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s Series #12] Pop Punk Chronicle Series #01 : 들어가기에 앞서

[Villains Series #12] Pop Punk Chronicle Series #01 : 들어가기에 앞서

 

팝 펑크란 무엇인가?

별것 없다. 파퓰러 하다는 뜻의 Pop, 음악 장르인 Punk 와의 결합답게 대중적인 펑크를 말한다. 음악적으로 대중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어 듣고 즐기는 부분에는 쉬울지 모르지만, 펑크라는 장르가 특유의 이데올로기/아이덴티티가 있기에 펑크라는 관점에서 논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복잡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골치 아픈 장르이기도 하다. 듣고 즐기기엔 쉬울지 몰라도, 생각보다 까다롭고 복잡한 행동 강령과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는, 매우 논쟁꺼리 넘치는 장르이기도 하다.

팝펑크는 90년대에 등장한 펑크를 지칭하는 고유 명사인가?

35% 는 맞는 말이고, 65% 는 틀린 말이다. 틀린 이유부터 살펴보자. 좀 많이 길고,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시작전에 분명히 해 두고 싶은게 있는데, 팝펑크는 듣기엔 편해도, 조금 심도있게 이야기 해 볼라면 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 해야만 만만치 않은 장르라는 점이다. 화끈하게 말해서 편의점에서 사탕 하나 까먹고 버리듯 “Green Day 으왕 최고” 하고 내 뱉고 땡치는 장르가 아니라는 말이다.

펑크의 파퓰러함은 70년대 부터 시작 되었다. Sex Pistols 의 강렬함과 그 뒤를 이은 오이/스트릿 펑크 & 아나코어/크러스트 세력의 강렬한 이데올로기 말빨이 거세서 “펑크 = 비 타협적이며, 체제 반항적이며, 언더그라운드적이며, 반 사회적이며, 반 음악적이며, 반 락스타적이며, 반 대중적/상업적이다.” 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러한 주장 역시 35% 정도만 맞는 말이고, 65% 는 틀린 말이라 할 수 있다. Sex Pistols 가 70년대에 거하게 깽판을 치며 펑크라는 장르와 스타일에 대해 많은 것을 정의 했지만, 그들이 정의한 것들과 전혀 반대되는 스타일 역시 엄연한 펑크로써 락 음악 역사에 큰 획을 그으며 영광스러운 유산을 남겼기 때문이다.

6-70년대에 행해진 천재 밴드들의 과도한 음악성 표출로 인해 하위 문화 소속원들에게 반감으로 탄생 된 것이 펑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전면부정 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팝펑크라는 장르를 이해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핵심이라 이야기 할 수 있다. 펑크라는 장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고전 락앤롤과 버블검 팝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6-70년대 락 음악씬의 과도한 음악적 재능 부풀리기에 대한 반감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멋지게 한방 먹여 볼 것인가 라고 개인적으로 정의하고 싶다. 실제로도 그렇고. 고전적인 심플한 곡 제조방식으로의 회귀와 새로운 스타일을 지닌 사운드 제조에 대한 도전이 바로 펑크가 행했던 도전이었다. 그렇게 탄생 된 아티스트들이 Buzzcocks, Elvis Costello, Ian Dury, The Undertones, Ramones 였으며, 동시대의 밴드들 역시 앨범의 장수가 하나 둘 쌓이며 파퓰러함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또한 태동기 이후 하나 둘 등장하던 후발주자 밴드들 역시 파퓰러한 코드를 생각하는 펑크를 구사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는 80년대에도 이어지게 된다. 격렬하게 타올랐던 미국의 80년대 초반의 하드코어 펑크씬은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 제조와 연주 노하우의 축적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파퓰러한 코드의 증가가 있었고, 심지어 송라이팅과 독특한 연주 스타일에 대한 탐닉을 본격적으로 행하던 음악적 욕심쟁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드코어 펑크의 격렬함을 그대로 한 채 파퓰러함을 집어 넣으며 자신들만의 흥미로움을 구사한 밴드로는 Descendents, Bad Religion, Screeching Weasel, Agent Orange, The Circle Jerks 가 있었고, 이들이 리드한 분위기는 고스란히 90년대에 이어지며 그 유명한 “90 팝펑크 대폭발” 로 이어지게 된다. 하드코어 펑크에서 스피드를 빼고 심플한 연주를 좀 더 복잡한 개성으로 구사 하려는 밴드들 역시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한 시도를 한 밴드들인 Husker Du, The Replacements, Dag Nasty, Fugazi 같은 밴드들은 인디락, 얼터너티브, 이모코어/이모, 포스트 하드코어 등으로 발전 혹은 돌연변이화 하며, 다양한 개성의 펑크/하드코어 서브장르 및 90년대 락 음악의 가장 큰 기둥이 되기 이르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는 90년대에 Green Day 와 The Offspring 에 의해 예상치 못한 상업적 대폭발을 기록하게 되었다. 80년대부터 차근차근 행해진 펑크의 파퓰러화의 자양분은 80년대 말-90년대초에 등장한 신예 밴드들에 의해 그 재능과 센스가 만개 했는데, 그것이 상업적 대성공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성공은 꽤 복잡한 심경의 분위기를 연출하고야 만다. 팝펑크라는 장르이자 스타일이 70년대 부터 차근차근 발전 해 온 것임을 모르고 그저 “90년대를 대표하는 쿨한 락 음악 대세! 으왕! 나 이거 들음! 멋지지?” 로 뻣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멍청한 10-20대들의 무분별한 증식과 한가지 하위문화에 대한 이해와 탐구 없이 이슈만을 만들어 내는 재능없는 음악 찌라시들에 의해 빠르게 그 의미가 변질되어 정착 되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팝펑크는 80년대 하드코어 펑크의 전통을 잇는 밴드, Green Day 를 위시로 한 힛트 밴드들로 인해 상업적인 부분에 너무 치중한 메이저 레이블의 기획으로 인해 탄생 된 밴드, 그리고 그들을 좋아하는 두 세력의 일원들의 파워풀한 논쟁은 팝펑크판을 전쟁터이자 카오스 영역으로 만드는데 충분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90년대 초중반의 팝펑크는 음악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피크였고, 논쟁 어린 분위기로 인한 플러스 효과 마저도 최고였다. 이러한 유례없는 열기를 겪은 사람들은 “90년대 스타일의 펑크 = 팝펑크”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팝펑크 하면은 90년대 펑크 스타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많이 조성되고야 만다. 이것이 아까 이야기 한 35% 의 이유다.

그리고 재밌고도 중요한 점은 2000년대에도 팝펑크의 열기가 만만치 않게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에 있었던 격렬한 팝펑크 이데올로기 논쟁은 메이저 팝펑크 밴드들의 음악적/상업적 몰락과 그로 인한 메이저 필드에서의 적절한 정리해고, 그때부터 제대로 해 보려는 메이저 필드에서 정리 된 밴드들, 예전부터 잘 해 왔고 90년대 스타일을 극한으로 발전 시킨 베테랑의 존재들, 그리고 그 자양분을 바탕으로 예상치 못한 새로운 팝펑크 공식을 새로히 써 나가고 있는 무서운 신예들의 등장과 비-메이저 레이블에서도 강렬한 메이저 힛트 기록등을 만들어 나가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 소개를 마치며, 그와 동시에 거대 하고도 귀찮은(?) 여정을 시작하며

이것의 팝펑크의 간략한 40여년이다. 그리고 이번 기획의 인트로 이기도 하다. 너무 길지 않냐고? 이걸로 충분하지 않냐고? 미안하지만 이것도 엄청 간략하게 쓴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팝펑크는 듣기는 쉽고 흥겨워도, 이해하고 제대로 알아가는데 있어서 꽤나 힘든 여정을 필수로 하는 장르도 없다. 더불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그릇되게 튀틀려 진 채로 정착 된 장르가 바로 팝펑크다. 애정이 있는것이 그릇되어 있다면… 바로 잡지 않으면 팬이 아닌법. 한 사람의 팝펑크 팬으로 귀찮은(?)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걸로 팝펑크에 대한 간략한 개념정리는 끝났다. 읽어주셔서 감사한다. 다음에 이어질 본편은 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0년 단위의 팝펑크 이정표 앨범들을 거론하며 팝펑크가 어떤 형태로 시작되어, 어떤 변화상을 거쳐 왔는지에 대해서 디테일 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시작이다. 그리고 팝펑크라는 장르는 이렇게 해야만 할 정도로 녹록치 않은 장라는 점도 또 한번, 지겨워도 또 한번 말하고 싶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 해 보겠다.

- Mike Villain

[2편 – 태초부터 팝 카데고리, 70년대 팝펑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