, 더 긴 부연 설명을 장착 해야만 정의가 가능한 밴드로 거듭나게 된다. 헤비-노이즈 밴드로만 보였지만, 정규작의 앨범수를 쌓으며 Deep Purple 이나 Motorhead 와 같은 (드론 메탈의 미니멀리즘/반-전통파적 모습과는 다른) 락큰롤러임을, The Jesus And Mary Chain 과 같은 모던락 성향의 드로니즘의 계승자임을, Isis 와 같은 헤비 포스트락 밴드로의 색채도 가지고 있음을 조심스레 보여 주었으며, 그 워밍업이 끝나자 Pink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도전, 뛰어난 결론을 내리는데 성공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웠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더욱 놀라웠다. 아니 무모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도전적이었다.

2011년에 New Album (2011), Heavy Rocks (2011), Attention Please (2011) 의 3장의 앨범을 동시에 터트리면서, “지금까지의 Boris 와는 완전히 다른” 일렉트로닉스 엠비언트, 신스팝, 제이팝/애니메이션계 전파송적인 코드의 음악, 슈게이즈 성향의 인디락 등을 시도, 과거와의 연을 단번에 끊었다. 영원 불멸의 힙스터 클래식인 Pink 앨범의 마성 (혹은 타성) 에 빠져있던 수많은 전문 리스너들을 벙찌게 만든건 당연했다. 앨범의 호불호를 가리기에도 힘들었다. “거대한 스케일 메이킹, 퍼즈한 프로덕션, 미니멀리즘, 엑스페리멘틀리즘에 일맥상통하는 모든 스타일을 섭렵하려는 거대한 야망을 지닌 기인 집단” 의 오오라가 너무나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Boris 는 음악을 대하는 관점이 다른, 지금까지의 음악적 평가의 잣대를 함부로 적용 할 수 없는 밴드로 거듭 난 것이다.

이들의 한차원 높은 & 매우 색다른 접근법의 음악 여정의 과감함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앨범이 “뛰어나다” 혹은 “가치가 있다” 라고 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기도 하다. 2011년의 3장의 앨범은 간단하게 말해서 설득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헤비함, 퍼즈함, 거대함, 엑스페리멘탈함의 모든것을 섭렵하기 위해 행한 수많은 스튜디오 작품들은 듣고 이해하기에 매우 힘들어도, 각 앨범이 지닌 음향적 키워드를 캐치하면 놀라우리 만큼의 왜 이러한 음악을 했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굉장했는데, 그 3연작들엔 그것이 없었다. 그게 이들 명성의 원동력인데 말이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계속 평균치 이상의 가치를 남기던 그들만의 행보에 처음 있는 음악적 위기였으며, 꽤 심각한 수준이기도 했다. 다시금 초기의 드로니즘을 시도한 Pr?parat (2013) 는 꽤 괜찮았지만, 과거에 행한 방법론의 재탕이라는 이들 답지 않은 모습 + 늘 행하던 사이드 프로젝트적인 드로니즘이기에 의미는 크게 없었다. (참고로 대문자 BORIS 라고 표기 할 때, boris 라고 표기 할 때, Boris 라고 표기 할 때 음악의 스타일을 매우 다르다. 멤버만 같을 뿐 각기 다른 밴드로 여겨야 할 정도. BORIS 는 적당한 캐치함을 남긴 드로니즘/엑스페리멘탈 토탈 패키지 음악을, boris 는 독하디 독한 드로니즘/노이즈 음악을, Boris 는 2011년에 행했던 탈-BORIS/boris 3연작을 할 때 사용했다.)

한마디로 Boris 에게는 자신들을 다잡을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리고 2014년 앨범이자, (대문자 BORIS 의 이름으로 발표 된) Noise 는 그러한 계기가 되는 앨범이다. 계기… 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대단한 것이 담겨져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매우 다양한 특징과 장점과 기발함이 담겨져 있으며, 이를 간단히 정의하면 “Pink 앨범만큼의 대단함. 그와 동시에 완벽하게 정의 된 탈-Pink 앨범적인 음악적 강렬함의 다량 구비.” 정도 될 것이다. 이 앨범 Noise 는 대문자 BORIS 행보에서의 노하우와 매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 헤비함과 스트레이트함이 근간이 되며, 그 특징 안에서 하드락, 락앤롤, 드론메탈, 포스트락, 일렉트로닉스/엠비언트 등 다양한 장르적 특징의 작렬과 앨범이라는 포맷 안에서의 놀라운 공존과 진행 말이다. 공격적인 파괴감의 매력과 예술적인 스케일의 매력이 끗발나게 작렬하던 Pink 앨범의 위대함이 다시금 살아난다고 할 수 있다. 2011년에 보였던 의문부호적인 음악활동의 아쉬움을 한번에 날려 버리기에도 충분한 것이기도 하다.

꽤 놀랍고도 재밌는 점은 2011년의 3연 실험작의 아쉬움을 날려 버리지만, 그 3연작에 행했던 실험을 이 앨범 Noise 에서 꽤나 잘 써먹으며 그 행보가 그저 뻘짓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한다는 점이다. 엠비언트, 일렉트로닉스 제이팝, 모던락/기타팝적인 요소를 기가 막힐 정도로 Boris 하면 생각나는 드로니즘-엑스페리멘탈과의 공존을 잘 해 나가는 모습도 이 앨범 Noise 의 특징이며, 장점으로도 이어진다. 일본 기타팝/모던락 뼈대에 Boris 의 헤비 드로니즘을 얹은 太陽のバカ, 헤비한 기타-앰프로 만들었지만 충실한 일렉트로닉스 엠비언트 위용을 내뿜는 Heavy Rain, Sigur Ros 와 같은 감성적인 포스트락을 들려주는 Ghost Of Romance 와 같은 트랙들은 2011년의 3연작을 매우 의미있는 행보라는 타이틀을 억지로 붙여 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매력을 생성한다. Boris 답지 않은 멜랑콜리함이 존재하지만, Boris 가 지닌 “반박 불가의 설득력” 을 왕년 때만큼 충분히 제공하기에 더더욱 매력적이다.

Noise 라는 앨범안에서 새로이 시작되는 것들도 존재감도 강렬하다. 이 앨범이 그저 Pink 의 노스텔지어 부활과, Pink + 2011년 3연작의 뛰어난 융합이라는 과거 보완적 노선으로만 끝난다고 평가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개러지 리바이블, 포스트락, 인디락과 Boris 의 지금까지의 여정이 동시에 터지는 곡 Melody 는 드론 메탈 제왕으로써의 모습과 2010년대 힙스터 락 음악의 기준과도 같은 엄청난 위용을 동시에 폭발하며 새로운 영역의 리스너들을 자신들의 팬 베이스에 포괄 시키려는 야심을 지닌 매우 혁신적인 곡이며, Tragedy 나 From Ashes Rise 와 같은 드라마틱한 코드의 크러스트 펑크를 자신들의 음악 여정에 대입 시키는 가운데 블랙메탈이나 크로스오버 쓰래쉬적인 색채까지도 나아가는 곡 Quicksilver 는 앞으로 이 밴드가 어떤 헤비니스 사운드를 집어 삼키고 또 한번 변화를 가질지에 대한 예고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두곡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엄청난 기대감을 제공하며,앨범의 장점이라 평가 할 수 밖에 없는 수준까지 나아가기에 이르른다.

의문은 풀렸다. Pink 이후의 다소 이해 할 수 없는 괴상한 음악적 여정들은 실패가 아닌, 다 이유가 있는 성공을 위한 실패 감수의 시도였던 것이었다. 추진력을 얻기 위한 잠깐의 움츠림 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렇게 탄생 된 Noise 는 새로운 Boris 의 시작이자 완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우며 넒고 깊다. Pink 로 대표되는 매니악 하면서도 매력적인 Boris 만의 드로니즘이 다시 부활했고, 더욱 캐치한 흐름, 더욱 더 방대해진 장르적 특징과 그에 걸맞는 사운드 제조 방법론, 그렇게 탄생되는 독창성으로 Boris 는 또 한번 “환골탈태” 에 성공했다. 밴드의 집대성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다. “Boris 만의 매니악한 음악적 행보의 이유에 대한 가장 쉬운 매뉴얼” 로의 가치도 굉장하기도 하고 말이다. 매니악한 즐길거리로도, 대중적인 즐길거리로도 만점이다. 그동안 이들을 즐겨 온 다이하드 팬들과, 자신들의 음악에 새롭게 접근하는 뉴커머들 모두를 해치운다. 자연스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헤비 밴드” 로의 위용도 갖춘다. 무슨말이 더 필요한가. 여러분은 지금 실시간으로 이 시대의 전설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말 밖에는 더 해 줄 말이 없다.

- Mike Villain


Van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