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m Corrosion – S/T (Roadrunner, 2012)
현대 프로그레시브의 두 거장 밴드 Porcupine Tree 와 Opeth, 그리고 그 두 밴드의 브레인들인 Steven Wilson 와 Mikael ?kerfeldt 가 음악적으로 뭉친다는 것은 이미 예견 된 것이었고, 그저 문제거리는 두명의 스케쥴 조절 뿐이었다. Opeth 가 스칸디나비아 데스메탈 뿌리의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에서, 6-70년대의 프로그레시브 뿌리의 밴드로써의 변화 및 현대적 프로그레시브의 아이콘의 모습으로도 완벽히 자리매김 하는데 성공한 앨범 Blackwater Park (2001) 의 위대한 음악적 위상 뒤에는 Porcupine Tree 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Steven Wilson 의 기용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점으로 두 밴드는 서로 음악적 영감을 제공하며 자신들이 예상한 것 보다 더 먼 곳으로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이 둘이 뭉친다는건 대단한 이슈는 아닐 것이다. 이 둘의 조인트는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그 두 인재들은 Storm Corrosion 이라는 탐명을 내걸고서 2010년부터 앨범 작업에 들어갔으며, 2012년 5월에 앨범의 형태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화제성 넘치는 두 거장의 조인트지만 Storm Corrosion 의 첫 풀렝스 앨범의 결과물은 생각보다 기대 이하라고 말 할 수 밖에는 없는듯 하다. 두 거장의 캐미스트리는 분명 합격점 레벨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지금까지의 음악적 명성에는 꽤 못 미치는 결론이 나오고야 말은것도 현실이다 일단 Mikael 은 보여 줄 만큼은 보여주려 한 인상이다. Opeth 의 최근작이자 또 한번의 변화를 감행한 Heritage 에서 보여 준 6-70년대 프로그레시브 및 재즈-록 퓨전의 강한 집착을 이 프로젝트에서도 선보이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음악적 커리어의 연장선적인 부분과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에 대한 좋은 결론을 동시에 충분하게 제시한다. (Heritage 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Steven Wilson 은 Mikael 이 제시한 것 만큼 자신의 역량을 의아 할 정도로 펼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고전 사이키델릭, 각종 재즈-록 퓨전 프로그레시브, 현대적인 헤비니스, 고전 프로그레시브에서 가지치기를 한 수 많은 일렉트로닉스 장르 및 기법, 뛰어난 보컬라인 제조 능력,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로의 재능 등등등… 오히려 Mikael 보다 보여 줄 것이 더 많은 그이지만 Storm Corrosion 에서는 Mikael 이 제시한 고전 프로그레시브로의 도전을 백업 해 주는 배경맨으로써의 적절한 기타 반주, 6-70년대만의 건반/신디사이저 플레이와 효과음, 프로듀스만을 남기고 있다. Mikael 과 Steven 은 일맥상통하는 뮤지션인 동시에, 매우 다른 음악적 소스를 지닌 인물이다. 이 두명의 조인트는 완벽한 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다양한 장르/스타일/연도별의 프로그레시브 대향연이 펼쳐져야 옳은 모습일텐데… 결론은 그렇지 못하다. 냉정하게 Mikael ?kerfeldt 1집/Steven Wilson 프로듀스의 느낌이다. Opeth 제작/Steven 프로듀스 때의 캐미스트리 / Opeth 의 음악적 노선에 영감을 꽤 받은 Porcupine Tree 의 새로운 변화, 그 이상의 멋진 음악적 화학효과의 굉장함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실상은 서로의 밴드에서 작용한 플러스 효과보다 훨씬 못 미친다. 두 브레인의 조인트는 그저 물과 기름을 한 용기에 넣을 뿐인 결론만을 내린다. 둘 다 기본 능력치가 있기에 분명 합격점 이상의 음악적 능력은 나오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음악적 융화 실패는 분명 적당한 양의 악의적인 코멘트를 남길 수 밖에 없는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두 브레인의 조인트 실패는 나름 이해 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Storm Corrosion 은 말이 2010년 결성이지, 그 이전부터 서로가 아이디어를 주고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대충 윤곽이 잡히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 간 것이 2010년이었고 그것이 결성년도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진짜 큰 문제는 이 본격적 작업 (=레코딩 및 서로간의 아이디어 제시/교환/절충안 마련) 이 각자의 음악적 활동에 치어서 뒤로 밀려졌다는 점이다. 2년이라는 제작기간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럴 수 밖에는 없었다. Opeth 는 밴드의 이미지를 송두리채 바꿀만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던 중요한 시기였고 (최근작 Heritage 가 뭔지 안다면 이해가 빠를것임), Steven Wilson 역시 두번째 솔로작인 Grace For Drowning 을 통해서 솔로 데뷔작에서 보여 준 Porcupine Tree 에서 못다한, 그 이상의, 자신만의 토탈 프로그레시브로의 시도와 완성을 이어가는데 더욱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던 시기였다. 두명의 브레인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는 각자의 야심 찰 수 밖에 없던 프로젝트에 채워 질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Storm Corrosion 의 밋밋함을 낳을 수 밖에 없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 두명은 앨범 발표 이후에 Heritage 와 Grace For Drowning 의 흐름을 이어가는 앨범인 동시에 세 앨범을 “트릴로지” 로써 생각 해 달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이를 이해하면 이야기는 빠르다. 그 두 앨범을 들어보고, 그 두장에 앨범이 Storm Corrosion 과 일맥상통 하면서도 굉장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첨부 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 한다면 더더욱 이해는 빠르다. 괜찮으면서도 찜찜 할 수 밖에 없는 결론의 원동력은 바로 이것이라 단정 지을 수 밖에 없다.
Storm Corrosion 의 첫 앨범은 Opeth 의 Heritage 와 Steven Wilson 의 Grace For Drowning 를 이해하고 듣는다면 그들의 발언대로 트릴로지 포메이션에 어울리는 꽤 만족스런 앨범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아이디어가 Storm Corrossion 에 반영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어쨌건 간에 앨범의 형태로 내야만 했던 상황에 걸맞는 부족함이 약점으로 존재한다. 나름 두 사람의 조인트라는 기대치에는 부족하지만, 분명 두 사람의 명성에는 충분한 괜찮은 앨범이라는 결론 A, 이들의 조인트의 유일한 문제였던 시간문제가 예상치 못한 큰 문제로 다가오며 “채색이 전혀되지 않은 명작 스케치” 로만 끝나 아쉬움을 남겼다는 결론 B, 이렇게 상반 된 두 결론 모두를 제시해야 이 앨범에 대한 감상으로 옳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간단하게만 보인 시간적 문제가 이렇게 큰 아쉬움을 전해 줄 줄은 생각치 못했다. 꽤나 신선한 당혹감이라 더더욱 이 앨범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을듯? 이는 비단 나 뿐만의 이야기는 아닐듯 하다. Opeth 와 Porcupine Tree 의 브레인들의 작당이라는 소식에 기대감을 크게 품은 사람들이 적지많은 않을테니까 말이다. 만족도 있지만 아쉬움이 큰 앨범이다. 시간문제만 해결하면 될 듯 하지만, 각자의 밴드들 역시 격동기를 맞이하고 있기에 Storm Corrosion 의 진정한 능력 표출은 매우 힘들듯 하다. 앞으로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미래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고 말이다. 두 브레인의 조인트는 아마도 아쉬움만을 남기고 끝날듯 하다. 그래서 더더욱 아쉽고 짜증이 나는듯 하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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