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s Series #17] Relapse Records 25년 돌아보기

[Villains Series #17] Relapse Records 25년 돌아보기

Relapse Records 는 미국 펜실베니아에 소재한 인디팬던트 메탈 레이블로 1990년에 설립, 올해 2015년에 25주년을 맞이한 레이블이다. 이 짤막한 문구 하나만으로 Relapse Records 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오리지널티에 감흥되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흐뭇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은 꽤 될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Relapse Records 는 독특함/컬트화의 극단화를 보여주던 익스트림 메탈씬 안에서조차 별종으로 보일 정도의 기괴한 혹은 앞서가는 릴리즈를 고집했고, 그렇게 생성 된 비즈니스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꽤나 뛰어난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성공을 “셀아웃” 의 레벨로 변질 시키지 않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문제가 되었던 “음반 판매 저하로 인한 인디 레이블들의 줄폐업 & 위기 봉착” 을 가장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롤모델 레이블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다. 이 매력적인 레이블의 역사를 다시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영세하기 그지 없던, 하지만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갖추었던 초기]
Relapse Records 는 1세대 익스트림 메탈 레이블 중 하나이며, 이는 DIY 릴리즈 & DIY 신화와도 바로 연결된다. 데스메탈, 그라인드코어로 대표되는 익스트림 메탈은 80년대 초중반의 하드코어 펑크씬의 DIY 프로모션을 참고, 바로 자신들의 영역에 도입하며 앨범 발매를 행해왔다. 영국의 Earache, 네덜란드의 Roadrunner, 독일의 Nuclear Blast, 스웨덴의 Black Mark Production 등등의 수많은 익스트림 메탈 전문 인디 레이블들이 그렇게 시작했고, Relapse 역시 그러했다.

Relapse 는 그 업계 내에서도 꽤나 작은 위치였다. 현재 Relapse 의 규모를 생각 해 보면 너무나도 아이러니컬 해서 웃음이 피식하고 나올 정도로 말이다. 데스메탈의 전설 Suffocation 의 데뷔 EP Human Waste (1991), 유러피언 고어 그라인드코어의 시조 General Surgery 의 Necrology ?(1991), 데스메탈 클래식이자 익스트림 메탈 내에서도 컬트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있는 Incantation 의 Onward To Golgotha (1992) 와 같은 명작 릴리즈가 있었지만 이들은 타 익스트림 메탈 전문 레이블에 비해서 너무나 작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스타 밴드의 부재 때문이었다. 그 스타 밴드의 부재는 “밴드 픽업 안목이 부족해서” 가 아니었다. “인기 익스트림 메탈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먼, 이 바닥에서도 꽤나 아웃사이더적인, 하지만 꽤나 비전있는” 밴드들을 골라서 섭외 했기 때문이었다. 레이블의 첫 롱런 릴리즈인 Incantation 의 Onward To Golgotha 만 봐도 그러한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초기 로스터들인 Deceased, Mortician, Exit-13, Candiru 와 같은 밴드들도 그러했다. 여기에 익스트림 메탈 레이블들이 관심은 있되 적극적으로 릴리즈 하지 않았던 크러스트 펑크와 크러스트 펑크에서 갈라져 나온 그라인드코어와 같은 익스트림 메탈 아웃사이더들의 릴리즈를 적극적으로 행했다는 점 역시 독특한 릴리즈 방침의 대표적 예이기도 했다. 이제는 전설이 된 Disrupt, Phobia, Enemy Soil 의 릴리즈들 역시 초기 Relapse 를 대표하는 작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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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pse Records 의 초기 대표작들
Suffocation – Human Waste (1991)
General Surgery – Necrology (1991)
Incantation – Onward To Golgotha (1992)
Deceased ?? The Blueprints For Madness (1995)
Disrupt – Unrest (1994)
Exit-13 ?? Ethos Musick (1994)

[전설의 시작]
Relapse 의 독특한 아티스트 픽업 행보는 90년대 중반에 들어와 결실을 맺게 된다. Incantation 과 비슷한 음악을 구사하는 핀란드 밴드라서 계약하려 했지만, 그 밴드가 해산 + 그 밴드의 후신도 나름 괜찮아서 계약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메탈 역사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릴리즈를 연타석으로 날려 버렸던 Amorphis, 경영진과의 친분으로 일단 데려 왔는데 (Exit-13 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로 인연을 맺은 케이스다.) Relapse 로 이적하며 그라인드코어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며 밴드의 음악적 커리어 하이를 써 버리게 된 Brutral Truth 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인기 익스트림 메탈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먼, 이 바닥에서도 꽤나 아웃사이더적인, 하지만 꽤나 비전있는” 라는 모토 아래 영입한 이 두 밴드의 엄청난 평단의 호평 & 그로 인한 힛트는 현재 Relapse Records 의 명성의 토대가 되었다. Amorphis, Brutal Truth 를 시작으로 뒤이은 Relapse 의 영입들은 연타석 홈런을 날리게 된다. Exhumed, The Dillinger Escape Plan, Blood Duster, Coalse, Nasum, Nile, Pig Destroyer, Regurgitate, Mastodon, Disfear, Neurosis, Burnt By The Sun… 밴드 이름들 조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리고 이 때를 기점으로 데스메탈, 그라인드코어 뿐만 아니라 하드코어, 둠/슬럿지, 그런지/노이즈락 등 꽤 많은 타 장르들의 릴리즈를 행하며 레이블의 색채를 다양하게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탁월한 아티스트 픽업 안목은 타 장르 릴리즈에서도 빛을 제대로 발했고, 이로 인해 Relapse 의 색채는 “독특한 안목의 익스트림 메탈 전문 레이블” 에서 “독특한 안목의 토탈 헤비니스 패키지 레이블” 로 바뀌게 된다. 대중/평단의 시선 역시 컬트한 마이너 레이블에서, 강한 컬트한 음악적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준 메이저급의 위상을 발휘하는 레이블로 전환 되었고, 해마다 메탈 및 다양한 종류의 헤비니스 음악의 역사/기존 개념을 뒤트는 혁신적인 작품을 꾸준히 내 놓게 되었다. 이때부터 Relapse Records 의 릴리즈들은 “무조건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수준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렇게 레이블은 현재의 전설적 위상을 서서히 구축 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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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pse Records 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명작들
6장의 대충 써놓고 넘어가기엔 명반이 너무 많다!

Amorphis – Tales From The Thousand Lakes (1995)
Brutal Truth – Sounds Of The Animal Kingdom (1997)
The Dillinger Escape Plan – Calculating Infinity (1999)
Nile – In Their Darkened Shrines (2002)
Nasum – Helvete (2003)
Mastodon – Leviathan (2004)

[잠깐의 위기, 그리고 계속되는 신화]
레이블 역사상 최고의 힛트밴드 Mastodon 을 메이저 레이블로 이적 시키고 난 뒤인 2000년대 중후반의 Relapse 는 약간 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Mastodon 의 힛트 이후 그와 비슷한 음악 성향의 밴드들을 대거 영입하지만, 이적 후 발표한 첫 앨범에서만 반짝였을 뿐 그 이후에는 괜찮은 음악적/상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결과에 봉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Relapse 는 상업적 성과를 위해 한 밴드나 특정 인기 장르에 올인하지는 않았다. 2000년대에 명성을 얻은 크고 작은 헤비 음악 전문 레이블들이 이러한 짓을 했다가 레이블 자체가 사라지거나, 예전의 명성까지 붕괴 시킬 정도의 극심한 타격을 입을 정도로 몰락 한 사례가 특히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안정적인 도전이었던 셈 이었다. 뜨는 밴드/장르에 대한 투자를 늘리되, Relapse 의 기본 모토인 “독특하면서도 비전있는 밴드 픽업” 에 늘 충실했고, 이는 2010년대 들어와서 결실을 맺게 된다. 한동안 주춤했던 “무조건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적 이미지는 다시 복원 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에 있었던 장르 확장에서 얻은 “좀 더 앞서가는 비즈니스 사고방식” 은, 2010년에 이르러 또 한번 발휘,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모든 음악 장르를 소화 해 내다 못해, 모든 장르에게 쉼 없이 혁신을 강조하는 리스너 집단인 힙스터의 취향을 직격하는 밴드들을 픽업하는 경지까지 나아갔다. 매우 논란적이지만, 매우 혁신적인 밴드들이 Relapse Records 와 계약을 맺었다. 그들이 발매 한 앨범들은 2000년대 초중반에 존재했던 “무조건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음반들” 이라는 특징을 다시 제대로 부활 시키기에 이르른다. Baroness, Red Fang, Tombs, Toxic Holocaust, YOB, Call Of The Void, Torche 와 같은 밴드들의 이름을 보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 될 것이다. 그렇게 Relapse Records 는 실시간으로 메탈/헤비음악의 혁신적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으며, Relapse 레이블을 달고 나오는 앨범들은 헤비 리스너라면 늘 기대와 긴장을 타게 만드는 묘하고도 신선한 매력을 늘 제공하며 여전한 주목을 받고 있다. 25년 동안 꾸준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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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위기에도 Relapse 의 명성은 계속된다
Relapse Records 에서 발매 된 “이 시대의 헤비니스 명반” 들

Baroness – Blue Record (2009)
Tombs – Path Of Totality (2011)
Toxic Holocause – Chemistry Of Consciousness (2013)
YOB – Clearing The Path To Ascend (2014)
Call Of The Void – Ageless (2015)
Torche – Restarter (2015)

[그 외의 Relapse 의 5가지 치명적 매력들]
여기까지가 간략한 Relapse Records 의 25년의 흐름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끝이 날 수 가 없을 정도의, 25년간의 Relapse 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간과 할 수 없는 이 레이블의 치명적 매력이 몇가지 더 존재한다. 좀 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첫번째로 “꾸준한 명작 재발매” 가 있다. 현재 활동중인 밴드들의 섭외/앨범 발매가 주가 되는 레이블 치고는 재발매의 수가 적잖으며, 이는 Relapse 의 또 다른 장점이자 특징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 상태다. 영세 데스메탈 레이블 시절때부터, 준 메이저급 메탈 레이블들 중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그 규모와 위상이 커진 지금에 이르러도 말이다. 그라인드코어의 원조급 밴드인 Repulsion, 초과격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로 그라인드코어에 큰 영향을 주었고 패스트코어/쓰래쉬코어 등 초과격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의 시조가 된 Siege 와 같이 부트랙/데모를 정식 컴필레이션으로 재발매 하는 안목/능력은 초창기 때부터 유명했고 최근에도 그 센스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꽤나 의미심장 하다고 할 수 있다. Relapse 의 로스터가 되고, 정규작을 발매하고, 어느정도 활동을 하고 그러면 늘 나오는 “Relapse 계약 이전의 앨범 재발매” 라던지 “과거의 데모/스플릿/미발표 트랙 모음집 재발매” 역시 빠질수가 없는 Relapse 의 사이드 디쉬적 명물이다. 여기에 2000년대에 다시 인기의 불이 붙은 LP 포맷에 대한 적극적 대처도 있다. 신작 릴리즈의 여러 컬러 비닐 옵션, 2000년대 초중반 Relapse 황금기의 명작들의 과감한 재발매 (좀 뻔뻔하기는 하지만 “25주년 기념 재발매” 를 모토로 있는거 없는거 다 다시 찍어내고 있다. 뻔뻔한것 치고는 호응이 좋은편이기도.) 도 있다. 몇몇 매니아들 사이에서 비공식으로 유통되던 음원이라던지, Relapse 를 대표하는 간판 밴드들의 과거 정리형 재발매라던지, Relapse 라는 레이블의 멋짐을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LP 포맷으로 살 수 없었던 신세대 후발주자를 위한 것이라던지… 이들의 방대한 재발매에는 자비심이 없다. 가려운 부분을 한 발 앞서서 긁어주는 괴물스러움, 이 역시 Relapse 의 멋진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음반 패키지 퀄리티의 대단함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유난히 재발매 음반들에 “읽을거리” 와 “볼거리” 를 더 많이 제공하는건 입만 아픈, 이 바닥의 진부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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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Relapse Records 의 재발매를 대표하는 명작들
Repulsion – Horrified (1989년작, Relapse 가 1992년에 한번, 2003년에 2CD 로 두번 재발매 함)
Siege – Drop Dead (부트랙으로만 떠돌던 전설의 1984년 데모를 1994년에 정식 발매)
Cryptic Slaughter – Convicted (1986년작, 2003년에 보너스 트랙 포함하여 재발매)
Cephalic Carnage – Halls Of Amenti (2002년에 발표 된 19분짜리 1곡 EP, Relapse 로스터로 맹활약 하자 2010년 재발매)
Nasum – Grind Finale (2005년에 발매 된 Nasum 의 데모, 7인치, 스플릿 음원 모음집, 2CD 152곡!)
Atheist – Unquestionable Presence (1991년작, 2005년에 다른 두 정규작과 함께 미발표곡 데모를 포함해 재발매)

두번째로는 “여전히 강력한 위력의 샵” 이 있다. Relapse 의 무명시절은 레코드 발매사 보다는, 유통사로의 이미지가 좀 더 컸었다. 독일의 익스트림 메탈 전문 레이블인 Nuclear Blast 의 정식 배급사로 더 유명하던 시절도 있었고 (반대로 Nuclear Blast 는 독일내 Relapse 배급을 도왔다. 둘 다 인디였고, 거대 유통망에 맞길 수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판을 내 놓던 레이블들이 아니었으니 이렇게 서로 도운 것이다. 이는 이 두 레이블만의 특징만은 아닌, 전체 인디 메탈/펑크씬의 특징이었다.), 90년대 인디 레이블들의 특징인 “레이블들 끼리의 음반 트레이드” 도 열심이었으며, 통신판매도 역시 그러했다. 레이블이 성장을 하던 90년대 후반부터 이들은 “온라인 스토어” 를 열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허나 그 스토어는 지금도 계속 된다는 점은 당연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제 준-메이저 규모로 커버려 메이저 유통사 RED Distribution 에 유통을 맞길 수 밖에 없던 이들이 굳이 계속 온라인 스토어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온라인샵을 계속 경영 해 오고 있다. 자신들의 레이블 발매작 유통과 판매도 예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이 컸지만, 타 레이블들의 앨범들을 직접 온라인샵에서 유통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구색도 좋고, 가격도 괜찮으며, 서비스는 두말 나위가 없다. Relapse 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레이블로써의 가치뿐만 아니라, 온라인샵의 프로패셔널함의 가치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있기도 하다. 더 놀라운 점은 “건재한 오프라인 스토어” 이다. 2001년 필라델피아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개점 했었는데, 이 장소는 Relapse 특유의 독특한 명작 앨범 발매로 인해 익스트림 애호 뮤지션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이 레코드 스토어 근처에서 공연을 하는 밴드들이 팬 미팅/사인회/리스닝 파티등의 모임을 할 때 항시 이용되며 더욱 더 명성을 얻기도 했다는 점도 있다. 현재 이 오프라인 리테일 스토어는 폐점 했지만, Relapse 가 지닌 “인디 레이블 비즈니스 멘탈리티” 는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들은 익스트림 메탈의 비즈니스적 한계를 아직도 잊지 않는, 항상 인디 음악 발매작들을 찾는 헌신적인 팬들을 위한 트리뷰트를 늘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념적으로도 멋진 레이블이라 말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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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pse 는 아직도 “Mailorder” 라는 개념을 내세운다.
이것이 무엇을 대변 하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세번째로는 “금전적으로 트러블이 없다” 라는 점이다. 이는 “Relapse 의 카달로그는 이동이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와도 이어진다. Relapse 는 그 어떤 레이블 보다도 앨범 및 머천다이즈 판매 수익에 대해 트러블이 전혀 없는 레이블로 유명하며, 이들과 같이 일을 해 본 밴드들도 사이에서의 좋은 평판은 헤비 음악 리스너가 모를리가 없다는 사실은 이 바닥의 기본 상식일 정도다. 앨범 판매 시기가 지나 연장을 할 시기가 오면, 연장 계약이 거의 100% 라 단정 지을 수 있을 정도라는 사실은 이와 이어지기도 한다. 메이저로 이적 한 밴드가 자신이 소속 된 레이블에서 재발매 해서 더 큰 수익이 날 수 있어도, Relapse 를 거친 밴드가 직접 레이블을 경영하는 상황이 와도 말이다. 게다가 재발매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알고, 재발매시 뛰어난 프로모션을 행하고, 과거보다 더 나은 내용물/패키지를 선사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면? 이야기는 끝이다. 밴드 자신의 음악적 결과물을 더욱 돋보이게, 그리고 자기것 마냥 성실하게 해 주는 이들을 마다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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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로 너무 빨리 운명을 달리한 Chuck Schuldiner.
그보다 더 슬픈 소식은 그의 앨범을 더 이상 소유 할 수 없을수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개런티를 제대로 지급 해 주지 않았던 레코드 레이블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변호사를 대동하고 판권 문제에 다소 까칠하게 나오던 가족측의 대처 때문이었다.
놀라운 점은 Chuck 의 가족과 변호사가 Relapse Records 에게 Chuck 의 모든 밴드에
관한 판권을 부여 해 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Relapse Records 의 “업계의 대단한 신뢰” 를 보여주는 것,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Relapse 는 Death 뿐만 아니라, Control Denied, Mantis 의 앨범들을
화려한 디럭스 패키지로 재발매 하여 호평 받았으며, 수많은 티셔츠 머천다이즈 역시 찍어내고 있다.

네번째로는 “프로모션도 잘한다” 라는 점이다. Relapse 는 워낙에 메탈 언더그라운드내에서도 괴짜스런 음반들을 내는 레이블이었고, 이는 작은 시장 안에서조차 잘 팔리지 않는 위기로 이어졌다. 허나 Relapse 는 그 위기를 언제나처럼 뛰어난 프로모션 능력으로 해치웠다. 앨범 카달로그인 Resound 를 일종의 팬진 레벨로 만들어 배포했고, 음반 유통에 유난히 신경을 썼으며 (이는 일전에 설명한 강력한 샵 구축과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밴드의 투어 일정을 짜는 능력은 꽤나 남달랐다. 레이블 특유의 독특한 음악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장르가 달라도 뭉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생성하게 했다. 이는 각기 다르되, 꽤 잘들 어울리는 밴드가 같이 투어를 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다. 재능만 있다면 레이블 소속에 상관없이 Relapse 주최의 이런저런 투어/공연에 초청 받는다는 점, 그렇게 인연을 만들어서 Relapse 로스터로 끌어 들이며 서로간의 윈윈 전략을 펼친다는 점도 존재한다. 투어 일정/메이트를 짜고 홍보하는 실력과 센스는 익스트림 업계 최고라는 평가 역시 빠질 수 없다.

최종적으로 말해서 “완벽하다” 라는 점이다. 다양한 헤비니스 장르 특유의 컬트함의 매력을 그대로 짊어지고 가는 레이블적 색채, 그와 동시에 컬트함이 지닌 음악적 혁신성의 한계에 도전하는 밴드들을 주로 섭외하며 변화에 늘 주도적이기도 한 색채, 소비자가 좋게 느낄 수 밖에 없는 패키지 제작과 온라인 샵을 중심으로한 구식이지만 여전히 믿음을 주는 비즈니스 아이덴티티의 확보, 밴드가 좋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지원과 금전적 투명성, 그렇게 25년이 흐르며 만들어진 커다란 인맥과 명성 등 수많은 장점들은 팬들로 하여금 “완벽하다” 라고 느끼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2010년대에 들어와 무서울 정도로 증폭중인 “음반 판매 저하 현상” 과 그로인한 유수 레이블들의 경영악화와 줄폐업 소식에도 불구하고 계속 괜찮은 밴드의 발굴과 상업적 성과를 낼 수 밖에 없는 음반들의 발매도 이어진다. 이 레이블은 음반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도, 그 주체인 밴드에게도 흥미거리 그 자체로 존재하며, 이는 Relapse Records 라는 레이블에게 “이상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완벽한 롤모델” 이라는 말을 꺼내게끔 만든다. 더 나아가 “앞으로 더 기대되는 밴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인디 음악 문화와 비즈니스 인프라 롤모텔” 로의 평가도 할 수 있다. 25주년은 그저 흘러간 시간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굉장함을 보여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굉장하지만, 이들의 25년에는 “포텐셜이 아직 터지지 않았음” 을 상기 시켜 준다. 앞으로 더 많은 흥미진진함을 보여 줄 Relapse 에게 찬사를 보내며, 25주년을 축하하는 바이다.

- Mike Villain

[추가]
Relapse 는 온라인 음원 판매 사이트 Bandcamp 를 통해서 25주년 기념 디지털 컴필레이션 앨범 Relapse Records: 25 Years of Contamination 을 온라인 스트리밍 & 유료 디지털 다운로드 공개 중이기도 하다. 총 184곡으로 그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확인 해 보는건 어떨지?
음원 페이지 링크 : [클릭]

[부록 – VillainsSound 선정 25년간의 Relapse Records 필청 대표작 리스트]
Suffocation – Human Waste (1991)
General Surgery – Necrology (1991)
Incantation – Onward To Golgotha (1992)
Repulsion – Horrified (1992)
V.A. – A Relapse Multi Death Compilation (1993)
Siege – Drop Dead ?(1994)
Amorphis – Tales From The Thousand Lakes (1994)
Disrupt – Unrest (1994)
Final Conflict – Ashes To Ashes (1994)
Exit-13 – Ethos Musick (1994)
Deceased – The Blueprints For Madness (1995)
Abscess – Urine Junkies (1995)
Amorphis – Elegy (1996)
Human Remains – Using Sickness As A Hero ?(1996)
Brutal Truth – Kill Trend Suicide (1996)
Brutal Truth – Sounds Of The Animal Kingdom (1997)
Today Is The Day – Temple Of The Morning Star (1997)
Merzbow / Gore Beyond Necropsy – Rectal Anarchy Split (1997)
Soilent Green – Sewn Mouth Secrets (1998)
Gore Beyond Necropsy – Noise-A-Go Go!!! (1998)
Exhumed – Gore Metal (1998)
The Dillinger Escape Plan – Under The Running Board (1998)
Unsane ?- Occupational Hazard (1998)
Blood Duster – Str8outtanorthcote (1998)
Ben?mb – Soul Of The Martyr ?(1998)
Fredrik Thordendal’s Special Defects – Sol Niger Within Version 3.33 (1999)
Coalesce – 0:12 Revolution In Just Listening (1999)
The Dillinger Escape Plan – Calculating Infinity (1999)
Deceased – Supernatural Addiction ?(1999)
Exhumed – Slaughtercult (2000)
Nasum – Human 2.0 (2000)
Origin – S/T (2000)
Dying Fetus – Destroy The Opposition (2000)
Pig Destroyer – Prowler In The Yard (2001)
Blood Duster – Cunt (2001)
Neurosis – A Sun That Never Sets (2001)
Pentagram – First Daze Here: The Vintage Collection (2001)
Human Remains – Where Were You When (2002)
Regurgitate – Hatefilled Vengeance (2002)
Burnt By The Sun – Soundtrack To The Personal Revolution (2002)
Mastodon – Remission (2002)
Alabama Thunderpussy – Staring At The Divine ?(2002)
High On Fire ?- Surrounded By Thieves (2002)
Cephalic Carnage – Lucid Interval (2002)
Nile – In Their Darkened Shrines (2002)
Disfear – Misanthropic Generation (2003)
Burst – Prey On Life ?(2003)
Unsane – Lambhouse ?(2003)
Regurgitate – Deviant (2003)
Agoraphobic Nosebleed – Altered States Of America (2003)
Cryptic Slaughter – Convicted ?(2003)
Skinless – From Sacrifice To Survival (2003)
Nasum – Helvete (2003)
East West Blast Test ?- S/T (2003)
Dysrhythmia – Pretest ?(2003)
Gadget – Remote (2003)
Burnt By The Sun – The Perfect Is The Enemy Of The Good (2003)
The Dillinger Escape Plan – Miss Machine (2004)
Buried Inside ?- Chronoclast (2004)
Necrophagist – Epitaph (2004)
Mastodon ?- Leviathan (2004)
Suffocation ?- Souls To Deny (2004)
Pig Destroyer – Terrifyer (2004)
Zeke – ‘Til The Livin’ End (2004)
Bongzilla – Gateway ?(2005)
High On Fire – Blessed Black Wings ?(2005)
Atheist – Unquestionable Presence (2005)
diSEMBOWELMENT – S/T (2005)
Soilent Green – Confrontation (2005)
Burst – Origo (2005)
Zombi – Surface To Air (2006)
Cretin – Freakery (2006)
Dying Fetus ?- War Of Attrition (2006)
Misery Index – Discordia (2006)
Alabama Thunderpussy – Open Fire (2006)
Coliseum – No Salvation (2007)
Baroness – Red Album (2007)
Misery Index ?- Traitors (2008)
Disfear – Live The Storm ?(2008)
Mumakil – Behold The Failure (2009)
Agoraphobic Nosebleed – Agorapocalypse (2009)
Coalesce – Ox ?(2009)
Baroness ?- Blue Record (2009)
Dying Fetus – Descend Into Depravity (2009)
Brutal Truth – Evolution Through Revolution (2009)
Control Denied – The Fragile Art Of Existence (2010)
Black Tusk – Taste The Sin (2010)
Red Fang – Murder The Mountains (2011)
Brutal Truth ?- End Time (2011)
Exhumed ?- All Guts, No Glory (2011)
Toxic Holocaust – Conjure And Command ?(2011)
Rotten Sound – Cursed (2011)
Haemorrhage – Hospital Carnage (2011)
Tombs – Path Of Totality (2011)
Death – Human (2011)
Revocation ?- Chaos Of Forms (2011)
Baroness – Yellow & Green (2012)
Morbid Saint ?- Spectrum Of Death (2012)?
Red Fang ?- Whales And Leeches (2013)
Exhumed – Necrocracy ?(2013)
Toxic Holocaust – Chemistry Of Consciousness ?(2013)
Black Anvil ?- Hail Death (2014)
Nothing – Guilty Of Everything (2014)
Obituary – Inked In Blood ?(2014)
Ringworm – Hammer Of The Witch (2014)
UltraMantis Black – S/T (2014)
Pyrrhon – The Mother Of Virtues (2014)
Num Skull – Ritually Abused (2014)
Cretin – Stranger (2014)
Yob – Clearing The Path To Ascend (2014)
Iron Reagan – The Tyranny Of Will (2014)
Call Of The Void – Ageless (2015)
Torche – Restarter (2015)