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Oath #12] Frank Ocean – Channel Orange (Def Jam, 2012)

[Break The Oath #12] Frank Ocean – Channel Orange (Def Jam, 2012)

2010년 쯤이던가? 흑인 음악 (주로 힙합) 의 이미지는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팝스타적인 R&B 싱어, 떼부자 기믹의 갱스터 래퍼로 대표되는 2000년대 흑인 아티스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지금까지의 흑인 음악 구루들의 이미지에 쌍법규를 날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괴상한 키즈들이 등장하며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 말이다. 갱스터적인 리얼라이프, 성공한 흑인 특유의 Swag, 화려한 인생에 전혀 관심이 없는, 스트릿 브랜드를 즐겨 입고, 스케잇 보드를 즐겨타고, 그에 걸맞게 불만 가득한 10대 특유의 거친 언행과 비행과 욕설을 거침없이 날래대고, 그러한 불안한 심리상태에 어울리는 기괴 하면서도 혁신적인 튠의 음악을 찍어대고, 그러한 기괴한 음악에 어울리는 비디오를 찍고, 또 그것을 SNS/UCC 에 과감히 무료로 뿌려댔다. 한마디로 대수롭지 않게 “재미진 놀이” 로 벌여 댄 이 음악적 액션은 수많은 까달스런 음악 평론가들의 음악적 성감대를 제대로 자극했고, 엄청난 호평을 얻어 내는데 성공했다. OFWGKTA (= Odd Future) 로 알려진 종합 예술집단 (을 빙자한 멋진 개잡것들) 을 예로 든다면 어떤 흐름인지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흐름속에 나타난 Frank Ocean 은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2012년 음악계의 흐름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Frank Ocean 은 믹스테입 앨범 1장, 정규 풀렝스 1장을 발표한 애송이 중의 애송이다. 하지만 그는 등장과 동시에 “2000년대 클래식” 적인 인물로 자리매김 했고, 다양한 초거대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를 장식하는 거물로도 완벽하게 자리매김 했다. 2011년에 무료로 뿌린 믹스테입 앨범 Nostalgia, Ultra 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의 모든것은 “R&B 싱어이자, 싱어송 라이터” 지만, 그가 보여준 뛰어난 작곡능력, 명곡들을 샘플링 하는 기술, 작곡과 샘플을 이어 붙이는 능력과 센스, 혁신적인 사운드 튠을 만들 줄 아는 프로듀스 능력, R&B 의 전통을 이었다기 보다는 문학 작가로의 위치에 놓여져 있는 Joni Mitchelle, Bob Dylan, Elton John 의 전통을 잇는 뛰어난 작사가로의 위용까지 보여 준 Nostalgia, Ultra 는 무료로 뿌린, 믹스테입이라는 위치에 걸맞는 “습작” 적인 것이었지만, 매우 까다로운 다양한 음악 언론들이 무조건적으로 인정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수작이었고, 결국 2011년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언론매체에 수 없이 불러다니게 된다. 그 앨범이 극단적인 호평을 받으며 밝혀진 그의 정체는 더욱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일전에 Def Jam 과의 계약을 도전하다가 실패 했다는 점, John Legend, Brandy, Justin Bieber 에게 곡을 제공하던 고스트 라이터였다는 점, 힙합의 패러다임을 A 부터 Z 까지 뜯어고친 거친 패거리 OFWGKTA 의 의외의 뉴페이스 일원으로 가담 했다는 점, 풀렝스 한장은 커녕 레이블과의 계약조차 없는 인물이 Coachella 와 같은 초거대 페스티벌에 서게 되었다는 점,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이 시대의 힙합 아이콘이자 혁신자 Kanye West 의 초강력 구애를 통해 Jay-Z 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Watch The Throne 에 작곡자/프로듀서로 참가 했다는 점이 바로 그러했다. 그후의 행보도 매우 놀라웠다. Def Jam 과의 계약을 맺고 대망의 첫 앨범 제작에 들어가자 믹스테입 발표 때부터 그의 큰 팬임을 쉴 새 없이 밝혀대던 Kanye West 의 직접적인 음악적/상업적/프로모션적 서포트 제안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나 혼자서 해보고 싶다” 는 그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일종의 사고(?) 였다. Frank 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명성과 돈보다는 자신이 만족하는 혁신적인 음악 제작에 조용히 매진했고, 그 결과물은 Channel Orange 라는 이름으로 2012년 7월에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은 지금까지의 호평 일색과 그로 인한 쾌속 질주적 커리어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굉장함을 보여준다.

Channel Orange 는 Frank Ocean 이라는 인물이 지닌 음악적, 애티투드적 오리지널리티를 아낌없이, 하지만 분에 넘치지 않게 기가 막히게 절제한 멋지디 멋진, “이 시대의 클래식 앨범” 이라고 간단하게 말 할 수 있는 앨범이다. (더불어서 그러한 요약이 매우 무례 하기도 할 정도로 깊은 음악적/사상적 깊이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Nostalgia, Ultra 의 2탄이자, 전면부정형 앨범이라고 표현 하는것이 이 앨범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수월하지 않나 싶다. “새로운 힙합 프로듀스/튠 기법” 으로 간단하게 정의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일렉트로닉스 스타일의 튠, 일렉트로닉 악기에서 탄생 된 첨단 튠을 추구하면서도, 그와 동시 진행하고 있으며 그 지분조차 절반의 위치에 차지하고 있는 5-60년대 아날로그적 감성의 대대적인 충돌과 공존은 첫 풀렝스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전자의 경우는 Grand Master Flash, Rick Rubin, Marley Marl, Dr. Dre, J-Dilla, Neptunes, Pharrell, Kanye West 와 같은 힙합 프로듀서의 레전더리 브랜드의 영광을 잇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그만의 튠 제작의 위대함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Stevie Wonder, Marvin Gaye, Sly And The Family Stone, Curtis Mayfield, Isaac Hayes 와 같은 위대한 소울/훵크 작곡자들 특유의 천재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두가지의 믹스는 그저 “두 시대의 사운드적인 특징의 공존” 이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는데, 이는 이 앨범을 깊이 있게 즐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된다고 할 수 있다. Frank Ocean 의 호평의 원동력은 사운드적인 특징과 질감의 다양한 공존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한 시대의 모든것을 사운드적으로 압축하고, 그 덩어리를 공존 시키는듯한, 간단하게 말해서 음악을 넘어선 시공간적인 것을 대통합 시키는듯한 착각적 느낌을 전해 줄 정도의 재능과 감각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말이다. Channel Orange 의 혁신적이면서도 레트로한 사운드의 추구와 공존은 그 정도의 레벨까지 다다를 수 있을 정도로 작곡 능력, 보컬 스타일 및 프로듀스 기법이 매우 독창적이고 깊이가 있다. 어거지 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진짜 그러하다. 이 친구는 흑인 보컬 음악의 내면의 모든것이라 할 수 있는 그런것을 들려준다. 그만의 특유의 가사 제조 능력/감각이 더해지면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혁신적인 사운드 제조 능력과 고전 흑인 음악의 위대한 천재성을 이어 나가는 사운드 만큼이나 신경써야 할 부분은 바로 가사다. 그의 가사는 남다른 감각, 멋진 애티투드를 가지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의 뭔가를 보여준다. 대단한 깊이의 위대한 사랑 (Thinkin Bout You), 엔터테인먼트로 성공한 백만장자 흑인 사회에 대한 지적인 일침 (Sweet Life), 그러한 셀레브리티의 자제로 태어난 아이들의 물질적 삶/정신적 빈곤에 대한 비판 (Super Rich Kids), 실연에 대한 충고를 가장하여 물질적 성공에 도취 된 흑인에 대한 로맨틱한 충고 (Lost), 택시를 무작정 잡아타고 이뤄 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일방적으로 장황하게 펼치는 단막극적인 시츄에이션 (Bad Religion), 달라이 라마에 대한 OFWGKTA 적인 트리뷰트 (Monks) 등, 매우 다양한 애티투드와 라이프 스타일적 스탠스를 창조하며 수많은 캐릭터를 창조 해 내기에 그러하다. (특히나 창녀에 대한 지적/시적인 언급 및 6-70년대 클래식 락 적인 거대한 예술적 스케일과의 결합을 통해 단순한 R&B/힙합 뮤지션이 아니라는 점을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곡 Pyramids 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최고조의 예술적 경지이기에 아니 따로 언급 안 할 수가 없다.) 그는 앨범 전체에서 괴상하지만 너무나도 개성 넘치는 매력적인 코드의 가사, 흑인 엔터테이너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성공에 대한 갈망과 그 갈망에 합당하게 따라오는 자기과시적/과도한 상업적 노선의 이미지 메이킹에 전면전으로 대립하는 애티투드와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면모는 현재 부족한 고전 흑인 음악에 존재하던 정신적 측면의 위대함을 부활 시키는 동시에, 2012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어울리게 어레인지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애티투드적인 장점은 앞서서 말한 “사운드적인 것만이 아닌, 그 시대상의 모든것의 대통합” 와도 이어지며, 그러한 특징을 완벽하게 완성 시키는 촉매로 부족함이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가사에서 나오는 깊이감 있는 애티투드는 Bob Dylan, Leonard Cohen, Joni Mitchell, Elton John 등 시대를 대변하는 애티투드와 그것을 멋진 시, 혹은 이야기로 포장하는 감각을 지닌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전통을 이어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오버를 떨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흑인 음악의 모든것? 아니다. 그 이상이다. Channel Orange 는 지금까지의 미국 팝 음악 역사를 뒤집는 혁신적인 사운드 프로듀스, 작곡 능력과 감각의 발휘, 팝 역사의 위대한 시대상의 완벽 계승 및 개선 및 미래상 제시, 이를 모두 완벽한 형태로 귀결 시키는 천재성과 노력의 산실을 모두 보여주는 “세기적인 위대한 한장” 이라고 말하는것이 옳을 것이다.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 라는 말로 이 앨범의 위대함을 간략하게 마치겠다. 입 아프니까.

그리고 추가적으로 꼭 하나 더 말하고 싶은것이 있다. 바로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능력발휘의 형태일 것이다. 데뷔 믹스테입 한장으로 얻은 엄청난 상업적/음악적 주목도에 비해 Channel Orange 는 굉장히 소박한 형태로 만들어 진 앨범이다. 깊이는 엄청나지만, 깊이를 통해서 발산되는 화려함의 와이드함은 너무나도 적다. 특히 힙합을 근간으로 하는 송라이터/프로듀서적 위치에 존재하는 Frank Ocean 은 소위 Swag 이 너무나도 모자르다. 아니, 오히려 Anti-Swag 을 표방하고 있다. Kanye West 의 러브콜을 정중 하지만 매정함과 무모함이 느껴 질 정도 단칼에 자른 그 다운 행동이 이해 될 정도로, 데뷔 믹스테입에서의 엄청난 호평과 그로 인한 기대에 비해 너무 소박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음악적/사상적 깊이의 위대함을 표현 하는데 있어서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것, 그로 인해서 그만의 캐릭터 및 Channel Orange 에서의 대단한 음악에 대한 평가가 신데렐라 스토리에 전혀 가려지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울 정도의 과하게 수수한 형태의 구성은 꽤나 나이스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러한 화려하지 수수함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을 증폭 시키기도 한다. 지금도 굉장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팝스타적인 장식을 조금만이라도 더한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듯 하다. 완벽하다. 완벽한 작곡, 완벽한 프로듀스, 완벽한 사운드 메이킹, 완벽한 애티투드, 완벽한 제작 방식 및 밸런싱까지…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새로운 R&B 송라이터/프로듀스 스타의 화제의 데뷔작 정도가 아니다. 그렇게 여겨지고 있지만 아니다. 이 앨범으로써 이미 레전드가 완성 된 것이다. 2010년대의 전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확인하기 바란다. 당신이 어떤 위대한 음악을 듣건,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건간에 무조건이다.

- Mike Villain


Thinking Ab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