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13] Black Flag – Damaged (SST, 1981)
영국의 경제 불황으로 인한 노동계급의 좌절과 분노의 대변인이었던 (혹은 그런 시대상을 잘 이용 해먹은 기획상품 이었던) Sex Pistols 의 아젠다는 영국과 같은 계급 사회 국가도 아니오, 불황은 커녕 국가의 역사상 유례가 없던 대호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 시작한 미국 사회 내에서 공감을 전혀 얻어내지 못했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 진출 실패를 기록했다” 라는 말이다. Sex Pistols 는 미국인의 공감을 얻어 내는데에는 실패 했지만, 어린 바닥 인생들의 짜증과 분노의 거침없는 표출이라는 펑크락은 미국적인 로컬라이징을 통해 서서히 정착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줍잖게 스트릿 펑쓰/스킨헤드를 따라하던 녀석들 사이에서 Black Flag 이라는 밴드가 등장한다. 지금까지의 펑크락보다 더욱 더 빠르고 강렬한 사운드, 1차원적인 짜증 표출을 넘어선 & 도심 빈민가 청년으로써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정치 성명서와도 같은 강경한 멘탈리티 확보를 가진 Black Flag 은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Ramones, New York Dolls 와 같은 펑크 밴드들을 “구닥다리” 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밴드, 아니 “급진주의자들”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집단의 대명사가 되고야 만다. 그렇게 펑크는 하드코어 펑크가 되었고, 더욱 더 야만적인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국 펑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기인 80년대의 서막이 올랐고, LA 하드코어 씬은 그 어떤 씬보다 시기적으로 빠르며, 그 어떤 씬보다 음악적/철학적으로 뛰어난지를 증명 했으며, 이를 통해 “헤비함을 지닌 미국적 분노의 진정한 시작점이자 기원지” 로의 평가도 이어졌다. 그 중심에 이들 Black Flag 이 존재했다. 이러한 위상은 긴 커리어, 다양한 앨범을 통해서 만들어 진 것이지만, “단 한장의 앨범으로 만들어졌다” 고 단정 지어도 결코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Damaged 는 그만큼을 보여주는 앨범이지 않던가.
Damaged 는 Black Flag 의 첫번째 풀렝스 앨범이기는 하지만, 시작점은 아니었다. 이 풀렝스 등장 이전에 Black Flag 은 Nervous Breakdown (1978), Jealous Again (1980), Six Pack (1981) 과 같은 EP 앨범을 내 놓았었고 그때부터 이미 LA 의 명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밴드의 원년 보컬리스트였던 Keith Morris 는 좀 더 유쾌한 성향의 짜증 대폭발 밴드 (이자 또 하나의 LA 하드코어 펑크씬의 전설) Circle Jerks 을 결성하며 밴드를 떠났고, 두번째 보컬 Ron Reyes 는 얼마 활동하지 못했으며, 그 후임인 Dez Cadena 는 어쩌다보니 하게 된 보컬에서 손을 떼고 기타만 치고 싶어했다. 한마디로 프론트맨의 부재를 겪던 시기였다. 밴드는 매우 빠르게 LA 로컬씬에서 벗어나서 펑크락이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던 마다 않고 투어를 나섰는데, 워싱턴 DC 지역에서 공연하다 자신들의 노래를 매우 멋지게 부르던 한 로컬 펑쓰 Henry Rollins (그 당시 이름은 Henry Warfiled) 에게 큰 인상을 느끼게 되었고, 다음날 그에게 영입 제의를 바로 던지게 된다. Henry Rollins 는 워싱턴 DC 하드코어씬의 오리지널 멤버였고, Teen Idles, S.O.A. 와 같은 밴드경험도 있었던 인재였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LA 는 너무나도 멀었고 (미국 동부 끝에서 미국 서남부 끝의 거리), Black Flag 의 영입제의에 대해 크게 고민했다. 친구 Ian MacKaye (Minor Threat 의 그 양반!) 의 열화와 같은 격려를 통해 용기를 얻은 Henry Rollins 는 LA 로 떠나 Black Flag 에 가담했고, 첫 풀렝스 앨범을 녹음한다. 그렇게 Damaged 가 탄생된다.
Damaged 는 그저 “그 당시 LA 펑크씬의 컬트적 인기를 끌은 바 있는 Black Flag 의 대표작” 으로만 끝나는 앨범이 아니다. 이 앨범은 미국 하드코어 펑크 역사의 시작점, 절대적 기준으로의 가치가 있으며, 하드코어 펑크라는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그 장르가 지닌 음악적 한계성을 박살 낸 앨범이기도 하며, 그러한 한계돌파를 통해 수많은 펑크/하드코어 & 메탈 장르들에게 음악적/멘탈적 영향을 주며 “가장 미국적인 헤비뮤직 롤모델” 이 되기도 했다. 다양한 뮤직 비즈니스적인 패러다임 시프트도 제공 했으며, 라이브 밴드로써의 스테이지 안팍의 매너의 새로운 기준 제시 등 부가적 업적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간단히 말해서 Damaged 는 “반박불가의 미국 펑크락 넘버원 레코드” 이며, 그와 동시에 “펑크/하드코어 역사상 최고의 앨범이라고 단정 지어도 그리 틀린말은 아닌 앨범” 이기도 한 것이다. 무엇이 그리 대단한지, 하나 하나 파헤쳐 보자.
Damaged 의 여러가지 위대한 점 중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어야 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Black Flag 이 지닌 음악적인 부분이다. 하드코어 펑크의 격렬함과, 그 격렬함 안에 갇혀 버릴 수 있었던 음악적 한계를 부숴 버리는 파격성, 이 두가지의 완벽한 구사와 조화는 Damaged 의 위대한 요소들 중 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다. 이 앨범은 일단 하드코어 펑크의 모든것을 정의하는 격렬함이 모두 들어있다. Pogoing 과 같은 70년대 영국 펑크적 비트의 전형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Rise Above), 더욱 더 빠르고 격렬한 펑크를 원하던 도심 키즈들 열망을 실행한 하드코어 펑크의 탄생 배경에 매우 충실한 파격적 광기의 곡들 (= Damaged II, Thirsty And Miserable, Spray Paint) 의 그것 말이다.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격렬함을 관철하지만, 이 앨범/이 밴드를 그저 A 부터 Z 까지 격렬함으로만 점철된 밴드가 절대 아닌, 펑크/하드코어가 지닌 스테레오 타입적인 카데고리를 보란듯이 부숴버리는 음악적으로 교활한 음악성을 지닌 밴드임을 어렵지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러한 “탈-펑크적 음악성” 은 기타리스트인 Greg Ginn 의 기타 플레이에서 비롯된다. Greg Ginn 은 이 앨범에서 펑크락 특유의 “쓰리코드 플레이” 에 매우 충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쓰리코드 플레이의 전형적인 심플함과는 거리가 먼 기괴한 것들을 이 앨범에서 거침없이 갈겨댄다. 매니악한 코드의 프리 재즈, 싸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크라우트락에서 영향받은 변박과 정박을 오가는 플레이, 그에 걸맞는 기괴한 리프/애드립/솔로잉, Black Sabbath 의 Tony Iommi 이후 가장 혁명적인 톤이라 할 수 있는 버즈-노이지-헤비 기타톤, 그러한 톤에 어울리는 슬로우-헤비-노이지한 구성, 여하간 펑크락적이지 않은 수많은 것들을 마구 질러댔고, 그와 동시에 “펑크락 밴드의 앨범” 이라는 최종 결론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게 귀결을 해 내는 굉장함을 보여주었다. Damaged 는 당연히 80 하드코어 펑크락의 기준이 되었고, 그와 동시에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려는 수많은 펑크/하드코어 & 메탈 장르들의 참고서로써 엄청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앨범에서의 기괴한 플레이는 훗날 매쓰락/매쓰코어, 케이오틱 하드코어를 만들어 냈고, 헤비-퍼즈-노이지한 구성 & 간간히 보여주는 느릿한 구성들은 노이즈락, 그런지, 슬럿지 메탈, 포스트 메탈의 뿌리가 되었다. (더불어서 Greg Ginn 은 블루스/하드락 중심의 명 연주들의 플레이어 정면으로 대항하는 안티테제 기타 히어로로 지금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대중적인 인지도는 적다.) 직접적인 음악적 영향을 받지 않았어도, 스타일을 꽤나 참고 하였음을 자백한 밴드들 (Slayer, Red Hot Chili Peppers) 의 등장도 있었다는 점도 빼 놓을수 없기도 하다. 그렇다. Black Flag 의 Damaged 이전과 이후의 미국 헤비 음악의 판도는 엄연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Damaged 는 미국 헤비 음악 전반에 있어서 신의 등장과도 같은 것이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음악적 부분의 업적은 Damaged 지분의 50% 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Black Flag 에는 Greg Ginn 말고도 또 하나의 영웅이 존재한다. 바로 보컬리스트 Henry Rollins 이다. 워싱턴 DC 에서 LA 로 국토 횡단열차 타고 넘어 온 이 대머리 마쵸맨은 이전의 Black Flag 및 펑크/하드코어의 메시지 컬러를 “도심 빈민 10대들의 유쾌한 일탈” 에서 “도심 빈민 10대들에게 선포하는 하나의 삶의 지침서” 로 변화 시켰다. Black Flag 이란 밴드가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메시지적인 부분에서도 엄청난 무게감과 혁신성/진취성을 지닌 위험 집단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Henry Rollins 가 쓴 이 앨범에서의 가사들은 펑크락 주된 테마인 “그들만의 재미를 위한 일탈적 행위 나열” 의 틀을 크게 벗어 나지는 않지만, “왜 일탈을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근거 제시” 를 충실히 집어 넣었고, Black Flag 이라는 밴드는 펑크락 키즈와 기득권 세력 모두에게 전하는 하나의 선전포고 혹은 자아 성명서와도 같은 아젠다를 확보하게 만들었다. Henry Rollins 특유의 강렬한 표현에서 비롯되는 마쵸적인 강렬함에 비롯되는 강렬함도 빠질 수 없기도 하다. 여하간 Henry Rollins 는 이 앨범을 통해서 “하나의 애티투드를 제대로 확보한 분노의 도심 청년” 으로써의 하나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제시 했다. (앨범뿐만 아니라, 라이브 무대에서 더더욱. 그 이야기는 뒤에 이어서 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러한 그의 멘탈리티 & 캐릭터는 “미국 헤비음악 멘탈리티의 혁명” 을 가져오게 된다. 그가 제시한 마쵸적이면서도 정당하며, 지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캐릭터는 훗날 등장하는 모든 헤비 음악들의 가사를 바꾸어 버렸다. Damaged 이전의 펑크/하드코어 및 모든 메탈/락앤롤들도 그들만의 하위/빈민 문화적 묘사가 있었다. 허나 Black Flag 의 Damaged 의 그것만큼 격렬한 분노와 그것을 통한 강렬한 자아확보 만큼 세밀하고도 임팩트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 앨범부터 진정한 아메리칸 헤비 뮤직/컬쳐의 멘탈리티가 시작된다” 라고 말해야만 할 정도다. 이 앨범의 멘탈적 영향력은 수 없이 발견된다. 훗날 등장하는 수많은 하드코어 & 하드코어 서브장르들, 모든 메탈에서 말이다. 쓰래쉬 메탈, 그루브 메탈, 슬럿지 메탈, 그런지/얼터너티브/노이즈락, 2000년대 모든 종류의 메탈-하드코어 믹스쳐 장르 & 모든 종류의 펑크적 멘탈리티를 지닌 사운드 모두에서 발견 된다는 말이다. 직접적 영향을 받은 사람도 많다. “Pantera 의 Phil Anselmo 는 Henry Rollins 에게 매년 고액의 개런티를 지불해야 할 정도다” 라고 말해야만 할 정도다. (Phil 본인은 이런저런 인터뷰를 통해서 Henry Rollins 의 비주얼 & 멘탈리티 & 가사 제조법 등 모든것을 영향 받았음을 알아서 직/간접적으로 시인 한 바 있다. 물론 지금도 알아서 존경을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모양새 참 안날 정도로 빠돌이 멘탈리티를 과하게 표출하면서 까지 말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Henry Rollin 는 이 앨범 Damaged 를 통해 지금까지도 유효한 역사적 영향력을 창조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앨범 Damaged 는 “음악적인 부분 + 가사적인 부분” 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즈니스적인 부분, 좀 더 자세하게 말해서 “투어/활동적인 부분” 에서도 위대한 것을 남겼다. Damaged 는 “DIY 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최고의 앨범” 이라고 단정 지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하위 문화적 밴드 활동으로의 롤모델적 행보를 완벽하게 보여 주었다. Damaged 의 발매 배경 & 발매 후 행한 이들만의 강경한 활동/비즈니스적 기준이 있기에 그러하다. Black Flag 의 Damaged 는 원래 메이저 레이블 MCA 에서 나오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던 앨범이었다. 그리고 그럴만 했다. Black Flag 은 Damaged 발표 이전에도 LA 일대의 하위 청년문화의 넘버원을 기록하던 엄청난 특급 신예였고, 70년대말-80년대초의 미국 펑크는 꽤 많은 메이저 릴리즈를 행하던 장르였기에 전혀 이상한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Damaged 의 완성본을 접한 MCA 는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Henry Rollins 가 써 낸 가사는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하기엔 너무나 급진적/공격적이었기에 그러했다. MCA 는 가사를 손 보지 않으면 발매를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Black Flag 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반대하며 자신들이 알아서 발매를 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탄생 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SST Records 였다. SST Records 는 그저 Black Flag 의 앨범만을 릴리즈 하기 위해서 탄생 된 “간판만 레이블” 정도로 시작 되었었지만, Greg Ginn 이 자신의 집 구석의 컨테이너 창고를 사무실로 삼자 본격적인 형태의 레이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LA 일대의 밴드들의 릴리즈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의 앨범을 릴리즈 하는 레벨로 규모를 늘려갔으며, 하드코어 펑크 뿐만 아니라 펑크와 관계있는 모든 장르들 (프로토 형태의 인디락/컬리지락/얼너터티브/그런지/노이즈락/엑스페리멘탈 사운드로 대표되는 그것 말이다!) 의 발매까지도 나아갔다. 레이블을 경영하기엔 너무나 경제적으로 힘들었으며, 금전이 딸리다보니 + 80년대라 홍보 수단이라고 해봤자 지역 방송국, 전문 팬진, 인디 음반점을 중심으로 한 메일오더 시스템, 전화주문 시스템이 전부이다 보니,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여건도 최악이었지만 SST 는 혁신적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들을 그 누구보다도 먼저 발견/영입하며 양질의 앨범을 쉴 새 없이 발표했고 결국 “DIY 라는 단어에 가장 뛰어난, 그리고 놀라운 결과를 남긴 올타임 넘버원 인디레이블” 로의 위치까지 나아갔다. Bad Brains, Descendents, Dinosaur Jr, Saint Vitus, Meat Puppets, H?sker D?, Soundgarden, Sonic Youth, Screaming Trees, Minutemen 이 SST 에서 앨범들을 냈고, 다 세기의 명반이었다. SST 의 딱지가 붙은건 간단히 말해서 “80년대 미국 인디 음악의 품질 보증마크” 와도 같았다. 그리고 SST 의 경영철학은 8-9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의 인디 레이블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Sub Pop, Epitaph, Fat Wreck Chords, Thrill Jockey, Revelation, Victory, Deathwish INC. 등 수많은 레이블들이 SST 에게 한수 배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귀찮고 의미 없으니까 말이다. 그저 위대하다라고 추종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야기가 SST 로 확 새기는 했지만, 이건 다 Black Flag 과 Damaged 의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위대한 요소를 설명하기 위한 배경지식 전달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그렇다. Damaged 는 펑크락 애티투드의 덕목인 DIY 를 대표하는 SST 레이블의 역사에 있어서 장작더미에 던져지기 위해 켠 성냥개비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MCA 가 제안한 “컨트롤 받는 새로운 락앤롤 스타” 에 과감히 가운데 손가락을 날린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자유를 얻었고, 그에 합당한 댓가인 “모든것을 제대로 해결 해야만 한다” 라는 처절한 현실과 만났다. 허나 Black Flag 은 그 시련을 “통과” 수준이 아닌, “개박살” 수준으로 해결한다. 자비로 음반을 찍고, 전화기 한대와 편지/소포를 통해 미국 전역에 유통을 했고, 그러한 고생을 거치며 만들어 낸 유통망 & 홍보 기술력 갖추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레 “메이저 레이블에게 아쉬운 점 하나 없이도 뭐든지 가능하다” 를 교과서 처럼 제대로 보여 주었다. Black Flag/SST 가 셀프 릴리즈/유통을 처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허나 “SST 만큼 제대로 해 낸 사례가 없다” 라는 분명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 해 보자. 그 초석이 된 Black Flag 과 이 앨범 Damaged 의 업적은 굉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성공할 만한 노력의 극을 보여주기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펑크락 밴드지만, 밴드 시작부터 해산 때까지 일주일에 5회 이상의 합주를 늘 하던 연습광들이었으며, 심지어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 6시에 모두 모여서 합주를 한 경력이 있음이 발견되기도 했던, 소위 “미친놈들” 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기에 LA 일대에서의 활약이 현실적일 수 밖에 없어 보였던 이 밴드는, 미국의 그 어떤 장소라도 “Black Flag 을 우리 동네 불러서 공연하고 싶다” 라는 컨택이 오면 거기가 얼마나 먼 곳인지를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달려서 공연을 했다. 미국 지도, 고물 밴 자동차 한대, 자신들의 악기, 약간의 돈, 무대포 정신만을 가지고 말이다. (숙식도 무려 공연장 바닥, 혹은 자신들을 컨택한 사람들의 집 거실 바닥에서 시원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그렇게 밴드는 펑크락이 있는 도시부터 시골까지 가리지 않고 돌아 다녔고, 연습광 마인드로 만들어 진 음악적 실력 & 펑크락 밴드로써의 광기를 라이브에서 있는 힘껏 보여 주었고, 크고 작은 그 동네 펑크락씬에 하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무대 안팍 모든 부분에서의 밴드로의 자세 말이다. Black Flag, Damaged, SST 는 삼위 일체로 그 거대한 미국 전역을 돌아 다니며 80 하드코어 펑크의 스탠다드를 전파했다. 본의건, 본의 아니건간에, 제대로 전파 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DIY 를 제대로 해 내기 위해서는 높은 이상뿐만 아니라, 처절한 현실과의 타협없는 전면전을 불사해야만 한다” 를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Black Flag 은 Henry Rollins 가 만들어 낸 가사가 입만 산 허세가 아닌, 언행일치의 극단적 예 임을 보여 준 것이다. 이상론의 극단적 제시와 처절하고도 용맹한 현실 타파, 그렇게 만들어지는 DIY 컬쳐의 최고봉적 모습… Damaged 에서 시작 되었다. 이 앨범을 구입하고 플레이어에 올려서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은, 그렇다고 해서 “쓸모없다” 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세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인디 바닥에서 성장한 수많은 헤비 밴드들은 모두 Black Flag 이 먼저 걸으며 닦았던 고행의 행보를 그저 따라 걷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 말이다. (실제로 이들이 지도 한장 들고서 행했던 미 전역 투어 활동은 이런저런 밴드들에게 구두로 전파되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간단하게 말해서 Black Flag 의 Damaged 는 모든 부분에 완벽하며, 하나의 완벽한 혁신적 롤모델을 제공한 앨범이다. 음악적인 부분, 언더그라운드/아웃사이더 멘탈리티적 부분, 비즈니스적 부분, 라이브 액터로써의 역활, DIY 를 제대로 하기 위한 헌신적 멘탈리티 확보 등 모든 부분에서 말이다. “미국 헤비니스 음악, 그리고 전 세계의 헤비니스 음악 모두는 Black Flag 의 Damaged 를 기준 삼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정의해도 그리 틀린말은 아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Bad Brains, Descendents, Dinosaur Jr, Saint Vitus, Meat Puppets, H?sker D?, Soundgarden, Sonic Youth, Screaming Trees, Minutemen, Pantera, EYEHATEGOD, Down, Crowbar, Slayer, Melvins, Red Hot Chili Peppers, The Dillinger Escape Plan, Converge, Trash Talk, Ceremony, Pop, Epitaph, Fat Wreck Chords, Thrill Jockey, Revelation, Victory, Deathwish INC. 등등등… 수많은 밴드와 레이블이 이 밴드와 이 앨범을 성서 삼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미국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 그 자체이며, 상업적 포커스에만 치중하던 (혹은 할 수 밖에 없는) 메이저 레이블들에게 날린 가운데 손가락 중 가장 거대하고도 가장 통쾌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절대 아니다. 더 나아가 “펑크 최고의 황금기는 무조건 80년대이다” 라는 이론도 성립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앨범이다. 무슨말이 더 이상 필요 하겠는가. 이 앨범이 만들어 낸 음악적, 음악외적 영향력은 무시무시 할 정도다. 이보다 더 위대한 그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헤비한 음악을 듣는다면, 이 앨범에 대한 모든것들을 마스터 해야만 옳을 것이다. 음악적인 것들, 음악 외적인것들, 모든 것들 말이다. 최고다. 반론은 절대로 존재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란 말이다.
- Mike Villain
Damaged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